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09)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43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09)
“뭐가 문제야? 돈?”
유창석이 지갑을 꺼냈다. 그 안에는 10만 원짜리 수표가 두둑하게 들어 있었다.
그것을 몇 장 꺼내려고 하던 유창석.
“에이씨!”
그냥 몇 장을 손에 쥐고는 허공에 던져 버렸다. 10만 원짜리 수표가 공중을 비상하며 바닥에 떨어졌다.
“이거 대충 다 하면 삼백은 될 거야.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럼에도 정 실장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뭐야? 돈 더 필요해? 아니면 뭐? 꼬아?”
정 실장이 애써 침착해지려고 노력했다. 속으로 숨을 크게 들이켰다.
‘후욱, 후욱······.’
몇 번 숨을 들이마신 후 말했다.
“아닙니다, 곧 들여보내겠습니다.”
인사를 한 후 문을 열고 나왔다. 밖에 있는 웨이터에게 말했다.
“안에 들어가서 돈 챙겨!”
“네. 알겠습니다.”
웨이터가 들어가서 바닥에 뿌려진 돈을 다 주웠다. 복도에서는 정 실장이 화를 다스렸다.
그러다가 저 멀리서 새끼 마담이 다가왔다.
“오빠, 왜? 무슨 일이야?”
“하아······ 미친놈! 롤리팝 달란다.”
“지난번에 그 지랄을 하고? 저 새끼 때문에 우리 지난번에 문 닫을 뻔했잖아.”
“그럼 어떻게 해. 아니면 형님 부를까?”
새끼 마담이 잔뜩 짜증이 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니, 사장님은 왜 저런 인간을 가게에 들여서는······. 아, 미치겠네. 오빠, 오늘은 내가 옆에서 잘 지켜볼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보다 지수 말인데.”
“지수?”
“그래.”
“지수 왜? 오빠가 맘에 들어?”
“나 말고, 저 인간······.”
“오빠 안 돼! 지수 걔 이 일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고. 지금 일 배우고 있는데 저 인간을 어떻게 감당해.”
“그럼 어떻게 해. 지수를 콕 집어서 말을 하는데.”
“하아, 어쩐지 아까 잠깐 눈길을 주더라니······. 혹시나 했네.”
“언제 지수를 봤는데?”
“막 도착하고 룸으로 가는데 중간에 지수가 나왔거든. 그때 눈이 마주쳤어.”
“그랬어?”
그때 웨이터가 수표를 다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정 실장이 웨이터를 봤다.
“다 챙겼어?”
“네.”
웨이터 손에 쥔 수표를 확인했다. 딱 봐도 삼백은 되는 것 같았다. 정 실장이 그것을 받아, 새끼 마담에게 건넸다.
“자, 이거.”
“이건 뭐야?”
“저 인간이 TC(티씨)라고 주더라.”
“와, 시발 완전 개새끼······ 돈밖에 없는 쓰레기. 아, 진짜 짜증 나.”
새끼 마담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새끼 마담을 보며 정 실장이 말했다.
“내가 말해?”
그러자 새끼 마담이 돈을 낚아챘다.
“아니야, 내가 말할게.”
새끼 마담이 돈을 챙겨서 아가씨들이 쉬고 있는 방으로 갔다. 문을 살짝 열고는 쉬고 있는 지수를 불렀다.
“지수야, 잠깐만······.”
지수가 나왔다.
“네, 언니. 왜요?”
“지수야, 너 말이지.”
새끼 마담이 지수에게 한참 동안 얘기를 했다. 손에 쥔 삼백만 원 수표를 들고서 말이다.
그러자 지수가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곤 새끼 마담이 준 돈을 손에 움켜쥐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 실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시발······. 진짜 뭐 같네.”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그러곤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잠시 후 유창석이 있는 룸의 문을 두드리고 지수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혼자 술을 마시고 있던 유창석이 지수를 봤다.
“어, 왔어.”
“네.”
“이쪽 내 옆으로 와.”
“네.”
지수가 유창석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녀를 보며 물었다.
“몇 살이야?”
“20살이에요.”
