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1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45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11)
황국진 형사가 운전한 차는 황인철 이사와 거의 동시에 리멤버에 도착을 했다.
황인철 이사는 건물 옆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지만 황국진 형사는 리멤버 바로 옆 골목에 주차를 했다.
“어떻게 지금 바로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오상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황국진 형사가 조용히 말했다.
“진정하세요. 지금 들어가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 일단 세나 씨와 상희 씨가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 상황을 지켜본 후 들어가도 늦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강철 역시도 불안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괜찮아요? 이거 영 불안해서······.”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있지 않습니까. 저기 바로 리멤버가 보이지 않습니까. 바로 달려가도 1분도 안 걸릴 겁니다.”
그러자 후배 고요한 형사도 덧붙였다.
“저희들 리멤버 출입구 빠삭합니다. 어느 방이든 여기서 뛰어가면 금방입니다.”
두 사람의 말에 오상진과 최강철은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일단 얌전히 대기했다.
“절대로 무슨 일 생기지 않게 하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황국진 형사가 마지막으로 두 사람을 다독였다. 잠시 후 황국진 형사가 말했다.
“고 형사. 그 휴대폰 소리 좀 높여봐.”
“네.”
“듣고 계십시오. 목소리 높이시면 안 됩니다.”
황국진 형사가 다시 한번 당부를 했다. 핸드폰을 가운데 놓고, 네 사람이 귀를 기울이듯 핸드폰에 집중했다. 그사이 핸드폰에서 ‘럭키 세븐’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럭키 세븐?”
“7번 방인 것 같습니다.”
최강철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오호, 상희 씨가 센스가 좋습니다.”
“잔머리가 좋은 거지.”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룸 안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소개 비슷한 말도 들리고, 룸 안으로 들어가니 핸드폰도 잘 터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대화가 중간중간 끊겼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중간중간 오상희가 얘기하고 있는 것이 들렸다. 오상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황국진 형사가 입을 열었다.
“지금 아무래도 상희 씨가 도발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발요?”
“네. 뭔가 자꾸 상대의 성질을 건드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고 있다가 핸드폰 안에서 ‘꺄아아악’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정확하게 오상진의 귀에 들렸다.
네 사람의 눈빛이 바로 번쩍였다. 그와 동시에 차 문이 열리며 네 사람이 튀어나와 리멤버를 향해 뛰어갔다. 그 속에서도 제일 먼저 차에서 나온 사람은 오상진이었다.
그 몸짓이 얼마나 날렵했는지 처음 온 사람은 조금 가파르다고 볼 수 있는 지하 계단을 망설임 없이 다다닥 하고 뛰어 내려갔다.
곧바로 문을 확 열고 들어갔는데 웨이터와 부딪혔다. 오상진이 바로 사과했다.
“미안해요.”
오상진이 막 움직이려는데 웨이터가 붙잡았다.
“뭡니까? 누구예요?”
“아, 저는······.”
그 뒤에 따라 들어 온 황국진 형사가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먼저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곤 웨이터를 보며 살벌한 눈빛으로 말했다.
“야, 그 손 안 놔!”
웨이터가 당황하고 있는데 새끼 마담이 나타났다. 새끼 마담은 황국진 형사를 보고 앓은 체를 했다.
“어? 황 형사님이 어쩐 일이세요?”
황 형사라는 말에 웨이터가 주춤주춤 물러났다. 황국진 형사가 새끼 마담을 보며 말했다.
“아, 오늘은 일이 있어서 온 것이 아니라, 찾을 사람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러니 협조 좀 합시다.”
“네? 왜 그래요. 지난번에 들쑤시고 가서 우리 그날 장사 접었잖아요. 그런데 오늘 또 이래요?”
“지난번은 지난번이고, 오늘은 찾을 사람이 있어서 왔다니까.”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했잖아요.”
새끼 마담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황국진 형사가 바로 표정을 굳혔다.
“최 마담. 자꾸 이런 식으로 방해하면 좋을 것 하나도 없어. 비켜!”
