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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06화 (806/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02)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36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02)

“형님! 제가 다른 것은 그냥 넘어가도 소희 씨 욕하는 건 못 넘어갑니다.”

“어허, 이 사람아. 이게 무슨 욕인가. 형제끼리 그냥 하는 말이지.”

“그리고 소희 씨 저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그런가? 좀 더 심한가?”

“네. 그러네요. 그보다 형님. 왜 저 아가씨하고 같이 다니세요?”

“어? 그게······.”

한중만이 오상진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설마 저 여자랑 사귀는 겁니까?”

“에이, 무슨······. 사귀고 그러는 사이는 아닌데. 그냥 사귀는 단계로 가는 중이지. 왜? 맘에 안 들어?”

“네!”

오상진이 단호한 눈빛으로 바로 말하자 한중만이 당황했다. 왜냐하면 오상진은 보통 싫은 소리는 하지 않고, 거의 형님 뜻대로 하십시오, 이런 말을 하던 친구였다. 일단 자기를 잘 맞춰주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물론 오상진이 찍어준 영화로 큰돈을 벌게 되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한중만은 오상진이 좀 편했다.

지난번, 한소희도 홍진주를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 적 있었다. 그래서 오상진은 자신의 편을 들어줄 줄 알았다. 약간 당황한 한중만이 입을 열었다.

“혹시 소희에게 무슨 얘기라도 들었어?”

“소희 씨도 봤습니까?”

“어, 지난번에 잠깐······.”

“왜 소희 씨가 저에게 얘기를 안 했죠?”

“소희에게 아무 말도 못 들었던 거야?”

“네.”

“도대체 아까 진주가 뭐라고 그랬는데?”

“저보고 왜 자기를 못 알아봤냐고 화를 내던데요.”

한중만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해해 줘. 저 녀석 스타병에 걸려서······. 집 앞 편의점에 가는데도 선글라스를 쓰고 간다니까.”

한중만이 멋쩍게 웃었다. 막말로 그도 홍진주의 저런 안하무인으로 몇 번 데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 예쁜 여자가 자기와 만나준다고 하니 싫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상진이 저렇게 대놓고 싫은 표정을 지으니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형님. 홍진주 씨하고 어디까지 갔습니까?”

“어디까지 갔냐니······ 뭔 소리야.”

“어느 정도 진지한 사이냐고 물은 겁니다.”

“그 정도는 아니야. 그냥 몇 번 만나서 밥 먹고······.”

“스킨십은요? 설마 잠자리까지 한 겁니까?”

“에이, 아니야.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는데 끝까지 빼더라.”

“빼요?”

“괜찮은 작품에 자신을 넣어달라고 조르는데······. 왠지 그것이 막 거래하는 것 같고 그래서. 나도 좀 찝찝하던 차였어.”

“잘했어요. 지금 홍진주 씨하고 관계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뭐? 그 정도로 아니야?”

한중만이 다소 놀란 눈으로 물었다.

“형님. 제가 이것저것 사람들을 잘 보는 것을 알고 있죠.”

오상진이 영화를 찍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주연배우까지 콕 찍어서 알려줬다.

물론 오상진은 과거에서 왔기 때문에 그 배우가 잘될 거라는 것을 알고 찍어준 것이었다. 이미 검증된 영화기 때문에.

하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한중만은 모두 오상진의 안목이라고 생각했다.

“알지. 자네 사람 잘 보는 거.”

“저 아가씨, 조만간 크게 사고 칠 관상이에요.”

“아, 그래?”

“네. 저 아가씨. 같이 다니다가 형님도 피를 볼 수 있어요. 그런데도 같이 다니실 거예요?”

“아니, 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중만은 뒷말을 슬쩍 흐렸다. 솔직히 저런 여자가 자기를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기분은 좋았다. 어떤 식으로든 말이다. 그런데 정리하라고 하니 조금 아쉬운 것도 있었다.

“형님.”

“응?”

“제가 말입니다. 형님 연애하는 것에 간섭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형님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여자는 피하세요. 도대체 저 아가씨가 형님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세요?”

