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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04화 (804/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00) >

인생 리셋 오 소위! 134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00)

오상진은 오랜만에 소중 픽처스를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못 보던 직원이 오상진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오상진은 처음 보는 남자 직원을 보며 깜짝 놀랐다.

“어, 저어······.”

남자 직원이 오상진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 네. 김우진 실장 없어요?”

“아, 김 실장님요. 저기 안에 계시는데······.”

이쯤 되면 직원이 알아서 김우진 실장을 불러와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그 남자 직원은 오상진을 빤히 바라봤다. 오상진은 괜히 뻘쭘해졌다. 그때 오상진을 구원해 주는 목소리가 있었다.

“어머나, 오 이사님.”

탕비실에서 나오는 여자 직원이 바로 오상진을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언제 오셨어요.”

“아, 예령 씨 안녕······.”

오상진이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남자 직원의 눈이 커졌다.

“네에? 이, 이사님요?”

“네, 맞아요. 최은석 씨.”

조예령이 바로 대답했다. 그러자 최은석 신입사원이 당황했다. 그 모습을 보던 조예령이 후다닥 뛰어가 최은석의 옆구리를 꾹 찔렀다.

“내가 지난번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 회사 투자자님이 계시다고, 얼굴까지 보여드렸지 않나요?”

“아, 예에. 죄송합니다. 제가 못 알아봤습니다.”

최은석 신입사원이 바로 90도로 인사를 했다. 오상진이 두 손을 저어 보였다.

“아뇨. 그럴 수도 있죠. 괜찮아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네. 이사님.”

오상진이 가벼운 미소로 인사를 한 후 손을 내밀었다.

“정식으로 인사하죠. 오상진입니다.”

그러자 최은석 신입직원이 놀라며 두 손으로 악수를 했다.

“신입사원 최은석입니다.”

최은석 신입사원은 최근에 새롭게 뽑은 직원이었다. 그 옆에 있던 조예령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사님, 차 한 잔 드릴까요?”

“좋죠.”

“커피, 녹차, 주스 있는데 어떤 걸로 드릴까요?”

“으음, 녹차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까딱한 후 응접실로 들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최은석이 조예령에게 물었다.

“그런데 진짜 투자자 맞아요?”

“왜요? 너무 젊어서 놀랐어요?”

“네. 아무리 봐도 제 또래로밖에 안 보이는데요.”

“맞을걸요.”

“와, 그럼 금수저예요?”

“금수저? 맞다. 젊은 나이에 이 정도 재력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호호호. 그러나 금수저는 아니에요. 저분은 그냥 미다스의 손이에요.”

조예령은 뭔가 뿌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미다스 손이요?”

“네. 우리 이사님 정말 완벽해요. 여태 찍어서 안된 영화가 없어요.”

“진짜요?”

“그럼요. 오 이사님 아니었으면 우리 회사 이만큼 성장하지도 못했을걸요.”

“정말요?”

최은석 신입사원은 계속해서 놀라고 있었다. 그런 옆에서 조예령은 신나서 얘기를 했다.

“그렇다니까요. 은석 씨도 앞으로 우리 이사님께 잘해요.”

“아, 네에······. 알겠습니다.”

최은석은 멍하니 오상진을 바라보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쩐지 사장님이 계속 사고 쳐도 회사가 잘 굴러가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네.”

최은석은 오상진이 사라진 곳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소중 픽처스 사무실은 최근에 새 단장을 했다. 그러면서 응접실 겸용 회의실을 새롭게 뒀는데 그곳으로 오상진이 들어갔다.

긴 원형 테이블에 의자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그 의자 하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책상 위로 굴러다니는 영화 대본이 보였다. 그것을 손으로 몇 번 뒤적였다. 그사이 김우진 실장이 들어왔다.

“이사님, 오셨어요?”

“어, 그래. 오랜만이다. 그런데 회사에 직원 하나 늘었더라.”

“아, 최은석 사원요?”

“그래.”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뭘 몰라?”

“촉이라는 것이 있는데······. 조만간 그만둘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요.”

“왜?”

