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 잘 좀 하지 그랬어?(1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61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10)
사실 오상진이 또래의 젊은 장교들처럼 군대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선주, 한만식의 말에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상진은 이미 군 생활을 할 만큼 했다.
회귀 전에 말이다.
그 과정에서 군 생활이 어떤지 알만큼 잘 알고 있다. 외부에서 군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의 걱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언제 전역하겠다고 약속은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한소희가 입을 열었다.
“아빠, 최익현 의원 알죠.”
“최익현? 대한민국에 최익현 의원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냐.”
“그럼 아빠. 최익현 의원을 어떻게 생각해요?”
“이 녀석이 갑자기 왜 최익현 의원 타령이야? 선거철도 아닌데.”
“그러니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냐고요.”
“어떻게 생각하긴 뭘 어떻게 생각해. 그 양반이 한 번은 대통령을 할 거라 생각하지.”
“그렇죠? 그런데 아빠. 우리 상진 씨가 최익현 의원하고 아는 사이인 것 알아요? 그것도 제법 가까운······.”
한소희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 있게 말했다. 한만식이 눈을 크게 했다.
“뭐? 자네 소희 말이 정말인가?”
오상진은 지난번에 선진그룹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지난번 비싼 양주를 사 왔을 때에도 오상진의 인맥이 제법 있다고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설마하니 최익현 의원하고 아는 사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선주도 그 말에 깜짝 놀라서 오상진을 봤다.
“정말 최익현 의원하고 알아요?”
“아, 예에. 의원님하고 조금 인연이 있습니다.”
그러자 한소희가 바로 말했다.
“상진 씨는 그렇게 말을 하면 내가 이상해지잖아요. 엄마, 아빠! 최익현 의원님. 우리 상진 씨랑 보통 인연이 아니라, 정말 아껴요.”
“아껴? 어떻게?”
“내가 이런 말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지난번에 내가 얘기했죠? 내가 연예기획사 선진그룹에서 도와주는 사람 있다고.”
“그랬지.”
“그분이 바로 최익현 의원님 아드님 되세요.”
“뭐? 정말이야?”
“그럼요.”
“그럼 설마 그 최강호라는 본부장?”
“아니요. 그분 동생요. 최강철 팀장님요.”
“오오, 막내!”
“네.”
최강호 본부장이 아니라, 조금 아쉽긴 했지만 막내라도 상관없었다. 어쨌거나 재벌가 자식과 친해져서 나쁠 것은 없었다.
“강철 씨가 사실 우리 상진 씨 군대 부하였어요. 그 당시 우리 상진 씨가 소대장이었거든요.”
“오호, 그래?”
“네. 그때 강철 씨가 우리 상진 씨 많이 따르고, 밖에서는 이것저것 일도 도와주고 그래요.”
“아, 그래서 그때 비싼 양주 구해줬다는······.”
“네, 그 친구 맞습니다.”
“아이고, 그런 인연이 있었구만.”
오상진은 살짝 멋쩍어했다. 선진그룹 빽으로 술을 가져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만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진그룹의 막내가 오상진을 위해서 술까지 구해준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다.
이선주가 슬쩍 물었다.
“그래서 최익현 의원이 뭐라고 그랬는데.”
“최익현 의원이 강철 씨를 통해서 상진 씨보고 정치할 생각 없냐고 그랬어요.”
“정말?”
“네. 만약 정치할 생각이 있다면 끌어 줄 생각이 있다고 말이에요.”
“그게 정말인가?”
“제가 정확하게 최익현 의원님에게 들은 것은 아니지만 강철이가 그렇게 말은 했습니다. 저는 그저 생각은 해 보겠다고 말은 했습니다.”
하지만 오상진은 그때 무슨 정치인이냐며 거절을 했다. 그러나 이 분위기에서 정치에 뜻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자 한만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는 다 계획이 있었구만. 껄껄껄.”
“어후, 우리가 괜한 생각을 했나 봐요.”
단순히 오상진은 군에 욕심이 있어서 군 생활만 하겠다고 했다면 걱정이 되지만. 만약에 정치까지 생각해서 군 생활을 하는 것이라면 이건 또 생각이 달라지는 것이었다.
