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 잘 좀 하지 그랬어?(23)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74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23)
“중대장님.”
“네?”
“왜 저에게는 물어보지 않습니까?”
“어? 아, 중대장이 큰 실수를 했네요. 그럼 우리 황 하사는 술을 잘 마십니까?”
“저는 딱 소주 2잔이 적량이지 말입니다.”
“아, 그래요? 황 하사 생각보다 술이 좀 약합니다.”
“저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저 진짜 술 잘 취하지 말입니다.”
오상진이 김태호 상사를 봤다.
“행보관님 들으셨죠? 황 하사 술 많이 주시면 안 됩니다.”
김태호 상사가 피식 웃었다.
“중대장님. 농담입니다. 농담! 그렇지, 황 하사.”
“네. 저도 좀 중대장님께 예쁨받고 싶었습니다.”
황하나 하사의 똑 부러지는 말에 오상진은 그저 웃고 말았다.
“그래요. 내가 아무 생각이 없었네요. 황 하사가 워낙에 건강해 보여서 술을 잘 마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중대장님.”
황하나 하사가 그대로 맥주를 원샷했다. 그 옆에 있던 유선영 하사도 두 손으로 맥주를 다 마셨다.
“유 하사······. 그렇게 마시지 않아도 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 끄떡없습니다.”
솔직히 유선영 하사는 같이 4중대에 왔는데 처음부터 비교를 당할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비교를 당했는데······.’
유선영 하사가 슬쩍 자신의 가슴과 황하나 하사의 가슴을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그사이 황하나 하사가 술잔을 들어 오상진에게 내밀었다.
“그럼 중대장님. 제가 한 잔 따라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래요. 고마워요.”
오상진이 술잔을 받았다. 그곳에 황하나 하사가 술을 따라줬다. 한 잔 받은 후 서 있는데 유선영 하사가 맥주병을 들고 서 있었다. 곧바로 맥주를 마신 후 다시 유선영 하사에게 술을 받았다.
그렇게 연거푸 맥주 3잔을 마신 오상진은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박윤지 3소대장이 오상진을 향해 일어났다.
“중대장님 안주도 좀 드시죠.”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가져갔다. 오상진이 바로 자신의 젓가락을 들었다.
“내가 먹을게. 내가······.”
박윤지 3소대장이 자신의 민망한 젓가락을 봤다. 오상진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3소대장.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
“제가 드리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알지. 마음만 받을게. 마음만.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복 받은 중대장인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김태호 상사가 바로 입을 열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그래도 군 생활 오래 하지 않았습니까. 4중대만큼 분위기 좋은 곳은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진짜죠?”
“당연히 진짜죠. 안 그래?”
“맞습니다.”
“진짜입니다, 중대장님.”
“행보관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렇게 한마디씩 하며 다들 껄껄 웃는데 구석진 자리에서 혼자 술을 홀짝이는 윤태민 2소대장이 있었다. 그는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할······.’
원래 예전 같으면 자신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이민식 대위가 껄껄 웃었다. 김태호 상사와 다른 부사관들은 저기 밑에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감히 자기 자리에 끼지도 못했다.
‘하아, 어쩌다가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지.’
그렇게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취해버렸다. 그 모습을 보던 김진수 1소대장이 불렀다.
“2소대장.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 사람 뭐야. 벌써 취한 거야?”
“취하지 않았습니다. 고작 이걸 먹고 어떻게 취합니까.”
“어허, 이 사람. 목소리 좀 낮춰. 옆에 중대장님 계셔.”
윤태민 2소대장이 슬쩍 오상진을 의식하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하아, 알겠습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술을 마셨다. 그런데 저 반대편에 자리 하나를 봤다. 그 자리는 바로 유선영 하사의 자리였다.
“그래도 2소대 부소대장으로 왔는데······.”
그렇게 중얼거린 윤태민 2소대장이 술병을 들고 일어나 유선영 하사에게 갔다.
“유 하사. 내 술 한 잔 받지.”
유선영 하사가 술잔 입구를 손으로 덮으며 말했다.
“저 오늘 술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뭐?”
“술은 여기까지 마시고 싶습니다. 지금 충분히 많이 마셨습니다.”
순간 윤태민 2소대장은 짜증이 확 났다. 방금 전까지 황하나 하사와 술잔을 기울이며 웃고 떠드는 모습을 봤다. 그런데 이제 와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것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점점 윤태민 2소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유선영 하사를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야! 유 하사. 자네는 내가 우스워?”
“네?”
유선영 하사가 당황하는 눈빛이 되었다.
“넌 내가 우습냐고!”
김진수 1소대장이 다급히 윤태민 2소대장을 말렸다.
“2소대장이 목소리 낮춰. 자네 정말 취했어!”
“진짜 안 취했습니다. 왜 자꾸 물어보십니까.”
그 말에 오상진이 윤태민 2소대장을 보며 정색했다.
“윤태민 2소대장.”
“네.”
“2소대장!”
윤태민 2소대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의 눈매가 엄청 매서웠다. 마치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냐며 훈계하는 눈빛처럼 보였다.
‘하, 제기랄······.’
윤태민 2소대장은 바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곧바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자세를 바로 했다. 오상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중대장이 예전에 뭐라고 그랬지? 그런 식으로 함부로 동료를 대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오상진의 말에 윤태민 2소대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하아, 제기랄······. 진짜 오늘 무슨 날이야.’
그러다가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중대장님.”
“2소대장.”
“네?”
“이미 마실 만큼 마신 것 같으니 먼저 들어가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좀 더 있겠습니다.”
“내가 안 괜찮아서 그래. 내가 지금 자네 취한 꼴 보려고 여기 앉아 있는 줄 알아. 분위기 깨지 말고 먼저 들어가!”
