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08)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42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08)
“투자자 있어.”
“그러니까, 누구냐고요.”
“네가 말하면 알아?”
“알 수도 있죠.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누군지 모르고 만나요? 아니, 그래도 투자자를 만나는데 대충 누군지는 알아야 마음에 준비는 하죠. 게다가 말조심도 해야 하고 그러죠.”
황인철 이사도 듣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만났는데 바로 말실수를 해버리면 난리가 날 수 있었다.
‘그 양반 성질이 보통이 아니니까, 특히 저 오상희는 더욱 조심해야지.’
황인철 이사가 생각을 한 후 일부러 겁을 주듯 말했다.
“투자자가 누구냐면, 너희 영인식품 들어 봤어?”
“영인식품? 뭐 만드는 회사예요? 빵 만들어요?”
“그런 자잘한 거 말고,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식품업체야. 영인식품이 없으면 우리나라가 돌아가지 않아요.”
“오올, 그 정도예요?”
물론 세나는 몰랐다. 그저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고 있었다. 게다가 영인식품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든 그쪽 대표님하고 연락이 되어서 우리 회사, 아니, 나 믿고 투자해주기로 했다.”
“이사님 믿고요?”
“진짜요?”
“그럼 인마. 내가 왜 거짓말하겠냐.”
“그럼 우릴 왜 데리고 가요?”
“야, 내가 너희 잘 봐달라고 사정사정해서 부탁을 한 거다. 그런데 너희가 이렇게 뒤통수칠 줄은 몰랐지.”
“뒤통수친 거 아니라니까요. 계약 해지한 거지.”
“내가 아까 말했지. 그 계약 잘못 된 거라고. 그거 조만간 문제 생긴다. 이게 진짜 좋게좋게 넘어가려고 했더니······. 왜? 법적으로 넘어가? 너희 전부 다 콩밥 한번 먹어볼래? 너희 오빠하고 전부 다!”
황인철 이사가 눈을 부라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상희는 잔뜩 겁을 먹은 것처럼 말했다.
“아니, 이사님은 왜 자꾸 협박을 하고 그러세요.”
그러자 황인철 이사가 살짝 화를 누그러뜨렸다.
“그러니까, 내 성격 건드리지 말라는 거야. 다 너희 좋으라고 하는 말인데······.”
“알았어요. 안 건드리면 되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 만나면 우리에게 뭐가 도움이 된다는 거죠?”
“너희들 기획사 옮겨도 데뷔는 해야 하잖아.”
“네.”
“그 사장님 마음에 들면 너희 데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너희들 데뷔하고 나면 계속 그 꼬락서니로 다닐 수는 없잖아. 음악 방송이야 의상은 맞춰준다고 해도, 평상시에 어떻게 다닐 건데. 지금처럼 막 꼬질꼬질하게 다니면 팬들이 너흴 좋다고 해 줄까? 기본적인 꾸밈은 하고 다녀야지. 안 그래?”
“그럼 뭐, 그 사장님이 우리 옷도 사 주고, 그러는 거예요?”
“옷뿐이겠냐. 그 양반 돈 많아. 잘만하면 집도 사주고, 차도 사주고, 아예 인생 자체가 달라져. 연예인하지 않아도 먹고 살 만큼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오상희가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요, 그거 스폰아니에요?”
순간 황인철 이사가 화들짝 놀랐다. 좀 당황했는지 차량 핸들이 흔들렸다. 그러자 차량이 휘청 거렸다.
끼이이익!
“으악, 이사님!”
“좀 조심히 운전해 주세요.”
“미, 미안하다. 갑자기 네가 이상한 소리를 해서 그렇잖아.”
황인철 이사가 괜히 머쓱해서는 소리를 질렀다. 막말로 오상희 입에서 스폰이라는 단어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너무 놀란 나머지 차가 한번 출렁한 것이었다.
“그럼 스폰 아니에요?”
“야, 너 오상희. 너는 그런 얘기를 누구에게 들었어.”
“저도 아이돌 연습 생활이 몇 년인데 그걸 모를까요?”
세나가 바로 물었다.
“이사님 정말 스폰이에요?”
