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1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50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16)
“으아아악, 시발! 왜 이래!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냐고!”
윤태민 2소대장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그러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지금 이 상황을 모면하게 해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누구지? 누가 도와줄 수 있지?”
그때 이기상 하사의 번호가 보였다. 그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가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하사도 설마 저쪽으로 붙었나? 날 버린 거야?”
윤태민 2소대장의 느낌상 그런 것 같았다. 만약에 그렇다면 이제 4중대에서 자기편은 아무도 없었다.
“시발······ 시발······.”
윤태민 2소대장은 잔뜩 인상을 쓰며 욕을 내뱉었다. 그렇게 전화번호부를 확인하는데 홍민우 소령이라고 저장된 이름이 떴다.
그것을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그것을 눌렀다.
잠시 후 홍민우 소령이 전화를 받았다.
-어, 그래. 윤 소위. 무슨 일이지?
“과장님 혹시 지금 바쁘십니까?”
-잠깐 손님이 와서 얘기 중인데, 무슨 일이야?
“저 좀 살려주십시오.”
-뭐?
“부탁드립니다. 저 좀 살려주십시오. 과장님.”
윤태민 2소대장이 간절하게 부탁을 했다.
한편 홍민우 작전과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뭐라는 거야.”
윤태민 2소대장의 뜬금없이 살려달라는 말에 의아해하고 있었다.
“일단 알았어. 지금 손님 만나는 중이니까. 내가 다시 전화하지.”
그렇게 전화를 끊은 홍민우 작전과장은 인사장교 황명수 대위와 얘기 중이었다.
“누구 전화입니까?”
“으응, 4중대 윤태민 소위.”
“윤 소위 말입니까? 갑자기 왜······.”
“아니, 그보다 하나 묻자. 너 혹시 4중대에 무슨 일 생겼냐?”
“네?”
“4중대 말이야. 무슨 일 없냐고.”
“글세 말입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4중대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도 자네가 알아봐.”
홍민우 작전과장의 지시에 황명수 인사장교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과장님. 저 그런 일은 좀 곤란합니다.”
“뭐?”
“요새 이리저리 이상한 일에 연루되어서 좀 피곤합니다.”
“뭐라고?”
홍민우 작전과장의 눈이 커졌다. 사실 막말로 황명수 인사장교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많은 윗분들과 교류를 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과거 조인범의 어머니인 조 여사와도 안면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일심회 쪽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것을 또 두고 보지 못하는 홍민우 작전과장이었다. 바로 계급으로 찍어 눌렀다.
“야, 황 대위! 내가 지금까지 널 어떻게 대했는데 이럴 수 있지.”
“아닙니다.”
“야! 선배가 부탁을 하잖아. 4중대가 지금 어떤지 확인을 해달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부탁이야?”
“아닙니다.”
“인사장교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습니다.”
“너 오늘 점심까지 바로 알아놔.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화는 끝이 났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다. 두 사람은 따로 점심을 가졌다.
“정말이야?”
“네.”
“윤 소위가 몰래 사제 물건을 들여와 중대원들에게 팔고 있었단 말이지.”
“네.”
“그것도 두 배 넘는 가격에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 말을 들은 홍민우 작전과장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아, 미치겠군.”
아무리 독립중대라고 하지만 4중대에 대한 것은 거의 뒤로 미뤄뒀다. 그래서 관리 감독을 전적으로 중대장에게 맡기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이지만 독립중대에서는 알게 모르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심지어 4중대는 문제아들만 모아뒀다. 심하지 않게 해 먹었다면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상진이 와서 조사를 했고, 모든 증거와 진술서까지 확보를 했다.
이제 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엄지로 눌렀다.
“그래서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구누구 있어.”
“아직까지는 4중대 소문이 많이 퍼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4중대장이 그냥 넘어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알았어.”
홍민우 작전과장이 이마를 짚었다. 밥도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하아, 미치겠네. 대대장님께 보고를 해야 하나?’
아무래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 생각만으로도 너무 짜증이 났다. 이미 송일중 대대장은 다른 부대로 영전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미 일심회의 연줄을 잡아서 자신이 영전할 때까지 부대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송일중 대대장에게 가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보고를 하면 당연히 화를 낼 것이고, 그 화는 고스란히 자기가 감수해야 했다.
“짜증 나네, 진짜······. 하루도 정말 하루도 편하지가 않아.”
그랬다. 오상진이 4중대로 가고, 정말이지 사건 사고가 끊이지가 않는다.
“왜 가만히 있지 않지? 그냥 임기만 채워서 조용히 가지. 꼭 이렇게 뒤집어 놔야 속이 시원하냐.”
홍민우 작전과장은 오상진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보다 보고를 해야 하나?”
홍민우 작전과장의 고민은 바로 해결되었다.
“아니야, 보고는 안 돼. 지금 보고를 하면 완전히 찍혀. 내 선에서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지. 그렇게 해야 해.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지?”
홍민우 작전과장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두 손을 머리를 잡고 숙였다. 그리고 이리저리 생각을 했지만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하아, 정말 없나? 야, 윤태민······. 넌 도대체······.”
그때 번뜩하고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맞다. 윤태민······.”
외할아버지인 신범규 준장이 떠올랐다.
“그래, 차라리 신 준장을 끌어들이는 것이 낫겠어.”
홍민우 작전과장이 그 자리에 일어나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그 길로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한참 동안 통화음이 울리고 난 후 수화기 너머 걸걸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신범규입니다.
“준장님, 홍민우입니다.”
-누구?
“홍민우 소령이라고 합니다, 준장님.”
