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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65화 (865/1,018)

< 03. 잘 좀 하지 그랬어?(44)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95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44)

“쉬어, 쉬어. 다른 건 아니고······. 유 하사 어디 있나?”

“유선영 하사 말입니까?”

“그래.”

김진수 1소대장이 고개를 돌려 다른 소대장들을 봤다. 그러자 박윤지 3소대장이 손을 들며 말했다.

“아까 말입니다. 주임원사가 불러서 대대에 올라갔습니다.”

“주임원사가? 왜?”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얘기를 들은 오상진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거 영 느낌이 좋지 않은데······.’

오상진은 잠깐 생각을 하더니 김진수 1소대장을 보며 말했다.

“1소대장은 유 하사 오면 내 방으로 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나가고 김진수 1소대장은 곧바로 박윤지 3소대장을 봤다.

“주임원사는 유 하사를 왜 불렀데?”

“저도 딱히 들은 것은 없습니다. 그냥 행보관 통해서 주임원사실로 오라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그래? 으음······. 괜히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

그러고 있다가 슬쩍 옆자리를 봤다. 그곳에는 윤태민 2소대장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주임원사가 불렀다는 말에 피식 웃고 있는 모습을 봤다.

“2소대장.”

“네?”

“자넨 이 상황이 재미있나?”

“네에?”

“자네는 이 상황이 재미있냐고.”

“왜 또 저에게 그러십니까?”

“왜 자네에게 그럴 것 같아. 이 모든 일이 자네 때문에 벌어진 일이잖아.”

“아······. 오해십니다.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별거 아닙니다.”

“별거 아니야? 자네에게는 그 일이 정말 별거 아닌가 보네.”

“진짜······. 왜 그러십니까. 1소대장님 적당히 하십시오. 왜 저만 가지고 그러십니까.”

“자네만 가지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자네가 자꾸 일을 벌이니까 하는 소리잖아!”

그러자 홍일동 4소대장이 나섰다.

“저기 두 분 진정하십시오. 여기 행정반입니다.”

두 사람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하물며 행정병도 있었다. 그들을 보던 김진수 1소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이고······. 아무튼 정말 맘에 안 들어.”

김진수 1소대장이 곧바로 행정실을 나갔다. 그런 김진수 1소대장을 보며 윤태민 2소대장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랄. 나는 뭐 네가 맘에 드는 줄 아냐.’

솔직히 오상진이 오기 전까지 자신에게 저런 식으로 감정표현도 하지 못하는 등신일 뿐이었다. 그저 계급만 높은 선배였다. 그런데 오상진이 오고 난 후부터 저렇게 사람이 확 바뀌어버리니 오히려 역겹다는 생각이 드는 윤태민 2소대장이었다.

“나참······.”

그렇게 중얼거리는데 반대편에서 싸늘한 눈빛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박윤지 3소대장이 노려보고 있었다.

“3소대장 나에게 무슨 할 말 있어?”

“아닙니다.”

박윤지 3소대장이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윤태민 2소대장이 버럭 했다.

“할 말 있으면 해. 사람 이상하게 쳐다보지 말고.”

“할 말 없습니다.”

박윤지 3소대장이 딱딱하게 대답했다. 윤태민 2소대장이 헛웃음을 흘렸다.

“허참······. 와이씨! 이제 개나 소나 다 내가 만만하게 보이나 보네.”

윤태민 2소대장이 중얼거리고는 그도 행정실을 나가버렸다. 그런 윤태민 2소대장은 보며 박윤지 3소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옆에 있던 홍일동 4소대장이 조용히 말했다.

“3소대장님 진정하십시오. 2소대장 저러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니지 않습니까.”

“네? 그래서 하루 이틀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라는 말씀입니까?”

“에이. 그런 뜻이 아닌 거 아시지 않습니까. 원래 저런 사람이니까······.”

홍일동 4소대장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박윤지 3소대장이 그런 홍일동 4소대장을 똑바로 쳐다봤다.

“저런 사람이니까. 저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주변에서 잘 신경 쓰고 감시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저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데 계속 그냥 별일 아닌 것처럼 넘어가니까. 자꾸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까.”

박윤지 3소대장의 똑 부러지는 말에 홍일동 4소대장은 할 말이 없었다. 물론 자신도 예전에는 박윤지 3소대장 같은 성격이었다. 박윤지 3소대장이 말했던 것처럼 정의로운 소대장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4소대장을 하고 보니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적응을 해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박윤지 3소대장이 저렇게 강하게 나오니 살짝 당황스러웠다. 그렇다고 박윤지 3소대장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네, 미안합니다. 내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홍일동 4소대장 역시 살짝 빈정이 상한 듯 말투가 날카로웠다. 그러자 박윤지 3소대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닙니다. 제가 미안합니다. 제가 예민하게 군 것 같습니다.”

“3소대장, 아닙니다. 생각해 보니 3소대장도 여자인데 내가 너무 생각 없이 말한 것 같습니다.”

“4소대장님! 제가 여자라서가 아니라 동료로서 저건 아니라는 생각에서 말씀드린 것입니다.”

“네. 압니다. 솔직히 여태까지 제 앞가림도 못 해서 2소대장에게 제대로 말도 못 하고 당하고만 있었던 거 압니다. 그때 저는 바보 같았고, 멍청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유선영 하사가 들어오면서 그런 일을 당하고 나니 괜히 제 잘못 같고 제가 제때 일을 바로잡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

홍일동 4소대장이 그리 말을 하니 박윤지 3소대장도 생각이 살짝 달라졌다. 홍일동 4소대장도 박윤지 3소대장과 윤태민 2소대장의 일을 어느 정도는 눈치껏 알아차리고 있었다.

