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9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30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96)
-그런데 형님이 5년은 거기서 버텨보라고 하던데요.
“5년? 5년 후에는? 빌딩을 판매한대?”
-5년 후까지 잘 버티고 운영 잘하면 그때 봐서 시세에 맞게 판매한다고 하던데요.
“와, 5년 후 시세에 맞춰 팔면 빌딩 가격이 상당히 오를 것 같은데······.”
-에잇, 말했잖아요. 저희 형 장난 아니라고.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해요. 괜히 선진그룹 본부장이겠어요.
S.H빌딩은 강남 한복판에 세워진 빌딩이었다. 막말로 입지는 물론이고, 주변 상권까지 모든 것이 다 좋았다. 그래서 이 빌딩을 구입하고 싶었다. 현재 오상진이 가지고 있는 다른 빌딩들은 강남 중심가가 아닌 전부 서울 외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기회에 하나쯤은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빌딩을 구입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최강호 본부장이었다. 쉽게 넘겨줄 것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다.
-아, 맞다. 그리고 형이 대놓고 얘기는 하지 않았는데요. 아무래도 소라 누나에게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아, 그런 거였어?”
-네.
“그런 빌딩이면 내가 포기를 해야지. 대신에 임대료는 싸게 가는 거야?”
-네, 임대료는 거의 공짜 수준으로 계약서를 작성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주면 고맙고. 알잖아, 우리 당분간 수입이 거의 없다는 거.”
-와, 소대장님 이럴 때 보면 은근히 짠돌이라니까요.
“인마. 한 푼이라도 아껴야지. 또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리고 5년 후에 우리 나갈 때 되면 형님에게 말해서 괜찮은 빌딩 하나 소개시켜 달라고 해.”
-네네, 그때쯤 되면 제가 다 알아서 준비해 놓겠습니다.
“와, 강철이 네가?”
-어? 저 못 믿으시는 겁니까?
“아니야. 믿지. 우리 강철이를 어떻게 못 믿냐. 그러려면 너 열심히 일해야겠다.”
-왜 그러세요. 솔직히 소대장님께 말씀드리는 건데요. 저 우리 그룹에 관심 없어요. 나중에 소대장님이랑 일할 거예요. 아니지 동업할 겁니다.
“누가 같이 해준대?”
-와, 딱 지금 봐도 거의 동업하는 수준 아닙니까? 아니면 저 지금이라도 손 떼요?
최강철이 은근히 협박을 했다. 오상진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니야. 아니야. 손 떼지 마.”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참! 소대장님. 술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술 준비되었어?”
-술이야. 벌써 준비를 했죠. 이거 계속 제 술 창고에 두고 있는데 따고 싶어서 죽겠는데요.
“야! 그러지 마. 우리 장인어른 거야.”
-그러니까, 얼른 가져가시라고요.
“알았어. 그러지 말고 말 나온 김에 저녁이나 먹자. 너 저녁에 약속 있냐?”
-약속은 없어요. 그냥 일해야 하는데요.
“너는 무슨 토요일 저녁까지 일을 하냐.”
-소대장님 아까는 열심히 일을 하라면서요. 저희 형은 일요일까지 일하는데······. 저는 그나마 일요일은 쉬어요.
“이야, 너희 형도 장난 아니구나.”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렸잖아요. 선진그룹 물려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요. 진짜 정말 열심히 해야 돼요.
“그래. 그룹 오너도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구나. 아무튼 저녁에 넘어와.”
-우리 지현 씨도 같이 먹는 거죠?
“그럼! 지현 씨도 같이 먹어야지. 우리 회사 이사님인데 빠져서야 되겠어.”
-소대장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우리 지현 씨 챙겨주셔서요.
“너야말로 그런 말 하면 섭섭하지. 우리가 말 그대로 남도 아니고 말이야.”
-그렇죠. 우리가 남은 아니죠.
“그럼!”
-알았어요. 저 일 금방 정리하고 넘어갈게요. 먼저 식사하고 그러지 마세요. 아니다, 먼저 식사해도 돼요. 저는 그냥 술만 같이 먹어도 되니까요.
