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 잘 좀 하지 그랬어?(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58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7)
“죄송합니다. 제 딴에는 어떻게든 수습을 해보려고 하다 보니······.”
“그래서 수습한다고 한 것이, 신범규 준장을 꺼내 든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4중대장이 이 일을 터뜨리려고 마음을 먹으면 피해가 누구에게 갈 것 같습니까. 4중대 자체를 특별 편성한 것이 대대장님 아니십니까.”
“그래서 내 잘못이다. 이 모든 일이 다 내 잘못이라고 말하는 거야!”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대장님께서는 좋은 뜻으로, 좋은 취지로 중대를 개편하신 거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아닙니다. 만에 하나 이번 일로 인해서 대대장님 가시는 길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신범규 준장님께 사실을 털어놓은 것입니다.”
“하아, 젠장할······.”
“그런데 뭐 어떻게 된 겁니까?”
홍민우 작전과장이 어렴풋이 알 것 같지만 그래도 물어봤다. 송일중 대대장이 잔뜩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말도 마. 신범규 준장이 저쪽으로 간 것 같더라고.”
“아, 그렇습니까?”
홍민우 작전과장은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치 몰랐다는 것처럼 반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송일중 대대장이 또 짜증을 냈다.
“아니, 자네는 작전참모라는 사람이 말이야. 신범규 준장에게 그 일을 얘기하면 그리될 거라는 예상을 못 했어?”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신범규 준장이 연대장님께 직접 부탁을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뭐? 어이쿠, 지금 행동을 보니 자네도 멀었군, 멀었어. 이 사람아, 신범규 준장 그 양반이 얼마나 꼬장꼬장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인데 말이야. 그 사람이 연대장님께 가서 고개를 숙일 양반으로 보여?”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연대장님께서는 신범규 준장님의 후배라고 들었습니다.”
“후배라도 다 같은 후배야! 육사 나오면 다 형이고, 동생이고, 친구야? 그런 거 아니잖아. 알 만한 사람이 왜 그래. 후배도 후배 나름이지. 아무리 육사를 나왔다고 해도 기수 차이가 얼마나 나겠어. 그 속에도 알고 지냈을 것 같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홍민우 작전과장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의 행동에 송일중 대대장은 고개를 저었다.
“어이구 진짜······. 자네가 이래 가지고 내가 맘 편히 육본 올라가겠어.”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송일중 대대장 역시 홍민우 작전과장을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었다.
처음에 심도윤 소령이 나가고 나서 짜증이 많이 났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심도윤 소령이 들이닥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난을 닦으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어찌 보면 홍민우 작전과장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자신에게 그 일에 대해 보고를 해봤자, 달라질 것이 뭐가 있을까?
자신이라고 해도 위에 보고를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홍민우 작전과장이 했던 것처럼 신범규 준장에게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얘기를 하면 모양이 빠지는데 대신 홍민우 작전과장이 직접 얘기를 해줬으니 그것 가지고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아무튼 이 일로 인해 저쪽에 코가 꿰었다는 것이 기분 나빴다.
“그래서 이 일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신범규 준장이 나섰으니까, 이대로 그냥 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도 그런 소리를 했어. 신범규 준장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말이야. 그렇다고 저 망할 놈의 자식을 그냥 둘 수는 없잖아.”
바로 윤태민 소위를 말하는 것이었다. 이미 사건은 터졌고, 수습을 한다고 해도 뭔가 액션은 보여줘야 했다.
“대대장님께서 직접 불러서 따끔하게 한 말씀 하시죠.”
“그런 걸 꼭 내가 해야 해?”
송일중 대대장의 말에 홍민우 작전과장이 약간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대대장님. 솔직히 말해서 윤태민 소위 말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정보원으로 써보려고 했는데 포기했습니다.”
“왜? 말 안 들어?”
“안 듣는 정도가 아닙니다. 완전 안하무인입니다. 제가 지난번 따로 만나서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했던 말이 가관이었습니다.”
“뭐라고 했기에.”
“자기는 뭐, 위에서 끌어줄 사람들이 많아서 제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말을 하던데 말입니다.”
“뭐? 정말 그랬어?”
“그렇습니다.”
“핫! 진짜 이 친구 안 되겠구먼. 군대가 장난이야. 그럴 거면 왜 온 거야.”
송일중 대대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솔직히 홍민우 작전과장은 치사했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일러버렸다.
왜냐하면 송일중 대대장은 일심회에 들어갈 만큼 군대에 대한 애정이 컸다. 그리고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오랜 시간 동안 군대에 헌신했다.
그런데 윤태민 소위같이 외할아버지 뒷배를 믿고 저런 행동을 하는 모습이 꼴 보기 싫었던 것이다.
“윤 소위 당장 내 방으로 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대대장실을 나갔다. 밖으로 나온 홍민우 작전과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어쨌든 일이 잘된 것 같은데. 이걸 좋아해야 하나?”
홍민우 작전과장은 조금 찝찝했다. 막말로 신범규 준장이 진짜로 일심회 쪽에 도움을 청하기 바랐다. 그 핑계로 윤태민 소위를 끌어안든지 딴 부대로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신범규 준장은 이미 퇴역군인이었다. 아니, 지금도 계속 군 생활을 했다면 이번 기회에 일심회 편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이상 군에 미련이 없다 보니 거대화한 사조직으로 변한 일심회보다는 육군참모총장 쪽에 붙은 모양이었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참 이렇게 되고 보니 막막한데.”
그러고 있다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아 참······.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홍민우 작전과장은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윤태민 소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몇 번 울리지 않았지만 바로 윤태민 소위가 받았다.
-네, 과장님. 윤 소위입니다.
“어디야?”
-중대 행정실입니다.
“지금 당장 대대장실로 와.”
