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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25화 (825/1,018)

< 03. 잘 좀 하지 그랬어?(4)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55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4)

한소희는 한층 더 환한 표정으로 오상진의 군복을 매만졌다.

“늦은 거 아니에요?”

오상진이 슬쩍 손목에 찬 시계를 바라봤다.

“전혀요. 지금 출발하면 딱이네요. 그건 그렇고 오늘 올라가야 하죠?”

“일이 많아서요. 사실 상진 씨랑 상의하려고 잠깐 내려온 거예요. 겸사겸사 얼굴도 보려고요. 빨리 올라가서 일 처리해야죠.”

“그렇구나······. 알겠어요.”

오상진은 살짝 아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한소희도 많이 아쉬운 얼굴이었다. 그런 한소희를 오상진이 꼭 끌어안았다.

“조심해서 올라가요.”

“네. 아, 그리고 상진 씨.”

“네?”

한소희가 오상진에게서 떨어졌다. 그녀는 이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난 상진 씨 편이니까. 상진 씨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알았죠?”

순간 오상진이 당황했다.

“그게 무슨······.”

“아니, 상진 씨 요새 좀 고민되는 일이 많은 것 같아서요. 난 상진 씨 믿으니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거죠. 전적으로 응원할 테니까요.”

한소희의 말에 오상진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겠어요.”

오상진은 한소희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는 군화를 신었다. 그때까지 한소희는 그가 하는 행동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갈게요. 조심해서 올라가요.”

“네. 상진 씨도요.”

오상진은 다시 한번 한소희를 안아주고는 현관을 나섰다. 지하로 가서 차에 올라탔다.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그러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군 생활을 오래하고 싶긴 하지만······.’

회귀 전 그때의 오상진은 군 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 회귀하고 나서는 진심을 다해 군 생활에 임했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말이다.

그 결과 지금의 오상진은 회귀 전과 달리 정말 잘나가고 있고, 과거 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은 살고 있다. 군인으로서 좀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굳이 군대에 목메고 싶진 않았다. 지금 상태에서도 오상진은 남 부러울 것 없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다.

예쁜 여자 친구도 있고, 건물이며, 집도 여러 채 가지고 있다. 그런 것을 따지고 나면 굳이 군복을 벗는 것에 대해 조마조마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다 말하자.”

오상진은 중대에 들려 간단히 보고를 받은 후 곧바로 대대로 향할 생각이었다. 송일중 대대장을 만나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다 보고할 생각이었다.

잠시 후 4중대 위병소를 통과했다.

“충성, 근무 중 이상 무.”

“그래, 수고가 많다.”

오상진은 위병소에 근무하는 병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중대 안으로 들어갔다. 차를 주차하고, 곧바로 중대장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 뜻밖의 인물이 앉아 있었다.

“이제 출근해? 왜 이렇게 늦어!”

그 뜻밖의 인물은 바로 장석태 대위였다. 그는 환한 얼굴로 오상진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오상진 역시 밝은 표정이 되었다.

“언제 오셨습니까? 오셨으면 미리 연락이라도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하고 싶었지. 그런데 급하게 오느라······.”

오상진이 가방을 책상 위에 놓고, 바로 장석태 맞은편으로 가서 앉았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그건 나중에 말을 하고, 오늘 출근이 좀 늦었다?”

“아, 네에······.”

“뭐야. 은지 씨 말로는 소희 씨가 내려갔다고 하던데 말이지. 설마 어젯밤에 무리라도 한 거야?”

장석태 대위가 짓궂은 표정으로 물었다. 오상진이 멋쩍게 웃고는 입을 열었다.

“됐습니다. 그런 거 말고, 진짜로 어쩐 일입니까?”

“나? 사실 심 소령님 따라왔어.”

“심도윤 소령님을 말입니까?”

오상진이 바로 주위를 확인했다. 사무실에는 장석태 대위밖에 없었다.

“어디 계십니까?”

“심 소령님? 송 중령님 만나고 있어.”

“저희 대대장님 말입니까?”

“어!”

장석태 대위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본 오상진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한편 송일중 대대장은 아침부터 심기가 좀 불편했다. 원래 송일중 대대장은 1호차로 출근하고 사무실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있었다.

항상 지켜오던 그만의 루틴인데, 출근하자마자 한편에 있는 난을 손질하는 일이었다. 잎에 내려앉은 먼지를 고운 헝겊으로 닦아내며 심신의 안정을 치유하는 것이었다.

사실 송일중 대대장은 동기들 중에서도 살짝 늦은 진급을 하는 중이었다. 어쩌면 별을 달지 못하고 군복을 벗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싸여 있었다. 그 불안감이 커지면서 히스테리 적으로 변했다.

그랬던 송일중 대대장은 최우일 감찰부장(소장)에 대해서 들은 것이 있었다. 그의 취미가 바로 난을 닦는 것이었다. 송일중 대대장도 언제부터인지 그 일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원래 잘나가는 사람을 따라 하면 그 행운이 온다는 것을 누구에게 들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다 생각하고 송일중 대대장이 따라 한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말이 맞는지 그 뒤로 일이 잘 풀렸다.

그도 그럴 것이 연초에는 일심회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다. 그 뒤로 일심회 내부에서 송일중 대대장을 끌어올리자는 말도 은연중에 오가던 중이었다.

한마디로 사고만 치지 않고, 조용히 버티면 충분히 육본으로 올라가 한 자리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애석하게도 육본에 자리가 나지 않아 아직 3대대에 머물러 있지만, 이미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그렇게 아침부터 부름을 기다리며 느긋하게 난을 닦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불청객이 찾아온 것이었다. 그것도 실실 웃으며 자신의 맞은편 의자에 말이다.

