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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62화 (862/1,018)

< 03. 잘 좀 하지 그랬어?(4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92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41)

그런데 오상진에게 덮으라고 지시를 내리면 분명 일이 더 터지고 커질 것이다.

그렇다고 오상진의 바람대로 헌병대가 크게 휘저으면 당연히 보고가 올라갈 것이다.

그래서 홍민우 작전과장의 말처럼 헌병대에 사건을 의뢰하되 이 일을 자연스럽게 봉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합의, 합의라······. 그래! 가능하겠어?”

“지금 당장은 절차대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괜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덮으려고 하면 유 하사 쪽에서 불쾌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럴 것이야.”

“하지만 조사를 하다 보면 유 하사도 깨닫는 것이 많을 겁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 물론 윤 소위가 잘못을 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옷을 벗겨 버리면 유 하사에게도 좋을 것이 없겠지.”

검찰조직처럼 서로서로 봐주고 넘어가 주는 그런 관행들이 있다 보니 오히려 뭔가 지적하고 폭로를 하는 것을 곱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만약 이 사건이 커질 경우에는 유선영 하사의 군 생활은 앞으로 꼬일 수가 있었다.

그런 사실들을 헌병대 조사를 통해 유선영 하사가 어느 정도 느끼게 될 때쯤 적당한 시점에서 자리를 마련해 합의를 진행한다.

이 일을 잘 봉합하면 자신이 육본에 올라가는 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 그렇게 진행해.”

“네. 그리고 대대장님.”

“응?”

“헌병대 조사와는 별개로 윤 소위는 다른 곳으로 빨리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진즉에 그리했어야 했어. 아니, 처음부터 그 새끼를 받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런데 이거 가지고 신범규 준장이 뭐라고 하지 않겠나?”

“그래서 잘 봉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저희 쪽에서 이 사건을 접수하고도 잘 봉합하고 최대한 윤태민 소위가 문제가 되지 않도록 정리를 하면 신범규 준장 쪽에서도 저희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겠습니까.”

“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야. 역시! 작전과장이야.”

송일중 대대장이 오랜만에 홍민우 작전과장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리고 오랜만에 홍민우 작전과장이 웃음을 흘렸다.

그 시각 윤태민 소위가 여자 부사관을 성추행한 일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너 그 얘기 들었어?”

“뭔 얘기?”

“4중대 윤 소위 있잖아.”

“윤 소위? 윤태민 소위?”

“그래! 그 사람이 또 이번에 사고를 쳤대.”

“사고? 무슨 사고?”

“이번에 4중대에 여자 부사관 두 명이 들어갔잖아.”

“어어어, 알지. 혹시 그 여자 부사관을 건드린 거야? 쭉쭉빵빵 그 애?”

“그 애 말고!”

“아, 그 뭐냐. 그 옆에 같이 왔던 키 작은 애?”

“맞아.”

“아니, 어떻게?”

“여자 부사관 환영회 회식을 했다고 해. 그런데 그 여자 부사관이 완전히 술에 떡이 되었다고 하는 거야. 어렵게 그 여자가 나왔는데 글쎄 윤 소위가 여자 부사관을 차에 태우고 가는 길에 덮치려다가 걸렸다고 하지 뭐야.”

“와, 미친······. 완전 쓰레기네. 그렇게 사고를 쳐놓구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데?”

“내 말이!”

“그렇게 여자가 궁하면 나이트클럽을 가든지. 아니면 업소를 가든지 하지. 쯧쯧쯧······.”

“아이고 뭐 지 잘난 맛에 사는 놈인데. 으쓱대기만 하더니 지난번 그 일이 걸린 후 애가 아주 개판이 되었다고 하더라.”

부사관들이 모이면 그 얘기를 했다. 그런데 지나가던 방대철 주임원사의 귀에 이런저런 얘기가 자꾸 들려왔다.

“뭔 일이 있나?”

방대철 주임원사는 자신의 사무실로 가던 중 자신과 친한 이정명 중사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세웠다.

“이 중사.”

“네, 주임원사님.”

