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 잘 좀 하지 그랬어?(19)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70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19)
오상진이 전투모를 챙겨서 중대장실을 나갔다. 그 뒤를 김진수 1소대장이 따랐다. 두 사람은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복도에는 박윤지3소대장이랑, 홍일동 4소대장이 대기하고 있었다.
“응? 2소대장은?”
오상진의 물음에 홍일동 4소대장이 대답했다.
“입맛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좀 챙겨줘. 2소대장하고 밥 먹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오상진의 말에 박윤지 3소대장과 홍일동 4소대장의 표정이 좀 밝아졌다. 솔직히 이대로 윤태민 2소대장이 눌어붙어 앉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오상진의 말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다가 홍일동 4소대장이 슬쩍 물었다.
“중대장님.”
“응?”
“2소대장은 언제쯤 전출이 되는 겁니까?”
그 말에 김진수 1소대장이 슬쩍 눈치를 줬다.
“4소대장······.”
오상진이 괜찮다는 듯 손을 들었다.
“원래대로라면 징계차원에서 전출이 이루어져야겠지만 일이 커지면 4중대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시기에 맞춰서 전출을 보낼 생각인 것 같다. 그러니 다들 그 점은 이해해 주길 바란다.”
오상진은 말을 하면서도 뭔가 씁쓸했다. 솔직히 말해서 군대가 이리 부조리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생기면 덮고, 은폐하려고 하려고 하다 보니 이런 일을 바로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윤태민 2소대장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어느 정도 처벌을 받는 방식으로 전출을 간다는 것이었다.
본래라면 4중대에서 경력을 채운다음에 위로 올라갈 예정이었다. 이번 일을 통해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게 되면 그것만으로 윤태민 2소대장의 군 생활에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오상진의 시선이 박윤지 3소대장에게 향했다.
“참 3소대장.”
“네.”
“황하나 하사는 어때?”
“아, 예에······. 잠깐 얘기만 나눴습니다. 그래서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이라면 나쁘지 않다, 좋게 말을 해줬을 텐데 박윤지 3소대장이 저런 식으로 말을 하니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왜, 별로 마음에 안 들어?”
“제가 마음에 들고 안 들고 중요하지는 않죠. 아까 잠깐 얘기를 해봤는데 본인의 성격이 똑 부러지고 그런 것 같습니다.”
오상진은 일부러 황하나 하사를 박윤지 3소대장에게 붙였다. 그런 황하나의 성격 때문에 박윤지 3소대장과 트러블이 있는 모양이었다.
‘으음, 내가 생각을 잘못한 건가?’
그렇다고 해서 군 생활이 애들 소꿉장난도 아니고, 성격 맞는 사람들끼리 붙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3소대장 생각해서 여자 부사관을 요청한 거야. 3소대장도 황 하사 신경 좀 써줘.”
“네, 알겠습니다. 중대장님.”
오상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대화를 하는 사이 식당에 도착을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한 곳에 황하나 하사와 유선영 하사, 김호동 하사, 김태호 상사까지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어후, 저기는 분위기가 좋습니다.”
홍일동 4소대장이 말했다. 그러자 김진수 1소대장이 입을 열었다.
“너무 신난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솔직히 부대 내에서 병사들이 하는 말이 있다. 병사들의 주적은 누구? 바로 간부들이라고 말이다.
그 간부 중에서 장교와 부사관은 엄연히 결이 달랐다. 그래서 부사관들과 장교들이 자주 부딪치고, 또 자기들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 4중대에서는 부사관들끼리 뭉치는 일이 별로 없었다. 이민식 대위가 워낙에 싫어했고, 또 김태호 상사가 아니 행정보급관이 중대 내에서 발언권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부사관들끼리 뿔뿔이 흩어져서 있었다.
그런데 오상진이 오고 난 후부터 김태호 상사가 행정보급관으로서 일을 척척 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김태호 상사 주위로 부사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김진수 1소대장 눈에는 어색하게 느껴졌다.
김진수 1소대장뿐만이 아니었다. 각 소대장들의 눈빛이 사뭇 달랐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오상진이 말했다.
“다들 너무 그러지 마.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맞아. 그걸 가지고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라는 거다. 장교도 부사관도 다 4중대 사람이고, 간부다.”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김태호 상사가 오상진을 발견하고 인사를 했다.
“어? 중대장님, 식사하러 오셨습니까.”
“네. 행보관님.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네. 거의 다 먹었습니다.”
“알겠어요. 저희도 이제 막 하려고요.”
“넵! 맛있게 드십시오.”
“네에.”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식판을 챙겼다. 각자 식사 할 것을 챙겨서 자리에 앉았다.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박윤지 3소대장이 힐끔 고개를 들어 황하나 하사를 봤다. 황하나 하사가 김호동 하사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설마 내 흉을 보고 있나?’
박윤지 3소대장이 의심의 눈초리가 되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졌다.
식사를 마친 김호동 하사가 휴게실에서 자판기 커피가 아닌, PX에서 직접 캔 커피를 가지고 왔다.
“자자, 먹어. 내가 쏘는 거야.”
자신의 후배가 들어오자 김호동 하사는 잔뜩 신이 났다. 그것도 여자 부사관 후배 두 명이 들어 온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김태호 상사가 히죽 웃었다.
“이야, 김 하사! 너 웬일이냐. 캔 커피까지 쏘고.”
