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12)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46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12)
유창식 사장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고요한 형사가 차분하게 말했다.
“자꾸 우리 서장님을 찾는데······. 우리 서장님이랑 친구입니까?”
“친구? 너희 서장이 나랑 친구 할 짬이나 되는 줄 알아. 잔말 말고 부르라면 불러!”
유창식 사장이 강하게 나갔다. 고요한 형사가 시선을 돌려 황국진 형사에게 향했다. 입 모양으로 언제 오냐고 물었다.
황국진 형사가 이미 지원을 부른 상태였다. 황국진 형사가 손가락 다섯 개를 폈다.
‘5분? 5분을 버티라고?’
고요한 형사가 살짝 부담이 되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 후 유창식 사장에게 말했다.
“일단 앉으시죠.”
유창식 사장의 팔을 잡고 앉히려고 하는데 고요한 형사를 밀쳐 버렸다. 그러곤 오상희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오상희의 옆에는 오상진이 있었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유창식 사장을 한 대 갈기고 싶던 차였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아직은 이성을 잡고 있었다.
“아악, 오빠!”
오상희가 오상진을 불렀다. 오상진이 바로 앞으로 나서며 달려드는 유창식 사장의 팔을 잡고 뒤로 꺾어버렸다.
“으악, 야, 놔! 이거 안 놔!”
최강철이 조용히 다가가 악을 지르는 유창식 사장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자 유창식 사장이 흠칫 놀라더니 욕을 내뱉었다.
“시발, 뭐야!”
그때 밀렸던 고요한 형사가 다가와 유창식 사장을 끌어다가 구석에 앉혔다. 황국진 형사가 고요한 형사를 보며 혀를 찼다.
“쯧쯧, 잘하는 짓이다. 잘하는 짓이라.”
“아니, 미끄러진 거예요.”
“미끄러져? 에라이 새끼야.”
오상진 뒤늦게 구석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세나에게 갔다.
“세나야, 괜찮아?”
“괘, 괜찮아요. 좀 놀랐을 뿐이에요. 그보다 상희가······.”
“아, 상희? 괜찮아. 멀쩡하네.”
“뭐래. 나 이거 안 보여? 머리 봐봐, 죄다 뜯겼거든.”
오상희는 조금 전 그 상황을 겪었는데도 강단 있게 말을 했다. 그 모습을 보는 오상진은 그래도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아 한결 마음이 놓였다.
“상희야.”
“왜?”
“네 손을 봐.”
“내 손이 왜?”
“세상에 얼마나 세게 잡았으면 머리카락이······.”
오상희의 오른손에는 유창식 사장의 머리카락이 한 움큼 쥐어져 있었다. 그 순간 화들짝 놀란 오상희가 손을 탁탁 털었다.
“어머어머. 이게 뭐지?”
“야, 너 때문에 저 양반 대머리 되겠다.”
“대머리 되는 것이 낫겠지. 마음 같아서는 거시기를 차 버려서 제 구실 못 하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오상진은 씩씩거리는 오상희를 끌어다가 안아서 등을 토닥였다.
“아무튼 고생했다.”
오상진의 말에 오상희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고요한 형사가 황국진 형사에게 물었다.
“선배, 이제 다 된 거죠.”
“그래 다 되었네. 조금만 기다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게 안으로 형사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형사 팀장 한 명이 들어와 물었다. 황국진 형사가 바로 보고했다.
“지금 이 방에서 유창식 사장이······ 다들 알고 있지. 영인식품.”
그중 한 형사가 알고 있다는 듯 반갑게 말했다.
“어이구, 거물이 계셨네. 유창식 사장님 또 깽판을 치셨네.”
그 뒤로 곧바로 현장을 유지하기 위한 사진기로 먼저 찍었다.
“자, 진술 확보해야 하니까. 여기에 계신 모든 분들 다른 방으로 오셔서 하나하나 진술하세요.”
형사 한 명이 소리치며 옆방으로 갔다. 황국진 형사가 술병을 가리켰다.
“저거, 잊지 말고 챙겨!”
같이 있던 네 명 중 다른 사람들은 못 들었지만 황국진 형사는 핸드폰을 귀에 가까이 대고 있었다. 그래서 오상희가 술을 안 먹고 도발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덕분에 저 양주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저 술병 잊으면 안 돼! 잘 챙겨야 해.”