오상진의 단호한 말에 고개를 푹 숙인 윤태민 2소대장이 힘겹게 대답했다.
“······네에.”
윤태민 2소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갔다.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는 유태민 2소대장 그에게 아무도 시선을 두지 않았다. 축 처진 어깨가 왠지 불쌍해 보였지만 그 또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윤태민 2소대장을 보면서 유선영 하사가 속으로 혀를 쯧쯧 찼다.
관사로 돌아가는 내내 윤태민 2소대장은 화를 참지 못했다.
“솔직히 소대장으로서 부소대장에게 술을 권하는데 뭐가 그리 잘못된 일이라고······.”
오상진도 다른 소대장들도 자신이 처벌받기로 했으면 그냥 좋게 넘어갔으면 했는데 계속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것도 짜증이 났다. 하물며 다들 자신을 비웃는 느낌이라 화도 났다.
윤태민 2소대장은 관사에 도착을 하고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운 그가 아침 일찍 관사를 나서며 다짐을 했다.
“유선영! 너는 내가 아주 군 생활 버라이어티하게 만들어줄게. 내가 언제까지 여기 있을지 모르겠지만 넌 내가 책임지고 너 군 생활 조진다.”
그렇게 강하게 다짐을 한 후 출근길에 올랐다. 자신의 차를 몰고 4중대 위병소를 통과했다. 행정반에 들어가고 자신의 자리로 갔다. 다른 소대장들은 아직 출근 전이었다.
10여 분이 흐른 후 제일 먼저 김진수 1소대장이 들어왔다.
“어? 2소대장 오늘 일찍 출근했네.”
“네.”
“술은 좀 깼어?”
“아, 네에······.”
윤태민 2소대장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진수 1소대장은 자신의 자리로 가서 가방을 내렸다.
“어제 기억나?”
“네, 뭐······.”
“어제 왜 그랬어.”
“아니, 1소대장님까지 그러십니까.”
“뭐?”
“중대장님께서 충분히 혼이 났습니다. 그만하십시오.”
김진수 1소대장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2소대장. 그게 지금 자네가 할 말이야?”
“네?”
“어제 말이야. 자네가 한 짓 때문에 회식하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는 줄 알아? 중대장님께도 그렇고 말이야.”
그 말을 들은 윤태민 2소대장이 바로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흥! 퍽이나 네가 그랬겠다.’
하지만 김진수 1소대장은 확 달라졌다. 자신이 1소대장으로서 2소대장을 단속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을 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2소대장은 어쨌든 자네는 아직까지 4중대 2소대장 아니야. 그것을 명심하라고. 이건 충고해 주는 거야.”
“······네.”
김진수 1소대장의 잔소리를 듣고는 아침부터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은 윤태민 2소대장이었다.
그런 와중에 3소대장하고, 4소대장이 출근했다. 행정반에 들어오자마자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자, 서로 눈치만 살피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윤태민 2소대장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아······.”
그러곤 행정실을 나갔다. 그가 나가자 홍일동 4소대장이 바로 물었다.
“2소대장 왜 저럽니까?”
“아, 내가 한마디 좀 했다고 저래.”
“아, 왜 그러셨습니까.”
“뭘 왜 그래. 자네 어제 2소대장 한 짓을 봤잖아. 게다가 2소대장 가고 나서 회식 분위기가 어땠는지도 알잖아.”
“그래도 생각보다 크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말이야. 새로 온 부사관들, 황하나 하사랑 유선영 하사의 환영식이었잖아. 그런데 그렇게 아작 내고 갔으면 조금의 반성의 기미가 보여야지. 어제 가라앉은 분위기 올리느라 얼마나 고생했어. 막말로 2소대장이 그러지 않았다면 좀 더 편안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어.”
김진수 1소대장이 말을 하고 박윤지 3소대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어제 저도 좀 불편했습니다.”
홍일동 4소대장이 눈을 크게 하며 봤다.
“3소대장이 말입니까?”
“사실 어제 유선영 하사를 보는데 마치 예전의 저를 보는 것 같아서 안쓰럽기도 하고, 화도 좀 났어요. 진짜 마음 같아서는 오히려 제가 한마디하고 싶었는데, 중대장님께서 먼저 한마디 하셔서 전 가만히 있었습니다.”
김진수 1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홍일동 4소대장에게 말했다.
“4소대장도 너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지 마. 다음 2소대장이 누가 올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2소대장보다 무조건 좋은 사람이 온다는 보장도 없어.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확실히 4중대 기강을 잡아놔야, 새롭게 올 2소대장도 그거에 맞춰서 생활을 할 것이 아니야. 그냥 좋게좋게 다 넘어가면 한도 끝도 없어.”
홍일동 4소대장이 인정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제가 생각이 좀 짧았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행정실로 황하나 하사와 유선영 하사가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두 사람은 해맑은 얼굴로 인사를 했다. 소대장들도 반갑게 두 사람을 맞이했다.
“다들 속 괜찮아?”
김진수 1소대장의 물음에 먼저 황하나 하사가 대답했다.
“넵! 괜찮습니다.”
“저도 괜찮습니다.”
뒤이어 유선영 하사가 답했다. 김진수 1소대장이 흐뭇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 들어보니 다들 괜찮은 것 같네. 자, 정리하고 업무 볼 준비하자.”
“넵!”
다들 힘차게 대답한 후 업무 준비에 들어갔다. 그사이 유선영 하사의 시선이 윤태민 2소대장 자리로 향했다.
“2소대장님은 아직 출근 전입니까?”
“출근했어요. 잠깐 밖에 나간 것 같아요.”
박윤지 3소대장이 먼저 얘기를 해 줬다. 유선영 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