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9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25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91)
“2소대장? 흐음······ 익호야.”
“병장 황익호.”
황익호 병장이 바짝 군기가 들어간 상태로 관등성명을 댔다.
“너 장교를 이런 식으로 모함하면 좋지 않아.”
“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소대장이 너희들에게 엄청 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모함을 해? 처벌 받기 싫어서 소대장을 끌어들여? 너 이 자식 아주 못된 버릇을 가지고 있구나.”
오상진은 일부러 황익호 병장을 몰아세웠다. 그런 줄도 모르는 황익호 병장은 당황한 것을 떠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황익호 병장은 순식간에 너무 억울해졌다.
‘뭐야? 정말 나에게 다 덮어씌우려고 그러는 거야?’
황익호 병장이 바로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중대장님. 저 정말 억울합니다.”
“억울해?”
“네. 진짜 억울합니다.”
“좋아, 그럼 네가 억울하다면 너희 소대장이 시킨 일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
“네?”
“증거가 있냐 말이야.”
“저어······ 그게 증거는 없지만······. 중대장님 생각을 해보십시오. 제가 그 물건들을 무슨 수로 다 구합니까. 전 진짜 억울합니다.”
황익호 병장의 변명에 오상진이 신음을 흘렸다.
“흐음······. 알았다. 네가 직접적으로 물건을 구할 수 없다고 치자.”
‘치는 것이 아니라 진짜라니까.’
황익호 병장은 지금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그러나 오상진은 황익호 병장의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물건들은 마음만 먹는다면 구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너 휴가나 외박 나갔다 오면서 애들보고 시키고 그러지 않냐 말이야.”
오상진은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처럼 얘기를 꺼냈다. 황익호 병장은 너무 답답한지 약간 언성이 올라갔다.
“중대장님! 아무리 제가 휴가를 나가고, 외박을 나간다고 해도 매일, 혹은 매주 나갑니까?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가 그걸 어떻게 다 사서 가지고 들어옵니까. 입구 위병소에서 다 걸릴 텐데 말입니다. 게다가 복귀하면 제일 먼저 소지품 검사부터 합니다. 뭐 이상한 거라도 하나 나오면 가만 안 두십니다.”
“2소대장이 소지품 검사를 해?”
“네. 2소대장도 하고 부소대장도 하고 말입니다.”
“그래? 으음······. 확실한 거야?”
“바로 물어보십시오.”
“물어봐? 2소대장은 대전에 교육받으러 갔고, 부소대장을 불러서 물어봐야 하나?”
“정말입니다. 진짜 저는 밖에서 물건을 반입한 적이 없습니다. 2소대장이 물건 받아주시는 것을 제가 병사들에게 대신 판 것밖에 없습니다.”
“알았어. 그럼 판돈은?”
“전부 2소대장에게 줬습니다.”
“2소대장에게 줬어? 확실해?”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말이다. 아무리 군대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이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돈을 2배 가까이 받고 팔면 어떻게 하자는 거지?”
“그것도 2소대장이‧‧.”
“쓰읍, 너 자꾸 윤태민 소위를 거론하는데. 황익호!”
“병장 황익호.”
황익호 병장은 거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가 되었다.
“너 감당할 수 있겠어?”
오상진의 말을 듣고 황익호 병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마치 오상진은 윤태민 2소대장을 두둔하는 것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아니, 황익호 병장이 모든 것을 뒤집어써야 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었다. 이런 지경이니, 황익호 병장은 너무 억울했다.
‘와, 이렇게 날 몰아간다고? 난 그냥 중간 관리자일 뿐인데? 그냥 난 이민균에게 유통권을 물려받은 것뿐이잖아.’
그것으로 인해 권력을 부린 것? 어깨에 힘 좀 넣고 다닌 것밖에 없었다. 고작 그런 일로 모든 것을 뒤집어써야 한다는 것은 너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와, 시발.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같은 장교라고 감싸주는 거야? 아니야, 이대로 당할 수는 없어.’