“이 중사. 무슨 소문이 도는 것 같은데 뭐야?”

“주임원사님은 아직 소식 못 들었습니까?”

“뭔데?”

“4중대에 또 재미난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4중대에?”

“네. 윤태민 소위가 또 사고를 쳤답니다.”

“윤 소위가? 아니, 또 무슨 사고를 쳤지?”

방대철 주임원사가 인상을 썼다.

“4중대에 이번에 새로 온 여자 부사관이 갔지 않습니까. 그중 유선영 하사라고 있는데 그녀를 덮치려다가 걸렸다고 합니다.”

“어후, 이런 미친놈······. 그래서?”

“다행히 큰일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그 일로 유 하사가 따졌더니 윤 소위가 발뺌을 해서 지금 4중대장까지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이고 그 양반이 알게 되었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텐데······.”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그보다 윤 소위······. 진짜 이번 기회에 정리가 되어야 합니다. 예전에 주임원사님에게도 싸가지 없이 굴고 그랬지 않습니까.”

“에이, 그때야 뭣도 모르는 신입 아니었나. 뭐 나는 그러려니 했지.”

윤태민 소위가 처음 이곳에 부임하고 방대철 주임원사에게 반말을 했다.

“주임원사 반갑네.”

방대철 주임원사는 처음에는 놀랐지만 그 자리에서는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 주임원사 자리는 한마디로 대대에서 가장 짬밥이 많이 사람이 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대장 역시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주임원사였다.

그런데 갓 들어온 신입 소대장이 계급이 낫다는 이유로 멋도 모르고 반말을 하며 무시를 한 것이다.

지나가던 송일중 대대장이 그런 윤태민 소위의 행동을 보고 따끔하게 야단을 친 후에야 잘못을 알았다.

물론 그 이후에는 반말은 사라졌지만 대화는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방대철 주임원사는 윤태민 소위가 그리 사교성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윤태민 소위가 방대철 주임원사에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자신보다 계급이 낮다고 생각하면 일단 반말부터 하며 무시를 했다. 게다가 모든 사람들에게 건방지게 굴며 까불었다.

그래서 바로 4중대로 쫓아낸 것도 있다. 그 이후로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정명 중사는 그 당시 윤태민 소위에게 데인 것이 있어서 학을 뗐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아까 보니 4중대장이 직접 대대로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그래? 벌써? 그 양반은 빠르게도 하지. 아니, 오 대위는 무슨 일을 벌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나 봐.”

“하하하! 그건 인정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면 대대장님 육본에 못 가시는 것이 아닙니까?”

“뭐라고?”

방대철 주임원사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현재 동생인 방대호는 17연대 치킨집을 폐업하고 부식업체를 하기 위해서 한창 준비 중이었다.

대대에는 부식업체가 좀 늦어진다고 얘기는 했지만 어차피 미리 준비를 하고 실적이라도 만들어야 했기에 형인 방대철 주임원사를 믿고 일을 벌여 놓았다.

게다가 방대철 주임원사는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후반기 인사 때는 대대장이 육본에 가는 것이 유력했다. 그래서 몇 개월 정도 현 대대장의 비위를 맞춰주면서 새로운 대대장이 오면 잘 구워삶을 생각이었다.

그러면 방대호가 운영하는 부식업체를 통해서 부식을 공급받고 그 뒤로 뒷돈을 챙길 요량이었다.

이렇듯 모든 계획을 다 짰는데 만약에 대대장이 눌어붙어 있으면 큰일이었다.

어쩌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이 뻔했다.

‘아니지, 아니야. 이대로 놔둘 수는 없어.’

방대철 주임원사는 바로 이정명 중사를 보며 물었다.

“이 중사. 아까 그 여자 부사관 이름이 뭐라고 그랬지?”

“유선영 하사입니다.”

“유선영 하사? 내가 그 친구를 좀 봐야겠어.”

“네? 주임원사님께서 말입니까?”

“내가 누구야! 모든 부사관들의 아버지 아니야. 당연히 부사관들에게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면 내가 다독여줘야지. 안 그런가?”

