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824화 (824/1,018)

< 03. 잘 좀 하지 그랬어?(3)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54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3)

“네?”

“술 냄새 너무 나요. 얼마나 마신 거예요.”

“응? 얼마 안 마셨는데······.”

오상진이 말을 하고는 한소희를 뜨거운 눈으로 바라봤다. 한소희는 오상진의 가슴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으이구, 샤워하고 와요.”

“샤워? 지금 당장 하고 올게.”

“그렇다고 큰 기대는 하지 마요. 오늘은 일찍 잘 거예요.”

“당연히 일찍 자야지.”

오상진이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다. 곧바로 샤워기 소리가 들려왔다. 한소희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못 말린다니까.”

오상진이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그는 한소희를 찾아 안방으로 향했다. 한소희 역시 잠 잘 준비를 마쳤다.

“오호, 벌써 침대에······.”

“왜 그래요? 그런 눈빛 사절이에요.”

“제 눈빛이 어떤데요?”

“됐어요. 이리 와서 얌전히 잠이나 자요.”

한소희가 침대 한 곳을 툭툭 두드렸다. 오상진은 조금 실망한 얼굴로 침대에 누웠다.

“저, 이대로 그냥 자요?”

“그럼 안 자요?”

“소희 씨가 옆에 있는데?”

“으구 어서 자요. 장난치지 말고요. 저 노트북으로 일 좀 하다가 잘 거예요.”

“일?”

“네.”

“에이, 괜히 대표 자리 줬어.”

“호호호, 그래서 불만이에요?”

“네. 지금은 좀 불만이네요.”

오상진이 바로 등을 돌리고는 이불을 푹 올렸다. 그 모습이 귀여운지 피식 미소를 지은 한소희가 말했다.

“저 잘하고 싶어요. 저 믿죠?”

“······그럼요. 소희 씨는 잘할 거예요. 믿어요.”

그 한마디가 정말 힘이 되는 한소희였다. 오상진 역시 장난을 치려고 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옛 추억도 생각하고, 김진수 1소대장과 허심탄회하게 얘기도 나눴다.

술기운까지 오르고, 옆에는 한소희까지 있다. 뭔가 안정감과 안락감이 들자 편안함이 온몸을 지배했다.

그 상태 그대로 오상진은 스르륵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정신을 차린 오상진은 시계를 확인했다. 아침 6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옆을 보니 한소희는 자리에 없었다.

침대에서 나온 그가 안방을 나서자 부엌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일어났어요?”

오상진의 말에 깜짝 놀란 한소희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앞치마를 두른 채 음식에 열중이었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어멋! 일어났어요.”

“네.”

“왜 벌써 일어났어요. 출근하려면 멀었는데.”

“이제 여섯 시인데요. 아직 출근하려면 여유 있어요. 그보다 저 아침밥 해주려고 일찍 일어났어요?”

오상진은 말을 하면서 기웃거렸다. 한소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일찍 잠에서 깼어요.”

“그렇구나.”

오상진은 중얼거리며 가볍게 한소희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런데 뭐 끓여요?”

오상진은 궁금해서 국을 확인했다. 북엇국이었다.

“와우, 북엇국이네요. 어쩐지 너무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나더라니.”

“저 북엇국 잘 끓이는 거 알죠?”

“당연히 알죠.”

한소희 집안은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장인어른을 비롯해 오빠들까지 말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항상 북엇국을 끓였다. 이에 어깨너머로 한소희도 북엇국을 배웠다.

어느 순간부터 가족들은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다가 슬쩍 한소희에게 북엇국을 요청했다. 이에 이리저리 북엇국을 끓이다 보니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다 됐어요. 수저 놔요.”

“오케이.”

오상진이 빠르게 움직이고, 한소희가 북엇국을 가져왔다. 그곳에 밥을 말아 한 그릇 뚝딱 해치운 오상진이 흐뭇한 얼굴이 되었다.

“역시 맛있어. 속이 확 풀리네.”

“더 드려요?”

“국만요.”

“네.”

다시 북엇국을 가져다 줬다. 수저로 국물을 떠먹으며 연신 탄성을 내질렀다.

