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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01화 (801/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9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31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97)

술에 취해서 침대에 뻗어 있던 최정아의 귓가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씨, 뭐야.”

이불을 머리끝까지 푹 올리며 소리쳤다.

“아, 좀! 조용히 해!”

아직까지 술에 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런 최정아의 말이 방 밖으로 나갈 리는 없었다. 결국 소란에 짜증이 폭발한 최정아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아이, 시발······.”

잔뜩 인상을 구기며 방문을 확 열어젖힌 최정아가 소리를 질렀다.

“아, 뭐야! 뭐냐고!”

순간 밖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최정아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최정아도 거실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똑같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짐들을 옮기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뭐예요! 다, 당신들 누구예요?”

그때 최정아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박승미가 피식 웃으며 나타났다.

“어? 최정아 일어났네.”

박승미는 히죽 웃으며 팔짱을 낀 채로 서 있었다.

“뭐야. 이게 다 뭐냐고!”

“보면 몰라? 우리 짐 빼잖아.”

“짐을 빼? 누구 맘대로?”

“어? 너 얘기 못 들었어?”

“무슨 얘기?”

“우리 계약 해지했잖아. 몰랐어?”

“뭐? 정말?”

최정아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지금 박승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못 하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데 또 다른 방에서 이은영이 나왔다.

“승미야. 이거 네 거야?”

박승미가 바로 팔짱을 풀고는 물건을 확인했다.

“내 거 맞네.”

“야! 네 짐이 왜 이렇게 많아!”

“그러게······. 이거 가져갈 거야? 어차피 숙소 생활하잖아.”

“멍청아. 너 얘기 못 들었어? 우리 같은 층에 있지만 방은 각자 생활하잖아. 그러려면 미리 챙겨둬야지.”

“아, 맞다. 그렇지.”

“우리 이제 숙소 좋은 곳으로 옮기면 각방 쓸 수 있는 거지.”

“그렇다니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최정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 뭐야? 이제 아이돌 안 할 거야?”

“뭔 소리야. 우리가 왜 아이돌을 안 해.”

“맞아. 아이돌 할 거야.”

“그런데 왜 이사를 가? 너희들 설마······.”

최정아가 눈을 부릅뜨고 두 사람을 노려봤다. 그러자 이사 준비를 거의 끝낸 김승혜가 나왔다.

“맞아. 우리 다른 소속사랑 계약 끝냈어. 그러니까, 우리 아이돌 계속할 거야.”

“너희들 정말 우리 삼촌 회사랑 계약 해지했어?”

“아까 뭘 들었니. 계약 해지했다고 했잖아. 우리는 이제 여기 빅스타 소속이 아니라고. 오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야.”

김승혜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최정아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너희들 미쳤어! 오 엔터는 또 뭐야.”

“정아야. 너 술이 덜 깼니?”

“뭐?”

“술이 덜 깼냐고. 여태까지 우리가 한 얘기를 못 들었어? 우리 여기 소속이 이제 아니라고. 그래서 이사를 가는 거라고!”

“······.”

최정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삿짐 옮기는 인부들만 분주히 움직였다. 가만히 지켜보던 이은영이 최정아에게 말했다.

“최정아. 너 말이야. 우리가 오냐오냐하고 넘어가니까 만만했지? 너 여기 사장님 조카만 아니었다면 내 손에 죽었어, 알아?!”

이은영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최정아는 순간 너무 당혹스러웠다. 이은영의 이런 모습도 저 뒤에 눈을 흘기며 경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도 너무 낯설었다.

“너, 너희들 뭐야.”

“이게 진짜, 우리가 우습냐고!”

“······.”

이은영의 윽박지름에 최정아는 놀란 눈으로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러자 뒤에 있던 박승미가 말했다.

“은영아, 그만해. 이제 쟤랑 볼 일도 없는데. 됐어.”

“하긴 노래도 못해. 춤도 못 춰. 삼촌 빽만 믿고 까부는 애인데. 방송국에서 만날 일도 없겠네.”

“얼굴 뜯어고치면 다 아이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애인데 뭐.”

최정아는 이번에 참지 않았다.

“야! 너희들 말 다 했어!”