-지금 말입니까?
“그래. 왜? 중대 행정실이라며.”
-어, 그게······.
“뭐야. 너 솔직히 말해. 어디야!”
홍민우 작전과장이 잔뜩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그러자 윤태민 소위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어, 좀 심란해서 사우나를······.
“이런 정신 나간 놈을 봤나. 지금 상황이 어떤 줄도 모르고 사우나? 뭐? 사우나! 당장 튀어와!”
홍민우 작전과장이 수화기에 대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윤태민 소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사우나에 와서 옷까지 다 벗었는데 말이다.
“하아, 진짜······. 방금 들어왔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도로 군복을 입고 가야 한다는 것이 짜증이 났다.
“젠장, 하필 이때 부르고 난리야.”
윤태민 소위는 재빨리 군복으로 갈아입은 후 사우나를 나섰다. 서둘러 움직여 대대장실로 간다고 해도 대략 30여 분은 걸렸다.
윤태민 소위가 늦게 나타나자 송일중 대대장이 단단히 화가 났다.
“야, 윤 소위.”
“소위 윤태민.”
“너 대대장이 부른 지가 언제인데 왜 이제 나타나.”
“죄, 죄송합니다. 빨리 온다고 왔는데······.”
“이 새끼가 틈만 나면 변명을 해. 야, 윤태민.”
“넵!”
“윤태민 소위!”
“소위 윤태민!”
“엎드려 새끼야!”
“네?”
“귀에 못 박았어! 엎드리라고 새끼야!”
윤태민 소위가 곧바로 엎드려뻗쳐를 했다. 송일중 대대장이 그런 윤태민 소위를 보며 말했다.
“이 새끼가 말이야. 내가 신 준장을 체면을 봐서 오냐오냐해 줬더니. 뭐? 중대에서 뭘 팔아?”
“어, 그, 그건······.”
“대답하지 마, 쓰레기 같은 새끼야. 어디 너 같은 새끼가 군인이라고 지금······.”
윤태민 소위는 엎드려 뻗친 채로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대략 2분의 시간이 흘러갔다. 윤태민 소위의 팔이 부들부들 바들거리기 시작했다.
“허, 너 뭐 하냐.”
“네?”
“뭐 하냐고 새끼야.”
“어, 그게······.”
“완전 빌어먹을 새끼구만. 고작 몇 분 있었다고 장교란 놈이 팔이 떨려! 에라이!”
송일중 대대장은 화가 잔뜩 난 상태로 엎드려 있는 윤태민 소위의 허리를 전투화로 밀어버렸다.
“으악.”
윤태민 소위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만약 다른 때 같으면 송일중 대대장도 아차 싶어 했다. 왜냐하면 신범규 준장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가 원칙대로 처리해 달라고 한 이상, 그 이유가 어떻든 송일중 대대장 입장에서는 봐줄 이유는 없었다. 이미 신범규 준장 스스로 엄벌에 처해 달라고 말을 한 상태였다.
“윤태민. 일어나. 새끼야, 엄살 부리지 말고 일어나!”
윤태민 소위가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태민.”
“소위 윤태민.”
윤태민 소위는 바짝 얼어붙은 상태로 대답했다.
“너 새끼야. 대대장이 우습냐! 군대가 만만해, 이런 쓰레기 같은 새끼가······. 너 인마. 군대 왜 왔냐. 아니, 뭐 하러 왔어.”
“저어, 그것이······.”
윤태민 소위가 눈알을 굴렸다. 송일중 대대장은 잔뜩 인상을 쓰며 말했다.
“대대장이 전에 말했지. 군 생활 똑바로 하라고 그랬지. 지난번에도 군 생활 제대로 하지 못해서 대대장이 지금까지 봐준 것이 몇 번이야.”
사실 윤태민 소위가 군 생활 대충대충 한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4중대로 보내기 전에도 몇 번 지적을 받았고, 그때마다 송일중 대대장은 신범규 준장을 봐서 적당히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윤태민 소위가 나아지지 않자, 4중대로 유배를 보내버린 것이다. 차라리 사고를 치더라도 거기서 치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 녀석이 대형 사고를 칠 줄은 몰랐다.
“너 이 새끼, 너 대대장 말 똑바로 들어. 너, 만에 하나 나까지 잘못되면 진짜 너 갈아 마셔버린다.”
“네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 앞으로 진짜 군 생활 똑바로 해.”
“네, 알겠습니다.”
“너에 대한 모든 위임은 4중대장에게 맡길 거야. 너 4중대장 입에서 너에 대한 안 좋은 얘기가 나오기만 해봐.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그때는 너의 외할아버지가 누구든 절대 가만 안 둬. 내가 책임지고 옷 벗긴다. 그냥 옷도 안 벗겨, 그냥 아주 이번에 친 사고와 예전에 친 사고까지 다 포함시켜서 아주 매장시켜 버릴 테니까.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윤태민 소위가 잔뜩 겁을 집어먹은 상태로 대답했다.
솔직히 송일중 대대장이 이렇듯 큰 목소리로 화를 낸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장시켜 버리겠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실 윤태민 소위가 지금까지 누려던 것이 신범규 준장의 후광이었다. 외손자랍시고, 군대 갔기 때문에 도움과 지원을 알게 모르게 많이 받았다.
만에 하나 외할아버지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된다면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지금도 먹칠은 했지만······.
그런 윤태민 소위를 본 송일중 대대장이 축객령을 내렸다.
“꺼져, 이 새끼야!”
윤태민 소위가 후다닥 도망치듯 대대장실을 나갔다. 밖에서 홍민우 작전과장을 봤다.
“윤 소위.”
“네.”
“대대장님 만났어?”
“바, 방금 만나고 나왔습니다.”
“대대장님께서 뭐라고 하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