“역시 좋아. 시원해.”

속이 확 풀리는 것 같았다. 그 앞에 앉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오상진이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소희 씨는 안 먹어요?”

“난 조금 있다가 간단하게 토스트 먹으려고요.”

“그럼 저 때문에 끓인 거예요?”

“에이, 이 정도는 당연하죠. 왜 자꾸 그래요.”

“고마워서 그렇죠.”

“얼른 먹기나 해요.”

오상진은 순식간에 한 그릇 더 뚝딱 해치우고 난 후 거실로 갔다. 소파에 털썩 앉아서 배를 어루만졌다.

“와, 속 푸는 데에는 북엇국이 최고네.”

“상진 씨.”

“네?”

“커피 드릴까요?”

“좋죠.”

한소희가 커피를 타서 가지고 왔다.

“자요.”

“고마워요.”

오상진은 거실 탁자에 있는 것을 보며 물었다.

“이게 다 뭐예요.”

“아, 사실 이것 때문에 내려왔어요.”

“무슨 일 있어요?”

“그게 아니라 신소라 씨가 계약을 했으면 하는 후배 몇 명을 소개해 줬는데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서요.”

“몇 명이나 해줬는데요?”

“다섯 명이요.”

“어이구, 다섯 명이나요. 인맥이 좋네요.”

“그것도 그런데, 신소라 씨 학교 후배라고 하네요. 한두 명 소개시켜 주려고 했는데요. 어떻게 서로 얘기가 돌아서 소속사가 필요한 친구들까지 프로필을 받게 되었어요. 이들 중에서 계약을 할까 해요. 신소라 씨 말로는 다 계약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음, 제가 한번 볼까요?”

“네.”

오상진은 정말 별생각 없이 서류를 들었다. 그 안에 있는 프로필을 확인했다. 그래도 한소희에게 전부 다 떠넘긴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어디 보자.”

오상진은 첫 번째 프로필을 확인했다. 이름이 최승규였다.

“음······.”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지 알겠어. 아직은 인기가 덜하지만 나중에 미니시리즈에서 얼굴을 알리는 그런 배우지.’

오상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프로필을 봤다. 이번에는 홍진태였다.

‘홍진태? 들어본 기억이 없는데······.’

그런데 얼굴은 기억이 날 듯 말 듯했다. 고개를 갸웃하며 다음 프로필을 봤다. 임선주였다. 이 사람도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꾸준히 작품을 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 다음은 강수정이었다.

‘오, 강수정.’

오상진의 눈이 커졌다. 강수정은 나중에 잘될 사람이었다. 한소희가 오상진을 지켜보고 있었다. 강수정을 보던 오상진이 씨익 웃자 바로 물었다.

“왜요? 강수정 씨 맘에 들어요?”

오상진이 애써 표정을 숨기며 말했다.

“이거 제 느낌인데요. 이 친구 잘 키우면 스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랑 같은 생각이네요. 신소라 씨도 제일 먼저 추천해 주는 친구가 그 친구예요. 자기 어렸을 때랑 많이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아······.”

“강수정이라······ 이 친구는 꼭 계약을 해야겠네요.”

오상진이 씨익 웃으며 마지막 프로필을 확인했다. 얼굴을 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 이 사람은······.’

이름은 오민정이었다. 얼굴상은 여우상이었다.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오상진이 기억하는 것은 나중에 마약 혐의로 여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잃어버린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난리가 났다. TV와 뉴스, 연예기사에서 말이다. 그것도 몇 년 후에 일어날 일이었다.

‘아니, 잠깐만······.’

오상진은 곧바로 앞장을 넘겨 두 번째 프로필인 홍진태를 봤다.

‘가만 이 친구도 오민정 씨와 함께 마약으로 잡혀간 것 같은데······.’

다시 한번 똑바로 보니 그랬다.

‘맞아, 확실해. 그때 두 사람 어깨동무하고 찍은 사진. 그때 그랬던 거구나.’

오상진이 그리 기억력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민정과 홍진태 두 사람이 마약에 취해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은 유명했다. 오상진이 한소희에게 말했다.

“소라 씨가 다 받을 필요는 없다고 했죠?”

“네.”