“됐어, 인마. 너 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일 다 보고 넘어와.”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과 최강철은 그렇게 통화를 마쳤다. 때마침 사무실 문이 열리고 한소희와 최지현이 같이 들어왔다.
“통화 끝났어요?”
“네. 강철이 오기로 했어요.”
“어멋! 그래요.”
최지현 이사가 슬쩍 미소를 보였다. 한소희가 커피잔을 내밀었다.
“그럼 우리 다 같이 저녁 먹는 거예요?”
“그래야죠. 지현 씨도 우리 소희 씨 도와준다고 고생 많았어요.”
한소희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어험, 저기 오 대표님.”
“네?”
“우리 회사에서는 제대로 호칭을 불러주세요. 지현 씨가 아니라, 최 이사님이라고요.”
“아아, 미안해요. 한 대표님, 그리고 최 이사님.”
최지현 이사가 당황하며 두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냥 편안하게 부르세요.”
“우리 소희 씨 말이 맞아요. 회사 내에서의 호칭은 그러는 것이 좋겠어요. 회사 밖에서는 편안하게 부를게요.”
“네.”
오상진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최지현 이사에게 물었다.
“참, 최 이사님. 어떻게 이렇게 빨리 사람들을 데리고 올 수 있었어요?”
“솔직히 이 바닥이 고생하는 사람 따로, 돈 버는 사람 따로예요. 전부 다 전에 있던 회사에서 야근까지 하며 정말 열심히 일했거든요. 그런데 대표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약속한 보너스도 안 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다들 힘들어하던 차에 제가 나간다고 하니까. 저에게 넌지시 물어보더라고요. 그 회사는 괜찮냐면서요.”
오상진은 최지현 이사의 말에 집중했다.
“그래서 전 솔직히 말했어요. 그 회사가 차밍 엔터테인먼트 물려받은 회사다. 아티스트 계약은 따로 할 것이지만 신소라 씨하고는 바로 계약을 할 거다. 그러니까, 서로 오겠다고 난리였어요. 그중에서도 추려서 데리고 오느라고 힘들었어요.”
최지현 이사가 웃으며 말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셨어요. 그런데 우리 아티스트들이 너무 적지 않아요? 엔젤스도 데뷔를 하려면 아직 멀었고. 신소라 씨도 바로 작품 들어가는 것은 아니죠?”
“네. 작품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두세 달 정도는 휴식을 취하겠다고 하네요. 그동안 들어온 작품들도 확인하면서요.”
“그래요. 회사가 그래도 좀 굴러가려면 아티스트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공개 오디션이라도 봐야 하나요?”
“그렇지 않아도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전에 회사에 있던 연습생들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저희 쪽으로 넘어가고 싶다고 말이에요.”
“계약 괜찮아요?”
“연습생들은 계약 해지가 쉬워요. 데뷔한 것도 아니고, 그래도 회사에서 투자한 것도 많지 않아서요.”
“그래요? 가능성 있는 친구들이에요?”
“네. 제가 보기에는 그래요. 그리고 저희 회사 스폰서가 선진그룹이잖아요. 언제까지 그 덕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쓸 수 있을 때 팍팍 써 보려고요.”
최지현 이사의 말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서 이 바닥은 어찌 보면 인맥이 재산이었다.
또 그런 후광 효과들이 중요했다. 누가, 어떤 기업이 후원을 해주는 가에 따라서 말이다.
그런 면에서 최지현 이사 남자친구가 최강철이었다. 게다가 신소라까지 오 엔터테인먼트 식구였다.
그런 면에서 선진그룹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네. 어쨌든 선진그룹이 전면에서 나서주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도움받을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도움을 요청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그 연습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계약금을 줘야 하나요?”
오상진의 말에 최지현 이사가 바로 답했다.
“당연히 계약으로 묶긴 해야 해요. 대신 계약금은 그리 많이 주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요새는 계약금을 주지 않는 추세예요. 그 계약금이 나중에 위약금이 되어버리거든요.”
“그러면······.”
“대신 숙소나 먹을 것은 지원해 줘야 해요.”
“의식주 말씀이시죠.”
“의는 말고, 식, 주 위주로 해주면 될 것 같아요.”