황인철 이사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야! 스폰이라는 것이 말이야.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야. 능력 되는 사람 돕고, 금전적으로 돕고, 이래저래 도움을 주는 것도 스폰에 대한 개념이야. 따지고 보면 그래 광고! 그것도 따지고 보면 스폰이야. 그러면 뭐 광고가 잘못된 거니? 아니잖아, 스폰이라는 것을 안 좋은 쪽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 거지. 어쨌든 오늘 만날 사장님은 다른 분이야. 그럴 분이 아니야. 너희 보면 잘생겼다고 들러붙지나 마라.”
“정말 아니죠? 스폰 아니죠?”
세나가 다시 한번 확답을 얻기 위해 물었다.
“그럼 절대 아니야.”
이번에는 오상희가 물었다.
“정말이죠? 만약에 그런 것이면 저희들 그냥 나올 거예요!”
“얘네들 진짜 별 소리를 다한다. 내가 설마하니 너희들을 팔아먹겠니.”
황인철 이사가 움찔하며 대답했다.
“그럼 저희 이사님만 믿을게요.”
“걱정하지 마.”
황인철 이사는 다시 핸들을 꽉 잡았다. 그런데 뭔가 좀 찝찝했다.
‘뭐지? 이 찝찝함은······.’
그러면서 힐끔 뒤를 한번 확인했다. 세나와 오상희 솔직히 그동안 알고 지낸 지도 오래되었다. 살짝 미안한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아니야. 정신 차려 황인철. 네가 평생 저 녀석들을 책임질 거야? 그럴 것도 아니면서 뭔 그딴 생각은······. 이번 기회에 진짜 확실히 한몫 챙기면 돼.’
황인철 이사가 마음을 다잡았다.
그 시각 유창석은 먼저 약속 장소인 룸살롱인 리멤버에 도착을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새끼마담이 환한 얼굴로 맞이했다.
“어머나, 유 사장님. 오셨어요.”
유창석을 반긴 새끼마담이 자연스럽게 팔을 끌어안았다. 그러자 유창석이 힐끔 그것을 보고는 팔을 들어 올려 빼냈다.
“야! 너 향수 뭐 쓰냐?”
“네?”
“향수 뭐 쓰냐고!”
“샤넬······ 쓰는데요.”
“너 향수 작작 좀 뿌려! 뭘 그렇게 잔뜩 뿌리고 다녀.”
유창석이 괜히 면박을 주고 앞서 걸어갔다. 새끼마담이 바로 이맛살을 찌푸렸다.
‘뭐라는 거야. 너 좋으라고 뿌린 줄 알아.’
새끼 마담이 속으로 투덜거리는데 앞서 걷던 유창석이 멈추며 고개를 돌렸다.
“야, 뭐 해.”
“네. 가요.”
다시 접대용 미소로 환하게 바뀌며 유창석 옆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렇게 가고 있는데 어떤 방문이 열리고, 앳된 얼굴의 여자가 나왔다. 그 여자와 잠깐 눈이 마주쳤지만 무심히 지나친 유창석이었다.
룸 안으로 들어간 유창석이 상석으로 가서 앉았다. 새끼마담이 바로 미소를 보였다.
“어떻게 준비해 드릴까요?”
“내가 항상 먹던 걸로 준비하고, 그전에 가서 정 실장 오라고 해.”
“네, 알겠어요.”
새끼마담이 나가고, 바로 인상을 쓴 그녀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갑자기 정 실장은 왜 찾는 거야.”
그러곤 웨이터를 향해 손짓했다.
“네.”
“가서 정 실장님 오라고 해.”
“네.”
잠시 후 체격 좋고 양복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왜 날 찾아?”
“오빠. 그 새끼 왔는데.”
“그 새끼 누구?”
“아니, 유창석이······..”
“하아······.”
바로 인상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안에서 무슨 사고라도 쳤어? 갑자기 나를 왜 찾아?”
“내가 알아? 그리고 나 사고 안 쳤어. 그냥 오빠 불러오라고 하는데.”
“아, 그래? 후우, 진짜······.”
짜증이 나는지 정 실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곤 새끼마담을 보며 물었다.
“유창석 오늘 기분 어때?”
“몰라, 오자마자 나보고 향수 적당히 뿌리라고 지랄하던데.”
“향수?”
정 실장이 새끼 마담의 가슴 쪽으로 코를 킁킁 거렸다. 그러자 새끼 마담이 살짝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아니, 뭐야······.”
“이상하네, 나에게는 좋은 냄새만 나는데.”
“그렇지? 내가 이상한 거 아니지.”
