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 잘 좀 하지 그랬어?(13)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64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13)
“네네.”
“그럼 일단 가시는 길에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알려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얘기를 마치고 방을 나왔다. 김 비서와 함께 오피스텔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그곳에서 관리소장과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분이 관리소장님이십니다.”
관리소장이 넙죽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네에. 잘 부탁드립니다.”
오상진도 마주 인사를 했다. 그런데 관리소장이 일반 아파트에 있는 관리소장과는 좀 달랐다. 덩치도 있고, 딱 봐도 뭔가 경호원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마도 느낌상 선진그룹 사람인 것 같았다.
‘으음, 상관은 없지 뭐······’
그도 그럴 것이 오상진은 이 오피스텔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자신이 관리하는 빌딩이 있다. 고모부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연예인들이 기거할 곳이었다. 그래서 관리가 철저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관리소장이 있는 것이 아무래도 좋을 것 같았다.
‘뭐, 선진그룹 사람이라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겠지.’
오상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 비서가 조용히 말했다.
“혹시라도 직원을 바꾸실 생각이라면 제가 좋은 분을 추천······.”
오상진이 바로 손을 저었다.
“아뇨! 저분들 다 최강호 본부장님이 뽑으신 분들이시죠?”
“아, 네에······. 어떻게 아셨습니까?”
오상진이 미소를 보였다.
“저도 군인이라 잘 압니다. 표정도 그렇고, 행동 역시 뭔가 절도가 있고 그러네요. 그럼 보통분들이 아니라는 거죠. 맞습니까?”
“네. 오 대표님.”
김 비서가 순간 살짝 놀라더니 이내 미소를 보였다.
“게다가 최강호 본부장님이 어련히 알아서 뽑으셨겠습니까. 저분들을 믿고 맡기겠습니다.”
“그럼 이대로 인수인계 하시겠습니까?”
김 비서의 물음에 오상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죠. 대신에 이 오피스텔의 주인은 저희라는 것을 꼭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꼭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릴게요. 그래도 나름 지휘체계는 확실히 하자는 주의라서 말이죠.”
“네. 보고는 바로 두 분께 올리라고 당부해 놓겠습니다.”
“네. 그렇게 진행해 주세요.”
오상진은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왔다. 1층 주차 관리원을 만났다.
“지금 가십니까?”
“네.”
김 비서가 또 바로 소개를 해줬다.
“인사하시죠. 여기 오피스텔을 매입하신 분입니다.”
그러자 주차관리원이 바로 허리를 숙였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그런 것도 모르고······.”
한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김상식 씨죠.”
“아, 네네.”
한소희는 이름표를 확인하며 물었다. 김상식이 바로 대답했다. 한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조금 전처럼 꼭 철저하게 관리해 주세요. 저희가 연예기획사라 기자들이라든지, 팬들이 쫓아올 수 있어요. 그럴 때마다 관리를 잘해주셔야 해요.”
“네.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대답을 한 김상식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혹여 조금 전 자신이 막은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는 않았을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오상진과 한소희는 오피스텔을 나와 몸을 돌렸다. 그 상태로 오피스텔을 쭉 올려다봤다. 오 엔터 간판이 걸린 그 건물도 멋있는데 여기 오피스텔도 자신의 것이 된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상진 씨.”
옆에서 같이 바라보던 한소희가 불렀다.
“왜요?”
“이거 오피스텔 이름 뭘로 지을 거예요?”
“으음······. 글쎄요. 기왕이면 예쁜 이름으로 지어요.”
“예쁜 이름이요?”
오상진이 잠깐 고민을 했다.
“예쁜 이름이라······.”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자신 앞에 환한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소희가 보였다. 오상진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찾았네요, 예쁜 이름.”
“뭔데요?”
“소희로 하죠.”
순간 한소희의 표정이 밝아졌다가 바로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뀌었다.
“정말 그래도 돼요?”
“네. 소희 씨가 허락한다면요.”
“오, 그럼 꼭 내 빌딩 같잖아요.”
“우리 어차피 결혼 할 건데. 내 빌딩이 소희 씨 거고, 소희 씨 빌딩이 내 거고 뭐 그런 거죠.”
오상진은 살짝 부끄러운지 약간 횡설수설거렸다. 하지만 정확한 의미는 한소희에게 전달되었다. 한소희가 환하게 웃었다.
“어머! 뭐예요. 설마 이거······ 결혼 선물?”
“오우, 결혼 선물치고는 좀 세지 않아요? 그보다 절반이 빚인 건 알고 있죠?”
“뭐 어때요. 서로 같이 벌어서 갚아가면 되는 거죠.”
오상진이 씨익 웃었다.
“그래요. 어차피 결혼하면 소희 씨가 관리할 건데요.”
“헤헤, 신난다. 진짜 내 이름 써도 되는 거죠?”
“네. 그럼요.”
“으음, 어디 보자. 그러면 영어로 할까? 한글은 좀 그러니까.”
“소희 씨 마음대로 해요. 이제 이 빌딩은 소희 씨 이름이니까요.”
한소희가 오상진에게 다가와 품에 안겼다.
“상진 씨 고마워요.”
“뭐가요.”
“저 있잖아요. 진짜 남자 하나는 잘 만난 것 같아요.”
“에에?”
오상진은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한소희는 진짜 오상진이 진심으로 좋았다. 물론 군인이었을 때도 좋아했지만 점점 더 사랑하는 것 같았다.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그래, 이 남자는 저런 물질적인 것으로 가늠할 수 있는 남자가 아니야. 나도 상진 씨를 그렇게 보지 않았고. 이 남자는 진짜······ 너무 멋져!’
한소희는 진심으로 오상진을 좋아했다. 자신을 좀 더 가치 있는 여자로 만들어줬다.
