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15)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49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15)
“아, 시발······. 아니, 나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다들 난리야.”
윤태민 2소대장이 짜증이 치솟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하아, 제기랄······.”
윤태민 2소대장은 너무나 화가 나고, 열이 받는지 그 자리에서 줄 담배를 연달아 피웠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이 되고 이성이 돌아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금 상황에서는 자신이 많이 불리했다.
오상진에게는 자신과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잡아떼긴 했지만 황익호 병장이 사실 그대로를 말했다고 했다.
이대로 헌병 조사에 들어가면 무조건 자신이 연루될 수밖에 없었다. 막말로 헌병대가 맘먹고 조사를 하면 안 털릴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내가 살려면 희생양이 필요해.”
윤태민 2소대장이 뭔가를 결심을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은 2소대가 있는 내무실 쪽이었다.
“황익호······.”
바로 떠올린 인물이 바로 조금 전 만났던 황익호 병장이었다. 하지만 그 녀석도 좀 위험했다. 생쥐가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고양이도 문다고 했다. 황익호 병장도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아직 제대도 남아 있고······.”
윤태민 2소대장의 머릿속이 빠르게 움직였다.
“제대도 얼마 안 남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녀석으로······.”
그때 떠오른 인물이 있었다.
“이민균. 그래 그 녀석이 낫겠다.”
윤태민 2소대장은 희생양으로 이민균 병장을 노렸다. 그러나 그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황익호 병장이 이민균 병장을 집단 린치를 가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걸로 인해 상황이 좀 복잡해져 있다는 것도 말이다.
그런 상태에서 유한일 일병이 윤태민 2소대장 앞을 지나갔다.
“유한일!”
“일병 유한일.”
유한일 일병이 윤태민 2소대장에게 뛰어갔다.
“이민균 어디 있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10분 준다. 그 안에 이민균 찾아서 내 앞에 데리고 와.”
“아, 알겠습니다.”
유한일 일병이 후다닥 뛰어갔다. 10분이 조금 넘긴 후 이민균 병장이 터벅터벅 걸어왔다.
“충성. 저 부르셨습니까?”
“이민균. 넌 말이야. 고참이 되어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 애들 단속을 잘 해야지. 넌 뭐 하고 있었냐.”
일단 윤태민 2소대장이 먼저 기선제압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민균 병장 역시도 옛날의 그가 아니었다.
“네? 그걸 왜 저에게 그러십니까?”
“뭐라고 새끼야?”
“그걸 왜 저한테 그러시냐 말입니다. 2소대 분대장은 엄연히 황익호인데 익호에게 말씀을 하셔야죠.”
“허, 이 새끼가. 장난해? 익호가 분대장 달았다고 너는 2소대 고참 아니냐?”
“말은 바로 하셔야죠. 소대장님이 익호에게 저 재끼라고 시킨 것이 아닙니까.”
“뭐? 시키긴 뭘 시켜.”
“그게 아니면 익호가 미쳤다고 저를 재낍니까? 저에게 죽으려고?”
이민균 병장이 눈을 부릅뜨며 덤비니 윤태민 2소대장이 할 말이 없었다. 막말로 자신이 힘이 있고, 그럴 때는 끽소리도 못하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1주일 교육을 다녀왔다고 눈도 부라리며 개기고 있었다.
‘이 새끼 봐라. 너 나와 반대편에 섰구나.’
다른 사람 같으면 괜히 말을 꺼냈다고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겠지만 윤태민 2소대장도 보통은 아니었다.
“너 이민균.”
“병장 이민균.”
“너 말이야. 내가 너 사고 칠 때마다 이리저리 봐준 거 알아 몰라.”
“제가 말입니까? 제가 사고를 쳐도 얼마나 쳤다고 그러십니까?”
“몰라? 내가 널 걸고넘어지면 끝도 없다는 걸 몰라?”
이민균 병장은 할 말이 없었다. 윤태민 2소대장이 말도 안 되는 걸로 걸고넘어지면 자신도 엿 되는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민균 병장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오상진이 약속한 것이 있었다. 만약 조사를 받게 되더라도 네 잘못한 만큼만 조사를 받게 하겠다. 윤태민 2소대장이 해코지 못하도록 막아주겠다고 말이다.
