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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46화 (846/1,018)

< 03. 잘 좀 하지 그랬어?(25)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76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25)

역시나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확실히 거수자 없는 거지?”

“······.”

“좋아. 그럼 황익호.”

“병장 황익호.”

순간 황익호 병장의 얼굴이 빠르게 일그러졌다가 펴졌다.

“그리고······ 송중규.”

“상병 송중규.”

“너희 둘은 씨름할 거니까, 그리 알고 있어.”

“네? 아, 알겠습니다.”

“왜? 싫어?”

“아닙니다.”

송중규 상병이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윤태민 2소대장이 히죽 웃었다.

“너희가 우리 소대원들 중에서 힘이 가장 좋잖아. 그래서 너희들을 뽑은 거니까. 잔소리 말고 따라들 와.”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힘없이 대답했다. 그 둘을 뒤로하고 윤태민 2소대장이 유선영 하사를 봤다.

“갑시다.”

그렇게 몸을 홱 돌려 밖을 나갔다. 유선영 하사가 바로 뒤따라 붙으며 물었다.

“소대장님.”

“왜요?”

“이런 식으로 인원을 선발해도 괜찮은 겁니까?”

“괜찮지 않으면, 무슨 문제 있어요?”

“그래도 본인들이 뛰고 싶어 하는 종목에 뛰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피식 웃었다.

“유 하사가 뭘 모르나 본데. 병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면 아무도 안 해요.”

“네?”

“군인들이라고 해서 막 체육대회를 하면 공 차고 좋아서 놀 것 같습니까? 절대 아닙니다. 애들 주말마다 전투체육이라고 해서 연병장에서 뛰어 놀라고 하는데 싫어하는 애들 많습니다. 체육대회라고 준비할 것도 많고, 굳이 거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차라리 응원을 하라고 하면 아마 전부다 응원하려고 할 겁니다.”

“아, 그런 겁니까?”

“뭐, 유 하사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거 이해는 합니다. 유 하사는 경험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나도 어쩔 수 없이 애들을 지목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리고 체육대회 참석하고 싶어도 고참들 눈치 보여서 못 하는 애들도 있어요. 그런 것들도 소대장이 잘 체크를 해놨다가 적극적으로 추천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 예에.”

유선영 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갑시다.”

윤태민 2소대장은 자기 할 말이 끝났다는 듯 다시 몸을 돌려 걸어갔다. 유선영 하사는 오상진을 통해서 윤태민 2소대장에게 기선제압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일 뿐이었다.

윤태민 2소대장도 호락호락한 성격도 아니었고, 또 유선영 하사 보다는 부대 경험이 많았다.

유선영 하사가 여우짓을 해서 자신의 입지를 찾아가는 것을 알고 아예 실력 위주로 돌려 버렸다.

자신의 경험과 비록 외부 물품 반입사건으로 인해서 힘이 빠졌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은 여전히 2소대장이었다.

2소대원들은 자신이 소대장으로 있는 한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선영, 뭐 꼬투리 하나 잡아서 어떻게 해보고 싶었나 본데. 아무리 그래도 내가 군대 짬밥을 똥구녕으로 먹은 것도 아니고 말이야.’

윤태민 2소대장이 걸음을 옮기며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그런 윤태민 2소대장의 뒤를 따르는 유선영 하사의 얼굴이 떨떠름하게 바뀌었다.

그 시각 김태호 상사가 오상진을 찾아왔다.

“중대장님 그럼 이번 주말에 부대 회식하는 걸로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네. 준비해 주세요. 아, 그리고 행보관님.”

“네.”

“치킨값 말입니다. 가게에 말해서 20마리 더 튀겨 달라고 해주십시오.”

“괜찮겠습니까?”

“기왕 부대 회식 하는 건데 모자란 것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게다가 지금 병사들 나이 때에는 돌도 씹어 먹을 때 아닙니까.”

“아이고 중대장님. 무슨 젊으신 분이 그런 얘기를 하십니까. 그러다가 이빨 상합니다.”

