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 잘 좀 하지 그랬어?(15)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66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15)
“됐어! 또 무슨 얘기 하려고.”
“시끄럽고, 이쪽으로 와서 앉아 인마.”
2층 베란다 쪽으로 나가면 그곳에 앉는 의자가 있었다. 그곳에 앉은 두 사람.
“사법고시 준비는 잘되고 있어?”
“뭐, 그럭저럭하고 있어.”
오정진이 대답을 하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바로 휴대폰 발신자를 확인했다. 휴대폰 화면이 유호정이라고 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전화기를 덮었다. 그것을 본 오상진이 말했다.
“왜 안 받아. 받아.”
“아니야. 안 받아도 돼.”
“학교 친구?”
“응.”
“남자지?”
“······어.”
오정진은 약간 대답이 늦었지만 오상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상진은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가 전화를 했나 보다 하고 생각을 했다. 그러고 있는데 오상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2층에 있어?”
“응, 여기 있어.”
오상희가 재빨리 올라와 두 사람을 봤다.
“뭐야, 두 사람 여기서 뭐 해.”
“소화 좀 시키고 있었다. 왜?”
“고기 안 먹을 거지? 다 먹은 거지?”
“다 먹었지.”
“그럼 말을 하고 가야지. 괜히 고기를 더 구웠잖아. 아깝게······.”
“어차피 네가 먹을 거면서······.”
“됐고! 엄마가 과일 깎는데 내려오래.”
“알았어.”
오상진이 대답을 했고, 오상희는 자기 할 말이 다 끝났는지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오상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까지 오정진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 해.”
“응?”
“과일 먹으러 내려오라잖아.”
“아, 알았어.”
오상진이 움직이고, 그 뒤를 오정진이 따라 내려갔다.
주말을 집에서 보내고 월요일 아침 중대로 출근을 한 오상진. 자신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사장교입니다.”
3대대 인사장교 목소리였다.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네. 들어오십시오.”
모자에 다이아 2개가 박힌 인사장교가 들어왔다.
“충성.”
“그래, 어서 와요. 황 대위님은 잘 계시죠.”
“네. 뭐······.”
인사장교가 웃었다. 황명수 대위는 인사과장으로 있었다.
“아, 잘 있다는 거죠.”
“네.”
“그런데 4중대까지는 어쩐 일로 왔어요.”
“아, 부사관 두 명을 4중대로 배치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인솔해 왔습니다.”
“부사관 2명?”
“네.”
“지금 어디 있습니까?”
“밖에 대기 중입니다.”
“들어오라고 해요.”
“알겠습니다.”
인사장교가 문을 열었고, 곧이어 두 명의 부사관이 들어왔다. 그런데 둘 다 여자 부사관이었다. 오상진은 두 여자 부사관을 봤다.
“충성! 하사 황하나.”
“하사 유선영입니다.”
“그래요, 반가워요.”
오상진은 환환 미소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 일전에 오상진은 대대에 인력요청을 했었다.
어차피 2소대와 3소대 부소대장이 공석이라 충원을 해야 했다. 원래 3소대였던 김호동 하사는 조인범 상병 일로 부소대장직을 이어가기 힘들어 보직변경을 했다.
행정보급관 김태호 상사 밑에 두기로 한 것이다. 기존 2소대 부소대장이었던 이기상 하사는 윤태민 소위랑 같이 붙어 있을 수 없어 이번에 전출을 갈 예정이었다. 그래서 부소대장 두 명의 자리가 필요했다.
오상진은 3소대 소대장인 박윤지 소위를 위해 여자 부사관 한 명, 남자 부사관 한 명을 각각 요청했다. 그런데 여자 두 명이 온 것이었다.
“으음······. 인사장교.”
“네.”
“저쪽으로 잠깐만······.”
오상진은 중대장실 구석으로 인사장교를 불렀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네?”
“나는 여자 부사관 한 명, 남자 부사관 한 명. 이렇게 요청을 한 것으로 아는데.”
