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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41화 (841/1,018)

< 03. 잘 좀 하지 그랬어?(2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71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20)

김호동 하사는 잔뜩 실망한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내가 그렇게 별로야?”

“솔직히 처음 봐서 어떻게 압니까? 저는 말입니다. 여자에게 가볍게 고백하고 그러는 남자는 딱 질색입니다.”

김태호 상사가 그 얘기를 듣고 껄껄 웃었다.

“완전 호적수를 만났네. 김 하사 그냥 포기해.”

“포기 말입니까? 아직입니다.”

김호동 하사가 거의 울 듯 말했지만 황하나 하사는 여유롭게 미소만 지었다. 그러다가 유선영 하사가 입을 열었다.

“행보관님.”

“응?”

“그러지 말고 저희가 자리를 비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진지하게 얘기를 할 모양인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어? 그러네. 내가 눈치가 없어서. 늙으면 이렇게 눈치가 없어요. 유 하사 가자고.”

“네.”

그렇게 두 사람이 장난스럽게 다른 곳으로 갔다. 황하나 하사가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태호 상사랑 유선영 하사가 빠지자 김호동 하사와 황하나 하사만 남았다.

“와, 진짜. 사람 불편하게 왜들 이러신데.”

김호동 하사는 말을 하면서 황하나 하사를 봤다. 그런데 황하나 하사는 정말이지 1도 관심이 없는 표정이었다.

“김 하사님.”

“응?”

“아까 분위기 때문에 장난으로 말씀하신 거죠? 그런 거죠?”

“어어······. 꼭 그런 것은 아닌데.”

“장난이었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렇듯 꼭 좋은 관계로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아예 완벽하게 선을 그어버린 황하나 하사였다.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하하하······. 그래.”

김호동 하사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계속 이대로 있으면 왠지 어색해질 것 같아 바로 화제를 돌렸다.

“참! 아까 3소대에 대해서 물었지.”

“네.”

“일단 지금 3소대는 박민태 병장이 분대장이야.”

“아, 박민태 병장 말입니까?”

황하나 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억하려는 듯 보였다. 그러다가 이내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적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김호동 하사가 피식 웃었다. 그러곤 계속해서 말을 해 줬다.

“박민태 병장 위로 두 명의 병장이 더 있어. 가만, 김성민 병장이 곧 전역인가? 아니지, 그 녀석 말년 휴가를 나갔나?”

“김성민 병장은 제가 딱히 신경 쓸 일은 없겠습니다.”

“그렇지. 걔는 그냥 신경 쓰지 말고. 그 밑에 홍인규 병장이 있어.”

“홍인규 병장······.”

황하나 하사가 꼼꼼히 수첩에 적었다.

“홍인규 병장은 좀 까불이야. 게다가 버릇도 없고, 여자라고 약간 3소대장을 무시했던 경향도 있어.”

“그렇습니까?”

“응. 그런데 이 녀석은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뭐, 그런 스타일?”

“아니,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하다면서 소대장님께 버릇없이 굴었단 말입니까?”

황하나 하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김호동 하사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겪겠지만 군대 짬이라는 것이 있어. 병사들이 괜히 짬 안 되는 간부들이 오면 무시하는 경향이 좀 있긴 해.”

“아, 그렇구나.”

그 말까지 꼼꼼히 체크를 했다.

“그렇다고 해서 소대에서 딱히 영향력이 있는 캐릭터는 아니야. 좀 가볍고, 오히려 다른 소대원들에게 있어보이려고 소대장님께 버릇없이 군 것 같기도 하고.”

“아······. 그럼 저도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아니. 신경을 쓰지 마.”

“네?”

“그냥 신경을 안 쓰는 쪽으로 신경을 쓰란 말이야. 어차피 걔도 곧 전역할 애야.”

“곧 전역이라······.”

황하나 하사가 중얼거리며 수첩에 적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정확하게 무엇 때문에 신경을 쓰지 말라는 것인지 알려주시겠습니까.”

“홍 병장은 조금만 관심을 주면 더 까불어. 그래서 아예 신경을 꺼버리라는 거야. 무시해 버리고. 그러면 오히려 그 녀석이 조바심이 생겨서 풀이 죽어버릴 거야.”

