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92)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26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92)
-뭔가 본인만 알고 있다는 듯 말을 잘 안 하더라고요. 아, 그것이 이거였구나. 어쩐지, 이 언니도 웃기다니까. 그냥 나한테 말하면 될 것을.
“소희 씨에게 숨기려고 한 것이다기 보다는 저쪽도 어쩌면 가족이 될 사이일 수도 있는데 말하는 것이 좀 그랬을 거예요.”
-칫!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보다 상진 씨는 나에게 언제 얘기해 주려고 그랬어요?
“아, 그때 바로 얘기해 주려고 했어요. 그런데 분위기가 좀 그래서······. 그 이후는 제가 깜빡했네요. 미안해요.”
-치이,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바로바로 얘기해 줘야 해요.
“알겠어요.”
-그보다 우리 상진 씨. 점심 어떻게 해요?
“소희 씨가 안 되면, 저는 모처럼 엄마 식당에나 들러보려고요.”
-아, 잘 생각했어요. 어머니께서 주말에 올라와 저만 보고 간다고 살짝 서운해하셨는데.
“어? 제가 자주 연락을 드리는데······. 엄마가 언제 그랬어요?”
-제가 자주 연락하잖아요.
“소희 씨가 저보다 훨씬 낫네요.”
-그걸 이제야 알았어요?
“소희 씨 제가 사랑하는 거 알죠?”
-아, 몰라요.
“소희 씨 뽀뽀!”
-아, 진짜! 그런 것 좀 시키지 마요. 쪽!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자신도 쪽 하며 뽀뽀를 해줬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오상진이 핸들을 돌려 어머니 가게로 향했다.
한울빌딩에 도착을 한 오상진은 차를 세워놓고 올라왔다. 관리원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오상진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화들짝 놀라며 달려왔다.
“아이고, 사장님 오셨어요.”
“아, 예에. 별일 없으시죠?”
“그럼요. 별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여기 빌딩처럼 관리 잘 되는 곳도 없습니다.”
“항상 이렇듯 열심히 관리를 해주시는 덕분 아니겠습니까.”
“아이고, 제가 하는 일이 원래 이것인데요. 전 받은 만큼 합니다.”
“네에. 참! 분리수거는 잘 되고 있죠?”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기 주변에 애들이 왔다 갔다 해서 혹시라도 깨진 병이라도 돌아다닐까 봐, 몇 번이라도 제가 돌아다니며 확인하고 있습니다.”
“네. 신경 좀 써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네. 그럼 수고하세요. 아저씨.”
“네, 사장님.”
오상진은 경비원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고 곧장 어머니 가게로 들어갔다.
띠동!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어머니 가게의 빈 테이블은 찾지 못했다. 종업원이 음식을 날라주다 오상진을 발견했다.
“혼자 오셨어요? 지금 자리가 없는데······. 좀 기다려 주시겠어요?”
“네, 걱정 마세요.”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주방 이모가 오상진을 발견했다.
“어? 맞죠?”
“네?”
주방 이모가 오상진을 이리저리 확인을 하며 물었다.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우리 사장님 아들 되시죠?”
“아, 네네.”
“오면 온다고 말씀을 해주시죠.”
“아닙니다. 그보다 장사 잘되시네요.”
“그렇죠. 점심때는 정신이 없네요. 어, 저기 손님 나가신다. 빨리 자리 치워줄 테니까. 저리 가서 앉아 있어요.”
“네.”
홀 아주머니가 쟁반을 들고 후다닥 뛰어가 식탁을 정리했다. 그사이 오상진은 물과 컵을 챙겨서 자리로 갔다. 그때를 같이 해 새로운 손님 두 명이 들어왔다.
“어, 자리 없네.”
“사람 겁나 많네.”
홀 아주머니가 바로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줘요. 금방 자리 생길 거예요.”
그러자 남자 한 명이 힐끔 둘러보더니 오상진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가리켰다.
“그러지 말고, 저기 혼자 앉아 계시네. 같이 합석해도 되냐고 물어보면 되죠.”