“네. 그렇죠.”

“그래. 자네가 그 친구 찾아서 말하게. 내가 좀 보자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렇게 방대철 주임원사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그날 오후 홍민우 작전과장이 사단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아는 얼굴들과 인사를 나눈 후 홍민우 작전과장의 발걸음이 헌병대로 향했다.

헌병대에는 홍민우 작전과장의 동기인 최영도 헌병과장이 앉아 있었다.

똑똑!

“네에.”

문을 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홍민우 작전과장을 본 최영도 헌병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고 이 친구 말도 없이 무슨 일이야?”

서로 악수를 했다.

“그냥······지나가다가 들렀어.”

“지나가다가 들르기는······. 일단 앉아. 차는?”

“차는 됐고. 물 한 잔 먹자.”

“그래. 기다려.”

사무실 물을 열던 최영도 헌병과장이 밖을 향해 말했다.

“여기 물 한 잔 갖다 줘.”

“알겠습니다.”

최영도 헌병과장이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래 무슨 일이야.”

“이 사람아.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오는 거야. 그냥 들렀다니까.”

“또, 또 이런다. 그냥 들르기는······.”

홍민우 작전과장이 피식 웃었다.

“아무튼 눈치 하나는 빠르다니까.”

문이 열리고 물을 가지고 병사가 홍민우 작전과장 앞에 뒀다. 시원하게 물을 들이켠 홍민우 작전과장이 입을 열었다.

“일이 하나 생겼는데······.”

“일? 그놈의 부대에는 무슨 마가 꼈나. 시도 때도 없이 일이 터져.”

“그러게나 말이야.”

한숨을 푹 내쉰 홍민우 작전과장. 최영도 헌병과장이 물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뭔데?”

“최 소령······.”

홍민우 작전과장이 말을 하고는 잠깐 뜸을 뒀다.

“뭔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려······. 속 시원하게 말해봐.”

최영도 헌병과장은 홍민우 작전과장이 동기면서 나름 친한 사이였다. 둘 다 군대에서는 지지세력도 있고 별 무리 없이 소령까지 진급을 했다.

물론 최영도 헌병과장이 잘나가는 데에는 홍민우 작전과장이 도움이 없지 않아 있었다. 특히나 과거 최영도 헌병과장이 꽃뱀에게 물려서 하마터면 군복을 벗을 뻔했는데 홍민우 작전과장이 제 사비까지 털어서 도와줬던 일이 있었다.

만약 그때의 일을 막지 못했다면 최영도 헌병과장은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영도 헌병과장은 다른 것을 떠나서 친구인 홍민우 작전과장을 돕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하아, 최 소령······. 아니, 영도야. 요즘 군 생활 왜 이렇게 힘드냐.”

“군 생활이라는 것이 다 힘들지. 아니면 여기 헌병대에 자리 하나 만들어줘?”

“아이고, 됐어. 헌병대에서는 만날 애들 조사하고, 머리 깨지고······. 나도 나름 지금까지 군 생활 열심히 해 왔잖아.”

“알지. 내가 민우 너를 모를까.”

“그런데 요즘만큼 군 생활이 힘들 줄은 몰랐다.”

“왜? 지난번에 말했던 그 오 대위인가. 그 녀석 때문에 그래?”

최영도 헌병과장 역시도 오상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어쨌거나 서울에 있는 수도방위사단에서 엄청 잘 나갔다가 평택으로 내려왔다는 소문을 말이다. 진급 자체도 평균보다 월등히 빨랐다는 것도 말이다.

게다가 군 내부에 흘러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아마 최연소로 소령을 다는 사람은 아마도 오상진이라는 말이 야금야금 돌고 있었다. 그런 오상진이 중대장으로서 17연대로 간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최영도 헌병과장은 임자 만났다고 생각했다.

17연대에는 오상진만큼 잘나가는 홍민우 작전과장이 있었다. 꼭 친구라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홍민우 작전과장도 한 능력 했다.

그런 친구가 현재 그 녀석 때문에 매번 골치 아픈 일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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