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 잘 좀 하지 그랬어?(1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68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17)
“유 하사는 생각보다 똘똘하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네. 보기에는 유약해 보이지만 얘기 듣기로 처음에는 거의 폐소 직전까지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본인이 이 악물고 해서 결국에 부사관을 통과한 것이라고 합니다.”
“음, 그러면 제가 걱정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으음······. 일단 황 하사를 3소대, 박윤지 소위에게 붙이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네에.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 소위님이 좀 유약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황 하사가 뒤를 잘 받쳐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 하사에게는 윤태민 소위에 대한 언질을 미리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윤태민 소위는 곧 갈 사람인데. 유 하사도 알고 있어야죠.”
“그렇다고 너무 또 하극상 일어나고 그러면 곤란합니다.”
“에이. 절대 그럴 일 없도록 각별히 주의를 주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중대장님이 저희 중대를 어떻게 바꿔 놓으셨는데 그런 일로 문제 일으키게 둘 수는 없죠.”
김태호 상사가 당당하게 말했다. 오상진이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행보관님만 믿겠습니다.”
“예, 중대장님. 저만 믿으십시오.”
김태호 상사는 기분이 좋았다. 어쨌거나 이제는 일다운 일을 지금 하고 있었다. 이 모든 일이 오상진이 중대장으로 오고 난 후 부터였다.
오상진도 김태호 상사를 믿고, 김태호 상사 역시 오상진을 좋아했다. 그래서 일을 잘해보려는 의욕이 앞서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좀 있었다. 그것은 김태호 상사의 일 처리가 자기 방식대로 하려는 것이 좀 강하다는 것이었다.
이일로 인해 나중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 체 말이다.
“네. 그럼 고생 좀 해주십시오.”
“네. 중대장님.”
김태호 상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중대장실을 나갔다.
잠시 후 오상진이 행정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각자 업무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3소대장.”
오상진의 부름에 박윤지 3소대장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
“네, 중대장님.”
박윤지 3소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황하나 하사를 불렀다.
“황 하사.”
“하사 황하나.”
“둘이 이제 한 팀이 되었으니까. 잘해보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봤다. 그리고 가볍게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오상진은 윤태민 2소대장을 봤다.
“2소대장.”
“네.”
다소 힘없는 대답이었다. 하물며 풀이 잔뜩 죽어 있는 얼굴이었다. 물론 오상진은 애써 무시했다.
“윤 소위는 일단 유선영 하사가 부 소대장으로 함께할 거야.”
유선영 하사가 윤태민 2소대장에게 말했다.
“유선영 하사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유선영 하사가 먼저 인사를 했다. 윤태민 2소대장이 고개를 까닥했다.
“아, 예에. 잘 부탁합니다.”
두 사람도 인사를 했고, 오상진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짝!
“자,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이제부터 우리 4중대 열심히 해보자고.”
“알겠습니다.”
“넵!”
김진수 1소대장과 홍일동 4소대장이 힘차게 대답했다. 박윤지 3소대장도 눈이 반짝이며 의욕을 드러냈다. 다만 윤태민 2소대장만 소심하게 대답했다.
“그럼 일들 봐.”
오상진이 다시 행정실을 나갔다. 박윤지 3소대장이 황하나 하사를 불렀다.
“황 하사.”
“네.”
“우리 잠깐 얘기 좀 할까요?”
“좋죠.”
박윤지 3소대장과 황하나 하사가 행정실을 나갔다. 그 사이 윤태민 2소대장은 유선영 하사를 힐끔 바라봤다. 유선영 하사는 솔직히 자기 스타일이 아니었다.
‘황 하사가 딱 나랑 맞을 것 같은데. 난 황 하사처럼 쾌활하고, 밝은 스타일이 좋은데. 몸매도 훨씬 좋고······. 그런데 유 하사는······.’
윤태민 2소대장이 빤히 유선영 하사를 봤다. 그러자 유선영 하사가 움찔했다.
‘왠지 공부만 했을 것 같은데. 재미도 없을 것 같고 말이지.’
그렇다고 2소대장인데 뭐라고 얘기 안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일단 무슨 얘기라도 해야 했다.
“저, 유 하사······.”
유선영 하사를 부르는데 갑자기 행정실 문이 벌컥 하고 열리며 김태호 상사가 들어왔다.
“어? 유 하사 여기 있었네.”
“네.”
김태호 상사가 슬쩍 윤태민 2소대장을 봤다.
“2소대장님 혹시 괜찮으시면 유 하사 좀 잠깐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뭐,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아, 네에. 그러세요.”
윤태민 2소대장은 어차피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부르기는 했지만 딱히 할 말도 없었다.
“유 하사. 나오지.”
“알겠습니다.”
유선영 하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김태호 상사를 따라 행정실을 나갔다. 그런데 윤태민 2소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뭐지? 기분이 영 별로인데. 혹시 내 뒷담화 하는 거 아니야?’
왠지 모르게 그런 불안감이 가득 든 윤태민 2소대장이었다.
김태호 상사가 유선영 하사와 커피를 한잔했다.
“우리 4중대 어때?”
“괜찮습니다.”
바짝 긴장한 채로 대답했다. 김태호 상사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그냥 해줄 말도 있고, 듣고 싶은 말도 있고 해서 따로 보자고 한 것이니까.”
“······네.”
그제야 긴장감을 좀 푼 유선영 하사였다.
“유 하사. 우리 4중대에 대해서 들은 얘기가 있어?”
“아, 예에······.”