“4중대장님도 참······. 아시지 않습니까. 어떻게 딱딱 입맛에 맞춰서 보내드립니까. 그래도 이렇듯 바로 인원을 보충해 드린 것이 다행입니다.”
“그래도······.”
“이해해 주십시오.”
그러나 오상진은 차라리 반대라면 이해를 했다. 남자 둘이 왔다면 말이다. 그러면 이해를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왜냐하면 군대라는 것이 여자 부사관보다는 남자 부사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니까.
그런데 오히려 이 반대인 경우는 좀 이상했다.
‘내가 듣기로는 3대대에 보충된 여자 부사관 인원이 2명이라고 했는데 그 2명을 전부 4중대로 보낸다고?’
오상진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제 와 따지고 그럴 수도 없었다. 어쨌든 지금 오상진은 대대장하고 딱히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더 이상 인사장교에게 따져 봤자 우스운 꼴이 될 것 같았다.
하물며 인사장교 역시 위에서 내린 지시로 여기까지 끌려 온 것이 아닌가.
“그래요. 알겠어요.”
“그럼 여기 사인 부탁드립니다.”
오상진은 인수인계에 사인을 했다. 그렇게 인사장교가 가고, 오상진은 두 명의 여자 부사관을 보고는 자리로 와서 앉았다.
“반가워요. 다시 인사하죠. 나는 4중대장 오상진 대위라고 합니다.”
오상진이 환한 얼굴로 두 여자 부사관에게 얘기를 했다.
“네. 하사 황하나입니다.”
“하사 유선영입니다.”
두 부사관 역시 또 한 번 관등성명을 댔다.
“차 마실 거죠?”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황하나 하사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가······.”
“아니야, 아니에요. 앉아 있어요.”
오상진의 만류에 어정쩡한 자세로 앉았다. 정수기에 뜨거운 물을 담아서 잘 저어 내밀었다.
“맛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뭐. 믹스커피라.”
“잘 마시겠습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두 사람이 커피 컵을 잡았다. 오상진도 자신의 커피를 타서 가져와 앉았다.
“자, 그럼 얘기를 나눠볼까요?”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오상진은 황하나 하사와 유선영 하사를 앉혀놓고 면담을 했다.
제일 먼저 황하나의 인적사항을 먼저 살펴봤다. 그리고 긴장한 채로 앉아 있는 황하나 하사를 봤다.
“황 하사는 부사관 학교에서 성적이 좋네.”
“가, 감사합니다.”
오상진은 인적사항에 적힌 황하나의 학교를 확인했다. 여고까지 나오고, 대학교는 체대를 들어갔다. 중간에 부사관에 지원에 이렇듯 온 것이었다.
‘으음, 딱 봐도 군인 체질처럼 보이는데······.’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나, 눈빛, 무엇보다 짧은 머리에 보여지는 모습에서 그렇게 느껴졌다. 게다가 부사관 학교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는 것이다.
‘황 하사는 3소대장하고 잘 맞겠군. 박 소위가 지난 김호동 하사 건으로 인해 소극적인 것도 있고. 황 하사가 박 소위를 잘 보좌할 것 같군.’
오상진은 황하나 하사의 모습과 인적사항에 적힌 것으로 이미 3소대 부소대장으로 보낼 생각을 마쳤다.그다음 장을 넘기자 유선영 하사의 인적사항이 보였다. 유선영 하사는 약간 조용조용하고 좀 소심한 성격인 것 같았다.
좋게 말하면 꼼꼼하고, 조용한 성격인 것 같았다.
‘그런데 느낌은 박 소위 같기도 하고······. 으음, 차라리 황 하사 같은 성격의 하사가 두 사람이 왔다면 좋았을 텐데······. 그럼 2소대 부소대장으로 넣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말이지.’
오상진은 정말 그것이 몹시 안타까웠다.
‘이러니 박윤지 소위 밑에 박 소위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을 붙일 수는 없는 것이고······. 오히려 문제가 생길 소지가 다분한데.’