“그래? 언제부터 일을 했는데.”
“이제 보름 정도 되었어요.”
“밖에서 뭐 했는데?”
“학교 다녔어요.”
“대학생?”
“네.”
지수의 말을 듣고 유창석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대학생은 무슨······. 몸 팔려고 들어왔으면 그날부터 술집 년이지. 네가 무슨 대학생이야.’
유창석이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애써 표정을 숨겼다. 그러곤 지수를 향해 손짓했다.
“뭘 그렇게 떨어져 있어. 이쪽으로 좀 더 다가와.”
지수가 주춤거리며 다가갔다. 그런 그녀를 위아래로 훑은 유창석이 말했다.
“벗어봐.”
“네?”
“벗어보라고.”
지수는 얼굴 가득 붉게 변했지만 거부할 수는 없었다. 주섬주섬 옷을 벗으니 속옷만 나타났다. 지수가 손으로 위아래를 막았다. 유창석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손 치워봐. 그래 가지고 보이겠어.”
지수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손을 내렸다. 그 모습을 본 유창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는 않네. 너 맘에 든다.”
“감사합니다.”
지수가 인사를 하고는 바닥에 떨어진 옷을 다시 입으려고 했다.
“야! 지금 뭐 하냐.”
“네? 옷을 다시 입으려고요.”
지수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대답했다. 유창석의 표정이 바로 일그러졌다.
“너 왜 옷을 입어?”
“네?”
“왜 옷을 도로 입냐 말이야.”
“어, 그게······.”
“됐고. 속옷도 마저 벗어.”
“네?”
지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유창석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 아까 돈 받았잖아. 아니야?”
“그게······.”
유창석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오빠가 그럴 사람은 아닌데, 지금 시간이 별로 없거든. 우리 빨리빨리 하자.”
그 얘기를 들은 지수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한편, 오상진과 최강철, 황국진 형사는 차를 타고, 황인철 이사의 차를 뒤쫓았다. 그런데 자리에 앉아 있던 오상진이 불안한 듯 물었다.
“형사님 계속 통화 중인 거죠?”
황국진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요.”
황국진 형사가 대답을 하고는 옆자리에 앉은 후배 고요한 형사가 냉큼 뒤를 보며 말했다.
“지금 계속 통화 중입니다. 여기 보십시오.”
핸드폰 화면에 통화 중이라고 계속 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오상진이 다소 안도를 했다. 고요한 형사가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보였다.
“걱정 마세요. 이렇듯 통화도 하고 있고, 그 핸드폰에 위치 추적 장치도 달려 있어요.”
“그래요? 황 이사 놓치는 것은 아니죠?”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위치 보이죠. 금방입니다. 그리고 너무 바짝 쫓아가면 눈치챌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쫓아가는 중입니다. 어어, 저기 있네요. 저기!”
황국진 형사가 손가락을 가리켰다. 신호 대기 중인 앞쪽에 황인철 이사의 차량이 서 있었다.
“그나저나 이놈들 어딜 가는 걸까요?”
황국진 형사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데 고용한 형사가 입을 열었다.
“이 방향이면 강남인데요.”
“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술집이면 대부분 강남이지.”
“그래도 강남이면······. 리멤버 아닐까요?”
고요한 형사가 어느 특정 지점을 가리켰다. 그러자 황국진 형사가 바로 인상을 썼다.
“인마, 잘 나가다가 왜 이상한 쪽으로 빠져. 설마하니, 강남에 있는 룸살롱이 몇 개인데. 리멤버로 가겠냐.”
“하긴 리멤버는 좀 아니죠.”
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는데 오상진이 궁금함을 느끼고 물었다.
“리멤버가 왜······.”
“아, 거기가 질이 좀 안 좋은 곳입니다.”
“질이 안 좋다니요.”
“요새 미국에서 들어온 물뽕이 있습니다. 그게 그쪽에서 좀 돌았는데······ 자세한 것은 좀 그렇고, 어쨌든 몇 가지 사건이 좀 있었습니다.”
“조금만 얘기해 주세요.”
오상진의 물음에 황국진 형사가 슬쩍 말했다.
