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14)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48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14)
-1소대 이태진 상병.
‘1소대 이태진 상병이라고? 이 녀석은······.’
윤태민 2소대장이 기억하는 이태진 상병은 좀 까불까불하고, 가끔씩 같이 담배를 피운 적도 있었다. 게다가 자기에게 특별한 것을 부탁한 적이 있어서 기억을 하고 있었다.
‘이 상병의 진술서라고? 뭔 일이지?’
윤태민 2소대장이 생각을 정리하고 쭉 읽어봤다.
내용을 쭉 읽던 윤태민 2소대장의 눈이 커졌다. 진술서 내용에 자신의 이름이 나왔고, 또한 자신을 통해 여자 속옷을 구매했다는 진술이 적혀 있었다.
‘이, 이게 왜······.’
윤태민 2소대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미친 새끼가 진짜······. 돌았나!’
흠칫 거리며 오상진을 봤다. 오상진도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윤태민 2소대장은 자신이 읽고 있던 것을 조용히 내려놨다.
그 순간 뒤늦게 뭔가 번뜩였다.
‘혹시 이 많은 것들 전부 다?’
윤태민 2소대장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또 그 위에 있던 진술서를 하나 꺼내 읽어 내려갔다.
그 진술서의 주인은 바로 4소대 최윤호 상병이었다. 그곳에도 잡지를 얼마에 샀고, 담배 역시 얼마에 구입을 했다. 이런 진술이 적혀 있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어 있었다.
‘이것들이 정말 단체로 미쳤나.’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 순간 윤태민 2소대장이 든 생각은 X됐는 것이었다. 진술서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저어, 중대장님.”
“거기에 대해서 중대장에게 할 말이라도 있나?”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몰라? 모든 것을 자네에게 받았다고 하는데.”
“정말입니다. 저는 모르는 입니다.”
일단 윤태민 2소대장은 모르쇠로 나가기로 했다. 오상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정말 모르는 일이야?”
윤태민 2소대장은 다소 놀란 표정으로 올라온 진술서를 가리켰다.
“그러니까, 여기 있는 모든 것이 전부 다 저에게 직접 받았다는 진술서입니까?”
오상진이 순간 살짝 당황했다. 막말로 직접 거래한 것은 아니었다. 직접 거래한 것은 이민균 병장이랑, 황익호 병장이었다. 윤태민 2소대장 오직 저 두 사람을 통해 거래를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진술서에서는 윤태민 2소대장에게 받았다고 적어놓은 것이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윤태민 2소대장이 발뺌을 했다.
“그렇게 적혀 있잖아. 그런데 정말 몰라?”
“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럼 이민균 병장과 황익호 병장의 진술서도 있는데 한번 확인해 볼래?”
그러자 윤태민 2소대장이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했다.
“이민균 병장과 황익호 병장이 왜······. 걔네들이 무슨 짓을 했습니까?”
천연덕스러운 그의 행동에 오상진이 살짝 어이없어했다.
‘하하, 이것들 봐라. 이 정도 했으면 당연히 인정하고, 처벌을 감내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런데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었다.
‘하긴 저렇게 철판이 두꺼운 놈이니, 소희 씨의 교복을 빌미로 일을 꾸미려고 했겠지. 이민식 대위가 그 사진을 들고 3소대장을 협박하기도 했고.’
오상진은 솔직히 뻔뻔한 인간인 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까지 저렇게 뻔뻔하게 나올 줄을 몰랐다.
“자네 정말 몰랐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알았어. 그럼 중대장이 헌병대에 이 자료를 전부 넘겨도 되겠지.”
“허, 헌병대 말입니까?”
“그래. 헌병대에 맡겨야지. 중대장이 일일이 조사할 수도 없고. 어쨌든 진술서에는 2소대장에게 받았다고 하고. 자네는 아니라고 하고. 그럼 헌병대에서 이 사실을 밝혀야지. 안 그래?”
“저, 중대장님. 아무리 그래도 이 일로 헌병대까지는······. 일을 키우시는 것 같습니다.”
