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0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41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07)
“그것보다 여긴 잘 찾아오겠지.”
일단 세나에게 전화도 하고, 문자로 주변의 가게 이름도 보내줬다. 그런데 세나가 정말 나올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아, 처음부터 책잡히면 안 되는데······.”
황인철 이사는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저쪽에서 익숙한 모습의 두 명의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응? 세나······인가?”
그런데 그 옆에 한 명이 더 있는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바로 오상희도 함께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뭐지? 상희도 나왔네. 쳇, 부르지도 않았는데 제 발로 나왔네.”
황인철 이사는 저도 모르게 씨익 웃고는 두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얘들아 여기!”
오상희는 세나의 팔짱을 낀 채로 손을 흔들고 있는 황인철 이사를 봤다. 그러곤 종종걸음으로 황인철 이사에게 갔다. 자신에게 다가오던 두 사람을 보던 황인철 이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여자 애들은 왜 저렇게 팔짱을 끼고 다니는 거야. 보는 사람 불편하게······. 이해가 안 간다니까.”
황인철 이사가 투덜거릴 때 세나와 오상희가 그의 앞에 섰다. 황인철 이사는 나타난 두 사람을 보며 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왜 이렇게 늦게 와. 8시까지 오라고 했잖아.”
그러자 오상희가 허리에 손을 올렸다.
“이사님, 지금 7시 57분이거든요? 시계 확인해 보세요.”
“뭐?”
황인철 이사가 바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정말 7시 57분이었다. 황인철 이사는 민망한지 괜히 헛기침을 한번 한 후 입을 열었다. 그래도 지고 싶지는 않았다.
“야! 얼마 전까지 연습생이었던 것들이 8시까지 오라면 7시에 와서 대기를 하고 있어야지.”
“이사님도 방금 오셨잖아요.”
“뭐? 내가 지금 온 줄 네가 어떻게 알아. 나 아까 전에 왔거든.”
“무슨 소리에요. 우리도 저기서 이사님 오는 걸 봤거든요? 왜 거짓말을 하실까.”
오상희가 눈을 부라리며 대들었다. 황인철 이사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야, 오상희. 너 제시카······. 많이 컸다.”
황인철 이사가 오상희를 노려봤다. 오상희는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홱 돌렸다.
“흥!”
“저, 저······.”
황인철 이사가 바로 한마디 하려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뭘 말하겠냐. 내 입만 아프지.”
그리곤 오상희를 지나 세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며 세나의 옷 입은 모습을 쭉 확인했다.
‘응? 이건 좀······.’
세나는 흰 티에 겉에는 긴 셔츠와 청바지 차림이었다. 나름 얼굴이 받쳐줘서 그런지 수수하지만 예뻐 보였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차림은 아니었다.
‘예쁘게 차려 입으라고 말을 했는데······.’
황인철 이사는 복장에 불만이 좀 있었다. 뭔가 너무 단순한 차림이라 맘에 들지 않았다.
“세나야, 예쁘게 좀 입고 오라니까. 내가 투자자 만난다고 하지 않았냐.”
황인철 이사의 질책에 세나가 아닌 오상희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사님.”
“왜? 뭐?”
“아니, 우리 회사랑 이미 계약이 끝났는데, 왜 자꾸 우리가 투자자를 만나야 하는데요.”
일부러 오상희는 유도질문을 던졌다. 그걸 모르는 황인철 이사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오상희, 아니, 제시카!”
“왜요?”
“너 이 바닥에서 매장당하고 싶어?”
갑작스러운 협박에 오상희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잉?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사님, 왜 우리가 매장되어야 하는 거죠?”
오상희가 당당하게 물었다. 그러자 황인철 이사가 피식 하고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 말이야. 계약 기간 남았었어, 안 남았었어?”
“계약 기간 좀 남았었죠.”
“계약 기간 남았는데 너희들 마음대로 계약 파기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오상희 역시 자신 있는 말투로 대답했다.
“우리 오빠가 다 해결했다고 했거든요?”
