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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61화 (861/1,018)

< 03. 잘 좀 하지 그랬어?(4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91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40)

만에 하나 오상진이 그냥 이걸 헌병대에 직접 고발을 했다면?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럼 그 사실을 송일중 대대장이 알 것이고 불호령이 자신에게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자신은 진짜 송일중 대대장에게 손절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오상진은 자신에게 이것을 가지고 왔기에 어떻게든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자네가 원하는 것은 헌병대 조사라 이 말이지?”

“이왕이면 제대로 조사를 했으면 합니다. 솔직히 윤태민 소위가 이런저런 사건이 많았지 않습니까. 그전에도 다른 장교에게도 비슷한 실수를 한 적도 있고 말입니다. 지난번 회식 때에는 유 하사에게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하려다가 제재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래? 흐음······. 하긴 윤 소위 그 녀석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놈이지.”

오상진이 아는 것보다 홍민우 작전과장은 윤태민 소위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다. 사실 윤태민 소위가 4중대로 내려간 이유가 대대에 여자 장교들과 치정 문제가 있었던 것도 있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내려간 것이었다.

“그래서 나보고 이걸 대대장님께 보고하란 말인가?”

“불편하시면 제가 직접 대대장님을 뵙고······.”

“아니, 됐어! 내가 하지. 내가 해. 욕을 먹더라도 내가 먹는 게 낫지.”

“고맙습니다.”

“자네에게 고맙다는 소리 들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야.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하는 거야.”

“네에······.”

“그보다 혹시 이 사실······. 저쪽에서도 알고 있나?”

홍민우 작전과장이 저쪽이라고 하는 것은 육군참모총장 라인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제가 여기에 오기 전 전화를 받았습니다.”

“허허, 참······.”

홍민우 작전과장이 헛웃음을 흘렸다. 이미 이 얘기가 저쪽으로 들어갔고 자신이 이것을 덮으려고 한다면 분명히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오상진이 자신에게 가지고 온 것일 것이다.

“아무튼 능구렁이가 따로 없군. 알았어. 가 봐.”

“네. 충성.”

오상진이 경례를 하고는 상황실을 나갔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다시 진술서를 쭉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진술서가 뭔가 흐릿한 느낌이었다.

“뭐지?”

자세히 글씨를 보니 복사를 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자신의 손에 있는 것은 사본이고 진본은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핫! 진짜 어이가 없군. 나에게 사본을 가지고 온 거야?”

진짜 다른 장교였다면 된통 깨졌을 것이다. 상대가 오상진이다 보니 화도 못 냈다.

“이걸 어떻게 한다?”

책상에 손가락을 퉁퉁 치던 홍민우 작전과장이 진술서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대대장님께 보고는 드려야겠지.”

홍민우 작전과장은 그 길로 대대장실로 향했다.

송일중 중령은 대대로 출근을 하면 거의 하는 일이 없었다. 그냥 아침에 신문을 보거나 예쁜 잎을 가진 난만 계속해서 닦았다.

난을 닦는 이유도 마음의 평화와 안정감을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어서 빨리 육본으로 올라가기를 기원했다. 그렇게 애지중지 난을 닦고 키운 덕분에 잘 자랐다.

그렇게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난까지 잘 닦던 그때 잎 하나가 툭 하고 끊어졌다.

“헐······. 이게 왜 끊어져?”

송일중 중령은 갑자기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에이씨, 젠장할. 이게 왜 끊어지는 거야. 불길하게······.”

그때를 같이 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들어와!”

문이 열리며 홍민우 작전과장이 들어왔다.

“자네가 무슨 일이야?”

“보고 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보고? 앉아.”

“네.”

“차 한잔할래?”

“아닙니다.”

“그나저나 요새 얼굴 보기 힘들어. 예전에는 아주 그냥 제집마냥 뻔질나게 들어오더니.”

“요즘 대대장님께서 신경 쓸 일이 많으실 것 같아서 말입니다. 가급적이면 대대장실 출입을 삼가고 있습니다.”

“흐이구. 정말이야? 혹시 지난번 일로 아직도 꽁해 있는 것이 아니고?”

“아닙니다.”

“내가 지난번에 말했잖아. 자네는 나만 믿고 있으라고. 내가 설마 육본에 자네 자리 하나 못 만들까. 걱정 말게.”

비록 마음은 콩밭에 가 있지만 송일중 중령이 대대장으로서 임무를 다 떠넘기지는 않았다. 대대장으로서 할 일은 하고 있었다. 그러려면 자연스럽게 홍민우 작전과장의 보좌를 받아야 했다.

설사 육군본부에 혼자 올라가게 되더라도 그 일이 확정될 때까지 홍민우 작전과장을 자신의 사람으로 곁에 둬야 했다.

그래야 대대를 관리하기 편하기에 입바른 소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홍민우 작전과장은 그 뻔한 사탕발림에 웃을 수가 없었다. 평소였다면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홍민우 작전과장 손에는 유선영 하사의 진술서가 들려 있었다.

“대대장님 일단 이것부터 보시죠.”

“이건 또 뭔가?”

송일중 대대장이 진술서를 쭉 읽어 내려갔다. 그러자 눈이 크게 떠졌다.

“이건······.”

“네.”

홍민우 작전과장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송일중 대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윤태민 이 새끼를 그냥······. 내가 그 자식을 그냥 부대에 두는 것이 아니었어.”

송일중 대대장이 의자 팔걸이를 쾅 하고 내려쳤다. 얼마 전 점쟁이가 했던 말은 화를 가라앉히고 편안하게 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요새 계속 난을 만지며 평화의 안식을 얻고 있었다.

