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1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44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10)
“누구?”
“유 사장님 만나러 오셨다는데.”
장 실장은 황인철 이사와 뒤에 따라온 세나와 오상희를 봤다. 그러곤 다시 황인철 이사를 빤히 바라봤다.
“아! 그때 그분이시구나.”
장 실장은 전에 유창식 사장과 함께 있던 것을 본 기억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황인철 이사가 대답했다. 장 실장이 다시 세나와 오상희를 스윽 봤다. 화장을 하지 않았는지 너무 어려 보였다.
‘미성년자 아니야? 아닌가? 요즘 애들이 너무 성숙해서······.’
장 실장은 긴가민가했다.
‘고등학생은 아니겠지.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
이래저래 당혹스러웠다. 그러다가 한편으로 마음이 착잡했다. 유창식 사장이 어떤 놈인지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 어린 여자애들을 설마······.’
장 실장은 물장사를 하면서도 어린 여자애들에게 해코지를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음속으로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지? 이걸 말려야 하나? 설마 진짜 미성년자는 아니겠지?’
장 실장이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룸 앞에 도착을 해 있었다. 문 앞에 선 장 실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이제 와서 말린다고 한들 유 사장이 들을 사람도 아니고······ 그냥 오늘만 조용히 넘어갔으면 좋겠네.’
장 실장이 황인철 이사를 보며 말했다.
“이 방입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장 실장이 물러나고 황인철 이사는 세나와 오상희에게 다시 한번 주의를 줬다.
“너희 말실수하지 말고. 알았지.”
“네.”
“알겠어요.”
대답을 한 세나와 오상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룸 번호를 힐끔 봤다.
룸 번호는 7번이었다.
“7번, 7번······.”
두 사람이 조용히 속삭이자 그 모습을 본 황인철 이사가 물었다.
“왜? 뭔데?”
“아니에요, 그냥 럭키세븐이네.”
하마터면 들킬 뻔했지만 오상희가 재치 있게 말했다.
“그냥요. 저 7번 좋아하거든요. 왠지 행운의 숫자인 것 같고요.”
황인철 이사는 약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말했다.
“들어가자.”
하지만 황인철 이사는 몰랐다. 방금 오상희가 말한 럭키 세븐이라는 말이 가슴쪽에 숨겨둔 휴대폰을 통해 전달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똑똑!
황인철 이사는 문을 두드린 후 안으로 들어갔다. 유창식 사장을 보고 바로 허리를 숙였다.
“사장님 저희들 왔습니다.”
“어, 그래.”
유창식 사장이 상석에서 차분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황인철 이사가 굽실거리며 말했다.
“사장님 지난번에 말했던 그 애들입니다. 들어와!”
세나와 오상희가 들어왔다. 유창식 사장은 두 사람을 무표정한 얼굴로 봤다. 황인철 이사는 들어온 두 사람에게 말했다.
“세나는 사장님 왼편에 앉고, 상희는 오른편에 앉아.”
황인철 이사는 자리를 배치하면서 슬쩍 유창식 사장의 표정을 살폈다. 유창식 사장은 여자들을 좋아한다. 특히 어린 여자애들을 말이다.
그래서 표정이라도 드러내 주길 바랬다. 하지만 유창식 사장의 표정은 차분했다. 왜냐하면 조금 전에 지수와 함께 있으며 욕정을 채웠다. 지금은 잠깐 현자타임이 온 상태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유창식 사장이 세나와 오상희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다들 뭐 해. 앉아.”
세나와 오상희는 황인철 이사의 말대로 왼편과 오른편에 앉았다. 유창식 사장이 세나를 봤다.
“네가 세나라고?”
“네.”
세나를 빤히 바라보는 유창식 사장은 솔직히 조금 놀랐다.
‘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인데도 이야······.’
사진으로 봤을 때는 긴가민가했다. 한마디로 사진발이라고 생각했다. 사진은 워낙에 수정 작업을 많이 하기에 실제로 보면 느낌이 많이 다른 게 다반사였다.
