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 잘 좀 하지 그랬어?(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57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6)
장석태 대위는 자랑스럽게 알통을 내밀었고, 확실히 예전보다 몸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뭐가 문제입니까? 원래 장 대위님은 그것이 불만 아니었습니까?”
“뭐? 불만? 이 사람 말 이상하게 하네.”
장석태 대위가 펄쩍 뛰었다.
“불만이 아니라, 우리 은지 씨는 다 완벽한데 그거 하나만 좀 아쉽다 그 정도였지. 소희 씨에게 그런 이상한 소리 하지 마.”
“하지 않습니다, 그런 얘기. 그리고 교복으로 두 분이 다시 뜨거워졌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 아닙니까.”
“하아, 그렇기는 한데······. 막말로 나도 사람이고, 만날 같은 교복을 보는데 어떻게 똑같이 반응을 하겠어. 언제 한 번은 시큰둥한 것을 아니까 은지 씨가 그러더라고, 다른 로망이 있냐고 말이야. 그런데 내가 뭘 아냐고. 자네는 뭐, 다른 것을 해봤어?”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글세 말입니다.”
오상진은 아무리 한소희와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해도, 이벤트를 하지 않아도 항상 좋았다. 두 사람 다 사랑하는 것을 좋아하고 말이다. 요즘 한소희가 살짝 힘들어하긴 하지만······.
그리고 두 사람이 매일같이 붙어 있지 않았다. 서로 하는 일이 있고, 바쁘고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다.
사단에 있을 때는 한소희가 학업에 열중이었고, 주기적으로 집에 들어가야 했다. 지금은 이리저리 일을 하느라 바빴다.
현재 그녀는 소중 픽처스와 오 엔터까지 맡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만나면 서로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장석태 대위와 박은지 역시도 매일 만나는 것은 아니었다. 박은지가 워낙에 바쁘기도 했다. 만나면 뜨거운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오상진이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그냥 장 대위님이 많이 노력하십시오.”
“내가? 무슨 노력을?”
“그냥 편안하게 얘기를 해보십시오. 교복을 입지 않아도 괜찮다고. 아니면 코스프레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아니면 아예 예쁜 속옷을 선물해 준다거나······.”
“오호라······.”
장석태 대위의 눈이 번쩍였다.
“예쁜 속옷?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그거 괜찮은데.”
순간 오상진이 뜨끔했다. 장석태 대위가 너무 좋아라 하니 멈칫한 것이다.
‘어? 내가 말실수를 했나? 이러다가 내가 은지 씨에게 한 소리 듣는 것 아냐?’
그런데 오상진은 한소희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내가 소희 씨에게 속옷 선물을 해줬나?’
오상진 역시도 딱히 한소희에게 속옷 선물을 해준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과거에도 그렇고, 남사스러워 여자 속옷 매장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나중에 소희 씨에게 한 소리 듣는 거 아니야? 은지 씨는 예쁜 속옷 선물 받았다고······.’
오상진은 순간 걱정이 앞섰다.
‘아무래도 그전에 나도 속옷 선물을 하나 해야겠다.’
오상진은 분명 박은지로부터 그 얘기를 들을 것 같았다. 그래서 미리 선수를 칠 생각이었다.
‘아, 내가 고르기보다는 지현 씨에게 부탁하는 것이 낫겠다.’
오상진은 오 엔터의 이사인 최지현에게 부탁할 생각이었다. 이렇듯 오상진과 장석태 대위 두 사람은 서로의 생각을 하며 고민하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상진이 번뜩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네에.”
문이 열리고 심도윤 소령이 나타났다. 오상진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석태 대위도 일어나며 말했다.
“충성. 얘기는 다 끝나셨습니까.”
“그렇다네. 두 사람 무슨 재미있는 얘기라도 했나?”
“아, 아닙니다. 그냥 사적인 얘기 했습니다.”
“그럼 더 할 얘기라도 있어?”
눈치 빠른 장석태 대위가 바로 말했다.
