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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53화 (853/1,018)

< 03. 잘 좀 하지 그랬어?(32)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83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32)

김태호 상사가 슬쩍 홍민우 작전과장의 눈치를 봤다. 홍민우 작전과장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만약에 이 일을 까버리면 주임원사까지 엮여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뒤가 구린 주임원사의 비리가 터져 버릴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하물며 그 여파가 대대장까지 미칠 것이다.

‘하아, 가뜩이나 육본에 올라가는 일 때문에 예민하신 분인데······. 이 일로 심려를 끼쳐드릴 수는 없지.’

홍민우 작전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일단 대대장님께 그대로 보고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과장님.”

홍민우 작전과장이 그대로 대대로 들어갔다. 그 길로 송일중 대대장에게 있는 그대로 털어놨다.

“식중독은 17연대 치킨집 그 새끼가 폐기된 닭으로 튀겼단 말이지.”

“네.”

“그 녀석 미친 거 아니야? 군부대를 상대로 그런 식으로 장사하면 안 되는 거지.”

“아실지 모르겠지만 그곳이 주임원사 가족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뭐? 대대 주임원사?”

“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 병사 아닌가. 그럼 더 좋은 닭으로 보내줬어야지. 안 그런가!”

“아무래도 병사들에게 좋은 닭은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저도 몇 번 그 치킨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노린내도 나고 영 식감도 좋지 않아서 그 이후로 먹지 않았습니다.”

“하아, 진짜······. 주임원사는 도대체 동생을 어떻게 관리했기에 그래.”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방대철 주임원사가 들어왔다. 그를 보고 송일중 대대장이 바로 속으로 생각했다.

‘이야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송일중 대대장이 방대철 주임원사를 노려봤다. 방대철 주임원사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경례를 했다.

“충성. 대대장님 출근하셨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무슨 일이죠?”

“다른 것이 아니라 부식 관련해서 논의드릴 것이 있어서 말이죠.”

“부식 말이죠. 이리 앉으시죠.”

송일중 대대장이 자리를 권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방대철 주임원사는 바로 설명을 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부식업체랑 계약을 끝냈습니다. 전에 대대장님께서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부식이 영 시원치 않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부식업체를 새로 바꾸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들은 홍민우 작전과장이 속으로 피식 웃었다. 부식업체를 바꾸겠다는 말은 또 한탕 해 먹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송일중 대대장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사건이 터지기 전이라면 몰랐다. 하지만 17연대 치킨집 사건이 터져 버렸다. 그래서 봐줄 수가 없었다.

“주임원사.”

“네?”

“17연대 치킨집 아십니까?”

“어, 그게······. 네 압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그 말을 듣고는 바로 눈치를 살폈다. 그래도 짬밥은 무시 못 하는 것이 뭔가 이상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신지······.”

“거기 주임원사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 맞아요?”

“어······ 네. 그렇긴 합니다. 제 동생 놈이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왜 물어보십니까?”

“엊그제 4중대에서 회식을 한 모양입니다.”

“네.”

“뭘 먹었는데 4중대 병사들 중 20명이 넘게 식중독이 걸렸다고 합니다.”

“네에?”

방대철 주임원사의 눈이 커졌다. 지금까지 전혀 그런 보고는 없었다.

“식중독 걸린 병사들 전부 의무대에 있습니다. 거기서 직접 의무대장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17연대 치킨집에서 치킨을 먹었다고 합니다.”

“아, 그것이 어떻게 된 일이냐면······.”

방대철 주임원사는 많이 당황했는지 어쩔 줄을 몰랐다. 송일중 대대장이 말을 자르며 그를 불렀다.

“주임원사.”

“네.”

“내가 주임원사를 막 뭐라 하고 그런 적이 없죠.”

“물론이죠. 절대 그런 적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

방대철 주임원사가 입을 꾹 다물었다. 송일중 대대장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주임원사도 아시잖아요. 주임원사가 병사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자식처럼 아끼는 것을요. 그동안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있어도 좋게 좋게 넘어가고 그랬는데 이게 도대체 뭡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문제가 있는 닭을 보내서 병사들에게 식중독을 일으키게 합니까!”

“대대장님 죄송합니다. 워낙에 주문량이 많다 보니 급하게 튀겨서 보내야 해서 말이죠. 그 와중에 몇 마리가 들어간 모양입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변명을 하면서 사건을 축소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병사들이 먹었던 모든 닭들이 폐급 닭들이라는 것을 보고를 받았다. 송일중 대대장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주임원사.”

“네.”

“이제부터 내가 부대를 철저히 관리를 해야겠습니다. 이제 곧 육본으로 올라갈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지간한 것은 물 흐르듯이 조용히 흐르게 나뒀습니다. 그런데 이건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어후, 대대장님 제가 좀 더 신경 쓰고 관리하겠습니다.”

“그러니까요. 주임원사도 철저히 관리하고 나도 철저히 신경 써서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계십시오.”

“······.”

방대철 주임원사는 감히 거기에 대고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아참! 아까 뭐라고 했죠? 부식업체를 바꾼다고요?”

“······네.”

“그 부식업체 리스트 뽑아서 제게 올리세요. 제가 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

방대철 주임원사는 바로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대대장님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왜요? 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죠? 아니면 주임원사가 부식으로 뒷거래를 하시려고요?”

“어후,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방대철 주임원사는 화들짝 놀라며 두 손을 흔들었다.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내가 확인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계세요.”

“알겠습니다.”

“그래요, 이만 나가보세요.”

“네.”

방대철 주임원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대대장실을 나갔다. 나가는 그는 잔뜩 인상을 쓰며 어금니를 까득 깨물었다.

