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858화 (858/1,018)

< 03. 잘 좀 하지 그랬어?(3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88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37)

이미 그 밑에는 한바탕 토사물을 쏟아낸 상태였다. 유선영 하사는 그것도 모자로 또 한 번 토를 했다.

“우에에엑! 우엑!”

“유 하사 괜찮아요?”

윤태민 2소대장이 다가가 등을 토닥토닥 거렸다. 그때마다 유선영 하사는 우욱, 우욱 하며 토를 해댔다.

“어후 뭘 이리 많이 마셨어요. 일단 휴지로 닦아요.”

“고, 고맙습니다.”

솔직히 윤태민 2소대장의 이런 행동이 맘에 들지 않았다. 뭔가 찔리는 것이 있기에 이런 행동을 보여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자신을 잘 챙겨주니 딱히 싫지도 않았다.

유선영 하사는 방금 전까지 모든 부사관들이 황하나 하사를 바라보며 챙겨주는 모습에 강한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거기서 소외된 것 때문에 짜증이 나서 열심히 술을 마셔댄 것이다. 그런데 윤태민 2소대장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챙겨줄 줄 몰랐다.

게다가 이렇게 또 보니 외모상으로도 황하나 하사가 좋다는 김진수 1소대장보다 괜찮았다. 키도 크고, 얼굴도 호리호리한 것이 말이다. 아, 물론 기생오라비같이 생겼지만······.

휴지로 입을 훔친 유선영 하사가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어후 고맙긴요. 우리 사이에 그런 소리를 하고 그래요.”

윤태민 2소대장은 웃고 조용히 넘어가자는 소리였는데 유선영 하사는 그 말에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사이 말입니까?”

“자자, 토 다 했으면 빨리 들어갑시다.”

그렇게 유선영 하사를 다시 부축한 후 차에 태웠다. 다시 차가 출발을 하고 가는 길에 윤태민 2소대장이 슬그머니 유선영 하사와 얘기를 나눴다.

“유 하사 술 못하지 않아요?”

“네, 그런데······.”

“왜? 여자 하사 왔다고 또 열심히 먹였나 봐요.”

“아, 네에······.”

차마 질투심 때문에 열심히 혼자 달렸다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윤태민 2소대장이 괜히 그런 소리를 했다.

“뭐, 유 하사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괜히 회식 자리에서 술 준다고 넙죽넙죽 받아먹지 마세요. 다는 아니겠지만 군대 병사들은 치마만 두르고 지나가도 흥분한다고 하잖아요. 그거 부사관이나 장교라고 해도 다를 것이 없어요. 어차피 군 생활을 하다 보면 이성을 접하는 일이 손에 꼽히니 관심이 가게 마련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래요. 그렇다고 내가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말을 하면서 슬쩍 유선영 하사를 봤다. 그녀가 피식 웃는 것이 자신이 조금 전 했던 행동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휴우 다행이다. 좋게 넘어갈 수 있겠어.’

윤태민 2소대장이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말했다.

“나는 차에 있을 테니까. 진정되면 와요.”

“네에······.”

윤태민 2소대장이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유선영 하사는 가슴이 답답한지 손이 가슴으로 향했다.

“좀 답답하네.”

그렇게 자신의 가슴 쪽을 쓰다듬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분명히 다 잠겨 있어야 할 단추 하나가 풀어져 있었다.

“응?”

유선영 하사가 깜짝 놀라며 자신의 상의를 봤다. 역시나 단추 하나가 풀어져 있었다. 그것도 처음 단추가 아닌 두 번째 단추가 말이다.

“설마······.”

유선영 하사의 시선이 차에 앉아 있는 윤태민 2소대장에게 향했다. 그것도 모르고 윤태민 2소대장은 마치 넘어갔다는 생각에 실실거리며 웃고 있었다.

‘정말이었어? 아까 그 느낌이? 진짜 저 인간이 날 추행했던 거야?’

유선영 하사는 조금 전까지 호감을 느끼고 있던 감정이 싹 사라졌다.

유선영 하사는 관사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내리기 전 입을 열었다.

“소대장님.”

“네?”

“뭐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뭔데요?”