“일을 키워? 아니, 중대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나는 이 일을 바로잡고 싶을 뿐이야. 그래서 헌병대에 알려서 제대로 수사를 받고 싶은데······ 자네는 아니야?”
“그래도 저희 중대가 가뜩이나, 꼴통 중대로 소문이 나 있는데요.”
“그래서 꼴통 중대니까 이대로 있어야 한다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괜히 여기서 헌병대 조사까지 받으면 더 소문이 안 좋아질까 걱정이 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오상진은 헛웃음이 나왔다.
‘소문이 안 좋아질까, 걱정하는 놈이 이런 짓을 벌였어?’
오상진이 속으로 생각했지만 일단 윤태민 2소대장이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자, 일단은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그래, 알았어. 중대장이 생각을 해볼게.”
오상진은 지금 이렇게 넘어가면 아무래도 윤태민 2소대장이 뭔가 일을 꾸밀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가 주기로 한 것이었다. 또한 윤태민 2소대장이 무슨 짓을 꾸밀지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그만 나가 봐.”
“네. 충성.”
잔뜩 굳은 얼굴로 경례를 하고 중대장실을 나갔다. 그는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도대체 왜 일이······.”
급히 휴대폰을 꺼낸 윤태민 2소대장이 이기상 하사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뚜우, 뚜우, 뚜우······.
신호음이 가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이씨,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그렇게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한참 동안 통화연결음이 들렸고, 늦게 전화를 받은 이기상 하사였다.
-네, 소대장님.
“야이, 시발! 이 하사! 너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한 거야.”
-무슨 말씀입니까? 뜬금없습니다.
“나 없는 사이에 뭘 했기에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이기상 하사는 전화 목소리를 듣고 방금 윤태민 2소대장이 오상진을 만나고 나왔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기상 하사는 절대 꿀리지 않고 당당하게 나갔다.
-그걸 왜 저에게 묻습니까. 저도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몰라? 정말 몰랐어?”
-네. 그때 부대에 작업이 떨어져서 애들 다 데리고 작업하러 갔었습니다. 그렇게 있는데 갑자기 애들이 하나씩 하나씩 불려 갔습니다. 아마 그때 진술서를 작성했나 봅니다.
“야, 이 하사!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나에게 전화를 해야 할 것 아니야.”
-에이, 소대장님도······. 육본 교육가 계시는데 어떻게 전화를 합니까. 저도 나중에 들어서 알았습니다.
“너, 이기상! 두고 보자.”
-아니, 왜 갑자기 저에게 그러십니까. 저도 진짜 몰랐습니다. 억울합니다.
“억울해? 진짜?”
-진짜입니다. 아무튼 저 지금 가 봐야 합니다. 나중에 통화하시죠.
“뭐? 이 하사! 이 하사!”
이기상 하사가 바로 전화를 끊었다. 황당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바라보는 윤태민 2소대장이었다.
“이 싸가지 없는 놈이 내 전화를 끊어? 너 진짜 두고 봐라.”
그러면서 윤태민 2소대장이 이를 빠득 갈았다.
윤태민 2소대장은 터벅터벅 걸음을 옮겨 2소대로 향했다. 벌컥 문을 거칠게 연 그가 황익호 병장으로 보며 외쳤다.
“야, 황익호!”
“충성. 소대장님 오셨습니까.”
“너 이 새끼······.”
윤태민 2소대장이 막말을 하려다가 주위에 있는 소대원들을 둘러봤다.
“너, 따라나와.”
윤태민 2소대장이 몸을 홱 돌려 내무실을 나갔다. 그 뒤를 황익호 병장이 따라 나갔다. 건물 구석진 곳으로 데리고 간 윤태민 2소대장은 그대로 쪼인트부터 깠다.
“윽!”
황익호 병장이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야, 황익호.”
“병장 황익호.”
“넌 내가 우습냐? 우스워?”
“아닙니다.”