그런데 세나는 달랐다. 사진으로 봤을 때의 이미지와 실제로 봤을 때 이미지가 거의 동일했다. 아니, 오히려 실제로 봤을 때가 더 예뻤다.
‘이런 애는 또 오랜만이네. 지난 몇몇 애들은 돈만 밝히고 겉멋만 들었는데······.’
세나는 딱 봐도 애가 정말 연예인을 해야 할 외모였다. 게다가 지금까지 일도 잘 풀리지 않았다. 또한 자신이 바라봤다는 이유로 움찔하며 시선까지 외면했다. 그것만 봐도 남자를 많이 만난 것 같지도 않았다.
‘얘는 진짜네.’
유창식 사장은 매우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돌려 오른편에 있는 오상희를 봤다. 오상희 역시 눈빛이 조금 그랬지만 얼굴은 확실히 나쁜 편은 아니었다.
‘너도 제법이네.’
유창식 사장이 속으로 생각한 후 오상희에게 말했다.
“네가 제시카구나.”
“네.”
오상희는 대답을 한 후 대담하게 물었다.
“그런데 뭐라고 불러야 해요?”
오상희의 질문에 바로 황인철 이사가 말했다.
“뭐라고 부르긴 당연히 사장님이라고 불러야지.”
그러자 오상희가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딱딱하게 사장님이 뭐예요. 그냥 오빠라고 부르면 안 돼요?”
그 말에 유창식 사장이 빵 터졌다.
“하하하! 너 참 재미있구나.”
오상희의 엉뚱한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크게 한번 웃은 후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내가 누군지 아니?”
오상희가 먼저 말했다.
“투자자라면서요.”
유창식 사장이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황인철 이사를 바라봤다.
“황 이사. 날 그렇게 소개했단 말이지.”
황인철 이사가 살짝 멋쩍은 얼굴로 말했다.
“아, 그게······.”
황인철 이사가 오상희를 보며 적당히 하라는 눈치를 보냈다. 그러나 오상희는 황국진 형사로부터 미션을 받은 것이 있었다. 최대한 말을 많이 걸고, 뭔가 상황을 만들라는 미션을 말이다.
그래서 오상희는 일부러 유창식 사장과 황인철 이사가 끼어들지 못하도록 까불까불거리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진짜 오빠라고 하면 안 돼요?”
“네가 그러고 싶으면 그래도 돼.”
“정말요? 정말 그래도 되는 거죠.”
“그럼 내가 친오빠는 아니지만 다른 오빠는 되어 줄 수 있지.”
유창식 사장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때까지 세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있었다. 유창식 사장은 그런 세나에게서도 매력을 느꼈다.
‘제시카의 발랄함, 그리고 세나의 수줍음······. 크크크, 아주 멋지구나. 멋져!’
유창식 사장은 매우 흡족한 얼굴이 되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문이 열리며 웨이터가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 있었다. 그 위로 고급 양주와 과일 안주가 있었다.
“야, 그 술 말이야. 내가 말한 그거 맞지?”
“네?”
“그거 맞냐고!”
유창식 사장은 바로 알아듣지 못하는 웨이터에 살짝 기분이 나빠 언성을 높였다. 웨이터도 그제야 이해를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세팅해.‘
“네.”
웨이터가 술과 과일 안주를 탁자 위로 내려놓았다. 유창식 사장이 바로 술을 깠다.
“자, 받아. 우리 아가씨를 한잔하자고. 다들 술은 마실 줄 알지?”
“······네.”
“조금은 먹을 줄 알아요.”
“좋아. 그럼 다들 한 잔씩 하자고.”
두 사람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유창식 사장이 양주를 내려놓으려는데 눈치 없이 황인철 이사가 자신도 한 잔 달라는 듯 잔을 내밀었다.
유창식 사장이 그 모습을 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뭐야? 황 이사도 마시려고?”
“네?”
“이거 비싼 술이야.”
“아!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황인철 이사가 살짝 민망한 얼굴로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곤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미친 새끼······. 한 잔 마신다고 그거 얼마나 된다고, 한 잔도 안 줘. 에이 쪼잔한 놈.’