“아닙니다. 얘기 다 끝났습니다. 저는 밖에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있겠습니다.”
“그래 주겠나.”
“넵!”
장석태 대위가 오상진을 향해 눈인사를 하고는 중대장실을 나갔다. 심도윤 소령이 자리에 앉았다. 오상진도 자리에 앉았다.
“오 대위 얼굴 보는 것은 오랜 만이지.”
“네. 그런데 여기까지 어쩐 일로······.”
“윤태민 소위 때문에 왔어.”
“아, 그러십니까.”
오상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심도윤 소령이 직접 여기까지 내려온 것은 사실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었다. 심도윤 소령이 쓴웃음을 지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변명 깉지만, 내가 먼저 얘기를 함세. 먼저 듣고 얘기를 하자고.”
심도윤 소령은 윤태민 소위의 외할아버지인 신범규 예비역 준장이 장기준 작전부장이 아닌 장웅인 작전본부장을 찾아왔다는 얘기를 했다.
“작전본부장님께 직접 말입니까.”
“그래. 솔직히 말해서 작전부장님을 찾아왔다면 내 선에서 적당히 타협을 볼까 했지. 원래 내 계획은 송일중 중령 선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런 것을 어찌 알았는지, 작전본부장님을 찾아온 거야. 자네도 알잖아, 참모총장님 바로 밑인 거. 실세야, 실세.”
장웅인 작전본부장은 육군참모총장라인의 움직이는 실세였다. 막말로 육군참모총장은 그런 청탁은 받을 수가 없었다.
육군참모총장 진국진 대장은 차기 국방부 장관 자리도 바라보고 있었다.
군 개혁을 위해서 자신이 국방부 장관에 올라서고, 장웅인 작전본부장이 대장으로 진급해 육군참모총장에 앉는 것이다.
그러면 국방부와 육군이 한 몸이 되어서 군 개혁 이루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범규 예비역 준장이 장웅인 작전본부장을 찾아온 것이다. 오상진이 진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작전본부장님께 신 준장님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신 준장 말은 그래. 윤태민 소위를 엄히 벌을 하라고 말이야. 그런데 말이 그렇지. 신 준장은 체면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잖아. 게다가 다른 군인들에게 존경받는 군인으로 덕망이 높은 사람이고. 그런데 외손주 농사 잘못 지었다는 말을 들으면 신 준장이 어떨 것 같아?”
오상진은 이해할 것 같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작전본부장님도 아시는 거지. 이 제안을 뿌리칠 수 없는 것이. 현재 우리하고, 일심회를 중점으로 한 국방부 장관 라인 말이야. 간신히 줄다리기를 하며 평행을 달리고 있어. 엄밀히 말하면 아직도 국방부 라인이 조금 센 편이긴 해. 그러나 군 내부의 실직적인 인원은 우리쪽이 조금 더 입김이 세지.”
물론 이 모든 것을 다 따지고 들어가면 국방부 장관 쪽이 좀 더 강하다.
일심회는 오래 뿌리를 내린 집단이고, 육군 참모총장라인은 만들어진 지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세력 쪽으로는 좀 열세였다.
하지만 진국진 대장이 육군참모총장이 되면서 군내에서 입김이 강한 편이었다.
국방부 장관, 전 육군참모총장인 박찬중은 직접적으로 군대에 알력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신범규 준장은 중립라인이야. 물론 전역은 했지만 그럼에도 아직 중립라인 쪽에 입김이 센 편이지. 만약에 그분이 중립라인을 규합해서 일심회 쪽으로 넘어가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음, 어렵겠습니다.”
“그래. 어렵지. 이 균형을 만들기 위해 무려 십 년 동안 유지했네. 그러나 이 한 방으로······ 신범규 준장의 한마디로 무너질 수 있단 말일세.”
“······.”
“그래서 작전부장님도 어렵게 결정을 내린 것이야. 그러니, 자네도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네.”
“후우······.”