“으음······.”
“전에 있던 회사에서도 코딱지만 하지만 숙소를 지원해 줬어요.”
“그렇군요. 숙소는 말고 그냥 차라리 빌라를 매입하세요.”
“빌라요? 그럼 돈이 제법 들 텐데요.”
최지현 이사의 말에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최 이사님 걱정 마세요. 저희 남자친구 은근히 알부자랍니다.”
“아, 그렇죠.”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최지현 이사에게 말했다.
“솔직히 이 빌딩을 매매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최강호 본부장님께서 안 파신다네요.”
“아깝다. 여기 매매하면 나중에 엄청 비싸게 팔릴 텐데······.”
한소희가 아쉬워하니까, 오상진이 그 얘기를 했다.
“본부장님께서 그걸 아시더라고요.”
“그렇죠! 역시 부자들은 그걸 모를 리가 없어요.”
한소희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최지현 이사가 바로 다음 얘기로 넘어갔다.
“그럼 오 대표님. 그 매입할 돈으로 빌라를 매매하실 생각이신 거죠?”
“네. 아무래도 원룸이나 그런 곳은 보안이 조금 취약하니까요. 괜찮은 오피스텔 나온 것이 있으면 매매를 해도 될 것 같은데요.”
오상진의 말에 최지현 이사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오피스텔을 구입하려면 회사 근처로 하는 것이 좋을 텐데······. 그러면 매매 가격이 좀 될 텐데요.”
“어차피 우리 엔젤스 멤버들도 숙소 생활은 해야죠. 다 같이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도 좋지만. 전 그렇게 생각해요. 각자만의 공간도 필요하다는 것을요. 그리고 여기서 멈추지 않잖아요. 아티스트도 늘어날 것이고, 또 김승호 이사 얘기를 들어보니, 엔젤스 데뷔시키고 나면 신인 보이그룹도 준비를 할 것이라고요. 그러면 미리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네요.”
“오 대표님 말씀 들어보니 좋은 생각 같네요. 그러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최 이사가 알아봐 주시면 좋죠.”
“매매 가격은 어느 정도까지 생각하고 계시는 거예요?”
“일단 100억 정도 선에서 알아봐 주세요.”
“100억요? 아, 알겠어요. 그럼 꽤 괜찮은 곳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지현 이사가 바로 노트에 필기를 했다. 그러면서 놀란 눈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 강철 씨랑 상의를 해보도록 할게요.”
“그렇게 해요.”
그 뒤로 몇 가지 더 얘기를 주고받았다. 대략 2시간 정도 얘기를 더 주고받은 후 사무실이 열리며 최강철이 들어왔다.
“저 왔습니다.”
“어, 왔어?”
“어, 다들 여기 계셨네.”
“그래, 인마.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래요? 그럼 어서 나가시죠.”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철이 네가 쏘는 거지?”
“그럼요. 제가 사야죠.”
네 사람은 자연스럽게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랜만에 스테이크를 썰면서 서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최강철과 최지현이 심야 영화를 보겠다면 따로 데이트를 잡았다. 오상진과 한소희 역시 서울 아파트로 들어왔다.
“이 집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남자친구가 외지에서 생활해서 나 혼자 생활을 하려니 쓸쓸했는데.”
한소희가 그렇게 말을 하자 오상진은 미안한 얼굴이 되었다. 오상진이 한소희 뒤로 가서 백허그를 해줬다.
“미안해요. 앞으로 자주 올라오도록 할게요.”
“안 그래도 되니까. 몸 건강히 군 생활 열심히 해요. 상진 씨 나 때문에 신경 쓰고 그러는 것이 싫어요. 그냥 상진 씨는 자기 일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아요.”
한소희가 몸을 돌려 그런 오상진의 콧잔등을 가볍게 톡 두드렸다. 그런 한소희를 뜨겁게 바라보던 오상진이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요. 소희 씨가 있어서 정말 든든해요.”
“당연하죠. 이렇게 외조 잘하는 여자친구가 어디 있어요.”
“그러게요.”
오상진은 그 말과 함께 다시 한번 한소희를 꽉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