“아까 저 처음에 차에 태웠을 때 말이에요. 뭐 하셨어요?”

순간 윤태민 2소대장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와, 시발······. 뭐지? 설마 눈치를 챘나?’

당황하는 윤태민 2소대장이 고민을 했다.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는데 갑자기 도착을 하고 나서 저러는 것을 보니 다 알고 있으면서 천연덕스럽게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고 착각을 한 것이다.

‘뭐야, 완전 무서운 여자잖아.’

중간에 있었던 것까지 따지면 자신에게 해코지할 수 있으니까 관사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도착하자마자 얘기를 꺼낸 것이라 생각했다.

‘하아, 진짜 큰일 났네.’

이럴 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무조건 사과부터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뜩이나 유선영 하사에게 밉보였는데 다시 사과하기는 싫었다. 그래서 윤태민 2소대장은 차선책으로 찾은 것이 이것이었다.

“유 하사.”

“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 하기 좀 그런데요. 나 처음에 유 하사가 보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

뜬금없는 고백에 유선영 하사는 눈만 깜빡거렸다.

“내가 유 하사가 계속 힐끔거렸는데 못 느꼈습니까?”

“어, 그게······.”

윤태민 2소대장이 유선영 하사를 힐끔거린 것은 맞았다. 그런데 그 의미가 유선영 하사가 마음에 들었다기보다는 2소대 부소대장으로 온 그녀를 염탐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유선영 하사는 그 비슷한 것을 느끼긴 했다.

‘가만, 그래서 나한테 그랬던 건가?’

유선영 하사가 조심스럽게 되물어봤다.

“그 말씀 정말이십니까?”

“네.”

“그럼 아까······.”

“미안해. 내가 그러면 안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윤태민 2소대장이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피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제발 넘어와라. 넘어와······.’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사실 이 수법은 예전에 윤태민 2소대장이 아는 병사로부터 들은 얘기였다.

처음에 2중대에 부임했을 때 말년 병장이 있었다. 그 녀석은 뺀질뺀질한 것이 잘 놀고 자신이 짬이 많다는 식으로 항상 까불댔다. 그러면서 나중에 나이트나 가자면서 자신이 여자 다 꼬셔 주겠다며 큰소리를 쳤던 녀석이기도 했다.

그래서 진짜 휴가 때 맞춰서 밖에서 만나 나이트를 갔다. 그곳에서 부킹을 하고 그랬는데 그때 한 말이 이것이었다.

“제가 말입니다. 대학교에서 여자 후배 킬러였습니다.”

“지랄하지 말고.”

“진짜입니다. 일단 술을 진탕 먹입니다. 거의 인사불성까지 말입니다. 그때 스킨십을 자연스럽게 합니다.”

“시발, 그러다가 여자가 거부하고 들키면 어쩌려고?”

“에이. 혀를 집어넣고 그러다 보면 나에게 맘 있는 애들 열에 아홉은 같이 물고 빨고 그럽니다.”

“와, 새끼. 완전 꾼이네. 그보다 안 먹히는 여자는?”

“가끔 그런 애가 있긴 합니다. 그럴 때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발뺌하고 그러면 안 됩니다.”

“그러면?”

“네가 마음에 들어서 그랬다고 솔직하게 말을 하면 오히려 동정표를 받아서 다시 진도 뺄 수 있습니다.”

“그래?”

윤태민 2소대장이 왜 불현듯 그 생각이 들었는지 몰랐다. 솔직히 황하나 하사면 모를까, 유선영 하사는 그렇게 밖에서 연애경험이 풍부할 것 같지는 않았다.

순진하고 얼빵해 보이는 유선영 하사라면 그래도 육사 출신의 장교가 호감을 품었다는 것에 넘어갈 거라 생각했다.

유선영 하사도 그런 말에 살짝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진짜 날 좋아한다고? 갑자기?’

그때 유선영 하사의 휴대폰이 지잉지잉 울렸다. 발신자는 김호동 하사였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네네, 김 하사님.”

-유 하사 어디입니까?

“지금 관사에 도착했습니다.”