이제 오 엔터 대표에다가, 작은 오빠도 사람 만들어주고. 큰 오빠네 부부도 별 탈 없이 도와주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강남의 오피스텔을 매입까지 했다. 이 얼마나 멋진 남자인가.
‘당신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오상진을 안고 있는 한소희의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어어, 소, 소희 씨······. 좀 아픈데.”
“가만히 있어요.”
“아, 네에······.”
한소희는 그렇게 한동안 오상진 품에서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었다.
다음 날 오상진은 모처럼 집에 들렀다. 그리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고기파티를 했다.
“와. 이게 얼마 만에 먹어보는 소고기야.”
“그러게 말이야.”
오상희와 세나가 노릇노릇 익어가는 소고기 앞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스타가 되기 위해서 먹을 것도 못 먹고, 빅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고생을 해왔다.
그래서 그런지 고기류를 보면 사족을 쓰지 못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오상진이 한마디 했다.
“얘들아, 넉넉하게 사 왔으니까 제발 그러지 좀 마.”
“오빠는······ 뭐 얼마나 사왔는데.”
오상희가 기웃하자, 옆에 있던 세나가 말했다.
“세나 엄청 많이 먹는데······.”
“만에 하나 고기가 떨어졌지? 그럼 오빠가 나가서 고기 또 사 올 테니까. 걱정 말고 천천히 마음껏 먹어.”
세나가 눈을 반짝였다.
“어머, 정말요?”
오상희는 바로 콧방귀를 꼈다.
“칫!”
“야, 오상희. 너는 또 왜? 뭐가 불만인데?”
“오빠, 고기를 말이야. 끊어지면 맛없는 거 몰라?”
“그래서?”
“고기 떨어지기 전에 사와야지.”
오상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오정진을 봤다.
“정진아. 도대체 너는 상희 교육을 어떻게 시켰냐.”
“형은······ 상희 쟤가 어디 내 말을 듣나.”
오상희가 눈을 부릅뜬 채로 오정진을 봤다.
“와, 어이없네. 이 오빠는······. 나 같이 착한 동생이 어디 있다고. 그렇지, 언니?”
“응, 그럼.”
세나가 바로 맞장구를 쳐줬다. 그렇게 오상희와 죽이 잘 맞는 세나가 귀여웠을까? 오정진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그것을 본 오상진이 슬쩍 발로 오정진의 발목을 툭 쳤다.
“왜?”
“입 찢어지겠다. 입!”
“그런 거 아니거든.”
“그런 것이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수현이에게 다 말한다.”
오정진이 약간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그래? 너 수현이랑 싸웠어?”
“어!”
“왜?”
“······.”
오정진은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넌 말이야. 그렇게 공부, 공부하더니. 그 와중에도 할 것은 다 한다.”
“뭐가?”
“아니, 연애할 시간도 없다면서 한 달에 한 번 만나는데 그 와중에 또 싸워? 대단하다, 정말······.”
오상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오정진이 오상진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걸 형이 어떻게 알아?”
순간 오상진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그는 오정진의 시선을 피하며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오늘 고기 맛있네.”
“뭐냐고. 형이 수현이랑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것을 어떻게 아냐고.”
오정진이 따지듯 물었다. 그러자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왜 몰라. 안 봐도 다 알지.”
오상진이 대충 얼버무렸다. 그렇다고 정수현과 따로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이실직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정진도 보통 눈치가 아니었다.
“형 혹시······.”
“뭐 인마.”
“아니지?”
“뭐가?”
“동생 놔두고 막······ 뒤에서······. 아니지?”
“그러니까, 뭐? 말을 똑바로 해.”
오정진이 바로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됐어. 형에게 실망이다.”
“이 자식 봐라. 야, 인마. 수현이도 어떻게 보면 내 동생이나 다름없는데. 그러면 뭐, 연락 오는데 그럼 쌩까? 무시해? 그래?”
“와, 형 진짜······.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하네.”
“뭘 너무해. 그러니까, 좀 잘해. 형 봐봐. 얼마나 잘하냐.”
오정진이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바로 물었다.
“그런데 왜 형수님이랑 같이 안 와?”
“아, 소희 씨는 어제 만났고. 그리고 할 일도 많고 해서······. 여기 오면 편히 쉬지도 못하는데 뭐 하러 불러. 그냥 오늘 하루 쉬라고 했어.”
“형수님이 서운해하지 않아?”
“서운해하지. 그런데 쉬는 게 나아.”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야, 이모 왔는가 보다.”
“어, 알았어.”
오정진이 현관으로 뛰어나갔고, 이모네 가족들이 들어왔다. 오상진과 오상희도 거실로 나갔다.
이모인 신지애, 이모부 함기철, 주희와 주혁이도 함께 왔다. 그들을 보며 오상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이구, 주희도 왔네.”
“네, 오빠. 오랜만이에요.”
주희가 거실로 가서 앉았다. 그런데 네 사람이 세나를 발견하고는 놀란 눈으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아주 잠깐 오상진의 여자친구가 바뀐 거라고 오해를 해버린 것이다.
그러자 오상진이 바로 소개를 해줬다.
“아, 세나야 인사해. 여기는 이모네 가족분들. 그리고 여긴 우리 회사 아티스트. 내가 정말정말 친한 형님의 처제예요.”
“아, 그래요.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세나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 뒤로 이모인 신지애와 주희, 주혁과도 인사를 했다.
특히 이모부는 세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것을 본 신지애가 옆구리를 툭 쳤다.
“으응?”
“이 사람이 주책이야.”
“내, 내가 뭘······.”
“어이구, 됐어요. 아무튼 남자들이란······.”
“크흠······.”
이모부는 괜히 시선을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