“그런데 이 개새끼는······. 정말 왜 이래? 사고를 안 치면 뭐 몸에 가시라도 돋는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왜 이렇게 사고만 치고 다니는 거야.”

가뜩이나 윤태민 소위 그 사건 때문에 위에서도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또 사과를 쳤다. 욕이 안 나오려야 안 나올 수가 없었다.

“하아, 이런 미친놈의 새끼가······.”

송일중 대대장이 두 주먹을 쥐며 부르르 떨었다. 그런 송일중 대대장을 보며 홍민우 작전과장이 조용히 말했다.

“대대장님.”

“왜?”

“그런데 말입니다. 이걸 가지고 온 사람이 4중대장입니다.”

“오상진?”

“네.”

“오상진이 이걸 왜 가져와?”

송일중 대대장이 이번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예전에도 그렇고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고 일을 터뜨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히려 자신이 직접 가지고 왔다.

“무슨 다른 의도라도 있나?”

송일중 대대장이 오히려 궁금해서 홍민우 작전과장에게 물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 대위 말로는 이제는 예전처럼 절차대로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절차? 절차대로? 4중대장이 그런 말을 했다고?”

“네. 그렇습니다.”

“허허, 내일 서쪽에서 해가 뜨겠군.”

송일중 대대장도 오상진의 말을 100% 믿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건 홍민우 작전과장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4중대장이 그런 말을 했나?”

“네. 대대장님 오 대위가 직접 저에게 말했습니다. 원칙적으로 처리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원칙 같은 소리 하네. 그 녀석이 어디 단 한 번도 원칙적으로 처리한 적이 있어!”

물론 오상진이 지금까지 특별히 원칙에 어긋난 짓을 한 적이 없었다지만 군대의 관행에는 많이 어긋났다. 그래서 누군가 군대 관행을 언급한다면 오상진은 엄청 많이 어긋난 것이 맞았다.

하지만 사전적 의미를 봤을 때 오상진이 군인으로서 하지 말아야 짓을 한 적이 없었다.

그것은 송일중 대대장도 알고 있고 홍민우 작전과장도 알고 있었다. 다만 혼자서만 깨끗한 척하는 오상진이 꼴 보기 싫은 것이었다.

“그래서 뭘 원하는데?”

“헌병대에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길 원한다고 합니다.”

“헌병대에서 조사를? 도대체 뭘 얼마나 일을 키우겠다고 그러는 거야?”

“그것이 윤태민 소위가 현재 강하게 부정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부정? 그럼 이건 뭐야?”

송일중 대대장이 손에 들린 진술서를 팔랑거렸다.

“그것은 피해당한 여군 하사가 적은 것입니다.”

“그래?”

송일중 대대장이 다시 한번 진중하게 읽어보았다. 확실히 그것에 대한 증거는 없어 보였다.

“여 하사는 이렇게 말을 했고 증거는 아직 없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대장님. 윤 소위가 어떤 놈인지는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한 마디에 송일중 대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만약에 윤태민 소위가 어느 정도 군 생활을 제대로 하는 놈이었다면 송일중 대대장도 자신의 직권으로 묵살을 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윤태민 소위는 과거에 몇 차례 사고를 쳤다.

대대에서는 물론 4중대에 넘어가서도 큰 사고를 쳤다. 신범규 예비역 준장이 아니었다면 진즉 불명예제대가 되었을 놈이었다. 이제 와 윤태민 소위를 믿고 힘을 실어주는 것은 정말 애매한 것이었다.

만에 하나 진짜 뭔가가 드러나기라도 하면 엿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을 가지고 키울 수도 없는 것이 군대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이런 성범죄, 가혹행위, 군수 비리 등의 문제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중 성범죄였다. 헌병대에서 조사를 했다가 일이 커져 버리면 자신의 앞길에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사를 안 할 수도 없었다. 진퇴양난인 상황에서 홍민우 작전과장이 말했다.

“대대장님 외람된 말이지만 헌병대에 조사를 맡기시죠.”

“뭐? 자네 미쳤나? 그러다가 일 잘못되면 나 옷 벗기기로 작정했어?”

“그것이 아니라 조금 전 4중대장이랑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이미 저쪽으로 넘어간 모양입니다.”

“저쪽이라면······.”

송일중 대대장의 눈이 더욱 커졌다.

“설마 우리 반대쪽 라인?”

“네.”

“이야, 진짜······.”

송일중 대대장은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그 모습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 대위 말로는 먼저 연락이 와서 어쩔 수 없이 보고를 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오 대위가 수를 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헌병대에 조사를 하라고 하지 않으면 제대로 들이받겠다 이거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제기랄······. 오상진 이 녀석을 받는 것이 아니었어. 정말 이 정도로 꼴통일 줄은 몰랐는데······.”

송일중 대대장이 홀로 생각을 하다가 홍민우 작전과장에게 물었다.

“그래서 헌병대에게 조사를 맡기면 어떻게 되는 건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항이 심각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추행 정도도 심하지 않아서 심각하게 일을 키울 정도는 아닙니다.”

“오 대위에게 적당히 덮으라고 하면 덮겠어?”

“그건 아닐 겁니다. 제가 오 대위 말고 당사자들끼리 합의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합의? 어떻게?”

“헌병대를 통해서 하면 됩니다.”

“뭐?”

“헌병대에 제가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통하면 가능할 것입니다.”

“정말 가능해?”

“네. 그 사람을 통해 유 하사를 잘 어르고 달래보라고 하겠습니다.”

“그다음 윤 소위와 합의를 보게 하고 일을 없던 것으로 하겠다 이거야?”

“네. 사항이 중요하지 않으니까 당사자들끼리 합의를 하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홍민우 작전과장의 그 말에 송일중 대대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쨌든 송일중 대대장에게 가장 베스트는 이 일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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