“심 소령이 여긴 어쩐 일인가?”

송일중 대대장이 좀 못마땅한 표정으로 심도윤 소령에게 물었다. 심도윤 소령이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어쩐 일이겠습니다. 당연히 선배님 뵈러 왔죠.”

“나를 보러 왔다고?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을 하지.”

“하하하······. 선배님.”

“왜?”

“저 차 한 잔 안 주십니까?”

“차? 자네 차 마시러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잖아. 빨리 용건만 말하고 가게.”

“와, 선배님 너무하십니다. 그래도 육사 선후배 출신인데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서운합니다.”

“서운? 서운해?”

송일중 대대장은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원래라면 이렇듯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아 대화를 할 이유가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과 심도윤 소령은 완전히 다른 라인을 타고 있기 때문이었다.

심도윤 소령은 현 육군참모총장 라인이고, 송일중 대대장은 국방부 장관 라인이었다. 그리고 그 라인에는 일심회가 있었다.

물론 송일중 대대장도 처음부터 일심회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심도윤 소령처럼 군대의 개혁세력과 함께하고 싶었다.

그러나 송일중 대대장은 발탁이 되지 못했다. 정확히 말을 하면 육군 참모총장라인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송일중 대대장이 저질렀던 몇 가지 비리들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 일 때문에 육군참모총장 라인으로 가지 못했다.

조금 부끄러운 얘기지만 송일중 대대장도 심도윤 소령에게 선을 대려고 했다. 애석하게도 그게 잘되지 않았다. 결국 송일중 대대장의 시선은 반대쪽으로 간 것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뻔뻔하게 찾아와 선후배 타령을 하는 심도윤 소령이 어이가 없는 것이다.

“정말 나에게 차 얻어 마시려고 온 거야?”

“일단 차부터 주십시오. 차 한 잔 먹고 얘기하겠습니다.”

“자네도 참······. 당번병!”

잠시 후 당번병인 일병 강운혁이 나타났다.

“일병 강운혁!”

“차 좀 내와.”

“네. 알겠습니다.”

얼마 후 당번병이 녹차팩을 담은 종이컵을 가지고 왔다. 그것을 한 모금 마신 심도윤 소령이 피식 웃었다.

“역시 이곳에서 먹는 녹차맛이 좋습니다.”

“흔하디흔한 녹차 팩인데 맛은 무슨······.”

송일중 대대장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러곤 빤히 바라봤다. 빨리 차를 마시고 하고 싶은 말이나 하라는 뜻이었다.

그 눈빛에 심도윤 소령이 멋쩍게 웃었다.

“알겠습니다. 말을 하죠. 선배님, 혹시 보고받은 것이 있습니까?”

“보고? 무슨 보고?”

“윤태민 소위에 대해서 들은 것이 없습니까?”

“없는데. 왜? 윤 소위가 무슨 사고라도 쳤나?”

“아······. 아무래도 홍 소령이 보고를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순간 송일중 대대장이 이맛살을 확 찌푸렸다.

“뭔데? 뭐야? 무슨 일이 일어 난 거야?”

“어떻게, 홍 소령 불러서 얘기합니까? 아니면, 제가 말씀드립니까?”

송일중 대대장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사실 보고 체계는 있는데, 심도윤 소령이 다 알고 있는 듯 말을 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렇다고 홍민우 작전과장을 바로 불러서 미주알고주알 떠들라고 하는 것도 웃겼다.

“됐으니까, 자네가 말해봐.”

“네, 알겠습니다.”

심도윤 소령이 자세를 바로 했다.

“저희에게 올라온 보고에 의하면 말이죠. 윤태민 소위가······.”

심도윤 소령은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윤태민 소위가 4중대에서 그동안 어떤 일을 벌이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 일을 4중대장 오상진 대위가 알았고, 현재 모든 증거를 확보한 상태라고 말이다.

“······그런데 현재 오상진 대위는······.”

심도윤 소령은 얘기를 하면서 송일중 대대장의 표정을 잘 살폈다.

솔직히 말이 안 되는 일이었고, 대대장으로서 충격을 받을 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는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던 것일까? 송일중 대대장의 표정은 처음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이 그렇게 된 겁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윤 소위를 처벌하자고?”

심도윤 소령이 웃으며 말했다.

“처벌 말입니까? 설마 그것을 말씀드리려고 제가 직접 여길 왔겠습니까?”

“그럼 뭐야? 무슨 의도로 온 거야.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사실 얼마 전에 신범규 예비역 준장님께서 작전본부장님을 찾아 오셨습니다.”

송일중 대대장의 눈이 커졌다. 조금 전 덤덤한 표정과 달리 놀라고 있었다.

“뭐? 신 준장님께서? 혹시 찾아오셔서 윤 소위를 봐달라고 말을 하셨나?”

“어이구, 아닙니다. 신 준장님 성격 모르십니까? 외손자지만 제대로 처벌하라고 하셨습니다.”

“정말인가? 정말 그리 말씀하셨단 말인가?”

“네.”

송일중 대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가 알고 있는 신범규 예비역 준장은 자신의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만에 하나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게 될 경우 자신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런데 그런 말씀을 했다고? 아니야, 그분이라면······.’

송일중 대대장도 신범규 예비역 준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가 원리원칙을 준수하는 성격인 것도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외손자의 옷을 벗길 정도의 사람은 아니었다.

“봐달라는 것을 완곡하게 말씀하셨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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