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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22화 (822/1,018)

< 03. 잘 좀 하지 그랬어?(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52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1)

1.

그날 오후.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오상진이 있는 중대장실로 윤태민 2소대장이 들어왔다.

“어, 그래. 무슨 일인가?”

그러자 윤태민 2소대장이 냉큼 무릎을 꿇었다.

“자네 뭐하는 짓이야!”

“중대장님 저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왜 그러나. 어서 일어나 앉아!”

“중대장님. 진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알았어, 일단 앉아, 앉으라고.”

오상진은 그런 윤태민 2소대장을 바라봤다. 하지만 무릎까지 꿇은 그는 끝내 자신의 입에서 잘못했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을 시인할 생각은 없지만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해 보려는 윤태민 2소대장의 행동에 헛웃음이 나왔다.

“일단 앉아.”

“중대장님 그럼 저 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그전에 자네가 뭘 잘못했는지 따지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중대장님······.”

윤태민 2소대장이 무릎을 꿇은 상태로 오상진을 올려다봤다. 오상진은 전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시끄러우니까, 그만 불러. 그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겠다면 앉고, 아니면 나가. 여긴 군대야. 자네 응석 받아주는 곳이 아니라.”

오상진의 한마디에 고개를 푹 숙인 윤태민 2소대장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하, 시발. 진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네.’

윤태민 2소대장이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앞의 의자에 앉았다. 오상진도 도로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윤태민 2소대장을 바라봤다.

“그래.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중대장님 진짜 억울합니다. 제가 소대원들 관리를 못 한 것은 맞지만 이런 식으로 누명을 쓰는 것은 억울합니다.”

“누명이다? 자네는 아무 관련이 없고, 소대원들 짓이다?”

“네.”

“소대원 짓이라······.”

정말이지 헛웃음이 아니라 어이가 없었다. 오상진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좋아, 소대원의 짓이라고 했는데 누구 짓이야?”

윤태민 2소대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두 사람을 지목했다.

“이민균 병장과 황익호 병장 짓입니다.”

사실 윤태민 2소대장은 원래 둘 중의 한 녀석을 구워삶아서 모두 뒤집어씌울 생각이었다.

물론 정황증거나 자백만으로 일이 끝나지는 않겠지만 만에 하나 일이 커진다고 해도 책임질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외할아버지인 신범규 예비역 준장이 있으니 적당히 손을 쓰면 일이 커지지 않는 선에서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동시에 자신은 걸고넘어지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민균 병장이 그러는 것은 이해가 되었다. 자신이 먼저 내쳤으니까.

하지만 황익호 병장은 자신이 그동안 해준 것이 많았다. 그런데 몸을 사리는 것을 보니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윤태민 2소대장은 아예 두 사람을 다 걸고넘어지기로 했다. 그리되면 서로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고, 물어뜯게 될 것이라 여겼다. 절대로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윤태민 2소대장이 했다고 그러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한마디로 윤태민 2소대장은 서로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상진은 바로 그러한 의도를 훤히 꿰뚫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민균 병장이랑, 황익호 병장이라······. 재미있군, 재밌어. 두 사람 다 중대장에게 말하길, 윤태민 2소대장이 하라는 대로 한 것밖에 없다고 했다. 오히려 자네는 그 두 사람이 억울한 누명을 씌웠다는 것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래? 그럼 2소대장.”

“네, 중대장님.”

“그럼 자네가 두 사람이 어떻게 물건을 숨겨서 들어왔는지 알아와.”

“네?”

“아니, 그 두 사람이 어떻게 소주병을 중대로 반입했는지 알아 오란 말이야.”

“······.”

윤태민 2소대장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사이 오상진은 여태 나왔던 물품들을 얘기했다.

“내가 확인해 보니, 소주병이 문제가 아니었어. 여자 속옷도 나오고 말이야. 이것저것 부대에서 보급해 준 것들이 아니었단 말이지. 그러니까, 이것들을 어떻게 가지고 들어왔는지 일단 알아야 할 것 아니야.”

“저어, 중대장님······.”

“왜?”

“굳이 일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까?”

“그럼 자네는 그냥 이민균 병장과 황익호 병장을 벌주는 것으로 끝내란 말인가? 그냥 그렇게 이 일을 덮자는 말인가?”

“그게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중대 이미지도 있고, 괜히 일을 키워서 중대장님께서 곤란해지지 않으실까, 걱정이 됩니다.”

윤태민 2소대장은 진심으로 걱정하듯이 말했다. 오상진은 그런 것이 연연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2소대장.”

“네.”

“그런 것 걱정하지 말고, 자네는 시키는 일만 잘해와. 어떻게, 조사는 할 수 있겠어?”

“네, 알겠습니다.”

“대충 진술서 몇 장으로 때울 생각하지 마. 난 당사자하고 직접 얘기를 할 테니까. 내 말 무슨 얘기인 줄 알지?”

“아, 네에······.”

“알았어. 이만 나가봐.”

윤태민 2소대장이 중대장실을 나왔다. 그러곤 곧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아, 진짜······. 혹 떼려다가 도로 혹을 붙였네.”

윤태민 2소대장은 이민균 병장과 황익호 병장을 적당히 던져놓고, 앓는 소리를 하면 그냥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물건을 어떻게 반입했는지 찾으라니. 이렇게 되면 자신과 거래했던 사람들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거짓말로 대리인을 채우려고 하니 그것 역시 마땅치 않았다. 만에 하나 그 일을 걸고넘어진다면, 헌병대가 조사를 하다가 그것이 거짓으로 밝혀지면 자신 역시 곤란해졌다.