“아, 그렇습니까.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황하나 하사는 기분 좋은 얼굴로 열심히 적어 내려갔다. 그 모습에 김호동 하사가 기분이 좋은지 바로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박민태 병장은 지금 분대장인데. 분대장 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름 빠릿빠릿하게 움직일 거야. 게다가 황하사가 자주 부딪쳐야 할 녀석이고, 가장 친하게 지내야 할 병사이기도 하지.”

“네. 성격은 어떻습니까?”

“성격은 조용조용하고 평범한 스타일이야. 4중대라고 해서 꼭 꼴통만 모인 것은 아니야. 그나마 괜찮은 애야.”

“그렇습니까.”

“그래.”

황하나 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그 부분을 적었다.

“그런데 박민태 병장이 워낙에 조용하기 때문에 애들 통솔하는 데 쉽지 않을 거야.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을 좀 써야 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어느새 황하나 하사가 집중하며 적어 내려갔다. 김호동 하사는 그런 황하나 하사의 모습이 귀엽고 예뻐 보였다.

“흠, 꼭 그렇게 적어야 해?”

“네. 보고 공부해야 합니다.”

“열심이네.”

“네. 그리고 김 하사님께서 열심히 설명해 주시는 아주 주옥같은 내용인데 말입니다.”

“주옥같은 맞지?”

“맞습니다. 설마 그것 같다고 하겠습니까.”

그렇게 말을 하던 황하나 하사가 시선이 슬쩍 김호동 하사의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그 시선을 받은 김호동 하사의 손이 반사적으로 그곳을 가렸다.

쿨럭쿨럭!

“어후, 황 하사. 완전 거침이 없네.”

“죄송합니다.”

“아니야. 괜찮아. 그보다 어디까지 얘기했지?”

“박민태 병장까지입니다.”

“아, 그래. 그 밑에 조인범이라고 있었는데. 흠, 그 자식은 부대에 없어.”

“부대 없으면 파견 갔습니까?”

“아니, 쫓겨났어. 정확하게 말하면 사고 쳐서 빵에 가 있다고 해야겠지. 그래서 혹시라도 애들 중에 조인범에 대해서 말하는 녀석들이 있을 거야. 그럴 때는 그냥 얘기하지 못하게 해. 워낙에 부대에 악영향을 미쳤던 애라서 말이야. 딱히 알고 있을 필요도 없고,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일이야.”

김호동 하사의 말에 황하나 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하니 김호동 하사가 조인범에게 소주병으로 뒤통수를 가격당했던 그 일이 신경이 쓰여서 이렇게 둘러댄다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밑에 송찬우 상병이라고 있어. 나름 주먹도 사용하고, 싸움도 잘해. 그런데 생각보다 착해.”

“송찬우 상병 말입니까.”

“그래. 아마 다음번 차기 분대장이 아마 그 녀석이 될 확률이 높지.”

“네에.”

“그다음은 공대익 상병인데 얘가 성격이 좀 지랄 맞아.”

“공대익 상병······.”

황하나 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적어 내려갔다.

“이 자식이 부대 내에서 돈 거래를 해서 말썽을 좀 피웠거든. 내가 부소대장일 때 3소대장에게 얘기를 했었는데······. 3소대장님이 그런 쪽으로 약간 무르신 편이라서 확실히 뿌리를 뽑지 못했어. 지금도 그러고 있을지 모르겠네. 혹시라도 애들하고 얘기를 할 기회가 생기면 공대익 상병이 돈 뺏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신경을 쓸 필요는 있어.”

“네, 알겠습니다.”

황하나 하사는 주요인물이라는 듯 밑줄을 쫙 그었다. 그렇게 김호동 하사는 자신이 알고 있는 3소대원들에 대해서 쭉 얘기를 했다. 황하나 하사는 고개를 계속해서 끄덕이며 수첩에 꼼꼼히 받아 적었다.

그 시각 3소대에서도 새로운 부소대장이 왔다는 소식이 퍼졌다.

3소대원들은 점심을 먹고 잠깐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내무실에 있었다. 오후부터 다시 근무를 나가기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했다.

그사이 신기남 일병이 내무실에 뛰어 들어왔다. 그는 곧장 공대익 상병에게 가서 소리쳤다.