“그, 그건 뭐······. 그럼 나도 하나 물어보자. 소희는 처음부터 자넬 좋아했어?”

“소희 씨요? 아뇨, 처음부터 절 좋아하지는 않았죠. 그런데 저는 소희 씨 외모만 보고 쫓아다녔던 것은 아닙니다.”

“에이, 뭐가 아니야. 소희가 예쁘지 않았다면 그렇게 노력했겠어?”

“저 솔직히 큰형님이 여동생 소개시켜 준다고 해서 만난 것도 있고······. 물론 소희 씨 외모가 예뻐서 혹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는 예쁜 여자는 안 좋아해요. 제가 부담스러워서요. 형님은 안 그러세요? 예쁜 여자는 어디로 튈지도 모르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도 많을 것 아니에요. 불안하지 않으세요?”

“그렇지.”

“저도 불안해요. 군인인데······ 24시간 소희 씨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그럼 왜 만나는 거야?”

“소희 씨는요. 자신이 주장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매우 깊습니다. 무엇보다 절 아주 편안하게 만들어줘요. 그래서 만나고 있습니다.”

“그래? 소희가 그랬어?”

자신의 동생인 한소희와 비교하는 것은 웃기긴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확실히 홍진주랑 비교가 되었다.

홍진주가 예쁜 것은 사실이었다. 모델 출신이라 몸매 하나는 끝내줬다.

무엇보다 같이 거리를 다니면 항상 남들의 시선을 받아서 기분도 좋고, 으쓱하고 그랬다.

하지만 홍진주를 만나서 좋은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홍진주는 예의도 없고, 매너도 없었다. 머리에 든 것도 별로 없었다. 솔직히 한소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 여기고 몇 번 만난 것이었는데.

지금 오상진이 바라보는 한소희의 얘기를 들어보니 홍진주는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천성은 바뀌지 않을 것 같아.’

한중만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오상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튼 형님, 저 여자 빨리 정리하세요. 제가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알았어. 알았어. 그러지 않아도 나도 조금 찜찜하던 참이었어. 자네 말대로 할게. 에효, 그건 그렇고 난 또 누굴 만나나.”

“형님······.”

“알았어. 그보다 뭘 보고 있었어?”

오상진의 눈치에 한중만이 바로 대답을 한 후 화제를 돌렸다.

“아, 이거요.”

오상진이 자신이 보고 있던 기획서를 내밀었다.

“응? 앗, 나의 실수? 이거 재미있어?”

“그대로라면 조금 애매한데요. 제가 옆에 적어 놓은 것을 보세요.”

한중만의 시선이 오상진이 필기한 곳으로 갔다.

“으음, 이런 식으로 바꾸고, 캐스팅도 이렇게 하면 괜찮을 것 같다. 남자 주인공이 차현태네. 그래, 차현태를 대입하니까, 그림이 좀 나오네. 차현태가 코미디 영화는 좀 잘하잖아.”

“그렇죠. 지금 나이가 좀 있어서 아빠 역할과 약간 한물간 연예인 역할도 어울릴 것 같아요.”

“그렇지. 그런데 박보연은 또 누구야.”

“아, 그 배우. 휴대폰으로 한번 찾아보시면 아실 겁니다.”

“잠깐만······. 오, 앳돼 보이네. 그런데 생긴 것에 비해, 나이가 좀 있네.”

“네. 너무 어린 친구는 연기력이 많이 떨어질 것 같아서요. 그래서 이 친구는 어떨까 해서요.”

“알았어. 한번 소속사에 연락해 볼게. 그리고 여기에 추가로 아역을 넣어 보자 이거지.”

“네.”

“아역이라······. 잠깐만.”

한중만이 바로 연락처를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어, 앗 나의 실수 말이야. 그래. 이거 원래 초안에는 캐릭터가 하나 더 있다고 하지 않았냐. 어, 그래. 그랬어? 어쩐지······. 아니야. 아니야. 내가 나중에 다시 전화 할게.”

오상진이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어디다가 전화 하셨어요?”