“말 다 못했다. 네가 지금까지 우리들에게 뭘 어떻게 했는지 하나하나 다 따져서 해줘?”

“너희들 맘대로 해.”

최정아가 소리를 빽 질렀다. 그때 세나가 밖에 있다가 현관 앞에 나타났다. 세나를 본 최정아가 바로 불렀다.

“언니!”

“어, 그래. 정아야. 그렇지 않아도 네 얼굴 못 보고 가나 했는데······. 일어났네.”

“언니, 이거 뭐야?”

“어제 말하려고 했는데, 너 낮에 나가서 새벽에 들어왔잖아. 말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게 뭐냐고요.”

“우리 빅스타랑 계약 해지했어. 이제 우리는 다른 소속사 사람이야.”

“언니, 누구 맘대로! 이러는 것이 어디 있어요.”

최정아가 말도 안 되는 걸로 떼를 썼다. 그 뒤로 오상희가 무서운 얼굴로 등장했다.

“야! 그 입 안 닥쳐!”

최정아가 오상희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오상희가 세나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이러는 것이 어디 있긴. 여기 있지! 왜? 네가 그동안 누렸던 그 특별함을 이제 못할 것 같아서 속상해? 그래서 그런 거야?”

“······.”

“좋아, 떠나는 마당에 할 말은 이제 하자! 너, 다 같은 연습생 아니야? 왜 너만 특별 대우를 받아? 왜 너만 저 큰 안방을 혼자 사용하고, 왜 너만 네 멋대로 나가서 놀다가 새벽 늦게 들어오고 그러는데. 봐봐, 여기서 우리가 이상한 거니, 아니면 네가 이상한 거니?”

오상희가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다. 최정아는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대로 다 나간다고.”

“그래. 다 나가기로 했어.”

최정아는 뭔가 억울하다는 듯 씩씩거렸다. 그런 최정아를 보면서 오상희가 피식 웃었다.

“정아야. 네가 마음씨를 조금이라도 곱게 썼으면 너까지 같이 데려가자고 그랬을 텐데.”

“됐어! 내가 거길 왜 가! 보나 마나 3류 기획사겠지. 아니면 이상한 곳이거나. 그곳에서 데뷔도 하지 못하고, 룸살롱에서 몸이나 팔겠지!”

최정아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내뱉었다. 곧바로 주변에 있는 5명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이번에도 나서는 사람은 오상희였다.

“야, 최정아. 너 말을 그딴 식으로 하냐. 지금까지 내가 멤버로서 봐줬더니······. 너 진짜 한 대 맞는다.”

“왜? 뭐? 진짜 때리려고?”

오상희가 씨익 웃었다.

“너 잘 모르나 본데. 나 여자 잘 때려.”

최정아가 살짝 겁을 먹은 얼굴이 되었다.

“너어, 우리 아빠가 누군지 몰라? 우리 아빠 말이야1”

“그래서 뭐? 나도 우리 오빠 있는데 뭐?”

“너희 오빠? 오빠가 돈 많아?! 우리 아빠는 병원 원장님이거든?”

“아, 정신병원 원장! 거기도 원장이라고 하는구나.”

“뭐!”

“아, 너 방금 물었지. 우리 오빠 돈 많냐고. 맞아, 우리 오빠 돈 많아. 빌딩도 5채나 있고, 이번에 우리가 들어가는 곳도 오빠가 빌딩 빌려서 기획사 차려 버렸어. 우리 거기로 들어가는 거야.”

“뭐? 뭐라고? 너희 오빠가?”

최정아는 몹시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현관에서 최지현 이사가 나타났다.

“응? 너희들 여기서 뭐 하고 있어? 빨리빨리 짐 옮겨야지.”

“네. 이사님.”

아이들이 서둘러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그러다가 최지현 이사가 최정아를 발견했다. 혼자 씩씩 열을 내고 있었다.

“응? 넌 누구니?”

“그러는 아줌마는 누군데요?”

순간 아줌마라는 말에 최지현 이사의 눈썹이 꿈틀했다.

“아줌마? 너랑 나랑 지금 몇 살 차이도 안 나는데 아줌마로 보여?”

“어쨌든 아줌마는 맞잖아요.”