이민균 병장은 그 약속을 믿고 오상진과 한배를 타기로 했다. 그래서 이제 와서 윤태민 2소대장의 협박에 넘어가지 않았다.
“맘대로 하십시오.”
“뭐, 인마?”
“맘대로 하시란 말입니다.”
“와, 너 이 새끼. 진짜 눈에 뵈는 것이 없냐.”
“소대장님 정말 웃기십니다. 지금까지 익호를 밀어주셔놓고, 저한테 그러십니까? 시키실 일이 있으면 익호에게 말하십시오. 저에게 그러지 마시고.”
“야, 너 이민균. 너 진짜 죽어볼래?”
“맘대로 하십시오. 저도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
“뭐?”
“저도 이미 중대장님께 지금까지 있었던 일 다 말했습니다. 그리고 조사받으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 괜히 저 건드리지 마십시오. 제 입에서 또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모릅니다.”
이민균 병장은 더 할 말이 없는지 몸을 홱 돌려 걸어갔다. 그런 모습을 보며 윤태민 2소대장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저 새끼······ 내가 말이야. 너는, 너만은 꼭 죽이고 간다.”
하지만 그런 짜증 섞인 목소리가 다소 허무하게 들렸다. 왜냐하면 윤태민 2소대장에게는 현재 아무런 힘이 없었다.
윤태민 2소대장이 없는 행정실에는 각 소대장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쯤 중대장님께서 다 말씀하셨겠죠?”
박은지 3소대장이 말했다. 홍일동 4소대장이 대답했다.
“충분히 그럴 시간이죠.”
“거기 두 사람. 괜히 2소대장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본인 일이나 해.”
김진수 1소대장이 한마디 했다. 솔직히 윤태민 2소대장을 찍어 누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대 전체가 이 일에 매달릴 수도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박은지 3소대장이 바로 대답했다. 홍일동 4소대장 역시 윤태민 2소대장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내심 즐겁기도 했다.
“그런데 저희도 나서서 중대장님께 힘을 실어드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홍일동 4소대장의 말에 김진수 1소대장이 표정을 굳혔다.
“뭐? 뭐라고?”
“아니, 솔직히 윤태민 2소대장이 뒷배가 든든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만약 이 일을 덮으면 그 부담감이 중대장님께 갈 테고, 그 일이 중대 전체에 미칠 것이 아닙니까.”
홍일동 4소대장의 말에 박은지 3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김진수 1소대장이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윤태민 2소대장이 잘한 것은 없었다. 만날 ROTC 출신이라고 3소대장과 4소대장을 무시해왔다. 그러니 저런 얘기를 들어도 인과응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때다 싶어서 사람 몰아내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별로였다.
“두 사람 내 얘기 잘 들어. 2소대장이 지금까지 두 사람에게 몹쓸 짓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아. 게다가 그것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했던 나도 두 사람에게 사과할게. 미안하다. 그래도 그러는 것은 아니야.”
홍일동 4소대장이 입을 열었다.
“그럼 1소대장님은 그냥 넘어갔으면······.”
“누가 그렇데? 나도 당연히 2소대장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기를 바라고 있어. 하지만 일이 너무도 지나치게 커지면 그건 그것대로 중대장님께 부담이 될 수 있어. 생각을 한번 해봐. 중대장님 부임하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부대비리 다 터뜨리고 그러면 누가 좋아하겠어. 두 사람도 알다시피 군대라는 것이 얼마나 폐쇄적이야. 그것을 윗분들께서 그냥 두고 볼 것 같아? 중대장님께서도 위로 올라가기 많이 힘들겠지. 우리 좀 편하자고 중대장님 앞길을 막을 생각이야.”
그 말에 박은지 3소대장, 홍일동 4소대장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중대장님께서 말씀하셨어.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그러니 우리는 그냥 중대장님을 믿고 우리 일에만 집중하자. 각 소대원들 흔들리지 않게 다잡고.”