“공 상병님, 공 상병님.”

공대익 상병은 침상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휴식을 방해받자 짜증이 났다.

“아, 진짜······. 왜 인마.”

“이번에 새로 온 부소대장님 봤습니까?”

공대익 상병이 상체를 일으키며 인상을 썼다.

“야이, 새끼야. 서로 얼굴을 못 봤는데 어떻게 봐.”

“저는 봤지 말입니다.

신기남 일병이 뿌듯한 얼굴이 되었다. 공대익 상병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예쁘디?”

“네. 완전 예쁩니다. 밥 먹고 나오는데 멀리서 잠깐 봤는데 완전 예술입니다.”

“뭐? 진짜? 완전 예뻐?”

“네. 완전 예쁩니다. 우리 3소대장님하고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지 말입니다.”

신기남 일병의 말에 공대익 상병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그는 곧바로 자세를 바로 잡으며 물었다.

“그래? 좀 더 자세히 말해봐.”

공대익 상병은 아예 신기남 일병에게 몸을 틀었다. 그 상태로 눈을 반짝이며 집중했다. 신기남 일병은 자신이 잠깐 봤던 그 장면을 떠올리며 설명을 했다.

“일단 우리 3소대장님. 3소대장님은 어딘지 모르게 연약하고 좀 비리비리하지 않습니까.”

“비리비리하기는, 소대장님 정도면 충분히 괜찮지.”

“그게 아니라. 약간 볼륨감은 떨어지지 않습니까.”

“뭐, 그건 맞지.”

공대익 상병도 충분히 공감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박윤지 3소대장이 처음 중대에 왔을 때 나름 뒤태 여신이라고 4중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군복 밖으로 글래머러스한 면이 묻어 나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온 부소대장은 쭉쭉빵빵이냐.”

“와우, 장난 아닙니다. 멀리서 봤는데 말입니다. 옷태부터 다르던데 말입니다.”

“정말?”

“네!”

“그럼 이건 아니지.”

공대익 상병이 갑자기 머리를 만지더니 전투복을 단정하게 정돈했다.

“왜 그러십니까?”

“기남아.”

“일병 신기남.”

“아마도 나에게 봄날이 온 것인지도 모른다.”

“뭔 말씀입니까?”

“나에게도 드디어 짝이 왔다는 거다.”

“네에?”

뜬금없는 공대익 상병의 말에 신기남 일병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

“기남아. 오늘부터 부소대장님은 내 거다.”

“헐······. 공 상병님!”

“인마. 나 말리지 마라. 나 제대하기 전까지 부소대장님 내 걸로 만든다.”

공대익 상병의 눈빛이 서서히 불타올랐다. 신기남 일병이 웃으며 말했다.

“공 상병님 소대장님에게도 고백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공대익 상병의 고개가 바로 돌아갔다.

“야. 신기남.”

“일병 신기남.”

“이 새끼······. 일병 단 지 얼마나 되었다고. 고참이 얘기하는데 실실 웃으면서 말하고 있어. 정신 못 차리지.”

“죄, 죄송합니다.”

갑자기 공대익 상병이 정색하자. 신기남 일병이 움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공대익 상병의 표정이 풀어졌다.

“됐어, 농담이야. 그리고 내가 아무리 이렇게 장난친다고 해도 저쪽으로 붙으면 안 된다.”

“절대 안 붙습니다.”

“믿는다.”

공대익 상병이 말을 하고는 슬쩍 건너편을 봤다. 건너편에는 임상기 일병과 추영호 일병이 앉아 있었다.

두 명은 옛날 조인범 상병을 따르던 녀석들이었다. 그때 공대익 상병의 시선을 느낀 임상기 일병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왜 보십니까?”

“왜? 내 눈 가지고 내가 보는데 불만 있어?”

“와, 진짜······. 왜 자꾸 건드리십니까?”

공대익 상병이 어이가 없었다.

“야. 임상기. 너 시발, 뭐 있냐?”

“뭐가 말입니까?”

“믿는 구석이라도 있어? 뭐 있는데. 뭘 믿고 까부냐.”

“하아······.”

임상기 일병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공 상병님은 뭘 믿고 절 이렇게 건드리십니까? 제가 만만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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