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847화 (847/1,018)

< 03. 잘 좀 하지 그랬어?(2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77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26)

‘어차피 티셔츠는 제작을 할 것이니까.’

그런 면에서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여사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전화로 티를 제작한다고 하셨는데······ 무슨 티를 제작하시려고요?”

“아, 군부대에서 체육대회를 하는데 저희 중대원들이 입을 단체복을 맞추려고 합니다.”

“군대에서 무슨 단체복도 맞추고 그래요?”

“다 그런 것은 아니고요.”

“그러면 혹시······.”

여사장은 오상진의 계급을 슬쩍 봤다. 다이아 3개, 즉 대위였다.

“대위시네요. 그럼 중대장님?”

“네.”

“아, 중대장님께서 직접 오시는 거예요?”

“네. 그런데 바로 아십니다.”

“그럼요. 저는 이곳 토박이잖아요. 군부대 근처에서 가게 하는데 그 정도는 기본으로 알아야죠. 호호호.”

여사장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남편분 되는 사람이 나왔다.

“손님 왔어?”

“네. 이분이 글쎄 중대장님이라네요. 직접 티를 맞추려고 한데요.”

“아, 그래요. 중대장님께서 직접 오시고······. 대단하십니다.”

“아, 네, 뭐······.”

오상진은 계속해서 미소만 지었다. 그러다가 남편분이 말했다.

“나도 여기 나왔는데.”

“네?”

“여기 부대 나왔다고요.”

“아, 그래요? 원래 자기 고향에는 잘 배치를 안 하는데······.”

“고향은 여기 아닙니다. 군대를 여기 다니다가 이 사람 만나서 아예 정착을 해버린 거죠.”

“아, 그러시구나.”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남편분이 슬쩍 물었다.

“그보다 아직도 그분 계시나? 지금은 연대장님이시지. 곽종윤 대령님. 맞나?”

“네, 맞습니다.”

“그 양반이 나 군대 있을 때 대대장인가 그랬습니다.”

“어이구, 한창 선배님이시네요.”

“선배는 무슨······. 제가 육사를 나온 것도 아니고 그냥 병 출신인데요.”

남편분이 멋쩍게 웃었다. 그러다가 슬쩍 물었다.

“그건 그렇고 몇 벌이나 필요하십니까?”

“보통 몇 벌씩 하나요?”

“아, 우리는 최소한 50벌은 해야지 작업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뭐,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군부대에서 오셨다고 하니까. 제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맞춰드려야죠.”

남편분이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 오상진이 미소를 보였다.

“일단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저희 인원이 대략 100명 정도 됩니다. 그래서 좀 넉넉잡아서 110벌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이구, 그렇게나 많이요. 그럼 다시 한번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제가 만복상사 김철규라고 합니다.”

김철규는 환한 얼굴로 오상진에게 악수를 청했다. 오상진도 바로 악수를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잘 부탁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안 그러셔도 됩니다. 너무 싸게 할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체육대회를 하려면 옷이 튼튼해야지 않습니까.”

“그럼요. 얇은 것을 쓰면 운동하다가 다치죠.”

“그러니까요. 그런 것을 생각해서 저는 가능하면 제대하고 집에도 가져갈 수 있는 그 정도의 퀄리티를 원하고 있습니다.”

“오오, 그 정도면 원단을 제법 고급진 걸로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렇긴 한데······ 괜찮은 원단이라도 있습니다.”

“그럼요. 내가 아는 스포츠웨어 전문적으로 하는 중소기업이 있습니다. 거기 원단이 괜찮습니다.”

“그래요?”

“네. 아, 오해를 하지 마십시오. 제가 그쪽에서 뭔가를 받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조금 전에도 봤겠지만 짝퉁 브랜드도 많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제대 후에 기념으로 가져가려면 아무래도 오래 입어도 크게 문제가 없을 스포츠웨어가 낫지 않겠어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철욱이 바로 말했다.