하지만 황인철 이사는 모르고 있었다. 그 고급 양주 안에는 롤리팝이라는 물뽕이 들어 있었다. 잘못 마시면 확 가는 수가 있었다.
“자, 마셔!”
유창식 사장이 두 사람의 잔에 자신의 술잔을 부딪치고는 슬쩍 내려놨다. 그리고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씨익 웃었다. 오상희는 술잔을 부딪친 후 입으로 가져가려는데 유창식 사장이 다시 술잔을 내려놓자, 자신도 올리던 것을 내렸다.
“으응? 그런데 오빠는 안 마셔요?”
“나? 나도 마셔야지.”
그 말을 하며 다시 술잔을 들었다. 그런데 유창식 사장의 술은 자신들이 마시는 것과 좀 달랐다.
“오빠와 우리 술이 다르네. 뭐예요, 오빠만 좋은 술 먹는 거예요?”
“뭐?”
“나도 그 술을 먹고 싶어요. 그게 더 맛나 보이는 것 같아요.”
오상희가 그 말을 하며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고, 황인철 이사의 빈 술잔을 가져와 내밀었다.
“그 술 주세요.”
오상희의 행동에 유창식 사장이 당황했다. 세나도 마시려다가 오상희의 행동을 술잔을 슬쩍 내려놨다.
‘뭐지 얘는?’
유창식 사장은 오상희를 빤히 바라봤다. 지금까지 수많은 여자를 만나봤지만 이처럼 당돌한 여자애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자신 앞에서 이런 행동을 보이는 여자는 말이다.
“까불지 말고, 그거 마셔. 그게 더 좋은 거야.”
유창식 사장이 오상희가 내민 술잔을 무시하며 말했다.
“싫어요. 저도 그거 마실래요.”
“그게 더 좋은 술이라니까.”
“그럼 오빠도 이거 마셔요.”
오상희는 자신을 술잔을 들어 유창식 사장에게 내밀었다. 점점 도를 넘는 오상희의 행동에 살짝 화가 난 그가 황인철 이사를 봤다.
“황 이사······. 애들 이런 식이야? 미리 얘기 안 했어?”
황인철 이사도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야야, 너희들 뭐 해.”
하지만 두 사람이 아직도 빅스타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다면 황인철 이사의 말에 놀라겠지만 이미 두 사람은 그곳의 소속이 아니었다.
아니, 엔젤스 자체가 오 엔터테인먼트로 회사를 옮긴 상태였다. 여기 온 것도 황인철 이사의 부탁 때문이었지 자발적으로 온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황인철 이사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오상희가 술잔을 내려놓으면 팔짱을 꼈다. 그리고 짜증스럽게 말했다.
“이사님 뭐 해요? 왜 우리에게 뭐라고 해요.”
“야, 너희들······.”
“뭐야. 이사님께서 사정사정해서 나왔더니······. 지금 장난해요! 언니, 가자!”
오상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세나의 팔을 잡아당겼다. 황인철 이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창식 사장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야! 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 지금 장난해!”
“이사님 뭐예요? 괜찮은 투자자 있다고 해서 저희를 끌고 왔잖아요. 그런데 이상한 아저씨를 소개시켜 주고 그래요?”
그 말에 확 돌아버린 유창식 사장이었다.
“뭐? 아저씨!? 너희들 죽고 싶어?”
“뭐래, 아저씨가 뭔데요.”
오상희는 계속해서 유창식 사장을 도발했다. 유창식 사장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이년들이 진짜······.”
유창식 사장이 앞에 있는 양주병을 정면의 벽에다가 집어 던졌다.
팍!
양주가 깨졌고, 그 속에 있던 술이 터져 나갔다. 그러자 순식간에 방 안은 알코올 냄새가 확 번졌다. 분위기는 시베리아의 찬 기운이 몰아친 것처럼 싸늘했다. 그때 한 템포 느리게 오상희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
그 순간 차 안에서 휴대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네 남자가 우르르 내리며 리멤버를 향해 뛰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