“응.”
“아무튼 저 새끼, 완전히 개새끼라니까.”
“알았으니까, 자기는 일단 빠져 있어.”
정 실장이 유창석이 있는 룸으로 가려고 했다. 새끼 마담이 바로 정 실장의 팔을 붙잡았다.
“오빠.”
“응?”
“저 새끼 잘 괴롭히는 거 알지? 괜히 막 성질부리지 말고.”
“알았어.”
정 실장이 새끼 마담의 팔을 툭툭 두드린 후 유창석이 있는 룸을 노크로 두드린 후 안으로 들어갔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유창석이 손을 들었다.
“어이, 어서 와.”
정 실장이 유창석 근처로 걸어갔다.
“무슨 일로 절 찾으셨습니까?”
“아, 다른 것은 아니고 지난번에 봤던 황 이사 알지.”
“아, 네네.”
“그 황 이사가 여자 두 명을 데리고 올 거야. 내 손님이니까, 잘 좀 이쪽으로 안내해 주고.”
“네, 알겠습니다.”
솔직히 룸살롱에 오면서 젊은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은 흔하지 않았다. 괜히 잘못 데리고 오면 오해를 살 수 있기에 자신에게 미리 얘기를 해놓는 것이었다.
정 실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물었다.
“그 외 따로 준비할 것은 없습니까?”
“주문은 조금 이따가 할 거고, 지난번에 그거 있지.”
“네?”
“그거 말이야. 그거! 롤리팝!”
롤리팝이라는 말에 정 실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실 롤리팝은 미국에서 유행하는 물뽕의 일종이었다.
“있어, 없어?”
“아······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 왜 그래?”
“사실 말입니다. 사장님. 요즘 단속이 좀 심한 편입니다. 얼마 전 다른 가게에 형사들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솔직히 롤리팝을 찾는 사람들 중에서 아가씨들하고 제대로 놀고 싶어서 물뽕을 찾는다. VIP 손님들에 한해서 롤리팝을 소량씩 전해주곤 했다.
유창석은 롤리팝에 맛을 들였다.
보통 다른 사람들은 환각파티라고 해서 질펀하게 노는 편이었다. 그런데 유창석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은 마시지도 않고, 여자들만 물뽕으로 맛이 가게 만들어서 제 욕심만 채우는 사람이었다.
전에도 아가씨 둘을 정 실장이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사이 입도 막았고, 그 아가씨들은 일도 그만뒀다. 이래저래 손해가 좀 많았다.
그래서 다시는 롤리팝을 주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유창석이 인상을 썼다.
“그래서 뭐? 없다고?”
“사장님 그게······.”
“정 실장 많이 컸다.”
“사장님······.”
“최 사장 나왔냐.”
최 사장이라는 말에 정 실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최 사장은 이 룸살롱 조직의 부두목이었다. 그리고 이 룸살롱을 차리는 데 유창석이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줬다는 것을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최 사장은 항상 유창석을 잘 대해주라고 당부를 했었다. 그런데 여기서 최 사장을 언급하자 할 말이 없었다.
“아닙니다, 사장님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진즉에 그렇게 대답을 했어야지. 사람 짜증 나게 하고 말이야.”
“······.”
정 실장은 표정을 잔뜩 굳힌 채 서 있었다. 유창석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냥 넘어가려고 했더니 짜증이 나네. 야! 아까 보니까, 못 보던 애 있더라.”
“못 보던 애라면······.”
정 실장 말끝을 흐리자 유창석이 바로 이목구비를 설명했다.
“눈 크고, 좀 어려 보이던 애 말이야. 얼굴도 동글동글 하고!”
“아······ 저기 지수 말입니까?”
“이름은 모르고, 그냥 한번 보자. 데리고 와.”
“저기 사장님······. 죄송한데 걔는 2차가······.”
“너 오늘 말 정말 많다. 그냥 데리고 오라면 데리고 와!”
“죄송합니다. 그 애 말고 다른 애로 하시죠.”
아가씨들 중에는 말 그대도 두 분류로 나뉘어져 있다. 돈이 필요해서 이 일이 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한 여자와, 이 바닥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서 유창석이라는 사람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아가씨들도 있었다.
그래서 정 실장은 가능하면 유창석을 상대할 수 있는 아가씨들을 들여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유창석은 그런 아가씨들을 좋아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