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13)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47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13)
“제가 뭘 또······. 소대장님은 왜 저한테 그러세요. 소대장님도 허락했잖아요. 그리고 일이 잘되긴 했잖아요.”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었어. 애들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겼으면 어쩔 뻔했어.”
최강철이 바로 두 손을 흔들었다.
“어후 그런 끔찍한 소리는 하지 마세요. 아무튼 저도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못하겠어요. 밖에서 대기하는데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어후,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려요.”
오상희가 최강철에게 말했다.
“정말요? 우리 때문에 마음 졸였어요.”
“당연하지. 말도 마라, 소대장님은 때가 되지도 않았는데 들어가자고 난리도 아니었다.”
세나가 피식 웃었고, 오상진은 민망한지 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럼 우리 이제 데뷔하는 데 별일 없는 거죠?”
오상희의 물음에 최강철이 말했다.
“그런 것은 걱정 마. 애초부터 그 사람을 따라갈 필요가 없었어. 쓸데없는 소문? 그런 것은 신경 쓰지 마. 너희 뒤에는 선진그룹이 있어. 대한민국에서 선진그룹 무시할 수 있는 사람, 별로 없다.”
최강철이 어깨를 펴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바로 오상희가 입을 열었다.
“와, 그럼 진즉 말해주지. 우리는 괜히 쫄아서는······.”
“그러게 말이다. 아무튼 강철이 저 녀석은······.”
오상진의 말에 바로 최강철이 말했다.
“아니, 소대장님은 또 그러신다. 그리고 저 오 엔터테인먼트 이사거든요. 이사 대접 해주시죠.”
“웃겨. 야! 누가 너 이사 시켜 준대? 아직 나 결재 안 했거든.”
그러자 최강철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이미 한 대표님께서 결재하셨거든요. 아, 그리고 저희 형이 투자하고 싶다고 하던데요.”
“너희 형이?”
“예.”
“야, 그건 좀······.”
오상진은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투자를 받아야 할 만큼 돈이 궁한 것도 아니었다. 최강철이 바로 손을 흔들었다.
“크게 투자할 것은 아니고······ 아시잖아요.”
오상진이 속으로 바로 생각했다.
‘신소라 때문에 그런가?’
오상진은 신소라를 맡겼는데 그냥 계속 부탁만 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전 기획사처럼 쓸데없는 짓을 할지도 몰라서 아예 투자를 하는 식으로 해서 신소라의 자존심도 세워주고, 대우도 받게 할 속셈이었다.
“그러면 금전적인 것보다는 다른 것으로 도와달라고 해.”
“네? 어떤······.”
“예를 들어서 지금 이런 거? 나서서 도와주면 좋잖아.”
“당연한 거죠. 뭐 어려운 일이라고요. 알았어요, 형한테 얘기해 볼게요.”
“알았어.”
그러고 있는데 세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기, 오빠.”
“응?”
“저 갑자기 배가 고파요.”
“배고파?”
“네.”
오상희도 손을 들며 말했다.
“나도, 나도 배고파!”
“넌 방금 케이크 먹었잖아.”
“그건 당 보충이고. 배고픈 거랑은 다르지.”
“그럼요.”
세나도 거들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오상진은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그다음 날 아침 영인식품 유창식 사장의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사회면에 실렸다.
그리고 그 일은 최강호의 지시를 받은 진성그룹 법무팀이 뒷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짧은 주말을 정신없이 보낸 오상진이 다시 군복으로 갈아입고, 부대로 내려갔다.
어스름한 새벽.
철컥!
문이 열리고 행정반에 불을 켰다.
“와, 시발. 여길 다시 와야 한다니······.”
행정반에 나타난 사람은 일주일간의 교육을 마친 윤태민 2소대장이었다. 그는 주말에 본가에서 푹 휴식을 취한 후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여길 진짜 또 오네, 또 와!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는데······.”
