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850화 (850/1,018)

< 03. 잘 좀 하지 그랬어?(29)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80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29)

‘이런······. 어떻게 알았지? 눈치 못 챌 거라 생각했는데.’

방대호 사장은 어떻게 변명을 할까 고민했다.

사실 간부들은 보통은 뭘 먹든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실제로 병사들이 먹을 때 신경 쓰지 말도록 간부들에게 서비스로 생맥주도 보내줬다. 그런데 이렇듯 빨리 눈치를 채고 연락할 줄은 몰랐다.

“어, 그게······. 가끔씩 상태 안 좋은 닭이 들어오나 봅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100마리나 튀겼고, 급하게 튀기다 보니 상태를 확인도 못 했고······.”

방대호 사장이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니요. 사장님. 몇 마리가 아니라 병사들 먹는 것 전체가 다 그렇습니다.

“네에? 정말입니까?”

-네! 지금 중대장님도 일일이 다 확인하고 있습니다.

방대호 사장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설마하니 그렇게까지 일일이 확인할 줄은 몰랐다.

“아······ 그럴 리가 없는데. 제가 바로 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네, 빨리 부탁드립니다.

방대호 사장이 전화를 끊었다. 그는 바로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와, 시발. 엿 됐네.”

“왜? 무슨 일인데.”

“4중대에 보낸 치킨 말이야. 상태가 안 좋다고.”

“뭐?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실은······.”

방대호 사장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하려는데 방대철 주임원사가 바로 눈치를 깠다.

“야이씨! 너 상태 안 좋은 닭을 튀겨서 보낸 거냐?”

“아니, 병사들이 먹는 거잖아! 그리고 기름에 튀겨서 문제없을 줄 알았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새끼야······. 그래서 얼마나 문제가 있는데?”

“그게 뭐······.”

방대호 사장이 우물쭈물 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눈을 부릅떴다.

“솔직히 말해 인마. 그래야 내가 도와줄 거 아니야.”

“그냥 전부 다. 병사들이 먹는 치킨 전부.”

“뭐라고?”

“그래도 간부들이 먹는 닭들은 따로 신경 써서 뺐어.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방대호 사장이 고개를 갸웃하자 방대철 주임원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휴, 인마. 모두 다 같은 상태 것을 튀기면 어떻게 해. 가뜩이나 4중대장이 부대 뒤집어서 난리도 아닌데.”

“뭐? 4중대장이 부대를 뒤집다니?”

“내가 지난번에 말했잖아. 꼴통 새끼 하나 들어와서 부대가 시끄럽다고.”

“그게 4중대장이었어?”

“그래 인마. 내가 말했는데 넌 뭔 소리를 들었어.”

“형이 그렇게 말을 하면 내가 아나. 부대에 관심도 없고.”

“어후 답답한 새끼.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지금 중대로 들어와 보라고 하는데······. 그러지 말고, 형! 형이 좀 어떻게 해주면 안 될까?”

방대호 사장이 방대철 주임원사에게 매달렸다. 방대철 주임원사의 눈이 커졌다.

“뭐? 내가?”

“혀어어엉! 대신에 이 일 처리해 주면 형이 하라는 대로 부식업체 차릴게.”

“너어, 이씨······. 나중에 딴소리하지 마.”

“알았어.”

방대철 주임원사가 전투모를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가자고? 나도?”

“그럼!”

“형이 처리해 주기로 한 거 아니야?”

“야이씨! 내가 뒤에서 수습을 하더라도, 네가 직접 가서 사과는 해야지. 중대장이 널 불렀는데 네가 안 가고 내가 가면 중대장 체면은 뭐가 돼.”

“아, 또 그런가?”

“잔소리 말고, 빨리빨리 준비하고 가자.”

“알았어.”

두 사람이 치킨 집을 나서려는데 방대호 사장이 탁자 위에 있는 맥주를 봤다.

“에이씨. 먹지도 않을 거면서 왜 뚜껑은 땄어. 냉장고에 넣지도 못하겠네.”

“인마, 지금 맥주가 중요해? 빨리 가자고!”