이민식 대위가 박윤지 3소대장을 사적으로 대했던 일까지 홍일동 4소대장도 바보가 아닌 이상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도 박윤지 3소대장이 감당할 수 있어서 참고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박윤지 3소대장이 저렇게 말을 하니까 자신이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느껴져 괜히 미안해지고 그랬다.

“아닙니다. 제가 괜한 얘기를 한 것 같습니다. 진짜 미안합니다.”

홍일동 4소대장이 다이어리를 챙겨서 일어났다.

“그럼 전 일이 있어서 나가보겠습니다.”

홍일동 4소대장이 전투모를 착용하고 행정실을 나갔다. 그런 홍일동 4소대장을 보며 박윤지 3소대장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물론 화를 낼 사람은 따로 있는데 괜히 홍일동 4소대장에게 화를 낸 것이 못내 맘에 걸렸다. 그러고 있는 황하나 하사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네? 저에게 볼일 있습니까?”

“그것이 아니라······. 저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뭐가 말이에요?”

“그것이 제가······ 유 하사를 2소대장님 차에 태웠는데 괜히 제 잘못인 것 같아 정말 미안합니다.”

“그렇게 미안하면 직접 사과를 하세요. 혹시 사과했어요?”

“유 하사 기분이 별로라서 아직 말 못 했습니다.”

황하나 하사가 조용히 말했다. 박윤지 3소대장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유 하사 기분 따지며 언제 사과를 해요. 사과를 할 생각이면 빨리빨리 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그래야지 황 하사도 일을 하죠. 일하러 와서 하루 종일 유 하사 눈치만 보고 있을 거예요?”

“아닙니다.”

“봐서 내가 좀 있다가 유 하사랑 자리 마련해 줄 테니까. 그때 제대로 얘기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 말에 황하나 하사의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 그 모습을 보며 박윤지 3소대장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황 하사도 참 세상 편하긴 하구나.’

황하나 하사의 말처럼 그때 유선영 하사를 제대로 관사에 데려다줬다면 윤태민 2소대장에게 그런 몹쓸 짓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상처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군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주임원사에게 불려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솔직히 군인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일이 부담스러운 일이다. 군대 들어와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인해서 윗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정말 불편한 일이었다. 그러한 일이 어쩌면 그런 상황이 되도록 원인제공을 한 황하나 하사가 아직도 유선영 하사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것이 기가 찼다.

진짜 자신이 군 생활 열심히 하고 좋은 여성 군인으로서 자기 앞가림을 잘해왔다면 따끔하게 한마디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본인도 황하나 하사와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왔다.

‘하아, 박윤지 진짜······.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군 생활 제대로 하자. 이러니까 여군은 안 된다는 소리를 듣는 거야.’

박윤지 3소대장이 스스로를 채찍질을 하며 다짐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유선영 하사가 들어왔다. 박윤지 3소대장이 바로 유선영 하사를 불렀다.

“어, 유 하사······.”

“······.”

유선영 하사는 대답도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갔다. 그 모습을 본 박윤지 3소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유 하사. 왜? 무슨 일 있어?”

“아닙니다.”

“왜 그래. 주임원사가 뭐라고 했어?”

“그게······.”

“아니야. 알았어. 안 물어볼 테니까. 진정하고······. 숨 좀 고르자.”

박윤지 3소대장이 유선영 하사에게 가서 다독였다. 유선영 하사는 울음을 터뜨릴 뻔했지만 애써 마음을 추슬렀다.

“후우······. 후우······.”

유선영 하사가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박윤지 3소대장이 말했다.

“그래. 그래. 울지 마, 유 하사. 유 하사 잘못한 거 하나도 없으니까.”

“네. 3소대장님.”

“참! 중대장님께서 유 하사 찾으시는데.”

“저, 저를 말입니까?”

“응. 오면 바로 중대장실로 오라고 했어.”

“······네. 알겠습니다.”

유선영 하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박윤지 3소대장이 말했다.

“유 하사. 같이 가 줄까?”

“네?”

“혼자 가기 부담스러우면 내가 같이 가 줄게.”

오상진이 오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박윤지 3소대장이 가장 먼저 상담도 받았고 유선영 하사의 일이 남 같지 않았다. 유선영 하사도 처음에 박윤지 3소대장에게 털어놨기 때문에 믿을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가자, 가!”

박윤지 3소대장이 유선영 하사를 데리고 행정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1소대 부소대장 정윤호 하사가 반쯤 장난스럽게 말했다.

“3소대장님은 너무 유 하사만 챙기는 거 아니야. 황 하사가 바로 옆에 있는데.”

그 말에 황하나 하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똑똑!

“들어와.”

오상진의 음성이 들리고 박윤지 3소대장과 유선영 하사가 중대장실로 들어갔다.

“유 하사. 어서 와. 일단 거기 앉아.”

“네.”

오상진은 노트북으로 빨리 타이핑 칠 것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앞에 준비된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러자 박윤지 3소대장이 바로 말했다.

“유 하사가 혼자 오기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같이 왔습니다.”

“괜찮아. 잘했어. 3소대장이 고생이 많아.”

“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 같은 여자라서가 아니라, 같은 군인으로서 도와줘서 참 좋아.”

박윤지 3소대장은 오상진에게 칭찬에 멋쩍게 웃었다. 사실 오상진에게 칭찬은 받는 것은 정말 기분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편안하게 웃을 수 없었다.

오상진이 유선영 하사를 바라봤다. 유선영 하사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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