“못 비껴요. 아, 진짜 장사 좀 하려고 하면 이래요.”
그렇게 잠시 최 마담하고 황국진 형사가 실랑이를 벌였고, 다시 한번 안쪽에서 꺄아악 소리가 들렸다.
오상진은 그 소리에 몸이 먼저 반응해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뒤늦게 최강철도 따라 들어갔다.
고용한 형사가 황국진 형사에게 말했다.
“선배!”
“야, 뭘 그리 보고 있어. 빨리 따라가!”
“네!”
고요한 형사도 재빨리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황국진 형사도 따라 들어가려고 하자 최 마담이 팔을 붙잡았다.
“아, 진짜 왜 그러세요.”
“이거 놔! 안 놔?”
“황 형사님······.”
“야! 나, 여자도 때릴 수 있어. 이거 놔!”
“그래요. 좋아요. 때릴 테면 때려요. 뭐, 때리면 내가 맞고만 있을 줄 알고?”
황국진 형사가 충고를 했다.
“최 마담. 내가 어지간하면 넘어가려고 했거든. 만에 하나 이 술집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고 하면 책임지고 이 술집 문 닫게 만든다. 그리고 최 마담 당신도 감방에 집어넣을 거야.”
황국진 형사가 눈을 부라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 최 마담의 표정 역시 싸늘하게 바뀌었다.
“황 형사님······.”
“됐어, 더 이상 말하지 마.”
황국진 형사가 최 마담을 확 밀친 후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곧장 7번 방을 찾아 움직였다. 정 마당은 그를 보며 외쳤다.
“아이고, 형사가 사람 치네. 사람을 쳐!”
그렇게 연기를 했다. 웬만하면 뒤를 돌아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냉정하게 돌아보지도 않고 걸어갔다. 최 마담의 얼굴이 불안해졌다.
“정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그러고 있다가 곧바로 웨이터를 향해 소리쳤다.
“야! 뭐 하고 있어. 어서 정 실장 불러와!”
“네, 네.”
웨이터도 부랴부랴 뛰어갔다.
오상진은 룸 번호를 확인하며 바삐 움직였다. 그리고 룸 7번 방 문을 확인하고는 확 문을 열어젖혔다. 안으로 들어가자 유창식 사장이 오상희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또 하나 특이한 것이 오상희도 유창식의 머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두 사람이 서로의 머리를 잡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오상진이 몸을 날리는데 최강철이 그를 붙잡았다.
“소대장님······.”
“최강철 이거 놔!”
“참으세요, 소대장님. 참으세요.”
최강철은 필사적이었다. 오상진의 눈에는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오상희의 머리끄덩이가 잡힌 모습만 보였다.
눈이 확 돌아가 버린 오상진이었다. 그나마 최강철이 막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지금은 참으셔야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상진은 현재 군인 신분이었다. 어떻게든 민간인을 건드리면 불리한 쪽은 오상진이었다. 그때 고요한 형사가 다급하게 들어와 유창식 사장과 오상희를 뜯어말렸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고요한 형사가 오상희 앞에 섰다. 마치 오상희를 보호하는 듯 그렇게 유창식 사장을 바라봤다. 유창식 사장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시발······. 너희들 뭐야. 그리고 너! 이리 안 와! 빨리 와!”
손을 휙휙 흔들며 오상희에게 다가가려 했다. 고요한 형사가 그 앞을 막아섰다.
“그만하십시오.”
고요한 형사가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 유창식 사장이 그런 고요한 형사를 훑으며 소리쳤다.
“너는 뭔데!”
“저는 강남 경찰서 형사과 고요한 형사입니다.”
고요한 형사가 신분증을 꺼내 내밀었다. 유창식 사장은 형사라고 해도 겁을 먹지 않았다.
“뭐? 형사? 어디 경찰서에서 나왔어? 강남서?”
“그게 왜 궁금합니까?”
“야 이 새끼야. 내가 말이야. 너희 서장하고 밥도 먹고, 사우나도 가고, 다 했는데. 말 안 하디?”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데 황국진 형사랑 정 실장이 들어왔다.
