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 잘 좀 하지 그랬어?(5)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56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5)
신범규 예비역 준장의 속내를 눈치챈 송일중 대대장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심도윤 소령이 씨익 웃었다.
“맞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뭐? 나더러 윤 소위 일을 좋게 넘어가라는 소리인가?”
송일중 대대장이 애써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도 같은 생각이었다. 막말로 이 일로 인해 시끄러워질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자신은 곧 딴 부대로 간다. 그래서 터지더라도 좀 나중에 터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오더라도 내가 없을 때 오지. 망할······.’
송일중 대대장은 아예 대놓고 불만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막말로 굳이 자신이 육본으로 올라갈 타이밍에 이 문제를 가지고 와야 했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심도윤 소령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았다. 아니, 조심하라고 그렇게 주의를 준 윤태민 소위를 당장에라도 옷을 벗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심도윤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윤 소위는 처벌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대대장님께도 어쩌면 윤 소위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아닙니까. 잠깐 일탈을 한 것이 아니라, 꽤나 오랫동안 군 내부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드러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송일중 대대장의 눈빛이 사뭇 날카로워졌다.
“그래서 뭔가? 나보고 옷이라도 벗으라는 말인가? 지금 그 말이 하고 싶은 건가?”
심도윤 소령이 바로 손을 흔들었다.
“아이고, 선배님. 그럴 것이었다면 제가 직접 찾아오지도 않았죠.”
“그럼 뭐야?”
“신범규 예비역 준장님께서 저희 쪽으로 찾아 오셨으니, 해결은 해야 합니다. 저희가 직접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어차피 대대 일이고, 그러면 대대장님께서 해결해 주셔야 합니다.”
“그래서 뭐? 나보고 어쩌라고.”
“말을 확실하게 해주십시오. 확실하게!”
“그 뜻은 위에 보고를 확실하게 하라는 건가? 제대로 처벌할 수 있게?”
“아닙니다. 선배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신범규 예비역 준장님의 체면을 생각해서 적당히 덮고, 윤 소위는 내부적으로 가볍게 견책하는 정도로 조치가 끝냈으면 하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래? 정말이야?”
“그렇습니다.”
“으음, 그리 된다면 4중대장 체면이 말이 아닐 텐데······.”
“그건 뭐······. 아무튼 대대장님께서는 윤태민 소위를 불러서 따끔하게 질책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다시는 비슷한 사고를 치지 않겠죠. 만약 이 일이 유야무야 넘어가면 분명 윤태민 소위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송일중 대대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원래 한번 넘어가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실수를 반복하게 마련이었다. 심 소령의 말대로 그냥 이대로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 옳았다.
문제는 심도윤 소령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이 상황이 짜증이 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왜 내가 자네 부탁을 들어줘야 하지? 내가 직접 신 준장님과 얘기를 해도 되는 거잖아.”
“물론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신 준장님은 먼저 저희 작전본부장님을 찾아오셨습니다. 그 점을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은 급이 맞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았다.
“으음, 진짜······. 뭐 하나 일이 제대로 되는 것이 없군.”
송일중 대대장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만약 자신이 신범규 예비역 준장과 직접 얘기를 한다?
그러면 신범규 예비역 준장은 자기 위로 올라갈 것이다.
그럼 최소 연대장인 곽종윤 준장이나, 혹은 최우일 감찰부장이랑 얘기를 할 수도 있었다.
‘그리 된다면 어떻게 될까? 윤 소위 일을 덮는 것은 덮는 것이고, 나의 허물까지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그리되면 육본으로 올려 주겠다는 얘기가 싹 사라질지도 몰라.’
송일중 대대장이 심각한 얼굴로 생각을 하다가 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절대! 절대 그럴 수는 없지. 윤 소위 그놈 때문에 말이야.’
생각을 정리한 송일중 대대장이 가볍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 알았어. 그런데 말이야. 4중대장, 오 대위가 이 상황을 받아들일까?”
송일중 대대장은 그것이 걱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오상진은 이런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자신이 얘기해도 말이다. 심도윤 소령이 입을 열었다.
“그 문제는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이렇듯 선배님께서 큰 결단을 내려 주셨는데 그 정도는 제가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네가?”
송일중 대대장이 잠깐 동안 심도윤 소령을 바라봤다. 그러곤 피식 웃었다.
“좋아. 그렇게 해. 나중에 오 대위 입에서 딴소리 나오면 그때는 나도 가만히 안 있어.”
“걱정 마십시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까. 차 잘 마셨습니다. 충성.”
심도윤 소령이 경례를 하고는 대대장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송일중 대대장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에이씨! 난이나 닦아야겠다.”
송일중 대대장과 심도윤 소령이 대화를 마치고 방을 나선 그 시각. 오상진도 장석태 대위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참! 오 대위. 자네 말이야, 내 여자 친구 좀 그만 부려 먹어.”
“은지 씨요? 제가 또 언제 은지 씨를 부려 먹었다고 그러십니까.”
“전에 일 있다고 불러서 부려 먹었잖아.”
“아, 그때 말입니까?”
“나 그때 옆에 있었거든.”
“그러십니까? 제가 데이트를 방해 했습니까?”
“그건 뭐 아니지만······. 어쨌든 그 건으로 우리 은지 씨. 잘하면 상 받겠던데.”
“상을 말입니까?”
장석태 대위 말로는 박은지가 스폰, 즉,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던 연예계 스폰에 대해서 터뜨렸고, 그와 동시에 사회 기득권들에 대한 부도덕함을 드러내는 데 일조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여성인권보호단체에서 상을 주려고 한 것이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하긴 이 시기에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닌가?’