“아, 진짜. 이 인간들 어떻게 입막음을 하지?”

윤태민 2소대장은 자신과 따로 거래를 했던 사장들이 있었다. 그 사장을 잘 구워삶으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한마디로 그 사장에게 이민균 병장과 황익호 병장에게 물건을 건넨 것처럼 진술하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또 그랬다간 군에 제보가 들어갈 것 같았다.

막말로 윤태민 2소대장이 큰 손은 아니었다. 자잘한 폐기처분 직전의 물건들을 받아서 팔아왔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수량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신을 위해 진술하게끔 구워삶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아, 시발······.”

머리가 복잡한 윤태민 2소대장이 짜증이 나는지 머리를 벅벅 긁적였다.

“몰라, 젠장!”

윤태민 2소대장은 그나마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에 만족했다.

중대장실로 또 누군가가 나타났다.

똑똑.

“들어와.”

문이 열리며 나타난 인물은 김진수 1소대장(중위)이었다.

“중대장님······.”

“어어, 1소대장. 자네가 무슨 일이야?”

“저기······. 오늘 저녁 시간 괜찮으십니까?”

“오늘 저녁? 왜?”

“괜찮으시면 술 한잔하시겠습니까?”

“술? 우리 둘이?”

“네. 불편하시면 3소대장, 4소대장도 부르겠습니다.”

말을 하는 김진수 1소대장을 빤히 바라보는 오상진이었다. 처음에 왔을 때 김진수 1소대장은 일단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요새 이런저런 일로 김진수 1소대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더니 확실히 뭔가 달라져 있었다.

‘그래 정신을 차린 건가? 아무튼 많이 달라지긴 했네. 내가 처음에 여기 왔을 때보다는 말이야.’

이 일은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오상진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래, 이제야 1소대장다운 모습이 보이네. 그리고 어쩌면 오늘 술 한잔하자는 것도 이런저런 정보를 주기 위함인 것 같고······.’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술 한잔하지.”

“네. 중대장님.”

대번에 표정이 밝아지는 김진수 1소대장이었다.

“자네 아는 곳 있나?”

“그렇습니다, 제가 가는 곳이 있습니다.”

“알았어. 퇴근 후에 보지.”

“넵! 충성.”

김진수 1소대장이 밝은 표정으로 경례를 한 후 중대장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피식 웃음을 보인 후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건 그렇고 윤태민 이 녀석은 어떠하면 좋을지······.”

솔직히 오상진은 이만큼 증거를 들이밀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잘못했다 사과를 하며 시인할 줄 알았다.

그 시인을 받고, 보고서를 작성 후 상부에 올릴 생각이었다. 어쨌든 윤태민 2소대장이 이미 스스로 모든 것을 시인하지 않았나.

그걸 가지고 처벌을 받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윤태민 2소대장도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었다.

어떻게든 뺀질뺀질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고만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부에 보고를 했다간, 또 조사과정에서 윤태민 2소대장에게 면제를 줄 것이다. 그러면 다른 피해자가 생긴다. 오상진은 절대 그런 것은 원하지 않았다.

“크흠, 다시 심 소령님께 부탁을 해야 하나?”

오상진은 고심했다. 막말로 소대장 시절 중대장의 힘이 상당히 커 보였다. 하지만 막상 중대장이 되고 나니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냥 힘없는 장교에 불과했다.

오상진과 김진수 1소대장은 부대 근처 장어집으로 이동했다. 오상진은 자리에 앉자마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오호, 이런 곳에 장어집이 있었어?”

“네. 저도 우연히 알게 된 곳입니다.”

“그래? 내가 1소대장 덕분에 좋은 곳을 알게 되었네.”

“중대장님, 장어 좋아하십니까?”

“어후, 없어서 못 먹지.”

“저도 사실 장어 싫어하는 사람 못 봐서 여기로 모셨습니다.”

“잘했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장어를 주문했다. 그리고 김진수 1소대장이 컵에 물을 따라서 오상진에게 건넸다.

“중대장님 여기 물 있습니다.”

“어, 그래. 고마워.”

오상진이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내려놨다.

“우리 이렇듯 단둘이 술을 마시는 것은 처음이지?”

“네.”

“미안하네. 내가 미리미리 챙겼어야 하는데······.”

“아닙니다. 중대장님 부임하고 나셔서 계속 바쁘셨지 않습니까. 오히려 제가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니야. 나는 김 중위가 옆에 있어서 든든해.”

오상진은 1소대장이라고 부르다가 김 중위라고 불렀다. 그 말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또한 든든하다는 말에 김진수 1소대장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 이 부대에 왔을 때만 해도 김진수 1소대장은 출세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좋은 성적으로 육사를 졸업했는데 연줄이, 소위 말하는 금수저라고 불리는 군인 집안 출신들이 관련되어 있거나 나름 뒷배가 있는 동기들이 좋은 곳으로 갔다.

그리고 자신은 이곳 17보병연대로 왔다.

처음에 이곳으로 보직을 명받았을 때는 실망이 컸다. 자신은 성적도 좋은데 자신보다 못한 동기 놈들이 더 좋은 곳으로 보직을 받은 것에 말이다.

그래서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겉돌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한마디로 적응을 하지 못했다. 뭘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런 김진수 1소대장의 중대 모습을 보고, 4중대로 보직 이동을 명했다.

말이 좋아 4중대 1소대장 자리이지 이 부대 자체가 꼴통 부대였다. 아니, 딱 봐도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해도 정확하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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