“어이구 이게 누구야. 이사님 아니십니까.”
황인철 이사가 당황한 얼굴로 황국진 형사를 봤다. 바로 황인철 이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아, 젠장······. 오늘 무슨 날인가?’
솔직히 짜증이 치솟았다. 세나와 오상희까지 나타났을 때는 이젠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오상희의 돌발행동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다가 사고가 터졌고, 그에 맞춰 형사들이 난입했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황 형사님이 어쩐 일이세요.”
황인철 이사는 황국진 형사를 무시할 수 없었다. 아니, 제법 유명한 사람이었다. 아무리 위에서 찍어 눌러도 꿈쩍도 하지 않는 형사가 바로 그였다.
한마디로 황국진 형사만은 더러워도 피해야만 할 상대였다.
그때 유창식 사장도 황국진 형사에 대해서 황인철 이사만큼 알고 있었다.
“하아, 진짜······. 야, 정 실장!”
유창식 사장이 바로 정 실장을 노려봤다.
“너 자꾸 장사 이따위로 할래.”
“어, 그게······.”
정 실장이 눈치를 살피는데 그의 시선은 다른 것보다 술병에 향해 있었다.
‘저 술을 빨리 치워야 하는데······.’
정 실장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앉아 있는 세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정 실장이 다급히 시선을 피했다.
만약에 술집 아가씨였다면 눈치로 빨리 치우라고 했을 텐데, 세나에게는 그럴 수 없었다.
이제 와 웨이터를 불러와 여기를 빨리 치우라고 하기도 그랬다. 그런데 황국진 형사가 정 실장을 보며 말했다.
“당신 뭐야. 왜 여기에 들어와. 안 나가.”
“황 형사님······.”
“나가! 지금 여기 범죄 현장인 거 몰라.”
그러자 유창식 사장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범죄 현장은 무슨······ 시발! 뭐가 문제인데.”
황국진 형사가 말했다.
“뭐가 문제냐고? 안 보여? 깨진 술병, 방금 전에 폭행당한 아가씨. 뭐가 더 필요하지?”
“야야, 시발. 됐어! 그보다 너 혹시 나 담그려고 왔냐?”
유창식 사장이 황국진 형사에게 의심을 눈초리로 바라봤다. 황국진 형사가 피식 웃었다.
“이 양반 말하는 거 하고는······. 담긴 뭘 담가! 우린 이 양반 쫓아왔는데. 어쩌다 보니 대어가 걸려버렸어.”
물론 황국진 형사는 황인철 이사가 만날 사람이 유창식 사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빈정거리면서 말했다. 그렇다고 몰래 녹취를 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황인철 이사가 흠칫 놀랐다.
“그런데 저를 왜?”
옆에 있던 최강철이 말했다.
“몰라서 물어요?”
“뭘······.”
“당신 우리 애들 협박해서 여기 끌고 왔잖아! 우리가 모를 줄 알았어?”
그러자 바로 말을 바꾸는 황인철 이사였다.
“저는 유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한 것뿐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황인철 이사가 바로 발을 빼버렸다. 그러자 오상희가 붉게 상기 된 얼굴로 소리를 빽 질렀다.
“야! 개소리하지 마!”
그리고 가지고 있던 녹음기를 확 끄집어냈다.
“여기 당신이 말했던 거 다 녹음되어 있어.”
순간 황인철 이사는 당황한 듯 눈동자가 떨렸고, 유창식 사장은 룸 안에서 떠들었던 얘기까지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했다.
“야이씨! 그거 갖고 와! 갖고 와!”
유창식 사장이 손짓하며 오상희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 앞으로 고요한 형사가 또다시 막아섰다.
“비켜! 안 비켜!”
“유창식 씨 적당히 하시죠. 여기서 더 나서면 공무집행 방해로 수갑 채우겠습니다.”
“뭐? 수갑! 그래, 시발. 채워! 채우라고! 아니다, 너희 서장 불러!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