“감식반 불러야 하는 거 아니에요?”
고요한 형사가 물었다. 그러자 형사팀장이 바로 말했다.
“이미 불렀어.”
“어? 팀장님께서요?”
“너희들이 사고 치는데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어디 한두 번이야지.”
형사팀장은 이런 일을 많이 겪어 봤는지 알아서 척척 준비를 했다. 그런데 박 형사가 앞으로 나섰다.
“팀장님. 감식반을 왜 불러요. 내 혀가 감식인데.”
박 형사는 마약반에서도 오랜 짬밥을 가진 사내였다. 하물며 마약이라면 어느 정도 도가 튼 양반이었다. 양주를 들고 물었다.
“혹시 이거 마신 분. 마신 분 있어요?”
“아뇨, 안 마셨어요.”
세나가 손을 들어 말했다. 박 형사가 살짝 양주를 입에 가져가 한두방울 정도 입안에 머물고는 맛을 느꼈다. 오물오물 마치 소믈리에처럼 감식을 했다. 그러다가 바로 빈 잔에 뱉었다.
“퉤퉤. 이거 맞아! 뽕 탔네.”
“그렇지? 내 말이 맞지.”
유창식 사장은 그럼에도 강하게 나갔다.
“뭐? 물뽕? 그래서 뭐? 난 모르는 일이야.”
황국진 형사가 오상희에게 받았던 녹음기를 흔들었다.
“유 사장님. 여기 녹음 다 됐어요. 그런데 모른다고요? 과연 그럴까?”
“몰라, 시발! 난 아무것도 몰라.”
유창식 사장이 바로 잡아뗐다.
“자자, 그렇게 모른다고만 하지 말고, 내가 친절하게 말해줄게요. 그냥 그 입 처닫으시고, 빨리 변호사나 부르세요. 그런데 변호사가 와도 별 도움은 안 될 것 같은데. 이미 현장 증거가 다 잡혀 있어서 말이야. 아마 오랫동안 콩밥 드시겠네.”
“하아, 시발······.”
유창식 사장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잠시 후 감식반에서 나와 방 안에 있던 물건들을 싹 수거해 갔다. 게다가 물뽕이 나왔다는 사실을 캐치하고 정 실장부터 시작해 리멤버 종업원을 싹 다 방으로 데리고 갔다.
“간단하게 갑시다. 조금 전 그 술병 누가 이 방에 가지고 왔어.”
그때 조용히 웨이터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너야?”
“네.”
“그럼 네가 그 술병 안에 뭔가를 탔어?”
“네?”
“네가 탔냐고.”
“아, 아닙니다. 저는 그저 서빙만······.”
“그럼 누가 탔어?”
웨이터의 시선이 정 실장에게 향했다. 황국진 형사가 씨익 웃었다.
“어이구, 우리 정 실장님. 여기서 몰래 물뽕을 타셨어요.”
정 실장이 말도 못 하고 한숨을 푹 내쉬더니 유창식 사장을 봤다. 유창식 사장도 긴장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정 실장과 눈이 마주치자 제 발 저린 듯 소리쳤다.
“뭐, 시발. 내가 뭐 어쨌다고! 막말로 내가 탔어? 네가 탔잖아. 그런데 왜 날 쳐다보고 지랄이야!”
정 실장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고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탔습니다. 제가 탄 것은 맞는데······. 유 사장님이 요구를 했습니다.”
“핫! 야, 병신같은 새끼야. 내가 요구했다고 했냐? 그럼 거절을 했어야지. 어쨌든 내가 한 건 아니잖아. 저 병신이 직접 지 손으로 탄 거지.”
“······.”
“아무튼 못 배운 것들은 생각하는 거라고는. 네가 다 뒤집어써도 내가 알아서 손을 써 줄까 말까인데. 네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살려 줄 것 같아.”
정 실장 코웃음을 쳤다.
“흥! 필요 없어, 개새끼야! 내가 너 같은 새끼 말 들었던 것이 지금 후회된다. 밖에 나가면 눈도 못 마주칠 새끼가 돈 좀 있다고 지랄을 떨어요.”
“뭐, 새끼야. 너 가만 안 둬! 밤길 조심해라.”