“하하하, 말이 그렇다는 거죠.”

“중대장님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는데 약간 생각이 올드하시죠?”

“네, 하하하.”

오상진이 멋쩍게 웃었다. 김태호 상사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뭐, 고리타분하게 생각하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도 압니다. 여자 친구도 가끔 저에게 아재 같다고 합니다.”

“어? 여자 친구분이 계셨습니까?”

“제가 지난번에 말씀 안 드렸습니까?”

“자세히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지나가는 투로 흘려들은 것 같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저기, 괜찮으시면 사진 한번 보여주십시오.”

“사진이라······. 네, 좋습니다.”

오상진은 흔쾌히 휴대폰을 꺼내 사진첩에서 한소희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것을 본 순간 김태호 상사의 눈이 크게 떠졌다.

“헉! 진짜 여자 친구입니까?”

“네.”

“연예인 아닙니까?”

“하하하, 여자 친구가 들으면 좋아하겠습니다.”

오상진이 크게 웃는데 때마침 전화기가 울렸다. 김태호 상사가 화면에 뜬 발신자를 확인했다. 그곳에 소희하고 그 옆에 하트 표시가 되어 있었다.

“어? 중대장님 여자 친구분 전화 온 것 같습니다.”

“그러네요. 잠깐 통화 좀 하겠습니다.”

김태호 상사가 통화하라고 제스처를 취했다. 오상진이 씨익 웃으며 통화를 했다.

“네. 소희 씨.”

-상진 씨 통화 가능해요?

“지금 행보관님하고 얘기 중이었습니다.”

-그래요. 그럼 내가 빨리 전화 끊어야겠다.

“그래요. 내가 다시 전화할게요.”

-알겠어요.

오상진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김태호 상사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오오, 목소리도 좋으십니다.”

“소리 들렸습니까?”

“제가 군 생활 엄청 오래 한 것은 아니지만 중대장님처럼 승승장구하시고, 예쁜 여자 친구분도 있고 정말 부럽습니다.”

“부러울 것이 뭐가 있습니까. 남들 하는 만큼 하는 건데요.”

“어이구, 중대장님 그런 말씀 마십시오. 중대장님 예전 사단에 있을 때 어울렸던 장교들 많았습니까?”

“장교요? 글쎄요.”

“많이 없었죠.”

“네. 많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군대처럼 질투가 심한 곳도 없습니다. 서로서로 잘되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쉽습니까. 위로 올라갈수록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그리고 잘난 사람이 올라가게 마련인데, 그게 또 운이 좋다고 하고, 인맥 찾고 연줄 찾고 서로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시키다 보니 뒤로 말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습니다.”

오상진 본인도 회귀 전 대대장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이렇듯 병사들을 위해서 사비까지 털어서 부대 회식까지 시켜주시는 중대장님을 만난 것이 제가 아무래도 복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고 행보관님. 또 그러신다, 또. 가서 일 보십시오.”

“네. 그럼 전 나가보겠습니다. 충성.”

김태호 상사가 씨익 웃으며 경례를 하고는 사무실을 나갔다. 오상진은 피식 웃고는 휴대폰을 잡았다. 한소희와 통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네. 소희 씨. 무슨 일입니까?”

-아, 다른 것이 아니라요. 이번 주말에 혹시 낚시 갈 수 있는지 아빠가 물어보라고 하네요.

“이번 주말에요?”

-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네. 이번 주에 부대 회식이 있어요. 그래서 부대에 남아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아!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죠. 그럼 주말 내내 바빠요?

“아뇨. 그건 아니에요. 회식은 토요일만 할 거고, 일요일은 집에서 쉴 것 같은데요.”

-그럼 내가 내려갈까요?

“어후, 소희 씨 안 힘들어요?”

-힘들어도 내려가야죠. 내가 내려갈게요.

한소희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그래 주면 고맙긴 한데······.”

-괜히 그런 말 말아요. 저도 상진 씨 보고 싶어서 이러는 거니까 너무 미안해하지 마요.

“알겠어요. 그럼 그날 봐요.”

