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 잘 좀 하지 그랬어?(28)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79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28)
“저 일병 4호봉이지 말입니다.”
“아직 일병 나부랭이가 무슨······. 이 정도 냄새는 아무것도 아니야. 게다가 원래 군대에서 먹는 치킨은 다 그래. 이 정도 누린내는 그냥 다 먹는 것이야.”
“아, 그런 겁니까?”
“그래!”
그 일병뿐만이 아니었다. 식당에 있는 몇몇 병사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런 줄도 모르고 김태호 상사가 잘 튀겨진 닭다리를 하나 들어서 오상진에게 가져갔다.
“중대장님 다리 하나 뜯으시죠.”
“행보관님 드십시오.”
“에이, 중대장님께서 먼저 드셔야죠. 자, 어서 드십시오.”
“후후후, 네.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미소를 보이며 김태호 상사가 건넨 닭다리를 뜯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오오, 생각보다 괜찮네요.”
“이 집이 좀 오래되었습니다. 저도 이 집에서 가끔 시켜 먹습니다. 나름 맛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집에서 시킨 것이 아닙니까. 껄껄껄.”
김태호 상사가 크게 웃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리 행보관님 안목이 좋으십니다.”
오상진도 닭다리를 뜯으며 같이 웃었다. 그렇게 다른 장교들 역시 닭을 뜯고, 부사관들도 함께 맛나게 닭을 먹었다. 그런데 한쪽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 이건 진짜 못 먹겠지 말입니다.”
“무슨 소리지?”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니 일병 하나가 고참에게 혼나고 있었다.
“야이씨, 먹으라니까.”
“진짜 못 먹겠습니다. 구역질이 나려고 합니다. 여기 보십시오. 뼈도 시커멓지 않습니까. 이거 먹으면 죽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강하게 엄살을 부리는 사람은 박상태 일병이었다. 그에게 한마디 하고 있는 병사는 최진국 상병이었다. 오상진이 가만히 그곳으로 걸어갔다.
“왜? 무슨 일이야?”
최진국 상병이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상진의 시선이 박상태 일병에게 향했다. 박상태 일병이 움찔하며 대답했다.
“죄, 죄송합니다.”
“아니 뭐, 닭이 문제가 있다고?”
“그게 아니라······.”
“괜찮으니까, 말해봐.”
“여기를 좀······.”
박상태 상병이 내민 닭의 뼈가 시커멨다. 오상진은 표정이 심각해지며 말했다.
“이거 네가 먹은 거야?”
“네.”
“어이구, 이건 좀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은데.”
오상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하니까, 최진국 상병도 슬그머니 자신의 치킨 상태를 확인했다. 자신이 먹던 뼈도 마찬가지였다.
“저어, 중대장님.”
“응?”
“제 것도 좀 그렇습니다.”
“어디 봐.”
오상진이 발골된 뼈를 확인했다. 역시나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미안한데 중대장이 한번 먹어봐도 돼?”
“중대장님 맛이 좀 이상합니다. 냄새도 좀 나고 말입니다.”
“괜찮아.”
오상진이 대답을 하고는 치킨 한 조각을 입에 가져갔다. 그런데 한 입 베어 물자 누린내가 확 풍겨왔다. 그 냄새는 둘째 치고 먹는 식감도 달랐다. 그냥 살이 찢어지는 느낌이 아닌 그냥 고구마 삶은 것이 뭉개지는 듯 그런 느낌이었다.
“퉷!”
오상진이 바로 뱉어냈다.
“이거 뭐지? 이거 왜 이래?”
“왜 그러십니까?”
어느새 옆까지 찾아온 김태호 상사가 물었다. 오상진이 바로 치킨 한 조각을 그에게 건넸다.
“행보관님도 한번 먹어보십시오.”
김태호 상사가 바로 한 입 베어 물고는 바로 뱉었다.
“이거 뭐야! 맛이 왜 이래. 아무래도 상태가 안 좋은 닭이 섞여 있나 봅니다.”
김태호 상사가 대충 쭉 훑어보더니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거 한두 마리가 아닌 모양입니다.”
오상진도 주변을 둘러봤다. 병사들 표정이 대부분 좋지 않았다.
“잠깐 다들 주목! 먹던 치킨 다들 내려놓고, 혹시나 자기가 먹는 치킨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 거수!”