그렇게 두 사람이 서둘러 차에 올랐다.

방대철 사장이 김태호 상사의 연락을 받고 오는 동안 소대장들과 부사관들이 식당 통제에 들어갔다.

“야야야, 거기 먹지 마라.”

“이놈들아 먹지 말라는데 왜 자꾸 손이 가!”

그러자 병사들이 변명했다.

“제 것은 먹어도 괜찮을 것 같지 말입니다.”

“야이씨! 닭에 이상이 있다고 하잖아.”

“괜찮습니다. 저는 상한 닭 먹고도 끄떡없었습니다.”

“이 새끼들 진짜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병사들은 오랜만에 치킨다운 치킨을 먹었다. 그런 것에 이미 눈이 돌아갔기에 멈출 수가 없었다.

“손 떼! 손 떼라고!”

부사관들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 사이에 소대장들이 모여서 얘기를 주고받았다. 특히 박윤지 3소대장이 궁금증을 느끼며 물었다.

“닭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글쎄 말입니다. 행보관님이 중대장님하고 얘기를 하는 것을 보니, 닭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내가 먹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윤태민 2소대장을 힐끔 바라 본 오상진이 슬쩍 물었다.

“2소대장은 어때?”

윤태민 2소대장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뭐, 제 치킨에서도 누린내가 나고 그랬습니다.”

“그래? 자네 나랑 같은 거 먹지 않았어?”

“네. 그렇지 말입니다.”

“이상하네. 내 입이 이상한 건지 자네 입이 이상한 건지 모르겠네.”

윤태민 2소대장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김호동 하사가 김태호 상사에게 다가갔다.

“행보관님.”

“왜?”

“이 닭 말입니다. 어디서 구입하셨습니까?”

“거기 찍혀 있잖아.”

김태호 상사가 치킨이 담아져 있는 박스를 가리켰다. 그것을 본 김호동 하사의 눈이 커졌다.

“어? 17연대 치킨집입니까?”

“그래. 거기 말고 또 17연대 치킨집이 있어?”

“우리 대대 근처에 17연대 간판 걸고 하는 곳 많습니다.”

“그래?”

“정확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정말 거기 맞습니까? 요 앞 사거리에 있는 거기 말입니다.”

“맞는데. 너 아까 사장님 얼굴 안 봤어?”

“저 그때 여기 없었습니다. 창고 정리하고 먹기 전에 식당에 도착했는데 말입니다. 행보관님이 자재 체크 하라고 했지 않습니까.”

“아, 맞다. 그랬지.”

“어쨌든 만약 거기면 아마 대대 주임원사님 막냇동생분이 하는 곳일 텐데 말입니다.”

“대대 주임원사?”

김태호 상사의 눈이 커지며 뭔가를 떠올렸다. 김태호 상사도 대대에 있을 때 그런 얘기를 얼핏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아참! 그러고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음, 이러다가 대대 주임원사님이 출동하시는 거 아닙니까?”

“야, 치킨 하나 가지고 주임원사님까지 출동해?”

“그런데 이게 그냥 치킨 하나가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슬쩍 훑어봤는데 병사들이 먹는 닭들은 대부분 다 문제가 있던데 말입니다.”

그러자 김태호 상사가 한숨을 내쉬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솔직히 무슨 배짱으로 이런 짓을 했는지, 아니면 자신을 무시해서 그랬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만약에 대대 주임원사를 믿고 그랬던 것이라면 이해는 조금 되었다.

‘아니야, 아니지. 거기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닭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튀겼을 수도 있어. 일단은 얘기를 들어보자.’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고 얼마 후 방대철 대대주임원사 차량이 도착을 했다. 조수석에서 방대호 사장이 내리고, 운전석에서는 방대철 주임원사가 내렸다.

“충성. 주임원사님.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김태호 상사가 바로 경례를 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경례를 받은 후 입을 열었다.

“어, 그래. 김 상사. 별일 없지?”

“아, 예에······.”

“듣기론 치킨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그렇습니다. 그게······.”

김태호 상사가 막을 말을 하려는데 방대호 사장이 재빨리 달려와 굽신거렸다.