그는 연신 투덜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자리에 털썩 앉은 윤태민 2소대장은 뭔가 허탈한 기분만 들었다. 왜냐하면 육본에서 호출을 받았을 때부터 뭔가 동아줄을 잡았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윤태민 2소대장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왜냐하면 할아버지를 따르던 라인들 하고, 비록 일심회 소속은 아니지만 독자적인 세력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래서 윤태민 2소대장은 굳이 군 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 동아줄이 내려오면 그걸 잡고 올라간 후 열심히 할 생각이었다.
그때 그렇게 해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 기회가 이번에 내려왔다고 생각했다. 막상 가서 해보니 정말 할 것이 없었다.
막말로 말이 좋아 교육이지 가서 하는 일이라고는 높으신 분들의 잔심부름만 하고 다녔다.
하물며 일말의 기대감조차 주지 않았다. 여기서 열심히 교육을 받으면 이곳으로 올려주겠다는 그런 뻔한 그런 의지조차 주지 않았다.
소위 잘나가는 육군 장성들과의 만남조차도 없었다. 진짜 골방에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서류 분류나 하는 잡일이나 받고 그랬다.
“와, 시발 진짜······. 내가 정말 육본에 다시는 가나 봐라.”
그렇게 혼자 투덜거리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여태까지 한 명도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왜 이렇게 안 와?”
그때 문이 열리면서 김진수 1소대장이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윤소민 2소대장을 보고 흠칫 놀랐다.
“어?”
“왔습니까.”
“뭐야, 2소대장. 다시는 안 올 것처럼 말하고 가더니. 아니면 짐 정리하러 온 거야?”
김진수 1소대장이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솔직히 알 거 다 알고 있지만 그냥 모르는 척하며 물어봤다. 그러자 윤태민 2소대장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시발 다 알면서 물어보고 지랄이야.’
하지만 언제나 사람 좋은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 제가 가긴 어딜 갑니까. 4중대가 저희 집 아닙니까.”
“그래? 그런 것치고는 저번에 너무 밝게 얘기를 해서 다신 안 올 줄 알았지.”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그것보다 제가 1소대장님께 서운하게 한 것이 있습니까?”
“서운하게 한 거라······.”
김진수 1소대장이 나직이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솔직히 조사를 하면서 짜증이 났던 것이 윤태민 2소대장이 자신이 있는 1소대에게도 물건을 팔아먹었다. 게다가 거의 장악을 하다시피 한 것이다. 자신이 관리하는 1소대를 말이다.
하물며 몇몇 고참들에게는 이런 말까지 했다. 물건값을 깎아주는 대신에 1소대장에게 한번 개겨보라는 말까지 들었다.
물론 반 장난식으로 얘기를 했다고 하지만 김진수 1소대장 입장에서는 기분이 더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지도 모르는 윤태민 2소대장이 실실 웃었다. 그 모습을 보는 김진수 1소대장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언제까지 그렇게 웃을 수 있는지 두고 보자.’
잠시 후 박은지 3소대장과 홍일동 4소대장이 함께 행정실로 출근을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들어서며 뭔가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 그렇습니까? 몰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말씀드리지 않습니까.”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윤태민 2소대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라? 저 두 사람 뭐지? 왜 같이 들어오지?’
그런 줄도 모르고 두 사람은 윤태민 2소대장을 발견하고 바로 표정을 굳히며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오셨어요.”
두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 앉자 윤태민 2소대장이 바로 물었다.
“뭐야, 두 사람······. 행정실 들어올 때 분위기가 좋더라.”
“네? 아닙니다.”
박은지 3소대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닌 것이 아닌 것 같은데. 뭐야, 둘이 사귀어? 똑바로 말해봐.”
그러자 둘이 바로 정색했다.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닙니다.”
김진수 1소대장이 바로 끼어들었다.
“2소대장. 자네는 오자마자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꺼내고 있어.”