‘오상진 이 개새끼······. 날 이렇게 물 먹여? 어디 두고 보자.’

점심시간 4중대 간부들은 오랜만에 대대로 와서 점심을 먹었다. 윤태민 2소대장도 대대에서 혼자 점심을 해결한 후 밖에 나왔다. 그런데 대대 간부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 얘기 들었어?”

“뭔 얘기?”

“대대 주임원사 얘기 말이야.”

“무슨 일 있는 거야?”

“너 몰라?”

“말해봐. 뭔 일 있는 거야?”

“아니, 주임원사 식구 중 한 명이 17연대 치킨집을 하나 봐.”

“아! 거기······. 나도 알아. 그런데 맛은 별로 없던데.”

“그러니까. 나도 먹어본 적이 있는데 맛이 별로더라고. 아니지, 그것보다 4중대에서 중대 회식을 했나 보더라고. 그런데 썩은 닭으로 조리를 해서 치킨을 준 모양이야.”

“에이, 세상에······.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썩은 닭으로 치킨을 준다는 거야. 말도 안 돼!”

“말도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진짜라니까!”

“정말이라고? 그래서?”

“4중대장님이 사비로 치킨을 쏜 모양이더라고.”

“4중대장님이? 이야 4중대장님 돈 많으신가 보네. 혹시 금수저야 뭐야.”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그 사건 하나로 난리가 난 모양이더라고. 그 닭 먹고 4중대 인원 중에 20명 넘게 식중독이 걸린 모양이야.”

“그렇게나 많이? 와······. 잠깐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해.”

“아니야. 난리가 났지. 뭐 밖으로 나가지 않게 쉬쉬했지만 대대장님께서는 완전 빡치셨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내부적으로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야.”

“그래? 대대장님 완전 열 받았다면서.”

“그거 있잖아. 열은 받지만 사건을 크게 만들지 못하시는 이유 말이야.”

“아. 맞다. 그렇지. 윤태민 소위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신데 식중독 사건까지 나오면 좋을 것도 없지.”

“아무튼 그 일로 인해서 주임원사도 대대장님께 찍혔나 봐.”

“주임원사가 진짜?”

“그렇다니까.”

“주임원사가 대대장님께 찍힐 거라도 있나? 아니, 막말로 대대장님 육본 올라가면 새로운 대대장님 오실 거고. 그럼 원상복구 아닌가?”

“물론 그렇긴 한데······. 난 솔직히 주임원사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왜?”

“주임원사라고 해서 나를 완전 아랫사람 취급하더라고.”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주임원사가 그랬으려고.”

“정말이라니까. 이래서 괜히 장교들하고 부사관들이 선 긋는 거라니까.”

이런 얘기가 장교들 사이에 돌고 돌았다.

4중대 치킨 회식 사건은 아예 부대 전체로 퍼져 나갔다. 다들 모였다면 그 얘기를 안주 삼아 떠들어댔다. 하지만 윤태민 2소대장에게는 하나도 재미있지 않았다.

‘젠장할······. 이럴 줄 알았으면 빨리 전출을 가는 건데. 아, 이게 뭐냐.’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구석으로 가서 담배를 피웠다. 식중독 사건이 터진 후 윤태민 2소대장은 내심 오상진과 주임원사와 트러블이 생기길 바랐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내년 초에 자리를 옮기는 것에 대해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오상진이 제 잘난 맛에 중대장을 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윤태민 2소대장은 앞선 이민식 대위랑 지내면서 그의 밑바닥까지 봤다. 그런데 오상진은 자신보다 3살 정도 많다. 그런데 중대장이랍시고 나대는 것이 정말 꼴 보기 싫었다.

지잉, 지잉.

윤태민 2소대장에게 휴대폰이 울렸다.

“뭐야.”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그래서 안 받았는데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아이씨, 뭐야.”

윤태민 2소대장이 살짝 인상을 쓰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여기 대한 카드회사입니다. 혹시 윤태민 고객님 되십니까?

“네, 그런데 누구시라고요?”

-대한카드입니다.

“대한카드가 왜요?”

-네에, 고객님. 지금 통장에 잔액이 부족해서 대금 인출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카드 대금이요? 그럴 리가 없는데.”

윤태민 2소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잠깐 고민을 하던 그가 바로 눈을 크게 떴다.

“아, 그러고 보니 집에서 생활비가 들어올 때가 되었는데······. 안 들어왔나 보네. 제가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네, 고객님.

윤태민 2소대장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곧장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엄마!”

-왜?

“내 생활비 안 넣었어?”

-생활비는 무슨 생활비. 너 외할아버지 말씀 못 들었어?

“무슨 말?”

-너 정신 차릴 때까지 일체 지원 없기로 했다면서.

“그건 외할아버지가 용돈 안 준다는 소리 아니었어?”

-엄마 가게도 외할아버지 이름으로 된 거 몰라?

“그래서 뭐? 나 생활비 안 넣어 준다고? 엄마 그러는 것이 어디 있어!”

-이놈아. 말은 바로 하자. 너 백수도 아니고 멀쩡히 군 생활 잘하고 있는데 너 월급 받는 거 얻다가 쓰고 있니?

“엄마. 그건 그거고······. 용돈은 용돈이지. 엄마가 뭐라고 그랬어. 외할아버지 뒤만 이어 주면 뭐든 다 해 주겠다며. 그래서 내가 그 조건으로 군 생활하고 있는데 진짜 이럴 수 있어?”

엄마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들. 엄마가 이런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는데. 너 여태까지 엄마가 너 뒷수습하는 거 힘들어 죽겠다. 적당히 사고 좀 쳐. 너희 아빠도 문제인데 너까지 그러면 이 엄마는 어떻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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