“아이고 행보관님 죄송합니다. 어떻게 된 거죠?”

방대호 사장의 말에 김태호 상사는 떨떠름했다. 뭔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오상진이 다가왔다. 방대호 주임원사가 바로 친한 척을 했다.

“아이고, 중대장님. 저 기억하십니까.”

“아, 네에. 주임원사님. 당연히 기억하죠.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그게······.”

슬쩍 옆에 있는 방대호 사장의 옆구리를 툭 쳤다.

“넌 뭐해. 빨리 사과드리지 않고.”

“응? 아, 네! 죄송합니다, 중대장님.”

방대호 사장이 대번에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사과를 했다.

“제가 엄청난 실수를 했어요. 닭들의 상태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미처 닭들의 상태를 확인 못 했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영문을 몰라 하고 있는데 김태호 상사가 넌지시 다가와 속삭였다.

“중대장님. 치킨집 사장이 대대 주임원사 막냇동생분이라고 합니다.”

“아, 그래요.”

방대철 주임원사가 괜히 식당들을 돌아다니며 치킨들을 확인했다.

“아이고, 닭들이 조금씩 상했네.”

오상진이 봤을 때는 매우 심각한 닭 상태였다. 그런데 방대철 주임원사가 먼저 선수를 쳤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쭉 훑어보다가 다시 오상진에게 다가갔다.

“제가 봤는데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닭들이 상한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제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저도 치킨집 사정을 뻔히 압니다. 날도 덥고, 시설이 좀 오래되어서 냉동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닭들이 얼었다, 녹았다 하면 좀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이해를 좀 해주십시오.”

방대철 주임원사가 그런 식으로 슬그머니 넘어가려고 했다. 오상진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저기 주임원사님.”

“네?”

“원래 다른 중대 일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까?”

“무슨······.”

“이 일 대대장님도 알고 계십니까?”

“그게 무슨 말씀인지······.”

방대철 주임원사가 눈을 크게 했다. 오상진이 차분하게 얘기를 했다.

“지금 보다시피 저희 중대 회식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혹시 제가 중대 회식인데 대대장님을 모시지 않아서 그러십니까?”

“아니, 그게 무슨······.”

방대철 주임원사는 자신의 짬과 영향력으로 대충 덮으려고 나온 것인데 오상진은 마치 대대장님은 이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오히려 반문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서로서로 눈치 빠르게 좋게 넘어가자는 분위기인데 오상진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주임원사의 사정은 모르겠고 대대장님을 중대 회식에 부르지 않아서 삐진 것이냐며 다른 식으로 말을 한 것이다.

갑자기 오상진이 저렇게 나오니 방대철 주임원사는 당황했다.

‘뭐야, 이 자식. 갑자기 왜 이래. 충분히 얘기했는데······.’

방대철 주임원사가 눈을 끔뻑끔뻑거리자 오상진이 김태호 상사를 보며 입을 열었다.

“행보관님 아무래도 저희가 큰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중대 회식이라고 해도 대대장님께 말씀드려서 잠깐이라도 참석해 달라고 말씀을 드렸어야 했나 봅니다.”

그러자 김태호 상사도 재빠르게 눈치를 채고 동조를 했다.

“예예, 중대장님. 제가 깜빡하고 그 생각을 못 했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중대장님.”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태호 상사가 재빨리 휴대폰을 꺼냈다. 갑자기 방대철 주임원사가 만류했다.

“아이고 중대장님 왜 이러십니까.”

“네?”

“별것도 아닌 일을 크게 만드시려고 하십니까.”

“이게 별것도 아닌 일입니까?”

오상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만약에 이 자리에 대대장을 모신 자리에서 이런 닭이 나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오상진의 말에 방대철 주임원사가 땀을 삐질 흘렸다. 솔직히 말해서 대대에서 오래 있긴 하지만 송일중 대대장과는 썩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송일중 대대장 앞에서 알랑방귀도 뀌고, 장단을 맞춰주니 좋게좋게 넘어갈 뿐 송일중 대대장 라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긴 어려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