황익호 병장은 다시 한번 정신을 붙잡았다.
“중대장님. 진짜 저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흐음······.”
오상진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A4용지를 던져줬다.
“거기 써봐.”
“네?”
“여태까지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적어봐. 뭐라도 내가 확인을 해야 널 믿어줄 거 아니야. 안 그래?”
“네, 알겠습니다.”
황익호 병장이 볼펜을 손에 쥐었다. 그 상태로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다. 눈빛에는 비장함마저 어려 있었다. 그런 황익호 병장을 보며 오상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유통권을 받았던 황익호 병장을 필두로 2소대 전체 다 오상진에게 불려가 진술서를 작성했다. 특히나 2소대는 윤태민 2소대장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소대다 보니, 간단하게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
다른 소대들은 물건을 반입한 문제만 짚고 넘어갔지만 2소대는 여차하면 큰일이 날 것 같았다. 그래서 다들 겁이 난 2소대원들은 물건을 받은 것을 포함해 윤태민 2소대장의 가혹행위까지 몽땅 적어 냈다.
2소대장이 싸움을 조장했고, 어떤 식으로 소대원들을 왕따시켰는지, 어떤 욕까지 서슴지 않았는지 등, 별의별 얘기까지 다 적어냈다.
그런 진술서들을 보는 오상진은 어이가 없었다.
“참······ 진짜 윤 소위는 하라는 군 생활은 안 하고 여기서 왕 노릇을 한 건가?”
김태호 상사가 슬쩍 얘기했다.
“사실 2소대장이 예전부터 안하무인이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여기 처음 왔을 때, 이민식 대위와 함께 왔는데 초반에 버릇 잡으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잡혔습니까?”
“잡혔겠습니까? 이민식 대위가 여자랑 술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쪽으로 끌어들여서는 같이 동화되어 버렸지 말입니다.”
“그래요?”
“어쩌면 그것 때문에 이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윤태민 소위가 군인 집안 출신이긴 하지만 집이 재벌도 아닌데 술판을 벌일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민식 대위 비위 맞춰주고, 그러다 보면 나가는 돈이 상당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돈을 어디서 구하겠습니까. 군인이 투잡을 뛸 수도 없고 말이죠.”
“그래서 이런 식으로 장난을 했다는 거죠?”
“아마 처음에는 부대원들 부탁을 들어주는 정도였죠. 윤 소위가 처음에는 소대원들과 잘 지냈습니다. 다른 소대 애들도 윤 소위랑 축구도 하고, 족구도 하고 그랬으니까요.”
“아, 그렇습니까?”
“네. 그때는 그랬죠. 어쨌든 윤태민 소위가 부대로 이것저것 반입을 하면서 돈맛을 알아버린 거죠. 그리고 좀 더 대범해진 거죠. 부대로 반입해서는 안 되는 물건까지 손을 댄 것을 보면.”
솔직히 윤태민 2소대장도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점점 이 일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스케일이 커진 것이다.
게다가 4중대에서 당장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민식 대위에게 잘 보여야 했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했고 자기 돈으로 충당이 되지 않아 이런 식으로까지 변해버린 것 같았다.
“그런데 윤태민 소위는 왜 4중대로 온 겁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김태호 상사가 얘기를 했다.
“아, 그게 말이죠. 좀 골 때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골 때리는 일이요?”
“네, 윤태민 소위가 화장실에서 다른 중대장 험담을 했지 뭡니까.”
“하이고······.”
“그걸 그 중대장이 들었습니까?”
“그렇죠.”
“그래도 윤태민 소위도 나름 뒷배가 있지 않습니까. 고작 그 일로 좌천되지는 않았을 텐데요.”
“그 중대장도 나름 뒷배가 있던 모양입니다. 윤태민 소위보다 더 높은 뒷배가 말입니다.”
“아하, 그럼 이해가 되네요.”