“아마 괜찮은 걸로 하시면 단가도 좀 높다는 것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금액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 마십시오. 저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한 번 비슷하게 제작한 적도 있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그러면 얘기하기가 편해집니다.”

김철욱은 해당 스포츠웨어 전문 공장에 전화를 걸어서 단체복 제작이 가능한지 물었다. 곧바로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전화를 끊었다. 그사이 오상진은 매장 내를 구경하고 있었다.

“중대장님.”

“아, 네에.”

“그쪽하고 얘기를 잘 해봤는데 한 장당 3만 원 정도 얘기를 하던데요.”

김철욱이 말을 하면서도 슬쩍 오상진의 눈치를 살폈다.

“3만 원이라······. 그 정도면 어느 정도 퀄리티인지 확인 가능할까요?”

“가능하죠. 잠시만요.”

김철욱이 재빨리 티셔츠 하나를 챙겨서 가져왔다.

“이 정도일 겁니다.”

그 회사에서 나왔다는 스포츠웨어를 가져온 것이었다. 오상진은 한 참 후에 나올 그런 기능성 스포츠웨어처럼 엄청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요.”

“그럼 금액은······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그렇게 해주세요.”

“어후, 너무 시원시원하게 말씀해 주셔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사장님도 이익은 남기셔야죠.”

“그럼 제가 별것은 아니지만 양말은 따로 챙겨 드리겠습니다.”

“어후, 그러면 좋죠.”

“그리고 또 필요하신 것은 있어요? 아니면 상의만 하십니까?”

“아뇨. 기왕이면 반바지도 같이 해주시죠.”

“반바지도요. 그럼 단가가······.”

김철욱의 사장이 나름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말했다.

“5만원이면 상, 하의 다 가능한데 괜찮으세요?”

“네, 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김철욱이 재빨리 반바지도 챙겨서 가져와 보여줬다.

“괜찮네요.”

오상진은 손으로 재질을 확인했다. 역시 나쁘지는 않았다.

“이렇게 해주세요.”

“또 다른 것은요?”

“아뇨, 이제 됐어요. 이거 언제까지 가능하세요?”

“사이즈나, 디자인을 빨리 보내주시면 아마 사나흘이면 가능합니다.”

“사장님 혹시 옷에 부대 마크도 넣을 수 있습니까?”

“부대 마크요? 당연히 넣어 드려야죠.”

“그럼 부대 마크랑, 중대명. 그 정도만 들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

“으음, 병사들 입장에서는 나중에 사복으로 못 입고 다닐 텐데요.”

“어쨌든 기념으로 갖고 있는 것이니까요.”

“하긴 그것도 그렇겠네요. 기껏 부대에서 단체복을 제작했는데 그게 무슨 옷인지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네요.”

“그렇죠.”

오상진이 대답했다. 그렇게 김철욱은 계약서를 작성해서 오상진에게 내밀었다.

“자, 계약서는 여기 있고요. 디자인이나 사이즈는 바로 연락 주시면 제작 들어갈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알려드릴게요.”

“네네.”

“아, 그리고 명함 하나 주세요.”

“여기 있습니다.”

김철욱이 냉큼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오상진은 그것을 받아 들고 의류 매장을 나와 중대로 복귀했다.

그 시각 김진수 1소대장은 축구팀을 꾸리기 위해 전 병력을 대상으로 축구 관련 테스트를 펼치고 있었다. 그런데 모인 인원이 엄청 많았다. 4중대 거의 대부분의 병력이 테스트를 받으려고 나와 있었다. 물론 경계 근무를 서는 병력 빼고 말이다.

아무튼 운동 좀 한다는 병사들은 다 몰렸고, 그러다 보니 선수들을 구하지 못한 박윤지 3소대장과 홍일동 4소대장도 어쩔 수 없이 축구선수들을 선발하는 테스트에 심사위원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미안해, 나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김진수 1소대장의 말에 박윤지 3소대장이 바로 답했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뭐, 체육대회는 중복으로 출전해도 된다고 합니다.”