-홍민우······ 홍민우라······. 아아, 그래. 17보병연대 3대대에 있는 홍 소령.
“네. 준장님. 그동안 건강하셨습니까.”
-나야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지. 그런데 자넨 무슨 일인가? 안부 때문에 전화를 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준장님······ 잠깐 통화 괜찮으십니까.”
-잠깐만 기다려 보게.
대략 30여 초간 말이 없던 신범규 예비역 준장이 다시 목소리를 냈다.
-이제 말해보게.
“바쁘신데 제가 시간을 빼앗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바쁘긴 하지. 그런데 괜찮아. 과수원을 보고 있었거든.
“과수원을 말입니까.”
-전역한 노인네가 소일거리로 하고 있네. 그저 할 일 없이 과일도 가꾸고 농사짓고 그래.
“제가 찾아뵀어야 하는 건데······.”
-허허, 피차 바쁜 사람 아닌가. 어떻게 은퇴한 늙은이까지 신경을 쓰나. 그러지 말고 용건이나 말해보게.
“실은 말입니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전화로 차근차근 윤태민 2소대장에 대한 얘기를 신범규 예비역 준장에게 전했다. 신범규 준장이 나지막한 신음을 내뱉었다.
-흠, 그러니까 우리 태민이가 군대에서 몹쓸 짓을 했다 이거지?
홍민우 작전과장이 두둔했다.
“정확한 것은 좀 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만에 하나 조사를 했을 때 사실로 밝혀질까 봐 그것이 걱정입니다.”
-흐흠······. 그래서 곽 준장은 뭐라고 하던가.
신범규 준장이 자신의 바로 밑 후배이면서 17보병연대장인 곽종윤 준장을 언급했다. 순간 홍민우 작전과장이 흠칫하며 놀랐다. 막말로 홍민우 작전과장은 송일중 대대장이 알까 봐 걱정이 되는데, 무슨 연대장에게 보고를 할 수 있겠나.
“죄송합니다만, 준장님. 아직 연대장님께 보고는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하긴 이 일이 연대장까지 보고가 올라갔다면 곽 준장이 직접 나에게 전화를 했겠지. 누가 알고 있나?
“정확하게는 아직 대대장도 모르고 있습니다.”
-송 중령도 모른다는 말이지.
“네.”
-그런데 나에게 바로 전화한 이유는 이 일을 잘 수습해 달라는 말인가?
“죄송합니다, 준장님.”
홍민우 작전과장이 부인하지 않았다. 솔직히 이 일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신범규 예비역 준장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 일을 어쩔꼬······.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신범규 예비역 준장이 오히려 물었다.
-자네가 나라면 어떻게 하겠나.
홍민우 작전과장이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도 가족이지 않습니까.”
-가족, 가족이라······. 내가 그놈을 잘못 키웠네, 잘못 키웠어. 일단 알겠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나에게 먼저 알려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준장님. 괜히 제가 전화해서 불편하게 만든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아니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으면 자네가 바로바로 알려주게.
“네, 준장님.”
그렇게 전화를 끊은 홍민우 작전과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신 준장님께서 나서 주신다면 어떻게든 되겠지.”
홍민우 작전과장이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다음 날 작전본부장인 장웅인 중장은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어이구 신 준장. 아니지 이제는 예비역 준장이라고 불러야 하나. 어쨌든 반갑네. 잘 왔어.”
“네, 선배님.”
“우선 앉게.”
“감사합니다.”
장웅인 작전본부장은 신범규 예비역 준장을 보며 반갑게 맞이했다.
“선배님, 잘 지내셨습니까.”
“아이고, 내가 뭔 일이 있다고. 항상 똑같지. 그보다 자네는 요새 뭘 하고 지내고 있나.”
“그냥 작게 농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농사? 쌀 농사?”
“아닙니다. 그냥 작게 과수원 하나를 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아, 나이 먹고 그거 하기 힘들지 않나?”
“그냥 가만히 있기 그래서 말이죠.”
“어떻게, 귀농이라도 한 건가?”
“귀농까지는 아닙니다. 괜히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다녀봤자, 쓸데없는 소리만 할 것 같고. 그냥 마음도 추스를 겸, 과수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신범규 예비역 준장을 보면서 장웅인 작전본부장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신범규 예비역 준장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을 철저히 지킨 사람이었다.
신범규 예비역 중장이 만약에 국방부 라인이나, 참모총장 둘 중 하나의 손만 잡아서도 준장에서 끝나지 않고, 최소한 소장 어쩌면 중장까지 올라갈 수 있는 능력자였다.
신범규 예비역 준장을 박찬중 현 국방부 장관이 일심회 라인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그런데 신범규 예비역 준장이 거절을 했다. 이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그가 꼬였다.
당시 작전본부장으로 있던 진국진 대장이 일심회를 거절한 그에게 또 손을 내밀었지만 이번에도 거절을 했다.
“나는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지. 군대에서 정치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 양쪽에서 멀어지다 보니 진급이 뒤로 밀렸고, 결국 전역을 하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소장 진급이 확실했는데 저런 이유로 미뤄지자 미련 없이 군복을 벗어버렸다.
“지나서 하는 말이네만, 자네 그때 조금이라도 융통성 있게 좀 행동했다면 이렇듯 옷을 벗어도 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아쉬워.”
“아이고, 선배님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아직 밑에는 올라올 후배들이 한참 많습니다. 괜히 저 같은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봤자, 볼 푼 없습니다. 이럴 때는 빨리빨리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좋죠. 오히려 민폐입니다, 민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