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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09화 (809/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05)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39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05)

“네, 여보세요.”

-야! 김세나. 너 지금 어디야?

“네? 여기 지금 상희랑 같이 있는데요.”

-상희랑? 그보다 너희들에게 좀 서운하다. 어떻게 인사도 없이 그냥 방을 빼버리고 나가버려. 그동안 함께한 정이 있는데.

“아, 그게······ 죄송해요.”

-도대체가 말이야. 죄송할 짓을 왜 해.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이렇게 예의가 없는 애였어. 이런 식으로 해서 이 바닥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그래. 이 바닥 소문 무서운 거 몰라?

황인철 이사가 잔뜩 겁을 줬다. 세나는 솔직히 황인철 이사가 자신들에게 잘해준 것도 없고, 이사랍시고 만날 거들먹거리는 모습만 봤다. 그렇다고 자신들을 제대로 챙겨줬냐? 그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황인철 이사의 마지막 말은 인정했다. 괜히 이미지가 깎이는 소문이 잘못 나면 아예 데뷔가 힘들어질 수 있었다.

“이사님 죄송해요. 뵙지도 못하고 나와서. 저희는 얘기가 다 끝난 걸로 알고 있었어요.”

-얘기가 끝이 나도 우리는 서로 얼굴 보며 인사는 하고 그래야지.

“죄송해요.”

-아무튼 잠깐 얼굴 좀 보자.

“얼굴요?”

-왜? 바빠?

“그건 아니지만······.”

-그럼 시간 좀 내. 얼굴 좀 보자!

“그게······.”

세나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오상희가 대번에 물었다.

“언니 왜? 왜 그러는데?”

세나는 곧바로 휴대폰을 손으로 막은 후 말했다.

“잠깐 얼굴을 보자고 하는데.”

“왜? 무슨 일로? 한번 물어봐.”

오상희의 귀띔에 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막았던 손을 떼고 물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래요?”

-왜? 내가 너를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서?

“그게 아니라, 그래도 무슨 이유인지 알아야 저도 준비를 하죠.”

-일단 나와! 나오면 알게 될 테니까. 대신에 나올 때 예쁘게 하고 나와라.

“네? 예쁘게요?”

-그래, 화장도 하고 옷도 예쁘게 입고 말이야. 너희들 데뷔시키려고 만난 투자자가 있는데 너희들 얼굴 한번 보자고 했단 말이야. 약속까지 다 잡았는데 너희들이 갑자기 집을 빼버려서. 나만 욕먹게 생겼다.

“어, 그게······.”

-야, 아무리 다른 기획사에 간다고 그래도 그렇지. 마무리는 잘해야지. 그래, 안 그래.

“······.”

-그렇잖아.

“아, 예에.”

-너 이번에 와서 내 체면 한 번만 세워줘. 그러면 너희가 말도 없이 방 빼고 그런 것을 다 이해해 줄 테니까. 나와.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세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곧바로 오상희가 물었다.

“언니, 뭐래? 뭐라고 하는데.”

“투자자하고 미팅이 있었는데 우리 때문에 펑크 나게 생겼다고, 일단 나와서 인사라도 하라는데.”

“뭐? 웃겨! 무슨 투자자? 언제부터 투자자를 구했다고.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오상희가 콧김을 씩씩 품어댔다.

“아니, 진즉에 투자자를 구했다면 우리 엔젤스가 거기서 왜 나와! 진짜 웃기지도 않아.”

가만히 듣고 있던 오정진이 입을 열었다.

“으음,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요.”

“응? 오빠! 뭐가 이상해?”

오상희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오정진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사실 이 시점에서 투자자를 왜······. 막말로 이미 계약해지를 했는데 굳이 투자자를 만날 필요가 있을까요?”

“나도 같은 생각이야, 언니.”

“그렇긴 한데······. 황 이사님이 이대로 펑크가 나면 체면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세나가 우물쭈물 말했다. 오정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상한 것 같아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정진이었다. 느낌이 뭔가 좋지 않았다.