오상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충분히 사정도 이해를 했다. 군 내부의 정치 이 모든 것을 말이다.
오상진 역시 육군참모총장 라인에 서기로 한 만큼 따라야 했다. 그동안 오상진도 혜택을 봤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4중대를 이끌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심도윤 소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네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야. 대신에 내가 송 중령하고 합의를 봤네.”
“어떻게 말입니까?”
“아마 직접 윤태민 소위를 불러서 질책할 거야. 그리고 내부적으로 징계도 할 것이고. 물론 옷을 벗기지는 않겠지. 아마도 지금의 보직도 유지가 될 거야. 대외적으로 타격이 없어야 하니까. 하지만 4중대 내에서는 입지가 줄어들게 만들 거야. 송 중령의 입장에서도 윤 소위가 눈엣가시일 테니까.”
오상진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해서 정신을 차리면 다행인데······. 그것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심도윤 소령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 대위. 사람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아. 그리고 내가 따로 알아본 것이 있는데. 윤 소위는 그것 말고도 걸릴 것이 많아.”
“그런데 왜······.”
“내가 말하지 않았나. 신 준장에게 한 번 빚을 지우는 것이 낫다고. 이렇게 해서 덮고 나면 그다음에는 송 중령이 먼저 처리하려고 할 거야. 그러니까, 번거롭더라도 조금만 기다려. 알겠지.”
“알겠습니다.”
심도윤 소령의 말에 오상진이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모든 상황을 100퍼센트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여겼다.
“어제 먹은 게 잘못됐나?”
아침부터 속이 불편했던 홍민우 작전과장은 한참 만에 화장실에서 나와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작전과에 있던 작전장교가 급히 달려왔다.
“과장님.”
“왜?”
“대대장님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뭐? 대대장님? 갑자기 왜? 또 무슨 일 생겼어?”
“저어······ 그것이 아니라 조금 전에 육본에서 심도윤 소령이 왔습니다.”
“누구?”
“심도윤 소령 말입니다.”
“아니, 심도윤 소령이 왜······.”
“그건 저도 잘······.”
작전장교가 난처한 얼굴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 순간 홍민우 작전과장의 머리가 팍팍 돌아갔다.
‘가만 심도윤 소령? 그가 그냥 왔을 리는 없고······. 윤태민 때문에 온 건가? 그렇다면 신범규 준장이 저쪽으로 붙은 것 같은데······.’
홍민우 작전과장의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작전장교가 입을 열었다.
“저어······ 과장님.”
“왜?”
“대대장님께서 찾으신다고 말씀드리는 건데 말입니다.”
“알았어! 가서 일이나 봐.”
“아, 알겠습니다.”
작전장교가 몸을 돌려 작전과로 향했다. 그는 몸을 돌리자마자 구시렁거렸다.
“왜 나에게 난리야. 내가 뭐라 했나.”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생각을 정리하던 홍민우 작전과장이 대대장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와!”
홍민우 작전과장이 대대장실로 들어갔다. 창가에 있던 난을 헝겊으로 닦고 있는 송일중 대대장이 보였다. 직접 얼굴을 보고 있지 않아도 잔뜩 화가 나 있는 것이 보였다.
“대대장님 저 왔습니다.”
“······.”
홍민우 작전과장의 말에도 송일중 대대장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저어, 대대장님. 심도윤 소령이 다녀갔다고 들었습니다.”
그제야 송일중 대대장이 고개를 홱 돌렸다.
“자네 말이야. 그걸 이제 알았나? 참, 빨리도 왔네. 빨리도 왔어. 일단 자리에 앉아.”
“네.”
홍민우 작전과장이 자리에 앉았다. 난을 손질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던 송일중 대대장이 손에 든 헝겊 조각을 던졌다.
“에이씨!”
그러곤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송일중 대대장이 잔뜩 짜증 난 얼굴로 홍민우 작전과장을 봤다.
“작전과장.”
“네.”
“자네 진짜 일 처리를 이런 식으로 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