홍일동 4소대장도 말했다.

“이렇듯 병력들이 많이 모였는데 당연히 저희들이 도와야죠. 1소대장님 혼자 하시면 시간 많이 걸릴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거든. 두 사람이 도와준다고 해서 한결 마음이 편안하네. 그보다 2소대장은 안 보이네.”

“2소대장에게 같이 가자고 했는데 본인은 씨름할 인원들 찾아야 한다면서 바쁘다고 합니다.”

“잘됐어. 2소대장 와봤자 애들이 편안하게 공을 차겠어. 2소대장 눈치만 보겠지.”

“하긴 그렇겠지, 말입니다.”

윤태민 2소대장은 오상진이 나서면서 그의 왕국을 무너뜨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윤태민 2소대장의 영향력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쉽게 말해서 다들 윤태민 2소대장에게 알게 모르게 빚진 것이 있었다.

막말로 옆에 있던 사람이 배신을 하니 자기도 똑같이 배신을 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윤태민 2소대장이 빤히 바라보고 있다? 그런 불편한 상황에서 편히 공을 차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테스트를 하실 겁니까?”

“음······ 일단은 체력 테스트부터 해야지.”

“체력 테스트 말입니까?”

“아무래도 축구는 체력 테스트부터 해야지. 러닝을 통해 체력이 약한 애들을 떨궈내야지. 안 그래?”

김진수 1소대장의 말에 박윤지 3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홍일동 4소대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축구에서는 포지션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체력 테스트로 뽑는 것은 좀······.”

홍일동 4소대장은 살짝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소싯적에 축구를 좀 했다는 애들치고 체력이 안 좋은 애들은 별로 없었다.

“알아. 그래도 말이야. 체력 좋은 애치고 축구 못하는 애들은 못 봤어.”

“그건 그렇지만······.”

“자자, 일단 시작해 보자. 애들 다 모였어?”

김진수 1소대장이 바로 물었다.

“4열 종대로 모여!”

대략 60여 명이 모인 것 같았다. 앞줄에는 병장들과 상병들이 뒤로는 일병과 이등병들이 섰다.

“간단하게 체력 테스트부터 할 테니까. 지금부터 연병장을 돌자.”

“네. 알겠습니다.”

“좋아. 인솔자 앞으로!”

병장 한 명이 나왔다. 김진수 1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시작해.”

“넵!”

“뛰어!”

“얍!”

“가!”

병사들이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산책하듯 구보를 했다. 구보야 아침 점호 때 항상 하던 것이라 큰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연병장을 몇 바퀴 돌다 보니 점점 탈락자가 나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 병장들도 보였다. 1소대 조승욱 병장이랑 2소대 장태진 병장이 뒤처지기 시작한 것이다.

“야! 조승욱, 장태진! 너희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 탈락!”

“아닙니다. 저희 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더 뛸 수 있습니다. 지금 숨 고르고 있었지 말입니다.”

“알았으니까, 숨 고르기는 저기 가서 해.”

“진짜, 저 놓치시면 후회하십니다. 저 진짜 공 잘 찹니다.”

“진짜입니다.”

둘이 강하게 항변했지만 김진수 1소대장은 얄짤없었다. 아무리 축구를 좀 한다고 해도 저런 식으로 체력이 약하고, 몇 바퀴 돌지 못하고 설렁설렁 요령을 피우면 다른 선수들이 더 뛰어다녀야 한다.

하물며 병장이다 보니 뛰기는 싫고 공은 차야겠다면 최전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가 공을 골대에 넣지 못하면 말짱 꽝이었다.

게다가 축구라고 해서 좋은 공격수가 있다고 해서 골을 또 넣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 수비수가 많으면 어떻게든 공격을 이어가서 다른 사람에게 찬스를 열어주고 득점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줘야 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