“일단 형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오정진의 생각은 이것이었다. 오상희도, 세나도 그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휴대폰을 꺼내 오정진이 오상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오상진은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에 차량을 한쪽에 세웠다. 발신자는 오정진이었다.

“오, 정진이네.”

오상진은 밝아진 얼굴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래, 정진아. 공부는 잘하고 있냐.”

-어, 형. 바빠?

“바쁜 건 아니야. 집에 들어가는 길이야.”

-집에 세나 씨가 들어왔어.

“응, 알아. 서로 인사는 했어?”

-했지. 그런데 전 기획사 말이야.

“전 기획사?”

-아니, 엔젤스 말이야. 전 기획사. 거기 이사가 세나 씨를 만나자고 불러내네.

“뭐? 이사가? 이사 누구?”

-황, 누구 이사라고······.

“황? 황인철 이사?”

-맞아.

“그 사람이 갑자기 왜?”

-세나 씨 말로는 그전에 투자자들 만나자고 미팅을 잡아뒀는데 갑자기 계약해지하고 방을 빼는 바람에 자신이 많이 곤란해졌다고 하네. 그래서 와서 얼굴이라도 비추고 가랬대.

“뭐라고? 뭔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야. 만약에 그랬다가 문제 생기면 우리 애들도 문제가 되는 거잖아.”

-그렇지. 만약에 그 기획사에서 계약해지되었다고 말을 하지 않으면 우리도 사기에 걸릴 수도 있는 거지.

오정진이 법을 공부한 사람답게 은근슬쩍 그런 쪽으로 얘기를 했다.

“세나는?”

-지금은 집에 있어. 조금 이따가 나가려고 하던데······. 어떻게 해?

“뭘 어떻게 해. 당연히 나가지 말아야지. 이제 세나는 우리 오 엔터 식구야. 아무리 전 소속사 이사라고 해도 함부로 불러내고 그럴 수 없어.”

-그런데 형.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계속 전화가 올 것 같은데 무슨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오상진은 동생 오정진의 말대로 이번에 제대로 끊어내지 않으면 저렇듯 계속 지저분하게 나올 것 같았다. 오상진의 눈빛이 사납게 바뀌었다.

“알았어. 그것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대신에 정진이 너는 애들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해.”

-알았어.

전화를 끊은 오상진은 휴대폰을 바라보며 인상을 썼다.

“이런 정신 나간 인간들을 봤나.”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잠깐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때마침 최강철에게 전화가 왔다.

“이 자식은 또 어떻게 알고 바로 전화를 하지?”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강철아. 그렇지 않아도 너랑 통화하려고 했다.”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다른 것이 아니라······.”

오상진은 전 소속사 이사가 전화를 해서 투자자를 만나라고 한 것을 빠짐없이 말했다. 얘기를 다 들은 최강철이 버럭 화를 냈다.

-뭐, 그런 미친놈들이 다 있어. 이미 계약해지가 되어서 그쪽 소속사 식구도 아닌데. 자기네 투자자를 만나는데 왜 우리 엔젤스 애들 얼굴을 비춰야 하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이거 어떻게 처리해야 하냐?”

-진짜 이건······. 용역들 풀어서 한바탕할 수도 없고.

최강철의 중얼거림에 오상진이 바로 한소리 했다.

“강철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선진그룹 기획실장이 사람 팼다고 뉴스에 나올 생각이냐.”

-말이 그렇다는 거죠. 어쨌든 제가 생각을 해봤거든요. 구두로 경고를 해도 녀석들이 받아들일까요? 뻔히 계약해지 한 것을 알면서도 뒤로 저렇듯 지저분하게 노는데. 이건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은데요.

“그렇니까, 어떻게 해야 하지?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을까?”

-글쎄요. 법적으로는······. 솔직히 나오라고 했지만 전 소속사 이사와 만나는 자리인데 딱히 법적으로 뭔가를 제지할 수 있는 것이 없죠.

“그렇지. 하아, 진짜······.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하지?”