“아, 여기. 앗 나의 실수 이거. 작가가 나아는 사람이거든.”

“아, 그래요?”

“그래서 물어봤는데. 자네 말대로 미혼모로 만들었었대. 그런데 우리나라 정서상 미혼모가 들어가면 영화가 안될 것 같아서 전 소속사에서 대차게 까였대. 그래서 우리에게 수정 보낸 거라고 하던데.”

“그냥 원 기획대로 하라고 하세요. 우리나라 인식도 많이 바뀌었어요. 언제까지 미혼모에 대해 인식이 안 좋다고요. 오히려 그것이 현실성 있지 않아요?”

“그래, 알았어.”

“아, 참! 이거 제목을 스캔들 메이커로 바꿨으면 합니다.”

“스캔들 메이커, 스캔들 메이커······. 그래. 앗 나의 실수보다는 스캔들 메이커가 좀 있어 보인다. 그렇지.”

“네.”

한중만이 탁자에 두 팔을 포갰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얘기를 해야지.”

“네?”

“이거 얼마나 들어올 것 같아?”

한중만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오상진이 손으로 턱을 어루만졌다.

“으음, 제 생각에는요. 연말쯤 상영해서 홍보 좀 신경 쓰고 하면······.”

“하면?”

“아마, 천만?”

“헉! 천만?”

“네.”

“이거 제작비도 별로 안 들 텐데.”

“형님 언제까지 제작비로 블록버스터를 만들겠어요. 돈으로 다 잘되면 모든 영화를 블록버스터로 다 찍죠. 막말로 블록버스터 찍는다고 해서 다 잘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지. 그래도 이 제작비 다 해도 100억도 안 될 것 같은데.”

“이거 얼마 투자하기로 했어요?”

“말했잖아. 작가랑 친하다고. 그냥 자네에게 보여주려고 했었던 거야.”

“형님, 혹시 이거 다 투자하실 여력은 있으세요?”

“여력? 있지. 100억 정도는 마련할 수 있지.”

“가능하면요. 우리 회사에서 100%다 제작비를 부담하는 걸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그렇지! 천만이 들면······. 이게 몇 배야? 맞아, 다른 사람이랑 나눠 먹을 수는 없지.”

한중만의 눈빛이 반짝였다. 조금 전까지 홍진주랑 헤어지라고 했을 때 시무룩했던 사람이 만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아, 형님.”

“응?”

“그 영화계에 기여하는 것도 좋은데······.”

“알았어. 알았어. 자네까지 나에게 잔소리하지 않아도 돼. 나 요새 반성 많이 하고 있어.”

그 얘기를 듣고 오상진이 미소를 보였다.

“아시잖아요, 형님. 차라리 독립영화 단체를 후원하세요. 형님 개인적으로 자꾸 인맥으로 투자를 하시니까. 그거가지고 직원들이 불만이 많아요.”

“뭐? 직원이 그런 말할 사람은 김 실장 뿐인데······. 김 실장 불만이 그렇게 많아?”

“소희 씨도 비슷하게 얘기를 하고요.”

“커험. 자네도 그렇게 생각해?”

“저야, 뭐. 형님이 영화 사업에 기여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형님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그렇게 지내시는 것이 보기 좋아요.”

오상진의 말에 한중만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역시 자네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군.”

“그런데 형님.”

“응?”

“솔직히 말해서 여기저기서 청탁 많이 들어오고 그렇죠.”

“그거야 뭐······.”

“형님이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죠. 형님이 호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아, 무슨 호구까지······.”

얘기를 하는 한중만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요새 들어서 말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와서 친분을 찾고, 그러면서 투자를 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 사람들 때문에 요새 전화 받는 것도 무서울 정도였다. 어디 나가는 것도 신경이 쓰였다. 또, 오상진 얘기를 들어보니 나쁜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아예 독립영화 단체 같은 곳에 작품 제작 투자를 하라는 거지?”

“뭐, 거기라도 인맥이 작용되지는 않겠지만 그 정도만 하면 되지 않습니까. 형님 지금까지 소원풀이는 하지 않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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