오상진이 의문을 가지자 김우진 실장이 입을 열었다.

“왜 그러겠어요. 대표님이 자꾸만 밖에서 사고만 치고 다니시고 있잖아요. 그런데 저 직원 입장에서는 우리 회사가 정상적으로 보이겠어요?”

김우진 실장은 앉자마자 투덜거렸다. 곧이어 마치 월례보고라도 올리는 듯 한중만의 뒷담화를 까기 시작했다.

“최근에 말이에요 어떤 독립영화에 투자를 했는데 그걸 뜯어말리느라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아세요?”

“아, 그래?”

“그것뿐인 줄 아세요? 제가 안 된다는 영화에 자꾸만 투자를 하겠다는 거예요. 그거 아시죠. 우리 대표님이 항상 하는 입에 달고 다니는 말. 이번에는 진짜 잘된다. 믿어달라. 촉이 확 온다. 뭐 이런 말씀 말이에요.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진짜 아니거든요. 정말 아니에요.”

김우진 실장이 투덜거리는 모습에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제목이 뭔데?”

“제목요? 그게 잘 기억도 나지 않아요. 가만있어 보자. 그러니까······.”

김우진 실장이 이마를 찡그리며 생각했다.

“아! 초대받지 않은 뭐, 어쩌구 하던데요.”

“그래?”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독립영화든, 대중영화든 무조건 흥행이 안 되리라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상진의 기억 속에 전혀 들어보지 못한 제목인 것을 보면 안되는 영화가 틀림없었다.

“그래서 거기 얼마나 투자하신다고?”

“2억요.”

“2억이라······.”

사실 따지고 보면 큰돈이었다. 그러나 소중 픽처스가 그동안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작은 돈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대표라는 이유만으로 돈을 막 쓰고 그러는 것 역시 아니었다.

“알았어. 내가 오늘 대표님께 한 말씀 드릴게.”

“정말요? 진짜죠?”

“그래!”

“꼭입니다. 꼭!”

“알았다니까.”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는데 조예령이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이사님 녹차 가지고 왔어요.”

“아, 고마워요.”

오상진이 환한 미소로 답했다. 조예령이 환하게 웃으며 수줍게 대답했다.

“별말씀을요.”

김우진 실장이 약간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조예령을 봤다.

“예령 씨.”

“네?”

“내 거는?”

“뭐요?”

“차! 나는 차 안 줘요?”

“김 실장님 아까 안 계셨잖아요. 그래서 물어보지 못했는데······. 차 가져다드려요?”

조예령이 살짝 억울한 듯 차갑게 말했다. 그 순간 김우진 실장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야, 이 온도 차이 무엇? 왜, 임자 있는 우리 이사님께는 따뜻하게 굴고. 솔로인 나에게는 차갑게 말하는 거지?”

조예령이 여전히 딱딱하게 말했다.

“방금 이유를 말씀하셨네요.”

“뭐?”

“방금 이유를 말씀하셨다고요.”

“헐, 설마하니. 내가 예령 씨를 넘볼 것 같아서 그래?”

“맞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흥! 꿈도 꾸지 마세요.”

조예령이 날카롭게 노려봤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두 사람이 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오상진은 조예령을 인턴일 때 봤다. 그때는 별로 경험도 없고,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을 했었다.

그런데 조예령이 꼼꼼하게 일도 잘하고, 주변 정리도 잘했다. 김우진 실장은 약간 어지르는 스타일인데 말이다. 물론 대표인 한중만도 마찬가지였다. 가끔씩 한소희가 사무실에 드를 때마다 잔소리를 한없이 쏟아내야 했다.

그러나 조예령이 들어오고 난 후부터는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알아서 척척 해주니 또 그것이 예뻐 보이기도 했다. 오상진이 쭉 지켜보고 난 후 슬쩍 물었다.

“예령 씨, 혹시 말이에요. 여기서 정식으로 일해볼 생각 없어요?”

“여기서요? 저야 좋죠.”

조예령이 엄청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정직원이 되고, 어느덧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중이었다. 오상진이 그런 조예령을 보며 물었다.