-네.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탁상 달력 쪽으로 시선이 갔다. 주말까지 이틀이 남았다.

“빨리 소희 씨가 왔으면 좋겠네.”

오상진은 혼잣말을 하며 씨익 웃었다.

중대장실을 나온 김태호 상사는 휴대폰을 꺼냈다.

“어디 보자, 17연대 통닭집 번호가 어디 있더라······.”

김태호 상사는 전화번호를 찾고,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치킨집입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 김태호 상사입니다. 4중대 행보관인······.”

-네네, 상사님.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물론이죠.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지난번에 100마리 하신다고 했는데······ 맞는 거죠?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김태호 상사의 말에 치킨집 사장은 바로 불안했다.

‘설마 100마리 많다고 줄이는 거 아니야?’

하지만 수화기에 들려오는 김태호 상사의 말은 달랐다.

“혹시 20마리 추가로 튀겨줄 수 있습니까?”

-아, 추가로요?

“네.”

-물론이죠. 가능합니다. 그런데 중대원이 그렇게 많습니까?

“중대장님께서 통이 크셔서 모자란 것보다는 넉넉한 것이 좋지 않겠냐고 하십니다.”

-아, 그러시구나. 그럼 제가 서비스로 10마리 더 튀겨 드릴게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자주 애용하겠습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 토요일 오후 4시쯤 가져다드리면 되는 거죠?

“네.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김태호 상사는 전화를 끊고 기분 좋은 얼굴이 되었다.

한편, 17연대 치킨 방대호 사장도 기분이 좋았다.

“어후 20마리는 또 얼마야?”

대략적으로 10만 원 정도 더 추가로 받는 것이었다. 엄청 큰 액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못 버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나저나 추가로 30마리는 어디서 구한담? 다른 곳에서 구해야 하나?”

그러고 있는데 읍내 장터가 떠올랐다.

“맞다. 거기······.”

방대호 사장은 곧바로 전화번호를 뒤졌다.

“찾았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이봐, 나 치킨집 방 사장인데. 거기 생닭 있어?”

-생닭 있지. 얼마나.

“한 30마리 정도.”

-30마리? 있지. 그런데 뭘 그리 많이 필요해.

“그건 알 것 없고. 그리고 너무 좋은 거 말고, 싼 것 있으면 가지고 와.”

-싼 거? 왜? 어디 다 쓰게.

“그건 묻지 말고.”

-싼 거라······. 폐기할 것이 몇 마리 있긴 한데. 그거라도 줘?

“싸게 주면 좋고.”

-에이, 나야 처치 곤란인데······. 와서 그냥 가져가.

“오케이. 지금 갈 테니까. 꺼내 놔.”

-알았어.

그렇게 전화를 끊은 방대호 사장이 씨익 웃었다.

“으흐흐, 이렇게 또 돈을 버는구나.”

금요일 날 아침 오상진은 차를 타고 부대 근처 의류 매장을 찾았다. 오상진이 찾은 의류 매장은 도매업을 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단체 티셔츠를 맞춰주기로 했다.

“실례합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아까 전화 드렸던······.”

“아, 군부대 말씀이시죠.”

“네.”

“들어오세요.”

오상진이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갔는데 매장 안은 제법 컸다. 한쪽 창고로 이어지는 공간도 보였다. 일반 옷부터 시작해서 스포츠웨어도 있었다.

“여기 스포츠웨어도 취급하시죠?”

“어후, 그럼요. 어지간한 것은 다 취급합니다. 휠라, 니케, 아디도스······ 등 다 있어요.”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쭉 둘러봤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짝퉁 냄새가 많이 났다. 그러다가 하나의 티를 만지며 물었다.

“이건 얼마나 합니까?”

“아, 그거요. 7~8만 원 줘야 하는데. 우리는 뭐, 도매상이고 마진을 다 빼고 하면 2만 5천 원 정도에 맞춰줄 수 있어요.”

“아, 네에······.”

매장 여사장의 말에 오상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상진은 예상대로 정품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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