오상진이 멋쩍게 웃었다.
“아무튼 상을 받으면 장 대위님이 한턱 쏩니까?”
“내 여자 친구가 상을 받는데 내가 한턱 쏘는 거야?”
“당연하죠. 장 대위님 여자 친구지 않습니까. 당연히 쏴야죠.”
“헐, 무슨 얘기가 또 그렇게 돼. 아무튼 자네나 은지 씨나 나 벗겨 먹는 데 선수라니까.”
“장 대위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서운합니다. 막말로 사단에 있을 때 제가 더 많이 쏘······.”
급하게 장석태 대위가 손을 들어 오상진이 하는 말을 막았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살게, 사. 삼겹살이면 되는 거지?”
“에이, 소고기로 가시죠.”
“이 친구가 진짜······. 내가 자네처럼 숨겨둔 빌딩이라도 있는 줄 알아.”
장석태 대위도 오상진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빌딩을 몇 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알게 된 계기가 박은지가 알려줬기 때문이었다. 박은지는 한소희와 친해서 상황을 알게 되고, 장석태 대위는 박은지와 사귀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 오상진이 말을 하지 않았기에 굳이 장석태 대위도 따지지도, 묻지도 않았다. 그렇게 내색하지 않으며 있었다.
그러다가 대대에서 근무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 오상진이 털어놓고서야 그제야 아는 척을 했다. 그만큼 장석태 대위가 속이 깊었다. 물론 은근히 뜯어 먹기도 많이 했다.
“참! 그건 그렇고 말이야. 오 대위하고 소희 씨 말이야. 두 사람 교복 이벤트 말고 다른 거 뭐 했어?”
“그, 그걸 왜 물어보십니까.”
“에이, 궁금해서 그래. 또 뭐 했는데.”
“교복 이벤트가 잘 안 됐습니까?”
“그거? 말도 마. 은지 씨 교복 입은 거 보고 너무 좋아했더니 아주 그냥 틈만 나면 교복 입고 덤벼들어서 난리야.”
“오, 은지 씨에게 그런 취향이 있었습니까?”
오상진은 다소 놀람과 의외라는 두 가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솔직히 오상진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박은지를 처음 봤을 때가 떠올렸다. 박은지를 처음 봤을 때 다방 종업원 차림으로 취재를 하는 모습.
‘맞다, 그 모습······.’
촌스러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엉뚱했던 그 모습. 그때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장석태 대위가 바로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뭐야, 왜 웃어?”
“아뇨. 그냥 웃었습니다.”
“그러니까, 왜 웃냐고.”
“그냥 웃음이 나왔습니다.”
오상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계속해서 몇 개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박은지와 했던 일들이 말이다.
‘중고차 시장에 잠입했었던 때······.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여대생 코스프레로 들어갔었지.’
그러한 것을 추억했다. 딱 그것만 봐도 박은지는 변장하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 사실을 장석태 대위는 모르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장석태 대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 내가 그때 오버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솔직히 그때는 정말 감동이었다. 내가 솔직히 교복을 좋아해서 그런 것은 아니야. 자네도 알잖아. 내가 얼마나 은지 씨를 쫓아다녔는지 말이야.”
“알죠.”
장석태 대위와 박은지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박은지는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남자 친구감으로 보지 않았고, 그냥 일단 친구부터 하자고 했다.
친구 하자는 주된 목적도 그 당시 군 내부적으로 무슨 일이 있는지 전해 듣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래서 박은지는 장석태 대위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장석태 대위는 박은지를 만났을 때 온갖 정성을 다해 그녀의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의 결실이었을까? 결국 반년 가까운 구애 끝에 박은지와 교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사귀고 나서도 두 사람의 스킨 십 진도는 정말 느렸다. 박은지가 바쁘기도 했지만 장석태 대위가 조심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박은지는 살갑게 대하는 사랑을 속삭여 주는 남자 친구보다 힘들 때 같이 술을 마셔주고, 같이 사회의 어떤 부정에 대해 열을 내줄 수 있는 그런 남자 친구를 원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좀 더 노력을 한 장석태 대위는 드디어 박은지와 첫날밤(?)을 보내게 되었다. 장석태 대위 말로는 박은지는 관계를 맺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장석태 대위는 박은지가 다 좋았다. 그의 이상형이 지적인 여자와, 똑 부러지는 여자였다.
군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항상 대부분의 군인들 와이프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박은지는 그럴 것 같지 않았다.
또 자신이 존경했던 돌아가신 어머니 같은 그런 여자라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것 하나가 좀 아쉬웠다.
그런 와중에 교복 이벤트를 해줬고, 그 마음에 감동을 해서 장석태 대위는 열과 성의를 다해 임했다. 그 일 때문인지 박은지가 드디어 성(性)에 눈을 뜬 것이었다.
“그래서 은지 씨가 주기적으로 교복을 입었던 것입니까?”
“그래. 말도 마. 나 요새 너무 힘들다. 진짜 비아그라라도 먹어야 하나 봐.”
“에이, 무슨 지금 나이가 몇 살인데 벌써 비아그라를 찾습니까. 그러지 말고 운동을 해서 체력을 키우십시오.”
“내가 말 안 했나? 나 요새 밤마다 아주 그냥 체육관에서 살아. 여기 봐봐. 알통 보이지. 알통!”
장석태 대위는 팔을 걷어붙이며 자신의 알통을 보여줬다.
“어때? 좀 커진 것 같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