“너나 밤길 조심해. 너 모르게 모가지 따 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순간 흠칫 놀라는 유창식 사장이었다. 진짜 정 실장의 눈빛을 보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그러자 바로 옆에 있는 형사에게 소리쳤다.
“형사들이 지금 뭐 하고 있어. 저런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어?”
황국진 형사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벼팠다.
“글쎄다. 뭔 소리를 들었나? 요한아, 너 뭔 소리 들었냐?”
“아뇨, 그냥 개 짖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요.”
그 말에 다들 키득키득 웃었다. 유창식 사장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러다가 핸드폰을 꺼내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그래. 박 변! 나야, 지금 리멤버인데 빨리 와. 지금 상황이 급해! 빨리 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황국진 형사가 주위를 살폈다. 대충 정리가 끝난 것 같았다.
“뒷정리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 먼저 들어가.”
다른 형사가 말했다. 황국진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래. 부탁해.”
그 형사가 유창식 사장에게 다가갔다.
“유창식 씨, 수갑 차고 가실래요? 아니면 그냥 조용히 따라나서실래요?”
유창식 사장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후, 그냥 좋게 갑시다.”
유창식 사장은 빨리 이 현장을 벗어나고 싶었다. 괜히 더 있다가 별의별 걸로 다 자신에게 뒤집어씌울 것 같았다.
그렇게 리멤버를 나가는 유창식 사장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너희들 내 변호사만 와봐. 다 뒤졌어.”
출구를 나가 계단을 밟고 1층으로 올라가는데 올라가자마자 카메라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졌다.
“뭐, 뭐야!”
유창식 사장이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그때 한 명이 소리쳤다.
“대한일보입니다. 유창식 사장이시죠?”
“어디라고?”
“대한일보요. 유창식 사장님 지금 큰일 났던데······. 인터뷰 가능하세요?”
환하게 웃으며 휴대폰을 내미는 박은지였다.
“뭐야, 시발!”
그런 박은지를 보며 악을 내지르는 유창식 사장이었다.
오상진과 최강철은 세나와 오상희를 데리고 근처 커피숍으로 향했다.
“우선 여기서 맘 좀 진정시키고 가자.”
세나는 여전히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하지만 오상희는 별거 아니라는 듯 당당하게 케이크까지 주문해 먹었다.
“갑자기 성질을 내니 당이 딸리네.”
“어휴, 넌······.”
오상진이 그런 오상희를 보며 한마디 하려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됐다. 케이크 맛나게 먹어라.”
“오빠, 나 저 케이크도 사줘. 먹고 싶어.”
“그래, 다 먹어라. 다 먹어.”
오상진은 포기했다는 듯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도 무사한 것으로 되었다. 한창 케이크를 먹던 오상희가 세나를 봤다.
“언니! 왜 그렇게 떨어. 머리채는 내가 잡혔는데.”
그러자 오상진이 반박했다.
“오상희! 너랑 세나랑 같냐, 세나는 너무도 여린데.”
“와, 오빠! 진짜, 오빠 이러기야. 내가 이를 악물고 했는데.”
“그래요. 소대장님은 왜 상희에게 뭐라고 그래요.”
최강철마저 오상희를 두둔했다. 그 모습에 오상희가 바로 말했다.
“와, 역시 강철 오빠! 차라리 강철 오빠가 우리 친오빠였으면 좋겠다.”
“그럴까? 차라리 상희 내 의동생 할래?”
“네. 저야 좋죠!”
그 말에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강철아. 속지 마. 너 선진그룹 사람이라는 것을 다 알고 그러는 거야.”
“아, 아니야······.”
오상희가 살짝 말을 더듬었다. 최강철이 약간 실망한 얼굴로 물었다.
“정말이야? 상희 그런 거야?”
“아니야. 절대 아니야.”
그러고 있는데 조금 전까지 바들바들 떨고 있던 세나가 피식피식 웃었다.
“오늘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가슴 떨려 죽는 줄 알았어요.”
“미안하다. 너희에게 이런 일 시키는 것이 아니었는데.”
오상진이 진심으로 말했다. 그러다가 시선을 최강철에게 향했다.
“강철이 저 녀석 말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최강철이 바로 억울하다는 얼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