“에이, 농담입니다. 농담! 일주일 만에 와서 서로 한번 웃자는 거죠.”
“됐고! 일주일 동안 밀린 업무나 파악해.”
“업무 파악할 거라도 있습니까.”
윤태민 2소대장이 중얼거리다가 슬쩍 한 달 계획표를 확인했다.
“어디 보자, 오늘은 또 뭘 해야 되나?”
윤태민 2소대장은 그런 것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윤태민 2소대장의 전화기가 울렸다.
“응?”
자신의 책상에 있는 전화기를 바로 받았다.
“통신보안, 2소대 윤태민 소위입니다.”
-나다. 중대장.
“충성!”
-그래. 교육은 잘 받아왔고?
“그렇습니다.”
-그럼 갔다 왔으면 보고해야지. 내 방으로 와.
“알겠습니다. 충성.”
윤태민 2소대장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이어리와 전투모를 챙겨서 일어났다.
“저 중대장실에 다녀오겠습니다.”
그 말을 하며 행정실을 나갔다. 그가 나가자 동시에 세 사람이 출입구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이 할 일을 준비했다.
윤태민 2소대장이 행정실을 나와 오상진이 있는 중대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아침부터 왜 날 부르지? 뭔가 찝찝한데······.”
잠깐 걸음을 멈춘 그가 휴대폰을 꺼냈다. 아침부터 보이지 않는 이기상 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이기상 하사입니다.
“이 하사. 나야, 2소대장.”
-충성. 네, 소대장님.
“어디야?”
-네?
“어디냐고.”
-아. 모르셨구나. 저 오늘부터 3박 4일 휴가 얻었습니다.
“뭐? 휴가? 아니, 나에게 말도 없이 휴가를 써. 그래서 지금 어디 있는데.”
-어디겠습니까? 본가에 내려와 있죠.
“아, 진짜······. 왜 이럴 때 자리를 비우고 그래.”
-저야, 오늘 소대장님 복귀를 하니까 그랬죠.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 있습니까?
“아니다. 휴가 잘 보내고. 아무튼 휴가 복귀하면 보자고.”
-네. 그럼 수고하십시오. 충성.
그리고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그 모습에 더 황당한 표정을 짓는 윤태민 2소대장이었다.
“어라? 먼저 전화를 끊네.”
다시 전화를 걸어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오상진을 더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
“아무튼 복귀하면 그때 두고 보자.”
윤태민 2소대장이 슬쩍 이를 갈고는 오상진이 있는 중대장실 앞에 섰다. 그곳에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스읍, 후우······.”
잠깐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후 혼잣말을 했다.
“그래 당분간은 납작 엎드려야 하니까. 비위 좀 맞추고 있자.”
스스로에게 말을 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와.”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책상에 앉아 있는 오상진을 향해 경례했다.
“충성!”
“그래. 어서 와라. 거기 앉아.”
“네.”
윤태민 2소대장이 여느 때와 달리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교육은 잘 받았다고 했지?”
“네, 중대장님 덕분에 잘 받고 왔습니다.”
“네, 덕분은 무슨······. 자네가 다녀온 것인데.”
“그래도 중대장님께서 허락을 해 주셔서 다녀오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않았다면 교육에 참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뭐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
오상진이 멋쩍게 웃었다. 윤태민 2소대장도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그런데 오상진 책상 위에 뭔가가 많이 올라가 있었다.
“그런데 중대장님 그건 뭡니까?”
윤태민 2소대장 슬쩍 물었다. 혹시라도 일거리라도 있으면 그걸 해서 점수라도 딸 요량이었다.
“어. 그거 한번 봐봐.”
“제가 한번 봐도 되는 겁니까?”
“그거 보라고 부른 거야.”
윤태민 2소대장이 서류 뭉치를 자기 앞으로 가져왔다. 그것은 바로 4중대원들의 진술서였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윤태민 2소대장은 진술서 하나를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