“너희 오빠? 너희 오빠가 뭔데?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돼? 막말로 너희 오빠가 무슨 대통령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냐? 갑자기 회사에 찾아와 계약 기간 해지해 달라고 난리를 치고, 그래 가지고 회사 손실이 얼마나 큰 줄 알아? 너 말이야. 너희 오빠가 보낸 사람들 때문에 계약 해지한 건 맞는데. 그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야. 회사 손실이 어마어마하고, 그거 전부다 소송으로 넣을 거야. 알기나 해!”
물론 그런 것은 없다. 계약에 관한 것은 말끔하게 끝이 났다. 게다가 그 계약을 마무리 지은 곳이 바로 선진그룹 법무팀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쪽에서는 이쪽으로 소송을 걸 수 없다는 말이다.
설사 소송할 수 있다고 해도, 상대는 선진그룹 법무팀이었다. 딱 봐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인철 이사가 큰 소리로 떵떵거리는 것은 이 두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봐온 연습생들이어서 만만하게 생각한 것이다.
일단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협박을 하면 무서워할 것이라 생각했다.
‘뭐래, 이 아저씨가. 나도 알 건 다 아는데.’
오상희는 어이없어하며 세나를 봤다. 세나는 마치 연기라도 하는 듯 잔뜩 겁을 먹은 모습이었다.
‘와, 이 언니 장난 아니네. 뻔히 뻥인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완전 리얼하게 겁을 먹고 있잖아.’
오상희가 세나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며 당당하게 말했다.
“뭐예요. 지금 우리에게 협박하는 거예요?”
“협박이 아니라, 사실을 말해주는 거야. 너 말이야, 너희 오빠 때문에 지금 여러 사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 거야.”
“그래서 뭐요? 저희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건데요.”
그제야 황인철 이사가 얘기를 했다.
“그러니까, 이번에 투자자 만나면 얘기 잘 하고, 잘 들으라는 것이지. 지금 말이야. 투자자도 너희들 얼굴보고 투자를 하려고 맘을 먹었단 말이지. 그런데 너희들이 빠져버리면 우리 회사는 어떻게 해.”
가만히 듣고 있던 세나가 조용히 얘기를 했다.
“황 이사님 말씀은 알겠는데요. 저희는 이미 계약이 끝났잖아요. 저희가 거기 가서 얼굴을 비추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황인철 이사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어쭈, 세나가 또 리더라고 똑똑하게 구네.’
세나의 말처럼 이미 계약이 파기한 상태에서 연습생이라고 거짓말하고 얼굴 보여주고 투자를 받으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모르는 거지. 어쨌든 투자받는 것이 목적이고, 그때 다시 생각해 보면 될 문제야.’
황인철 이사는 지금 당장 투자금이 필요했다. 그 뒤는 그때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자신 역시 이리저리 끌어다 쓴 돈이 많았다. 대출도 받고,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었다. 당장 생활비도 급했다.
그런 상태에서 엔젤스 하나 믿고, 투자자를 모셨는데 빠져버리니 난감한 상황이다.
‘아무튼 일을······. 에잇! 오늘만 생각하자, 투자만 받으면 끝이야.’
황인철 이사는 뒷일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직 투자금을 받는 것만 생각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세나는 어서 타!”
황인철 이사가 말했다. 그러자 오상희가 바로 손을 들었다.
“그럼 저도 같이 갈래요.”
황인철 이사는 속으로 잘되었다고 생각을 했지만 겉으로는 차갑게 말했다.
“넌 빠져. 네가 왜 여기에 끼어들어.”
“언니가 가면 저도 무조건 갈 거예요.”
“너 거기가 어디인 줄 알고나 있는 거야? 거기 술집이야, 술집! 너 술집 갈 수 있어.”
그러자 오상희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저 이제 미성년자 아니거든요?”
“그래, 네 맘대로 해라. 맘대로 해. 그전에 너희들 핸드폰 내놔.”
“핸드폰은 왜요?”