“뭐, 그렇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고.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네가 정아로구나.”

“저 알아요?”

“그럼 알지. 삼촌 믿고 까부는 애.”

“뭐라고요.”

“됐어. 너랑 얘기할 시간 없어. 아무튼 그동안 우리 애들이 신세 많이 졌어. 아, 그리고 너 솔로 데뷔가 꿈이었다며. 이제 우리 애들도 빠졌으니 걱정 말고 솔로 데뷔해.”

“남이사, 뭘 하든 말든 뭔 참견이래.”

“으응, 너 하는 짓거리를 보니까 이 바닥에서 성공하기는 글렀다.”

“자기가 뭔 상관이래.”

최정아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최진현 이사의 장난기가 발동되었다. 도저히 이대로 그냥 물러서기에는 인내력이 조금 부족했다.

“아, 그러고 보니 너 코······. 어디서 했니?”

“코요?”

최정아가 갑자기 자신의 코를 손으로 가렸다. 사실 최정아는 얼굴을 거의 갈아엎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자기 스스로 코가 불만이었다. 다른 사람이 봐도 코가 어색한 것 같다고 하고, 자기가 봐도 좀 이상했다. 그러고 있는데 연예인만큼 예쁜 최지현이 고개를 쑥 내밀며 코를 지적하자 부끄러웠다.

“너어, 코 다시 해야겠다.”

“뭐래요? 이거 제 코거든요.”

“뭐? 네 코야? 대단하다. 너 태어날 때부터 코가 그랬구나. 진짜 대단해.”

“진짜, 뭐라는 거야.”

최정아가 고개를 홱 돌리자 최지현 이사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애들이 나오며 말했다.

“이사님 저희 짐 다 챙겼어요.”

“알았어. 저기 저 방, 저 방에 있는 물건 다 챙겨서 옮겨 주시고요. 우리도 이제 출발하자.”

“네.”

다들 최지현 이사를 따라서 집을 나갔다. 최정아는 텅 빈 집 안을 훑어보며 소리쳤다.

“아이씨, 뭐야!”

그 길로 최정아는 휴대폰을 꺼내 아빠인 최대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신호음만 갈 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왜, 전화를 안 받아.”

성격이 지랄 맞아서 그런지 최정아는 몇 번이고 종료 버튼을 눌렀다가 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를 받을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10여 분간 계속 통화 버튼을 누르고서야 수화기 너머 최대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딸. 왜?

“아니, 왜 이제야 전화를 받고 그래!”

-아빠, 지금 일하고 있잖아.

“일은 무슨 또 여자 만나지.”

-이 자식이 진짜. 아빠에게 못하는 소리가 없네. 너 그럴 거면 당장 집으로 들어와.

“그렇지 않아도 집에 들어가려고 해.”

-뭐? 너 가수 한다며. 가수 안 할 거야?

“몰라! 애들 다 방 빼서 나갔어. 여기 이제 아무도 없단 말이야.”

-방을 빼? 그게 무슨 소리야.

“에이씨, 그걸 왜 나에게 물어! 삼촌에게 물어봐!”

최정아는 짜증만 잔뜩 부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게 뭐야. 걸 그룹 시켜 준다면서.”

그저 열만 잔뜩 부릴 뿐이었다. 물론 최정아는 솔로 가수가 하고 싶었다. 하지만 솔로로 데뷔하기에는 자신의 능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때문에 결국 걸 그룹에 묻어가려고 했다. 자기가 그 속에서 리더가 되어서 말이다. 그래서 여태 지랄을 떨었던 것이었다.

아무리 갑질이 좋고 그래도, 멤버들이 있어야 리더 노릇을 할 것이 아닌가. 멤버들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는 꿈이나 마찬가지였다.

“좋아, 알았어. 내가 성공해서 너희들 다 짓밟아 버릴 거야.”

최정아가 휴대폰을 손에 꽉 쥐며 씩씩거렸다.

한편 최정아의 전화를 받은 최대식은 딸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소리야. 무슨 방을 빼? 이해할 수가 없네.”

잠깐 고민을 하던 최대식이 휴대폰을 들었다. 전화번호부에서 동생을 검색해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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