“거기 오는 손님 중에 질이 좀 좋지 않은 손님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손님 때문에 아가씨 몇이 좀 다치고 그랬나 봅니다.”
“그 손님은요?”
“누군지 모르죠. 가게에서도 철저히 함구하고, 현장을 덮치지 않는 이상 잡아내긴 힘듭니다.”
황국진 형사가 말을 했다. 그러자 오상진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이게 단순히 이 일을 뿌리 뽑게 하려고 했는데 만에 하나 물뽕 이런 것이 나와 버리면 오빠로서 자신이 못할짓을 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저기 형사님. 혹시 그러면······.”
황국진 형사가 그제야 아차 싶었다. 바로 오상진을 달랬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핸드폰으로 통화 중이고, 바로 뒤쫓고 있지 않습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런 말씀 드리면 좀 안심을 하실지 모르겠는데. 오히려 리멤버가 나을지도 모릅니다.”
“뭔 소리예요. 물뽕이라고 했지 않습니까.”
“그게 아니라, 우리가 몇 번 거길 단속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또 왔냐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좀 더 자연스럽게 안에까지 들어가서 빨리 문제가 생겨도 수습할 수 있는 겁니다.”
고요한 형사가 바로 말을 덧붙였다.
“맞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가보지 않은 룸살롱은 입구에서 막느라고 난리가 날 겁니다. 차라리 리멤버가 더 괜찮습니다.”
최강철이 바로 물었다.
“리멤버가 아니면요.”
바로 표정을 굳힌 황국진 형사가 입을 열었다.
“리멤버가 아니면 내가 바로 지원을 요청할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이 근처 전부 우리랑 안면 텄으니까.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정 안 되면 압수수색영장 나왔다고 구라라도 쳐야지.’
황국진 형사가 속으로 말하며 입이 바짝바짝 탔다. 솔직히 최강철의 도움을 받고 나왔는데 만에 하나 리멤버로 가고, 그곳에서 마약이 나와 버리면 정말 일이 복잡해질지도 몰랐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약까지 결정적으로 잡고 검거해 버리면······.’
일 계급 특진은 맡아 놓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막말로 황국진 형사도 어느 정도 실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왕이면 이번 기회에 최강철도 돕고, 실적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기회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때 신호가 바뀌었다. 옆에 있던 고요한 형사가 말했다.
“선배님, 출발합니다.”
“어, 그래.”
황국진 형사가 빠르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액셀을 밟았다. 차가 빠르게 황인철 이사의 차를 쫓았다.
“내려.”
리멤버 룸살롱 주차장에 차를 세운 황인철 이사가 고개를 돌려 뒷좌석에 앉은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세나와 오상희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여기가 어디예요?”
“잔말 말고 따라와.”
황인철 이사가 나직이 한마디 했다.
세나와 오상희가 여기가 어디인지 찾고 있는데 한쪽을 바라봤다. 그곳에 영어로 쓰인 간판을 확인했다.
“언니 저거 뭐라고 써진 거야?”
“리멤버 같은데······.”
“아, 저게 리멤버야?”
오상희가 그 간판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에서 내리려던 황인철 이사가 입을 열었다.
“너희들 뭐 해? 빨리빨리 안 내리고.”
황인철 이사의 재촉에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려 다가갔다. 황인철 이사는 심각한 얼굴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
“두 사람 내 말 잘 들어. 누가 물어보더라도 아무 말 하지 마. 방에 들어갈 때까지 주위 두리번거리지도 말고. 알았어?”
“네, 알겠어요.”
“가자.”
황인철 이사가 먼저 지하 계단을 밟고 내려갔다. 리멤버라고 적힌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다. 새끼 마담이 그들을 맞이했다.
“네, 어서 오세요. 혹시 일행분이 계신가요?”
새끼 마담의 질문에 황인철 이사가 말했다.
“어, 그게 유 사장님 만나러 왔는데.”
“약속 잡으셨어요?”
“약속 잡았지.”
그때 복도 안쪽에서 장 실장이 걸어 나왔다. 새끼 마담 옆으로 가서 슬쩍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