그러자 홀 아주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아이고, 저 사람 여기 사장님 아들이에요.”
“아, 그래요?”
“오랜만에 어머니 보러 온 것 같아요. 그러니 우리 단골님께서 조금 이해해 줘요.”
“그래야죠. 저희가 이해해야죠.”
그때를 같이 해 바로 자리가 생겨났다.
“아, 저기 자리 생겼네. 저리로 가요. 내가 빨리 자리 치워줄게.”
“네. 그래요.”
두 단골이 그곳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오상진 자리로 부글부글 끊는 국밥을 가지고 신순애가 나왔다.
“뭐야. 얘기도 없이.”
“어? 엄마가 직접 갖다 주는 거야.”
“그래. 아들놈이 왔다는데 코빼기도 안 비추면 어떻게 해.”
“와, 우리 엄마 또 삐지셨네.”
“됐어. 이 녀석아. 어서 먹기나 해.”
“우리 엄마 국밥 오랜만에 먹어보네.”
오상진이 허겁지겁 국밥을 먹었다. 역시나 오랜만에 먹어도 어머니가 해주시는 국밥은 여전히 맛이 있었다. 신순애는 흐뭇한 표정을 오상진을 바라봤다.
“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하겠다.”
신순애가 컵에 물을 따라줬다.
“그런데 엄마. 홀에 직원이 한 명뿐인데. 직원을 더 써야 하는 거 아니야?”
“바쁠 때만 이래. 그리고 자리도 많지 않은데 무슨 직원을 더 써.”
사실 신순애의 국밥집은 장사가 정말 잘되는 편이었다. 싸고, 양도 푸짐했다. 무엇보다 맛도 일품이었다. 그런 와중에 돈도 많이 남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상진이 돈을 잘 벌기 때문에 신순애는 굳이 그런 것에 큰 부담이 없었다.
게다가 오상진이 주기적으로 용돈도 줬다. 한마디로 식당에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많았다. 그래서 통장에 돈이 쌓여갔다.
“우리 엄마는 돈 욕심이 없으셔.”
“돈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엄마도 돈 욕심 있어. 그런데 우리 아들이 돈 잘 벌잖아. 그리고 돈 욕심도 너무 많이 부리면 안 되는 거야. 네가 잘 벌면 엄마가 베풀고 그래야지. 그래야 그 복이 다 너에게 돌아가지.”
“네네. 우리 엄마 말씀 잘 들어야죠.”
“그보다 어쩐 일이야? 오늘 소희 안 만나줘?”
“어? 어떻게 아셨어요?”
“그럼 그렇지. 이놈의 자식이 엄마를 바로 보러 올 녀석이 아니지.”
“에이, 안 그래요.”
“안 그러긴. 그보다 소희에게 무슨 일 있어?”
“어? 소희 씨가 아무 말 안 했어요? 소희 씨 회사 하나 맡아서 요즘 바빠요.”
“듣긴 들었는데······. 무슨 기획사?”
“네. 연예 기획사요. 연예인들 관리해 주고 그런 곳이요.”
“어, 맞다. 거기에 상희도 데려간다면서.”
“응, 지금 있는 상희 회사가 좀 그래서. 내가 오빠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계속 고생만 시키는 것 같고.”
“그래, 그래. 잘했다. 그렇지 않아도 상희 때문에 마음이 아팠는데······. 역시 우리 큰아들밖에 없네.”
“이럴 때만 큰아들이지.”
“이놈이······. 그래서 엄마가 특대로 줬잖아.”
“어쩐지 양이 많더라.”
오상진이 씨익 웃으며 국밥을 먹었다. 그 모습을 또 흐뭇하게 바라보는 신순애였다.
“사장님 계산이요.”
손님이 계산대에 섰다. 신순애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에.”
신순애가 재빨리 계산대로 갔다. 오상진은 그런 엄마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생스럽긴 하지만 엄마의 웃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네.’
그렇게 오상진은 국밥을 다 먹은 후 국밥집을 나왔다.
“밥도 든든하게 먹었고, 오랜만에 빌딩에 왔는데 한번 슬쩍 돌아볼까?”