오상진은 고민이 되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수화기 너머 최강철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소대장님.

“응?”

-화내지 마시고 제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뭔데?”

-일단 저쪽에 원하는 대로 장단을 맞춰주는 것이 어때요?

“뭐라고?”

-아니, 저쪽이 무슨 꿍꿍이인지 알아봐야죠.

“인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화내지 마시고요. 대신에 우리가 준비를 다 하면 되잖아요.

“무슨 준비?”

-미리 경찰들도 불러놓고, 증거들도 딱 준비해 놓고요. 그래서 빼도 박도 못 하게 법적으로 정리를 해버리면 어떠냐는 거죠.

솔직히 오상진에게는 입장에서는 썩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생각해 보면 이번 기회에 썩은 뿌리를 도려내는 것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 방법밖에 없니?”

-그게 아니면 저희 선진그룹 이름 내세워서 압박을 가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했다가 또 소문이 이상하게 날까 봐 그렇죠.

“소문?”

-아시잖아요. 이 바닥에 소문을 말이에요. 저쪽에서 이상한 쪽으로 내어버리면 곤란해지잖아요. 엔젤스 데뷔하기 전에 선진그룹에서 밀어주고 있다고 소문이 나면 모양새가 좀 그렇잖아요. 오 엔터가 유명하지도 않고, 이제 시작하는 단계지 않아요. 신생 기획사인데 온갖 루머가 돌아다니면 초반 이미지도 좋지 않잖아요. 거기다가 이런 일까지 생기면 오히려 애들에게 피해가 갈지도 몰라요.

“으음······.”

오상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막말로 연예인들은 초반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데뷔하기 전 여자 신인 그룹에게는 말이다.

오상진이 회귀하기 전 어떤 걸 그룹 중 한 명은 과거 학교 폭력으로 문제가 생겨서 연예계에서 퇴출을 당한 적도 있었다.

엔젤스를 살리려고 기획사를 차렸는데 이런 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애들 앞길을 망치고 싶진 않았다.

“좋아. 모든 준비는 한다는 거지?”

-네. 그럼요. 아는 형사들도 있고, 이번 기회에 확 엮어서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뭐, 별일이 안 생긴다면 다행이고요.

“알았어. 일단 애들이랑 얘기를 해볼 테니까. 너는 너대로 준비 좀 해줘.”

-네, 알겠어요.

오상진은 최강철과 통화를 마쳤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고민을 했다.

“하아, 진짜 이게 맞나?”

솔직히 저쪽에서 애들 가지고 협박을 한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투자자 때문에 얼굴을 비춰달라고 한 것인데 그것 때문에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거기다가 애들하고 계약을 할 때도 선진그룹 법무팀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어쩌면 어느 정도는 원한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 강철이 말대로 해야겠다.”

오상진은 핸들을 잡고 빠르게 액셀을 밟았다.

그대로 아파트에 도착한 오상진. 집으로 들어간 오상진은 당장 세나랑 오상희를 불렀다. 그러곤 세나를 통해 다시 한번 황인철 이사와 통화했던 내용을 들었다.

“황 이사가 너에게 그렇게 말했단 말이지. 말을 듣지 않으면 이 바닥에 안 좋은 소문을 흘리겠다고.”

“네.”

“혹시 녹음했니?”

“아뇨, 그럴 정신도 없었어요.”

“흠, 그거라도 있었으면 뭐라도 했을 텐데······.”

오상희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오빠, 그럼 어떻게 해? 이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야? 경찰에 고소하면 안 돼?”

그러자 오정진이 입을 열었다.

“야, 그런 걸로 어떻게 고소를 해. 증거도 아무것도 없는데.”

“아니, 언니가 들었잖아.”

“상희야. 그런 걸로는 처벌이 쉽지 않아. 게다가 얼굴 한번 보자고 했다면 뭘 어떻게 하려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냥 전 소속사 이사로서 전 아티스트를 한번 만나는 건데 그걸로 뭘 어쩌겠어.”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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