“너희 연습생 생활 할 때 핸드폰 압수했어, 안 했어.”
“저녁때는 쓸 수 있게 해줬거든요.”
“이게 말 더럽게 많네. 괜히 쓸데없이 얘기 중에 전화 울리고 그러면 민폐니까 그렇지. 내가 핸드폰을 가지고 있으려고 그런 줄 알아?”
“진즉 그렇게 말을 해주지.”
오상희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내밀었다. 세나 역시 핸드폰을 넘겼다. 세나와 오상희는 황국진 형사에게 받았던 공기계를 미리 건넨 것이다.
황인철 이사가 씨익 웃었다.
‘핸드폰도 뺏었고, 이제 됐어.’
황인철 이사가 운전석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좋아, 둘 다 차에 타라.”
세나와 오상희가 자연스럽게 차량 뒷좌석에 올라탔다. 그것을 확인한 황인철 이사가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네네, 사장님. 네. 지금 출발합니다. 한 30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네네. 아, 예에. 알겠습니다. 금방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황인철 이사는 운전석에 올라탔고, 차의 시동을 걸고 출발을 했다. 그러곤 룸미러를 통해 힐끔힐끔 뒷좌석에 앉은 두 사람을 봤다. 아무리 봐도 세나 옷차림이 맘에 들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혀야 하나? 하아, 저 옷은 아닌데······.’
세나는 원래 좀 동안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옷을 입으니 더 어려 보이고 미성년자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시간도 없는데 옷을 갈아입히는 것은 좀 그랬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그 옆에 앉은 오상희에게 시선이 갔다.
오상희는 또 어울리지 않게 가슴이 약간 패인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유난히 가슴이 부각되어 보였다.
‘상희 저 녀석······ 원래 가슴이 저렇게 컸나?’
황인철 이사가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오상희가 바로 말했다.
“뭐예요?”
“뭐가?”
“이사님 지금 어딜 봐요?”
오상희가 의심의 눈초리로 말했다. 순간 황인철 이사가 당황했는지 말을 얼버무렸다.
“내, 내가 보긴 어딜 봤다고 그래. 봐봐, 지금 운전하고 있잖아.”
“제가 다 봤거든요. 백미러를 통해 제 가슴 봤잖아요.”
오상희는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감싸며 눈을 부라렸다. 약간 당황한 황인철 이사가 언성을 높였다.
“와! 너 생사람 잡네. 내가 언제 봤다고 그래.”
“봤잖아요.”
“말은 바로 하자. 내가 왜 네 걸 봐. 생각을 해봐라, 너보다 볼륨 좋은 여자들이 밖에 수두룩하게 많아. 그것도 많이 보고 다녔다. 그런데 왜 내가 너의 그것을 봐! 나 참 어이가 없네.”
“뭐야. 저도 나름 한 몸매 하거든요.”
괜히 자존심을 상한 오상희가 슬쩍 입을 열었다. 황인철 이사가 곧바로 코웃음을 쳤다.
“하이고, 너 같이 젖비린내 나는 애들은 줘도 싫다. 줘도 싫어.”
“네네, 알겠네요. 그래도 뒤로 힐끔힐끔 쳐다보지 마요. 기분 나빠요.”
“너 진짜 그 말투······ 제발 그 말투 고치면 안 되겠냐. 아니, 말을 그렇게밖에 못 해?”
황인철 이사가 괜히 소리를 질렀다.
“황 이사님. 크게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 이사님 도와드리러 가는 거거든요. 이런 식으로 하면 저희도 차에서 내릴 거예요.”
황인철 이사는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은 데리고 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조용히 가기로 했다.
“알았다. 알았어. 그러니 제발 조용히 가자.”
황인철 이사는 앞만 보고 운전만 했다. 하지만 오상희는 이미 황국진 형사로부터 제대한 많은 얘기를 꺼내라고 들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입을 열었다.
“이사님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정확하게 우리 어디가요?”
“아까 말했잖아. 투자자 만난다고.”
“투자자가 누군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