오상진은 주위를 살펴보다가 바로 옆집 상어 떡볶이집으로 갔다. 그런데 원래 있었던 양 사장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떡볶이를 만들고 있었다.
“어? 혹시 사장님 안 계세요?”
“사장님이요? 제가 사장인데······.”
“네?”
오상진이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했다. 그러자 30대 여자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 혹시 오 사장님?”
“네, 맞습니다만······.”
오상진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여자였다.
“아, 저는 원래 여기 사장님이었던 양 사장님 처제예요.”
“아, 그러시구나. 안 그래도 얼핏 들었던 것 같은데 처제분이 나와서 일을 배운다고······. 이 가게 하시기로 했어요?”
“네네, 당장 가게 차릴 형편은 아니고, 형부가 이 가게에서 하라고 그랬어요.”
“그렇구나.”
“미리 인사를 드리고 그랬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군대에 있어서요. 자주 못 나옵니다.”
“그렇지 않아도 국밥집 사장님에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만날 아드님 자랑을 그렇게 하시더니······. 역시 얘기 듣던 거랑 같네요. 훤칠하세요.”
“아, 감사합니다. 어디 보자······.”
오상진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랜만에 왔는데 떡볶이 좀 먹어 볼까요?”
“네. 잠시만요.”
그녀는 곧장 컵에다가 떡볶이를 담아서 건넸다.
“어? 컵에다가 떡볶이를 담아서 줍니까?”
“네. 여기 근처에 학교들이 많잖아요. 애들 장사를 하다 보니까요. 애들도 많이 퍼서 주면 부담스러워하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컵 떡볶이를 팔면 괜찮을 것 같아서 시도를 해봤어요.”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시대 몇 군데에서는 컵에다가 떡볶이를 담아서 팔았던 곳이 있었다. 아마 그걸 보고 따라 한 모양이었다.
“좋은 생각이네요.”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이쑤시개로 컵에 담긴 떡볶이를 먹었다. 역시 예전에 먹던 그 맛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오우, 제대로 배우셨네.”
“말도 마세요. 저희 언니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맛 이상하면 가게 뺏는다고 해서 제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요. 저 정량을 만날 저울로 재고 있어요.”
오상진은 그녀의 투덜거리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어쨌든 잘되고 있어서 다행이네.’
오상진은 안심하며 떡볶이를 마저 먹었다. 그때 동네 꼬마 애들 몇 명이 나타났다.
“이모 여기 컵 떡볶이 주세요.”
“어어, 잠깐만······.”
오상진이 그 모습을 보고는 가게를 나왔다. 그 길로 2층으로 향했다. 원래 김소희가 카페를 냈다가 전통찻집으로 변경을 하고, 김소희의 엄마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2층은 장사 잘되고 있나?”
오상진이 슬쩍 기웃거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3층의 한의원에서 어르신 손님으로 제법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인사를 하려고 하다가 아무래도 조금 어려움이 있어서 그냥 상황만 보고 올라갔다.
한울 한의원으로 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오상진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기요.”
그때 한 명의 여의사가 나오며 말했다.
“지금 점심시간이라 진료는······. 어멋! 오 사장님 오셨구나. 여보!”
여의사는 환한 얼굴로 진료실 안을 향해 소리쳤다. 잠시 후 남편이 나왔다.
“어이구 사장님 오셨어요.”
“네. 그동안 잘 지내셨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죠.”
“그래도 손님은 꾸준히 있는 것 같네요.”
한의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손님이 싹 빠진 상태에요. 요 밑에 전통 찻집 있죠. 다들 거기에 계세요. 어르신들이 우리 점심시간 방해하지 않는다면서요.”
“그래요?”
“네. 요새 손님들이 너무 많아서. 그나마 점심시간에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어요.”
“그러시구나.”
“식사는 하셨어요?”
“네. 방금 아래에서 먹고 왔어요.”
“아, 저희도 지금 국밥 먹고 왔는데······.”
“하이고,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활짝 웃으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한의사 부부가 바로 손을 저었다.
“별말씀을요. 이 집 국밥은 먹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