“그럼 다 친하지는 않다는 소리네요.”

“강수정 씨는 친한 것 같고······, 나머지는 그냥 아는 후배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부탁을 받은 입장이라고 해요.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에는 그래서 일단 받아온 것 같아요. 상진 씨는 어때요? 저는 개인적으로 나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요? 그런데 저는 이 두 사람은 좀 불안한 것 같은데요.”

오상진이 홍진태와 오민정 두 개의 프로필을 탁자에 올려놨다. 한소희가 눈을 동그렇게 떴다.

“어? 이 두 사람을 빼자고요? 수정 씨 다음으로 괜찮다고 하던데.”

“그래요?”

“네. 홍진태 씨는 얼마 전에 미니시리즈 조연 들어갔고, 오민정 씨도 하이틴스타 주연급으로 활약 중이어서 이다음 작품은 미니시리즈에 들어갈 수 있어요.”

“호오, 그래요?”

확실히 두 사람은 외모가 빼어난 편이어서 좀 더 인기를 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빨리 탈선을 했다.

그런 입장이라면 회사가 많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오상진이 조용히 말했다.

“소희 씨.”

“네?”

“만약에 내가 이 두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요?”

한소희가 오상진을 빤히 바라봤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죠?”

“네.”

“이유가 뭐죠?”

“음, 제가 관상을 좀 볼 줄 알거든요.”

“관상요? 언제부터요?”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요. 아무튼 나도 소대장, 중대장을 지금 하고 있잖아요. 아무래도 제가 장교다 보니까, 사병들을 관리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사병들 관찰을 많이 하는 편이고, 그러는데. 내가 봤을 때 홍진태 씨와 오민정 씨는 조금 불안해요. 내가 봤을 때.”

“으음, 그렇구나.”

탁자에 놓인 두 개의 프로필을 한소희가 바라봤다. 오상진은 그런 한소희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 말 믿어요?”

한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믿어야죠. 제 남편이 될 사람인데.”

“어이구 그렇게 말해주니까, 감동인데요.”

“감동은요. 어차피 5명 다 받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인원도 적고, 다 케어하기에는 솔직히 부담스럽죠. 막말로 홍진태 씨와 오민정 씨는 지금 활발하게 활동 중이고요. 그래서 살짝 욕심이 났긴 했는데······ 상진 씨 말 들어보니 두 사람 빼고, 나머지 세 사람을 데려가면 지금 당장 인력을 충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게다가 강수정 씨는 신소라 씨가 직접 케어한다고 했으니까요.”

“오오, 그럼 다행이네요.”

“오케이,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다.”

한소희는 서류를 탁탁 정리했다. 그러고 있다가 생각이 났는지 오상진을 봤다.

“참! 이번 주에 집에 올 수 있어요?”

“이번 주요?”

“아빠가 언제 오냐고 난리던데.”

“아, 그래요? 장인어른이 보자고 하시는데 바쁜 일이 있더라도 가야죠.”

“그런데 요새 바쁜 일 있어요?”

“조금요. 그래도 가야죠. 장인어른께서 찾으신다고 하는데요.”

“호호호. 그런 마음가짐 아주 훌륭해요. 칭찬해요.”

“후후후, 고마워요.”

“그래도 상진 씨. 바쁘면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

한소희가 조용히 말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충분히 괜찮아요. 저에게는 나라를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소희 씨예요. 제 마음속 나라 대통령은 소희 씨니까요.”

“어멋! 어쩜 말을······.”

한소희는 살짝 감동한 표정으로 오상진을 봤다. 가볍게 가슴을 툭 치고는 부끄러워했다.

“뭐예요.”

“소희 씨 그래서 말인데······. 좀 이른 시간이기도 하고, 아직 출근하려면 시간도 있고······.”

오상진이 주섬주섬 한소희에게 바짝 붙었다. 한소희가 고개를 돌려 오상진을 봤다.

“으구, 짐승!”

오상진이 그런 한소희를 번쩍 안아 들었다.

“어멋!”

“자자, 시간이 없어요. 빨리빨리······.”

오상진이 한소희를 안은 채로 안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안방 문이 슬그머니 닫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