“그렇죠. 대대장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윤태민 소위가 철이 없고, 그렇다 보니 아예 4중대로 가서 편안하게 군 생활 하라고 보냈던 것 같습니다.”
김태호 상사의 말을 듣고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이야, 대대장님 대단하십니다. 윤 소위를 바로 4중대로 보내시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때 말입니다. 멋도 모르고 윤 소위가 4중대 행을 그냥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그렇구나.”
“네, 본인 입장에서는 찍혔으니까, 독립중대인 4중대로 가서 편안하게 생활하겠다 이 생각이었겠죠. 그런데 이 정도로 엉망으로 생활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죠.”
“하하, 재미있네요.”
오상진은 그냥 웃고 말았다. 김태호 상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중대장님, 이제 모든 것은 다 나왔고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뭘 어떻게 합니까. 윤 소위 올 때까지 중대부터 정상으로 올려놓아야죠. 그 뒤에 윤 소위 출근하면 그때 잘 얘기를 해봐야죠.”
“아, 그러십니까. 그러고 보면 이제 윤 소위가 출근한 후 지금의 상황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집니다.”
그동안 윤태민 2소대장에게 알게 모르게 무시당하고, 그랬던 김태호 상사가 씨익 웃음을 지었다. 그런 김태호 상사를 보며 오상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주말을 맞이한 오상진은 서울로 향했다. 아직 부대가 정상으로 돌아오진 않았지만 서울에 벌여놓은 일들이 있었다. 오 엔터테인먼트 설립 관련해서 정리를 해야 해서 오상진이 있어야 했다.
뚜우, 뚜우, 뚜우.
오상진은 차량을 몰고 서울로 향하면서 한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상진 씨. 지금 올라오는 중이에요?
“소희 씨는 어디에요?”
-어디긴 어디겠어요. 지금 오 엔터죠.
“오호, 우리 소희 씨. 벌써부터 일하는 중입니까?”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말도 마요.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요? 저 한 시간 후에 도착하는데 그럼 점심때쯤이고, 그때 같이 밥 먹으려고 했는데.”
-앗! 그래요? 잠깐만요.
수화기 너머 한소희가 누구랑 대화를 하는 것이 슬쩍 들려왔다.
-상진 씨.
“네.”
-미안해요. 저도 상진 씨랑 점심 함께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무슨 그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말해요. 게다가 엄청 조심스럽게 말을 하네요.”
-아, 여기 최 이사님도 김 이사님도 계신단 말이에요.
“아, 그렇구나.”
-네. 다들 고생하고 있는데 나만 쏙 빠질 수는 없잖아요. 나름 오 엔터 대표인데······.
“그렇죠. 참! 신소라 씨하고는 계약 마무리 지었어요?”
-아, 네! 엊그제 계약 마무리했어요. 그 뒤로 간단하게 밥도 먹고, 사진도 찍고 그랬어요.
“잘 되었네요. 계약금은 얼마나 달라고 그래요?”
-계약금 얘기는 없던데요. 그냥 나중에 자신 때문에 회사에 손해가 끼치더라도 그걸로 이해하고 넘어가 달라는 말을 하던데요. 그게 무슨 의미인 줄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
오상진은 무슨 뜻인지 대번에 이해가 되었다.
“아, 그거요.”
-뭐예요? 상진 씨 뭔가 알고 있어요?
오상진은 얘기를 해 줬다.
“안 그래도 지난번에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기회가 없었네요. 사실은······.”
오상진이 최강호와 신소라의 관계에 대해서 한소희에게 얘기를 해줬다. 그러자 한소희에게서 즉각적인 반응이 왔다.
-어쩐지, 어쩐지······.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요.
“소희 씨 이거 진짜 대외비에요. 아직 확실하게 두 사람이 입장을 드러낸 것이 아니니까요.”
-아이, 그럼요. 알죠. 아, 그래서 최 이사가 신소라 씨 얘기를 할 때마다 그런 표정을 지었구나.
“네? 지현 씨가요? 무슨 표정을 지었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