식당에 울려 퍼진 오상진의 한 마디. 그러자 병사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웅성웅성거렸다. 김태소 상사가 다시 한번 말했다.
“지금 상태 안 좋은 치킨을 발견했다. 먹고 탈이 날 수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상태가 안 좋은 것이 있다면 바로바로 말해라.”
그때부터 하나둘 병사들이 눈치를 살피며 손을 들었다. 그런데 전원이 손을 드는 것이었다. 김태호 상사가 순간 당황했다.
“뭐야. 전부 다야? 이것들이 무슨 말만 하면······.”
김태호 상사가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다 체크를 해나갔다. 그런데 진짜 다 모든 치킨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것도 안 좋고, 이것도, 이것도······.”
병사들이 먹은 뼈만 확인을 해도 알았다. 다들 치킨 몇 조각씩 먹은 것이다.
“야, 이놈들아. 문제가 있다면 바로 말하고 멈춰야지. 이걸 왜 먹어!”
“솔직히 이 정도는 먹을 만해서 그냥 먹었습니다.”
“이런 미련한 놈들······.”
오상진도 돌아다니면 하나하나 확인했다. 전부 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보통 이런 것들이 맞습니까?”
전부 이런 치킨들이니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솔직히 오골계의 뼈가 검은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골계는 엄청 비싼 닭이었다. 하물며 오골계로 한 후라이드 닭은 본 적이 없었다.
“이상하네.”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장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김진수 1소대장이 먹던 치킨을 살폈다.
“왜 그러십니까?”
“1소대장. 자네가 먹는 치킨은 괜찮아?”
“네. 저는 맛있게 먹고 있는데 말입니다.”
오상진도 김진수 1소대장이 먹던 뼈를 봤다.
“하얗다. 그런데 병사들 것은 시커멓고······.”
오상진은 김진수 1소대장 것만이 아니라, 모든 장교들이 먹는 것과 부사관이 먹는 것까지 확인했다. 간부들이 먹던 치킨은 모두 정상이었다.
오상진이 다가온 김태호 상사를 불렀다.
“행보관님.”
“네.”
“이게 우연입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심각한 표정을 짓던 김태호 상사가 번뜩 뭔가를 떠올렸다.
“아, 맞다. 아까 치킨집 사장이 치킨 옮기는 것을 도와준다고 했는데 자기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했습니다. 혹시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닙니까?”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행보관님 치킨집 사장님께 연락 좀 해보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즐거워야 할 첫 부대 회식이 상태 나쁜 치킨으로 인해 중단되었다.
방대호 사장은 4중대에 치킨을 모두 배달한 후 가게로 돌아왔다. 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내 히죽 웃었다. 그런데 가게에 사단 주임원사이자 친형인 방대철이 와 있었다.
“어, 형이 왜 일이야?”
“야! 너 말이야. 4중대 회식한다고 치킨 배달했다며.”
“어? 그건 어떻게 알았데.”
“조금 전에 제수씨가 말해주더라. 4중대 치킨 배달 갔다고.”
“아이고 이놈의 여편네. 입이 싸다니까.”
“그래서 얼마나 챙겼어?”
“챙기긴 누가 챙겨.”
“4중대에 100마리 정도 튀겼다면서.”
“와, 형! 해도 너무한다. 그래서 형! 수수료라도 떼게?”
“야, 인마. 그래도 내가 대대 주임원사로 있으니까, 군인들이 여기로 치킨을 시켜 먹지. 뭐, 그냥 시켰겠냐?”
“그것 때문에 내가 치킨값을 얼마나 깎아 줬는 줄 알아.”
“얼마나 깎아 줬는데.”
“한 마리에 5천 원 받았다.”
“5천 원? 너무 조금 받은 거 아니냐.”
“그럼 어떻게 해. 형 부대라고 조금 신경을 써야지.”
“어이구 미련한 놈. 그래도 남는 거라도 있어야지. 아니면 형에게 말을 하던가. 그럼 제값 받아 줬을 텐데.”
“됐고. 100마리 튀겨서 남는 것도 없으니까 괜히 뜯어 먹을 생각하지 마.”
“저놈 말하는 것 봐라. 알았으니까, 치킨이나 한 마리 튀겨와서 상이나 차려.”
“왜? 한잔하고 가게?”