“너, 내 눈 똑바로 바라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똑바로 말해야 할 거다.”
윤태민 2소대장이 무서운 얼굴로 황익호 병장을 노려봤다. 황익호 병장이 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내 눈 똑바로 쳐다보라고 새끼야!”
“네. 네에······.”
“다시 한번 말하는데 내 눈 똑바로 쳐다보며 말해라. 하나도 숨김없이 다 말해라. 알았어?!”
“네에······.”
황익호 병장이 힘없이 대답을 했다. 그리고 지난주에 있었던 일들을 주절주절 얘기를 했다.
윤태민 2소대장은 화가 나면 눈이 돌아가는 그런 성격이었다. 그래서 평소에 많이 무서워했지만 오상진이 자신에게 말했다.
“나중에 가서 2소대장이 해코지 하려고 하면 그냥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말해. 그 일에 대해서는 절대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다 말을 했다.
윤태민 2소대장은 약 10여 분 이어진 설명을 다 듣고 심각해졌다.
“정말이야?”
“네.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중대장님이 널 불러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니 불라고 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시발, 그게 말이 돼? 말이 되냐고!”
그러자 곧바로 억울한 표정을 짓는 황익호 병장이었다.
“저도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알아보고 싶어도 다 조사받는 분위기고. 다른 소대 가는 것도 눈치 보이고, 소대장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제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병신 같은 새끼. 야, 그러면 인마. 네가 했다고 해야지. 너 진술서에 뭐라고 썼어?”
“네?”
“뭐라고 썼냐고.”
윤태민 2소대장은 황익호 병장의 진술서를 못 찾아봤다. 황익호 병장도 윤태민 2소대장이 자기 것을 못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건 안 봤구나. 거짓말을 할까? 아니야, 괜히 거짓말해서 화를 당할 거야. 저 소대장 성격에 분명히 찾아 볼 거야.’
이에 황익호 병장은 솔직히 말했다.
“그냥 저 사실대로 썼습니다.”
“뭐? 사실대로 썼다고?”
“네.”
“미친 새끼······. 그걸 사실대로 쓰면 어떻게 해. 네가 다 했다고 썼어야지. 너 소대장 배신 때리는 거냐? 아니면 뒤통수친 거야?”
윤태민 2소대장이 눈을 부라리며 노려봤다. 황익호 병장은 잔뜩 주눅이 든 채로 말했다.
“저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중대장님께서 사실대로 적지 않으면 군사재판까지 가서 감옥에 처넣는다고 했습니다.”
“정말이야? 중대장님께서 그랬다고?”
“네, 소대장님.”
“하아, 제기랄······. 미치겠네. 이런 병신 같은 놈이 그걸 또 곧이곧대로 믿네. 널 군사재판까지 데리고 갈 것 같아? 그걸 또 내가 두고 보겠어? 나 윤태민이야. 넌 인마 소대장을 안 믿고, 중대장을 믿냐.”
윤태민 2소대장은 화가 나서 한 말인데 황익호 병장은 황당했다. 당연히 소대장보다 중대장이 더 높고, 믿음이 간다. 그런데 소대장을 안 믿고, 중대장을 믿었다고 화를 내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믿을 구석이 있는 윤태민 2소대장은 오상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다만 4중대 있으면서 괜히 오상진의 눈 밖에 날 필요가 없어서 조용히 지냈다. 그러나 자신을 찍어내려고 이렇듯 맘먹고 움직인 이상, 자신도 더 이상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황익호 너 이 새끼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누가 물어보더라도 입도 뻥긋하지 마. 알았어!”
“네.”
“그리고 너 만에 하나 내가 잘못되지? 너 무조건 내가 끌고 들어간다.”
“네에? 소대장님······.”
“소대장이라고 부르지도 마, 새끼야. 아무튼 너 각오해. 그렇지 않아도 맘에 들지 않았는데······. 두고 봐. 꺼져!”
그렇게 협박을 한 윤태민 2소대장이 황익호 병장을 보냈다. 곧바로 황익호 병장이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