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 잘 좀 하지 그랬어?(24)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75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24)
박윤지 3소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유 하사는 어제 잘 들어갔어요?”
“네, 잘 들어갔습니다.”
“어제 제법 술을 많이 마신 것 같던데요.”
“그래도 회식인데 어떻게 뺄 수가 있습니까. 즐거웠습니다.”
“그랬다면 다행이네요.”
박윤지 3소대장이 환하게 미소를 보였다. 그러다가 황하나 하사가 입을 열었다.
“3소대장님 서운합니다.”
박윤지 3소대장이 깜짝 놀랐다.
“네? 뭐가요?”
“아니, 3소대 부소대장은 전데 왜 유 하사만 챙깁니까?”
유선영 하사가 피식 웃으며 대신 대답했다.
“어제······ 어제 일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방금 인사했는데 받아주지도 않고······.”
“네? 인사했어요? 어, 받아준 것 같은데······.”
박윤지 3소대장이 당황했다. 그녀는 솔직히 황하나 하사와 유선영 하사가 동시에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황하나 하사를 살짝 무시한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다.
황하나 하사가 그걸 또 캐치해 버리며 말을 하자 좀 당혹스러웠다.
‘뭐야, 도대체······.’
박윤지 3소대장이 당황하고 있는데 황하나 하사가 또 방긋 웃으며 말했다.
“농담입니다. 설마하니 우리 3소대장님이 제 인사를 안 받아줬겠습니까.”
그렇게 서로 어색하게 웃는데 문이 열리며 오상진이 들어왔다.
“다들 출근했네.”
“충성. 중대장님 출근하셨습니까.”
“그래.”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했다. 오상진도 경례를 받아주며 환하게 미소를 보였다. 그러다가 자리가 빈 2소대장 자리를 봤다.
“2소대장은?”
“2소대장 잠깐 자리 비웠습니다.”
“화장실 갔나?”
“그건 아닙니다. 다만······.”
김진수 1소대장이 살짝 머뭇거리며 말을 못 하자 바로 알아차렸다.
‘1소대장이 어제 일로 아침부터 한마디 한 것 같네.’
오상진은 바로 상황이 그려졌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홍일동 4소대장을 봤다.
“4소대장.”
“네.”
“2소대장 찾아서 내 방으로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중대장님.”
“아, 그리고 유 하사.”
“네. 중대장님.”
“2소대장 오면 같이 내 방으로 와.”
“알겠습니다.”
유선영 하사가 대답을 하고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행정반을 나가 자신의 사무실로 갔다. 자신의 자리로 가서 가방을 내려놓고 업무 준비를 하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들어와.”
문이 열리며 윤태민 2소대장과 유선영 하사가 들어왔다. 오상진은 그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두 사람 거기 앉아.”
“네.”
“······.”
유선영 하사가 밝은 목소리로 대답한 반면, 윤태민 2소대장은 다소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2소대장.”
“네.”
“술은 좀 깼어?”
“아, 예에······.”
“그런데 안색이 좀 좋지 않네. 어제 잠을 못 잤나?”
“아닙니다. 커흠······.”
윤태민 2소대장은 대답을 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어제 일 때문에 자신의 심정이 좀 불편했다는 듯이 말이다.
만약에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제 일 때문에 살살 다독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상진은 윤태민 2소대장에게만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윤태민 2소대장이 지금까지 4중대에 저지른 일들이 많은데 이번 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2소대장.”
“네.”
“지금 중대장이 보는 앞에서 유 하사에게 사과해.”
“네에?”
윤태민 2소대장의 눈이 크게 떠졌다.
“사과······ 말씀입니까?”
“왜? 자네 어제 술자리에서 경솔했잖아. 아무리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동료이자, 부하에게 술을 강요하고. 그게 무슨 추태야.”
“중대장님 제가 어제는 술이 과해서······.”
“그러니까! 소대장씩이나 되어 가지고 술을 통제하지 못하면 어쩌라는 거야.”
윤태민 2소대장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솔직히 자신이 오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술자리는 이미 끝이 났고, 지나간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까지 이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있던 유선영 하사가 입을 열었다.
“중대장님, 저는 괜찮습니다.”
유선영 하사의 말을 듣고 윤태민 2소대장이 바로 고개가 홱 돌아갔다.
‘뭐?’
조금 전 중대장실에 같이 오면서 눈도 마주치지 않던 유선영 하사가 살짝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라, 이년 봐라.’
오상진의 매서운 눈길이 윤태민 2소대장에게 향했다.
“2소대장. 자네 정말 사과 못 하겠어.”
“중대장님······.”
아무리 그래도 부사관이었다. 이미 어제 끝난 일이었다. 지금 사과를 하라는 것은 좀 과한 처사라 생각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정 그러면 2소대 일에 대해서 모두 손 떼. 2소대 일은 전부 유 하사에게 맡겨.”
“아니, 중대장님 그건······.”
윤태민 2소대장은 잔뜩 억울한 얼굴이 되며 언성을 조금 높였다.
“왜? 2소대장. 유 하사에게 사과는 하기 싫고, 자네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거야? 그런 거야?”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고 오상진이 버럭했다.
“2소대장 누가 나한테 사과하라고 했나. 옆에 앉은 유선영 하사에게 하라는 말이었어.”