-벌써요? 황 하사 말을 들어보니 2소대장 차를 타고 갔다고 들었습니다.

“아, 예에······.”

-가시는 길에 별일은 없었죠? 다른 일은 없었습니까?

마치 그 소리가 윤태민 2소대장을 조심하라는 말로 전해졌다. 그러자 유선영 하사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만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윤태민 2소대장은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 다른 부대로 전출을 위해 대기 중이었다. 앞으로 진급에 있어서 문제가 될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런 놈의 말장난에 놀아날 뻔했어.’

유선영 하사의 머릿속이 차가워졌다. 전화를 끊은 후 고개를 돌려 윤태민 2소대장을 쳐다봤다.

“2소대장님 말씀은 저 성추행했다는 거죠?”

“유 하사. 무슨 그런 말을 해요. 우리 둘은 성인남녀고 내가 마음이 좀 있으니까 그런 거죠. 그걸 추행했다고 그러고 그럽니까.”

“그게 성추행이죠. 뭐라고 부릅니까?”

“와, 유 하사······.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참 섭섭하게 말합니다. 내가 황 하사가 유 하사를 낑낑거리며 데려오는 것을 여기까지 데리고 왔는데······. 그게 호의를 베푼 사람에게 할 소리입니까?”

“그래서 2소대장님은 저에게 그러셨습니까?”

“아니······. 그런 것이 아닙니다.”

윤태민 2소대장은 자신의 그런 객기를 후회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사과를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 봤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유선영 하사가 지금 막 180도 감정이 변해버렸다. 그런 것으로 봤을 때 자신이 사과를 해도 바뀌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하아, 제기랄······. 완전 똥 밟았네.’

윤태민 2소대장이 살짝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래서 뭡니까? 내가 성추행했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

“뭐라고 하셨습니까?”

“내가 성추행했다는 증거 말이에요.”

“방금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내가 뭐라고 그랬는데요? 난 아무런 말도 한 적이 없어요.”

윤태민 2소대장이 바로 잡아뗐다. 유선영 하사는 바로 억울한 표정이 되었다.

“아까 말씀하셨잖습니까. 저에게······ 호감이 생겨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됐다고.”

“그런데요? 난 유 하사 곤히 자고 있는데 목이 돌아가서 그거 바로 잡아주려고 그러려고 한 것밖에 없습니다. 그 얘기 한 것이 아닙니까?”

“지금 무슨 소리를 합니까. 제 가슴 만지지 않았습니까.”

“와, 생사람 잡으시네요. 잡을 것이 어디 있다고······.”

“그럼 왜 제 가슴 단추가 풀려 있죠. 그것도 두 번째 단추가 말입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 유 하사가 술 먹다가 풀어졌는지······ 아니, 아까 토하면서 풀 거 아닙니까?”

“그런 거 아닙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옥신각신했다. 윤태민 2소대장은 잔뜩 짜증이 난 얼굴로 말했다.

“됐습니다. 괜히 좋은 일 하려다가 오히려 성추행범으로 몰리네. 내리세요.”

윤태민 2소대장은 오히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버럭 했다. 유선영 하사는 얼굴이 붉어졌고 그대로 차에서 내렸다. 윤태민 2소대장의 차는 그대로 출발해 버렸다. 그런 윤태민 2소대장을 보며 유선영 하사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분명히 내 가슴 만진 것 같은데······. 저 인간을 어떻게 하지?”

다음 날 술이 깬 유선영 하사는 일단 박윤지 3소대장을 찾았다.

“3소대장님, 잠깐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습니까?”

“무슨 일인데요?”

“여기서 말고 말입니다. 잠깐 면담실로······.”

“그래요.”

박윤지 3소대장이 흔쾌히 허락을 한 후 면담실로 두 사람이 들어갔다.

“무슨 일인데요?”

“실은 저희 부사관 회식이 있었습니다.”

“네.”

“그런데 그곳에서 2소대장을 만났습니다.”

“2소대장을요?”

“제가 만나고 싶어서 만난 것이 아니라. 제가 취해서 황 하사가 절 부축했습니다. 그때 2소대장이 나타나서 저를 태워준다고 해서 차에 탔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