김진수 1소대장의 말에 홍일동 4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1소대장님. 제가 경솔했습니다.”
“알겠습니다.”
박은지 3소대장도 바로 대답했다. 김진수 1소대장이 잠깐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러곤 윤태민 2소대장의 빈 자리를 바라봤다.
“그나저나 2소대장은 얘기가 끝났으면 빨리빨리 오지 뭐 하고 있는 거야.”
이민균 병장을 희생양 삼으려는 것을 실패한 윤태민 2소대장은 다시 황익호 병장을 찾았다.
“황익호.”
“병장 황익호.”
“너 이리 와.”
“또 왜 그러십니까.”
“야, 오라면 와야지. 뭔 말이 많아.”
그렇게 다시 구석으로 데리고 간 윤태민 2소대장이 황익호 병장에게 대놓고 말했다.
“네가 다 뒤집어써.”
“네?”
“네가 이 모든 것을 다 했다고 하라고.”
“왜 저에게 그러십니까?”
“야, 너 군 생활 꼬이고 싶냐? 제대도 아직 2달이나 남았는데 그 동안 이곳이 어떤 곳이다라는 것을 제대로 느끼게 해줘?”
“어후, 소대장님. 정말 왜 그러십니까. 저는 소대장님께서 시키시는 일 밖에 한 적이 없지 않습니까.”
“이 새끼가 진짜······ 너까지 나 배신할래?”
윤태민 2소대장이 짜증 내며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황익호 병장이 눈을 반짝였다. 너까지라는 얘기가 귀에 들어온 것이다.
‘너까지? 분명히 아까 이민균 병장을 불렀다는 얘기를 들었어. 그런데 너까지? 그럼 이 병장은······.’
지금 이 순간 황익호 병장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이것으로 보아 이민균 병장도 윤태민 2소대장과 척을 진 것이라고 봐야 했다.
‘완전히 돌아섰단 말이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 지랄 같네. 이민균에게 못하니까, 나에게 하려고 하는 거야? 참나, 진짜 짜증 나네.’
황익호 병장이 고개를 들었다.
“소대장님 저는 진짜 못하겠습니다.”
“뭐? 못해. 너 인마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아니, 제가 뭐라고 합니까. 이미 진술서에 다 적었는데 말입니다.”
“야, 그 진술서 강압에 의해서 억지로 썼다고 말해. 그리고 다 네가 뒤집어써. 그러면 제대를 해서도 너 뒤는 내가 봐줄 테니까.”
하지만 황익호 병장은 그런 뻔한 눈속임에 넘어가지 않았다.
‘뭐, 제대하고도 네 똥꼬를 빨아야 한다고? 싫다, 왜 제대하고서도 너를 봐야 하는데.’
황익호 병장은 절대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제는 윤태민 2소대장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
“저는 못 합니다.”
“뭐? 정 못 믿겠으면 각서라도 써줘?”
“그렇게 하셔도 저는 못 합니다. 빨리 제대해서 사회생활 하고 싶을 뿐입니다.”
“너, 잘 생각해. 이번 일 잘못되면 너 평생 군대 감옥에 있어야 할지도 몰라.”
“진짜 왜 그러십니까.”
“진짜 왜 그래? 어차피 너랑 나랑 한 배를 탔잖아. 그런데 네가 감히 날 배신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다 그렇게 적었습니다. 저도 오죽하면 그랬겠습니까.”
“닥쳐, 새끼야. 너 소대장이 얼마나 편의를 봐줬는지 알지?”
“소대장님 진짜 한번 살려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황익호 병장이 갑자기 질질 짰다. 그 모습에 당황한 윤태민 2소대장이었다.
“와, 시발. 너 왜 질질 짜고 있어.”
“아, 진짜······. 요새 저 잠도 못 자고 죽겠습니다. 엄마도 너무 보고 싶습니다.”
황익호 병장의 찌질한 모습에 윤태민 2소대장은 짜증이 났다.
“와, 새끼 진짜······. 됐다. 그냥 꺼져! 꺼지라고!”
황익호 병장이 눈물을 훔치며 그곳을 떠났다. 윤태민 2소대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