윤태민 2소대장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유선영 하사를 바라봤다.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유 하사 어제는 내가 정말 미안했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유선영 하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혀를 쯧쯧 찼다. 원래 상부에서는 보직직무정지를 시키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될 경우에 윤태민 2소대장의 외조부인 신범균 예비역 준장의 심기가 불편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출을 가기로 했고, 그때까지 가능하면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윤태민 2소대장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 설사 대대장하고 부딪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윤태민 2소대장은 그렇게까지 굴욕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도 충분히 자신은 굴욕을 당하고 있었다.
4중대에서 자신이 만들었던 왕국이 다 무너지고 다들 자신을 무시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보직직무정지까지 당해버리면 정말 옷 벗고 싶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윤태민 2소대장은 유선영 하사에게 마지못해 사과를 한 것이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오상진이 좀 불안 불안했다. 물론 오상진이 알고는 있었다. 윤태민 2소대장도 문제지만 유선영 하사도 호락호락한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똘똘하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아직 2소대장의 전출은 많이 남았는데. 그 와중에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우면 좋은데 말이야.’
오상진의 생각은 그랬다. 아무리 막 나가는 윤태민 2소대장이라고 해도 분명 배울 점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유선영 하사가 잘 캐치해서 얻어 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2소대장이 오기 전까지는 윤태민 2소대장도 어느 정도는 자신의 역할을 해주길 원했다. 그래서 이런 화해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유 하사.”
“네.”
“2소대장 사과, 받아줄 거야?”
“네. 받아 주겠습니다.”
“어려운 결정 해줘서 고맙고. 추후에 재발하지 않도록 중대장이 좀 더 신경 쓰겠다. 그러니 이해를 해주면 좋겠군.”
“네, 중대장님.”
“그리고 2소대장.”
“네.”
“자네도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 주길 바라네.”
“······네.”
“그래, 두 사람 이만 나가서 업무 봐.”
“네.”
그렇게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중대장실을 나갔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오상진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하아······. 좀 어려우려나?”
오상진은 좀 어려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밖으로 나와 잠시 걸어가던 윤태민 2소대장이 걸음을 멈춘 후 몸을 돌려 창 쪽을 봤다. 그 상태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런 윤태민 2소대장을 유선영 하사가 눈치를 봤다. 오상진 앞에서는 솔직히 여우 노릇을 하긴 했지만 윤태민 2소대장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한참 동안 혼자서 분을 삼키던 윤태민 2소대장이 고개를 돌려 유선영 하사를 바라봤다. 유선영 하사가 순간 흠칫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긴장이 되었다. 그런데 윤태민 2소대장이 씨익 웃더니 입을 열었다.
“유 하사. 보통은 아니네요.”
“네?”
“보통은 아니라고요.”
“그게 무슨······.”
“그게 무슨 말이겠어요. 보통이 아니면 곱빼기죠.”
순간 유선영 하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윤태민 2소대장이 중얼거렸다.
“와, 이거 참······. 이제 농담도 못 하겠네. 아무튼 갑시다. 우리 할 일이 많으니까요.”
윤태민 2소대장이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유선영 하사가 중얼거렸다.
“설마 저러다가 빡 도는 건 아니겠지?”
유선영 하사는 살짝 겁을 먹었다.
윤태민 2소대장이 유선영 하사를 데리고 간 곳은 2소대 내무실이었다.
“자자, 모두 주목!”
윤태민 2소대장이 내무실에 들어가자 소대원들이 다들 눈치를 살폈다. 그도 그럴 것이 윤태민 2소대장이 은밀히 물건을 관리해서, 지금까지 4중대를 장악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대원들은 고민에 휩싸였다.
막말로 다른 소대라면 윤태민 2소대장을 무시해도 되었다. 어차피 소대가 달랐다.
하지만 2소대 소대원들은 다른 소대장이 오기 전까지는 계속 윤태민 2소대장을 보고, 지시를 따라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소대 소대원들과 마음가짐이 달랐다. 한마디로 분위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윤태민 2소대장에게 아예 무시하고 냉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윤태민 2소대장도 그런 소대원들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역시도 자신이 있는 동안은 가식적으로 행동하기로 했다.
“다들 자리에 있지?”
“네.”
“황익호는 어디 있냐. 익호야.”
“병장 황익호.”
황익호 병장이 관등성명을 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인사해 이제부터 앞으로 2소대를 보살펴 줄 신임 부소대장이다.”
윤태민 2소대장이 옆으로 비켜서자 그곳으로 유선영 하사가 들어섰다.
“반갑다. 유선영 하사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유선영 하사는 담백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소대원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아무래도 얼마 전 부대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사건의 중심지다 보니, 2소대원들은 환호성을 보냈던 3소대원들처럼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더 할 말은?”
윤태민 2소대장이 물었다. 유선영 하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뒤로 물러났다.
“없습니다.”
그 자리를 다시 윤태민 2소대장이 들어왔다.
“2주 후에 대대에서 체육대회 있는 걸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소대장이 맡은 것은 씨름 종목이다. 혹시 자신은 씨름 하나는 자신 있다, 거수!”
윤태민 2소대장이 물었다. 하지만 소대원 중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대원들은 아무리 씨름을 잘해도 윤태민 2소대장과 함께 하고 싶지 않았다.
“거수자 없나?”
“······.”
소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거수자를 확인했다. 윤태민 2소대장은 잠깐 시간을 줬다. 그럼에도 거수자는 없었다.
“거수자가 없으면 중대장님께 보고를 한 후 강제 차출한다. 다시 한번 묻겠다. 본인이 씨름을 잘한다, 혹은 씨름에 자신이 있다는 사람. 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