유선영 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호 상사가 대충 알겠다는 듯 말했다.
“그래. 알겠지. 소문이 안 좋다라는 것을 말이야. 애들도 문제가 많고, 부정할 생각도 없어. 그런데 새로 오신 중대장님께서 많이 신경을 써서 바꾸려고 노력 중이야. 아직 많은 것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대장님께서는 꾸준히 노력 중이셔. 그런데 우리가 그런 중대장님께 힘이 되어드려야 하지 않을까?”
“네.”
“그리고 윤태민 소위 말이야. 너희 2소대장.”
“네.”
“어떻게든 얘기를 들을 수도 있고, 앞으로 들을 수도 있어. 그래서 미리 말해주는 거야. 아마 2소대장 다른 부대로 전출될지도 몰라.”
“그렇습니까?”
처음 듣는 얘기에 살짝 놀라는 유선영 하사였다.
“그렇다고 해서 군 생활 대충 하라는 뜻은 아니야. 그리고 2소대장 무시하라는 소리도 아니고. 조만간 새 사람이 올 텐데 유 하사가 너무 맘 쓰고 그러면 그렇잖아. 안 그래?”
“아, 네에.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중대장님 하극상이니. 또 중대 내에서 개인감정 앞세우고 무례하고 그런 것을 못 보셔. 그런 것을 주의해 줬으면 좋겠어.”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난 유 하사만 믿고 간다.”
“네. 들어가십시오. 충성.”
김태호 상사는 손을 한 번 흔들어 주고는 그곳을 떠나갔다. 반면 유선영 하사는 김태호 상사의 말을 듣고는 생각이 많아졌다.
‘뭐지? 그럼 윤 소위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거네.’
유선영 하사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김태호 상사와 대화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던 유선영 하사. 그녀는 한쪽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윤태민 2소대장을 봤다.
‘응? 2소대장······.’
그때 윤태민 2소대장의 고개가 들려졌다. 그도 역시 유선영 하사와 눈이 마주쳤다.
‘어떻게 하지? 그냥 말을 붙어야 할까? 아니야, 어차피 떠날 사람인데······.’
유선영 하사는 그냥 눈인사만 하고는 그냥 자기 갈 길을 갔다. 그런 유선영 하사를 보는 윤태민 2소대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야, 저 여자. 날 봤는데 그냥 가네?”
윤태민 2소대장은 유선영 하사의 행동에 조금 기분이 언짢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상급자를 보지 않았나. 당연히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말도 걸고, 질문도 하고 그래야 했다.
그런데 그냥 고개만 까닥한다? 윤태민 2소대장은 그런 그녀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았다.
“오호라, 이것 봐라.”
윤태민 2소대장은 행정실로 들어가는 유선영 하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가 행정실로 사라지고 윤태민 2소대장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방금 나 무시한 행동이지? 그런 거지. 아무리 내가 징계 중이라고 해도 그렇지. 날 무시해? 윤태민이를 말이야?”
윤태민 2소대장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사실 윤태민 2소대장은 현재 징계를 받고 있다. 원래라면 보직해임을 당한 후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가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외할아버지인 신범규 예비역 준장의 입김 덕분에 일단은 계속 2소대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윤태민 2소대장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4중대에서 빨 꿀은 다 빨았고, 지금 이 상황에서 계속 남아 있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그런 면에서 다른 부대로 전출 가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이었다.
‘어차피 여기 있어봤자. 눈치만 줄 것이고 말이지.’
다만, 전 중대장인 이민식 대위가 사고를 치고, 보직해임을 당했다. 대대로 복귀를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책상만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식이라면 엄청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 어쨌든 윤태민 2소대장은 다른 부대로 전출 가기 전까지 조용조용 지내고 있으면 될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새로 들어온 부소대장이 저따위로 행동하니 확 짜증이 났다.
“내가 이꼴이다 보니, 만만해 보인다 이거지. 갓 들어온 부사관 나부랭이 새끼가 말이지.”
윤태민 2소대장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거칠게 비벼 끄고 몸을 일으켰다.
막 행정실로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근처 벤치 앞을 지나갔다. 그곳에 음료수를 마시며 면담을 하고 있는 박윤지 3소대장과 황하나 하사가 보였다.
“어? 박 소위······. 황 하사?”
윤태민 2소대장이 중얼거리면서 박윤지 3소대장을 지나 황하나 하사를 훑었다.
‘으음, 확실히 박 소위가 미인상이긴 해. 하지만······.’
황하나 하사를 보는 그의 눈빛이 살짝 끈적끈적해졌다. 황하나 하사는 구릿빛 피부에서 느껴지는 강한 분위기에서 확실히 섹시한 이미지가 느껴졌다.
“쯧, 쟤가 내 밑으로 들어왔어야 하는데. 짜증이네.”
윤태민 2소대장은 혀를 한번 차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곤 행정실로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그런 줄도 모르고 박윤지 3소대장이 황하나 하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부사관학교를 올해 졸업을 한 것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소대장님.”
“으음······ 그렇구나.”
박윤지 3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음료수를 마셨다. 그러다가 황하나 하사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런데 소대장님은 육사 몇 기십니까?”
“아! 저 육사 안 나왔어요.”
“그럼 3사관학교 말입니까?”
“아니요.”
“아, 아······. 학군단이시구나.”
황하나 하사의 말투에서 뭔가 살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박윤지 3소대장이 슬쩍 표정이 굳어졌다.
“네. 학군단 나왔어요.”
그러자 황하나 하사가 바로 얘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