“그럼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냐?”
“알았어. 앉아 있어.”
방대호 사장이 안으로 들어가서 치킨 한 마리를 튀겨서 나왔다. 그 사이 방대철 주임원사는 멋대로 냉장고에서 맥주 몇 병을 꺼냈다.
“아니, 얼마나 마시려고 그래. 대충 치킨이나 먹고 가지.”
“야, 이 자식. 해도 너무하네. 형이 아주 기가 막힌 사업을 하나 가지고 왔는데 나에게 이럴 거야?”
“기가 막힌 사업? 그게 뭔데?”
“너 말이야. 따로 부업 할 생각 없냐?”
“부업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니, 우리 연대에서 부식 업체를 바꿀 모양이야.”
“부식 업체를?”
“그래. 부식 업체라고 해서 별것 없고, 연대에 필요한 것들을 사다주면 되는 거야.”
“그런데?”
“그런데는 뭐가 그런데야. 멍청아! 네가 할 생각이 없냐고?”
“그럼 나보고 치킨집 하지 말고, 그거 하라고?”
“누기 치킨집 접으래? 이건 이거대로 하고, 사업장 하나 더 내서 하란 말이야.”
“아, 그래서 중간에 형이 좀 떼먹고?”
방대호 사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방대철 주임원사가 바로 인상을 썼다.
“이 자식아. 떼먹는다니. 권리비, 권리비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하니. 군대 일이라는 것이 다 인맥이라는 것이고······.”
“어이구 알았어요. 알았어. 잔소리는······.”
방대호 사장이 바로 방대철 주임원사의 입을 막았다.
“이 자식은 형이 얘기하는데.”
“아무튼 그 일을 하면 중간에서 형이 권리비를 챙기는 거고?”
“그래. 어차피 부대 부식 갖다 주는 것도 얼마나 잘 들어오겠어. 대충 알게 모르게 해 먹고 그러는 거지.”
“그러니까, 내가 알게 모르게 해 먹고 형은 중간에서 또 해 드시고?”
“아이씨, 말 좋게 하라고 했지.”
“형이 먼저 시작했잖아.”
“아무튼 할 거야, 말 거야.”
“그건 솔직히 생각해 봐야겠는데.”
“뭐?”
“솔직히 나 치킨집 접고, 회사 취직할까 했지.”
“아이고, 지랄하지 마세요. 퍽이나 취직하겠다. 너 지난번 회사도 사장 들이박고 나온 거 기억 안 나?”
“아, 그때는 사장이 완전히 개새끼였고.”
방대호 사장이 덤덤히 말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인마, 너는 뭐 정상이냐?”
“형! 날 너무 무시하더라.”
“아까 제수씨랑 잠깐 얘기했는데 너 걱정 많이 하더라.”
“우리 집사람이 뭐라고 하던데.”
“뭘 뭐라고 해. 치킨 장사가 잘 안된다면서. 내가 그렇게 부대에 말하고 그래 줬는데도 장사가 안될 정도면 네가 장사에 소질이 없는 것이 아니냐.”
“그래서 장사 접는다고 했잖아.”
“야야, 그러지 말고. 형 말대로 부식사업체 하나 만들어라. 창고만 구하면 돼. 납품만 잘하면 아무 문제 없어. 형이 중간에서 잘 말해줄게.”
“음, 그런 식이면 나야 좋지만······. 이거 안전한 거야?”
“당연히 안전한 거지. 이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라. 어차피 내가 선정하게 되어 있거든.”
“그래? 이거 하면 얼마나 벌 수 있는데?”
“그래도 치킨집 하는 것보다는 괜찮지.”
“으음, 생각을 해봐야겠는데.”
방대호는 바로 승낙하지 않았다. 일단은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한 발 뺐다. 그런데 가게 전화벨이 울렸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잠깐만······. 네, 치킨집입니다.”
-네, 사장님. 여기 4중대 행보관입니다.
“아, 네네. 행보관님 무슨 일이죠?”
-아니, 방금 보내주신 치킨 말이죠. 상태가 다 좋지 않습니다.
“네? 그게 무슨······.”
방대호 사장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아니, 병사들이 치킨을 먹는데 하나같이 누린내가 나고, 그것보다 상태가 전부 다 좋지 않습니다.
순간 방대호 사장의 표정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