그렇다고 윤태민 2소대장 밑에 유선영 하사를 붙이자니, 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 같았다.
어쨌든 윤태민 2소대장은 박윤지 3소대장에게 짓궂게 대해 왔다. 물론 사건 이후로 조용히 지내고 있다고 하지만 그 천성이 어디 가겠는가.
그래서 오상진은 너무도 고민이 되었다. 손가락으로 책상을 몇 번 두드리던 오상진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나가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충성.”
두 사람이 경례를 하고 중대장실을 나갔다. 오상진은 곧바로 전화기를 들어 번호를 눌렀다.
“네. 행보관님. 잠시 저 좀 보시죠.”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잠시 후 중대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김태호 상사가 들어왔다.
“네, 중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행보관님, 어서 오십시오.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김태호 상사는 궁금증을 가지며 자리에 앉았다. 오상진은 김태호 상사가 앉자마자 얘기를 꺼냈다.
“행보관님이 우리 중대에 새로 부사관 두 명이 온 것을 알고 있습니까?”
“네, 얘기는 들었습니다. 둘 다 부사관 졸업하자마자 바로 넘어왔다던데요.”
“그래요. 그럼 행보관님도 잘 모르시겠네요.”
“두 사람에 대해서 말입니까? 저도 들은 것은 많이 없는데 원하신다면 제가 좀 알아보겠습니다. 필요하신 것이 있습니까?”
“두 사람의 성적에 대해서는 인적사항에 적혀 있어서 알겠는데······. 솔직히 두 사람 성격이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2소대 부소대장 자리로 비지 않습니까. 2소대에 넣어야 하는데 윤 소위 밑으로 넣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저기, 중대장님. 윤 소위는 계속 저희 중대에 있는 겁니까?”
김태호 상사가 궁금증을 느끼며 물었다.
“그건 아닙니다. 제가 듣기로는 당장에 4중대에 인력충원이 쉽지 않아서 말이죠. 적당한 사람이 구해질 때까지만 있는 것 같습니다.”
오상진도 그렇게 위에서 보고를 받았다. 어쨌든 윤태민 2소대장은 후임이 구해질 때까지만 이곳에 머무는 것이었다. 김태호 상사가 얘기를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중대장님, 그럼 별문제가 없지 않겠습니까. 좀 그렇긴 하지만 제가 두 하사를 잘 챙기겠습니다. 그러면 두 중에 누굴 붙여도 별문제는 없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2소대장이 바뀔 건데, 굳이 이렇게까지 고민하실 필요는 제 생각에 없을 것 같습니다.”
김태호 상사는 정말 편안하게 말했다. 어차피 윤태민 2소대장은 곧 사라질 사람이고, 그러면 본인 스스로의 처지를 잘 알기 때문에 잘 처신할 거라 생각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을 저질러 옷을 벗게 생겼다면 대부분 조용히 지냈다. 윤태민 2소대장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행보관님이 봤을 때 요즘 윤 소위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으음······. 그 일이 있고 난 후 정말 조용조용히 지내는 것 같습니다. 제 눈에도 잘 띄지 않는 것 같고 말이죠.”
“그래요?”
“네. 예전에는 정말 눈에 잘 띄었거든요. 마치 놀러 온 사람처럼 여기에도 오지랖, 저기에도 오지랖 그랬거든요.”
김태호 상사의 판단에는 그랬다. 오상진이 얘기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두 사람에 대해서 조금만 더 알아봐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습니다.”
김태호 상사가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오상진도 두 사람의 인적사항을 다시 살펴봤다.
그런데 김태호 상사는 나가질 않고 슬쩍 얘기를 꺼냈다.
“그보다, 중대장님.”
“네?”
“조만간 저희 대대 체육대회 있는 거 아시죠.”
“벌써 그렇게 되었습니까?”
오상진이 깜짝 놀라며 책상 달력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원래 일정은 이날이 아니지 않나요? 왜 이렇게 앞당겨진 거죠?”
그러자 김태호 상사가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