만약에 진짜 그렇게만 된다면 한만식과 이선주도 얼마든지 오상진의 뒷바라지를 할 의향이 있었다.
“이거, 이거······. 안 되겠는데. 이런 날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 거지. 술 한잔해야겠어.”
“그럼······ 저거 따요?”
“이 사람이······ 저건 안 된다니까. 지난번에 남긴 거 있지? 그거 가지고 와.”
“으휴, 정말 치사해서 원······.”
이선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 오상진을 본 한만식이었다.
“오 서방. 오늘 술 한잔할 수 있지?”
“그럼요. 아버님이 주시는 술은 당연히 받아야죠.”
“하하하, 그래. 그래.”
잠시 후 이선주는 반쯤 먹다 남은 양주를 가져왔고, 그렇게 네 사람은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가볍게 한 잔씩 즐겼다.
다음 날 오상진은 오랜만에 이모인 강경자를 만났다. 오상진 역시 지난번 빌딩 경매를 통해 여러 번 만나고 안면을 익히다 보니 이제는 조금 친해져 이모라고 불렀다. 강경자 역시도 오상진을 오 서방이라고 불렀다.
“오 서방. 어제 형부 보러 갔다면서.”
“네.”
한소희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모가 어떻게 알아?”
“얘는, 너희 엄마가 그런 걸 얘기할 사람이 나밖에 더 있니. 어쨌든 형부가 오 서방 마음에 든다며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참······. 오 서방 같은 사위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그렇게 푸념을 하던 강경자가 슬쩍 오상진에게 물었다.
“그래서 말인데 오 서방.”
“네?”
“소희 말고, 이참에 내 딸을 만나보는 것은 어때!”
“이모!”
한소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강경자가 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농담이야. 농담! 내가 이런 말 한다고 오 서방이 넘어오기나 하겠니.”
“그래도 이모!”
“알았다고.”
강경자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에서는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한소희.”
“네?”
“너도 참 그렇다. 이모가 이렇게 말을 하면 오 서방 같은 사위감을 구해서 소개를 시켜줘야지. 너만 재미 보면 끝이니?”
“어머, 이모도 참. 상진 씨 같은 사람이 세상에 또 어디 있다고 그래요. 절대 이 세상에는 상진 씨 같은 사람 없거든요.”
“어후, 그래 너 잘났다. 그보다 왜 갑자기 오피스텔이야?”
강경자가 물었다. 왜냐하면 오상진은 지금껏 빌딩만 봐 왔기 때문이었다. 뜬금없이 오피스텔 매물로 나왔는지 물어봐서 강경자는 정확한 이유까지는 듣지 못했다.
“아, 그게 말이죠.”
한소희가 대략적인 상황을 얘기해 줬다. 그러자 강경자는 바로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야, 한소희 대단하다. 네가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된 거야?”
“에이, 전에 있던 기획사 업어 온 거예요. 소속된 배우도 몇 명 없고요.”
“누구 있는데.”
“으음, 이모도 알 건데요. 신소라 씨라고······.”
“신소라? 설마 내가 아는 그 신소라?”
강경자가 깜짝 놀랐다. 한소희가 어깨에 잔뜩 힘을 줬다.
“어머나, 이모 드라마 좀 봐요?”
“이놈의 기집애야. 신소라 씨를 모르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어디 있어. 연기도 잘하고 예쁘고 말이야.”
“어엉, 신소라 씨가 유명하구나.”
한소희가 괜히 딴청을 피우며 말했다. 그러자 강경자가 바로 한소희의 팔을 손으로 쳤다.
딱!
“아얏, 아파요.”
“이놈의 기집애가. 아주 그냥 날이 갈수록 더 능글맞아져.”
“그래서 거기 소속된 연예인들 숙소로 사용한다는 거지?”
“네.”
“그러면······. 내가 찾은 매물은 애매한 것 같은데.”
“왜요?”
“아니, 내가 찾은 매물은 방 2개 딸린 오피스텔 건물이거든.”
“으음, 그러면 제법 가격이 나가지 않아요?”