“무슨 제가 꼭 커피를 안 쏜 것처럼 말씀을 하십니다. 황 하사와 유 하사 오해하겠습니다. 저 원래 커피 잘 쏘지 않습니까.”
김호동 하사는 괜히 두 사람의 눈치를 보며 김태호 상사에게 말했다.
“커피 잘 쏘지. 자판기 커피. 이건 캔 커피잖아.”
“언제는 자판기 커피가 맛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뭐? 내가? 내에에에가?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와, 또 이런신다.”
김호동 하사가 잔뜩 억울하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런 두 사람을 보던 황하나 하사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두 분은 참 친하신 것 같습니다.”
김태호 상사가 바로 정색하며 말했다.
“황 하사. 어디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 남들이 오해해.”
그러자 바로 김호동 하사가 발끈했다.
“에헤이, 진짜 행보관님 또 이러신다.”
김태호 상사가 피식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보다 두 사람 어때? 잠깐이지만 좀 생활해 보니, 어때?”
황하나 하사가 먼저 얘기했다.
“저는 나쁘지 않습니다.”
김호동 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3소대장이랑 얘기는 해봤습니까?”
“네. 아까 잠깐 얘기를 했습니다.”
“3소대장이 뭐라고 합니까?”
“별말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4중대가 문제 있는 병사가 많아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김호동 하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아, 3소대장 또 시작이시네.”
“3소대장님? 아니, 왜 그러십니까?”
김호동 하사의 말에 황하나 하사가 눈을 반짝였다. 김호동 하사가 슬쩍 말했다.
“그냥 이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솔직히 문제가 있는 병사들이 많긴 해. 하지만 여긴 군대고, 우리는 애들을 관리하는 입장인데 문제 있는 애들 많다고 선을 그어버리면 어떻게 돼.”
김호동 하사의 말에 김태호 상사가 바로 입을 열었다.
“야! 김 하사. 벌써부터 그런 얘기를 하고 그래.”
“제가 3소대장님에게 딱히 감정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솔직히 그렇지 않습니까. 학교에서도 말이죠. 좀 공부 못하고 뒤떨어지는 애들은 선생님이 챙겨줘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애들을 방치하면 반에서 왕따가 됩니다. 교실 분위기도 엉망이 되고 말입니다.”
황하나 하사가 바로 동조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자 김호동 하사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야. 황 하사. 나랑 좀 통하는 것이 있다.”
“어? 그렇습니까?”
“어떻게 우리 통하는 김에 마음도 한번 통해볼까?”
김호동 하사의 말에 황하나 하사가 바로 웃음을 보였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는 절대 군인하고는 사귀지 않을 겁니다.”
“헉!”
김호동 하사가 바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 가슴이 아파오는구나. 그런데 왜? 혹시 군인 남자 친구에게 버림이라도 받았어?”
“저는 아니고, 제 친한 친구가 ROTC로 군 생활 먼저 시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군인 남자친구에게 버림을 받았습니다.”
“버림을 받아? 정말?”
“네. 부대가 달랐는데 양 다리 걸치다가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걸렸으면 당연히 사과를 해야하지 않습니까. 오히려 뻔뻔하게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와, 쓰레기네.”
김호동 하사가 제 일인 것처럼 열을 냈다.
“그런데 황 하사. 그거 알아?”
“뭐가 말입니까?”
김호동 하사가 자세를 바로하며 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렸다.
“난 절대 그런 사람 아니야.”
황하나 하사가 피식 웃었다.
“아무리 그러셔도 전 군인하고 사귀지 않습니다.”
“그럼 내가 군복 벗으면 생각해 보는 거야?”
김호동 하사는 황하나 하사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무엇보다 쾌활한 그녀의 성격이 너무도 보기 좋았다.
여자 부사관들이라고 하면 남자들이랑 잘 안 어울리려고 하고, 아니면 공주 대접을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황하나 하사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다가오고, 이것저것 물어보며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였다.
그래서 황하나 하사가 괜찮다고 하면 진지하게 만나볼까, 생각을 했다. 그런데 황하나 하사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부사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중대 적응도 해야하고, 소대원들과도 친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생각 없습니다. 죄송한 말이지만 그 마음 좀 넣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자 옆에 있던 유선영 하사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황 하사. 너무 대놓고 말하는 거 아니야.”
그러자 김태호 상사가 피식 웃었다.
“유 하사.”
“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김 하사 이런 식으로 까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
“네에······.”
유선영 하사가 놀란 눈으로 김호동 하사를 봤다. 김호동 하사는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행보관님! 그건 기밀입니다.”
“기밀은 무슨 모두 다 아는 사실인데.”
“정말 너무하십니다. 진짜 저 상처받습니다.”
“상처받은 김에 저에게 조언 좀 해주십시오.”
황하나 하사가 오히려 김호동 하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떤 조언?”
“제가 3소대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전 3소대 부소대장으로서 말씀해 주십시오.”
황하나 하사는 매우 진지했다. 처음 맡아보는 소대원인 만큼 남다른 각오도 있었다. 그리고 잘해낼 자신도 있었다.
그런 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김호동 하사는 순간 움찔했다. 의욕 넘치는 그녀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흐흠, 설마 맨 입으로 얘기해 달라는 거야?”
“제가 커피 사겠습니다.”
“커피 말고, 술 사 줘.”
“술은 안 됩니다.”
“뭐야, 황 하사. 너무 선 긋는 거 아냐. 완전 철벽이야.”
“저는 아닌 남자에게 여지는 주지 말자. 주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