“예령 씨는 어때요? 회사는 다닐 만해요?”

“네. 저는 나름 좋아요. 솔직히 처음에 겁은 났어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런데 하다 보니까, 일도 적응이 되고 괜찮은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오상진이 앞에 앉은 김우진 실장을 봤다.

“김 실장은 어때?”

“예령 씨요.”

김우진 실장이 슬쩍 조예령을 봤다. 그런데 그녀의 싸늘한 눈빛을 발견하고 바로 고자질을 했다.

“저저, 봐요. 나한테만 저래요. 아, 지금 보니 조예령 씨 맘에 안 들어요.”

“김 실장. 네가 사심을 안 가지면 되지 않을까?”

오상진의 조언에 김우진 실장이 바로 말했다.

“저 사심 없어요. 아까 그 말은 농담이었어요.”

“정말?”

“어험······.”

오상진이 되묻자 김우진 실장이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사실 그는 조예령을 정직원으로 받자고 했을 때 흔쾌히 허락을 했는데, 그 이유는 조예령의 외모가 정말 예뻐서였다. 그리고 그 당시 김우진 실장이 오상진에게 다짐했던 말이 있었다.

“저 말입니다. 예령 씨에게 퇴사하기 전에 꼭 고백하고 퇴사하겠습니다.”

그 이후로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아무튼 느낌상 김우진 실장이 조예령에게 대차게 차인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같이 지내는 것으로 봐서는 크게 어색한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예령 씨가 우리 김 실장 잘 좀 봐줘요. 이 친구 알고 보면 진국입니다.”

“어멋! 이사님. 저 생각보다 눈 높아요.”

그 말을 하며 조예령이 오상진을 똑바로 바라봤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후, 예령 씨. 나는 안 돼!”

바로 조예령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알아요. 하늘도 너무하시지. 어떻게 이사님 같은 분을 한 분만 내려보내 주셨는지.”

조예령이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던 김우진 실장이 곧바로 토악질을 하는 행동을 취했다.

“우엑······.”

그 모습을 보던 조예령이 바로 눈을 똑바로 떴다.

“또또······. 자꾸 그러니까 내가 김 실장님 싫어하잖아요.”

“와, 세상에······. 도대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부하직원이 상사를 싫어한다고 대놓고 말할 수가 있죠?”

“그러게 적당히 좀 하지. 너도 예령 씨를 대할 때 직원으로 대했어야지. 새롭게 남자 직원도 들어왔는데. 언제까지 장난식으로 그럴 거야.”

“맞아요! 내가 그렇게 말을 해줘도······.”

김우진 실장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그 표정에 조예령은 기분이 조금 좋아졌는지 응접실을 나가면서 말했다.

“커피 갖다 드릴게요.”

그 모습을 김우진 실장이 빤히 바라봤다. 오상진이 손을 휙휙 저었다.

“야야, 눈 빠지겠다. 눈 빠지겠어.”

“어후, 아닙니다.”

“너는 예령 씨가 그렇게 좋냐.”

“무슨 소리예요. 아니에요.”

“아니긴, 네 표정에 딱 드러나는데.”

“제 표정이 어떤데요? 이상한 말씀하시네요, 소대장님도 참······.”

“야. 너는 꼭 불리할 때 소대장을 찾더라.”

“아, 진짜······. 그럼 소대장님 제가 연애도 못 하고 늙어 죽길 바라세요?”

“그러니까, 인마. 면도도 좀 하고 깔끔하게 다녀. 그러고 너 말이야. 지금 모습이 어떤 줄 알아. 너, 자꾸 우리 둘째 형님 닮아가고 있어.”

“네? 와······. 지금 저 디스하시는 겁니까?”

“으잉? 디스!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이 디스야? 난 그냥 하는 말인데. 오히려 너야말로 우리 형님 디스하는 거 아니야?”

“어험. 그렇게 되나? 그러면 서로 모르는 걸로 하죠.”

“그래, 인마! 그리고 너, 면도 좀 하고 깔끔하게 다녀봐. 미용실도 가서 머리도 좀 자르고! 피부! 피부 관리도 좀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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