“강남이니까, 제법 비싸. 그런데 거기가 일이 저리 문제가 많아서 주인이 몇 번 바뀌었어. 그래서 싸게 나온 거야.”
“얼마인데요?”
“100억 정도?”
“몇 층인데요?”
“지하 2층에 지상 7층. 각 층에 방이 다해서 여섯 개씩 해서······.”
강경자가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더니 말했다.
“30세대 정도 되네.”
지하 2층에 지상 7층 오피스텔이었다. 그것도 강남에 있는 오피스텔로 제법 싸게 나온 것이었다. 그나마 강남이라 고급 오피스텔에 속한 것이었다.
“으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좀 애매하네요.”
“뭐가 애매해?”
그러자 한소희가 얘기를 꺼냈다.
“이모, 솔직히 숙소가 필요한 것은 연습생이잖아요. 원래 단체 생활하면 불편하니까, 상진 씨가 개별 숙소를 주려고 했던 것이거든요.”
“으응, 그래서 방 하나 딸린 깔끔한 오피스텔을 원했던 거구나.”
“네.”
“그럴 바에는 거의 새로 짓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럴까요?”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일단 건물부터 보고 싶었다.
“한번 건물 보러 가시죠.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오상진의 말에 강경자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하자고.”
강경자를 따라 오상진이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 후 도착한 강경자가 오피스텔 건물을 보여줬다.
건물이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았다. 방이 두 개지만 그리 큰 편도 아니었다. 그리고 내부는 한 15평 정도 되었다.
“혼자 살기에는 그리 나쁜 편은 아니네요.”
다만 단점은 회사랑 좀 멀리 있는 것이었다.
“저희 회사랑 좀 먼데요.”
“그러게요, 좀 멀어요.”
“왜? 이 지역이면 된다고 하지 않았어?”
“이 지역까지인데······. 우리 회사랑 가장 멀리 있어서요.”
“으음······ 그럼 다시 알아봐야 하나.”
강경자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한소희가 말했다.
“이모. 다른 건물 아는 것은 없죠?”
“빌딩이면 모를까, 오피스텔 건물은 잘 없으니까. 좀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이모, 수고스럽겠지만 좀 알아봐 주세요.”
한소희의 말에 강경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오피스텔을 둘러보는 오상진을 불렀다.
“오 서방.”
“네.”
“빌딩은 안 봐?”
“빌딩요? 괜찮은 매물 있으면 소개시켜 주세요.”
“그래? 사실 말이야. 내가 최근에 점 찍어 놓은 빌딩이 있는데. 그거 좀 더 알아본 후 내가 조만간 연락할게. 괜찮지?”
“네. 그럼요.”
“알았어, 알았어. 그럼 그때 다시 한번 얘기하자고.”
강경자는 기쁜 마음으로 오상진과 대화를 했다. 그런데 강경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네네, 사장님······.”
강경자는 전화를 받으며 먼저 가보겠다며 손을 흔들어 줬다. 오상진과 한소희가 들어가라며 인사를 했다.
“오늘 기대하고 왔는데 허탕이네요.”
한소희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괜찮아요. 한 번에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이모님이 이렇듯 알아봐 주신 것만 해도 고맙죠.”
“그렇긴 한데······.”
한소희가 오피스텔 건물을 올려다봤다. 오상진 역시 같이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건물이 회사랑 좀 더 가까이 있었으면 좋았을걸.”
“그러게 말이에요. 그럼 로드 매니저를 고생시키더라도 이 오피스텔 구입해요?”
한소희의 말에 오상진이 잠깐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잠깐이라면 모르겠지만 나중에 아티스트들 늘어나고 관리할 인원도 필요할 텐데 회사랑 가까이 있으면 좋죠. 그래야 다른 직원들도 같이 생활하게 하고요.”
한소희가 눈을 크게 떴다.
“어? 아티스트뿐만이 아니라, 직원들도 살 수 있게 한다고요?”
“그럼요. 당연하죠. 가능하면 직원들도 생활할 수 있게 해야죠. 그래야 아티스트 관리에 좀 더 신경 쓰고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