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9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24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90)
그 일이 있고 난 후 윤태민 2소대장이 조용히 이민균을 불렀다.
“충성, 소대장님. 부르셨습니까.”
“민균아. 너 말이야. 나 대신 이것 좀 팔아라.”
“네?”
이민균은 윤태민 2소대장이 내민 것을 봤다. 성인잡지였다.
“소대장님 이건······.”
이민균의 눈빛이 흔들렸다. 뭔가 많이 당혹스러웠다. 윤태민 2소대장이 씨익 웃었다.
“왜? 보고 싶어?”
“저어······.”
어쨌거나 혈기왕성한 20대의 건장한 남자였다. 당연히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보고 싶으면 먼저 봐도 돼. 어차피 한두 번 본다고 해서 티가 나겠냐.”
“그래도 됩니까?”
“그래, 봐!”
윤태민 2소대장이 무심하게 툭 하고 던졌다.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 든 윤태민 2소대장이 말했다.
“대신에 말이야. 그거 제값 받고 팔아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건 누구에게······.”
“야! 그것까지 내가 알려줘야 하냐. 이런 성인잡지 보고 싶어 할 놈이 한두 명이냐. 그냥 팔아! 팔아서 수금만 잘해서 와.”
“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윤태민 2소대장이 보던 잡지를 2소대에서만 팔다가 소문이 났다. 그 뒤로 3소대, 4소대, 1소대 이렇게 번져갔던 것이다.
그 뒤로 이민균이 나름 기준을 정했다. 물건은 예약으로 받고, 절대 발설하지 않으며 입단속은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야 했다. 그런 규칙들을 이민균이 다 정해놓은 것이다.
그런 것을 본 윤태민 2소대장이 점점 더 물건을 늘려주기 시작했다.
“이야, 민균이. 너 장사 잘한다.”
“아닙니다.”
“아니긴, 완전 타고났는데. 좋아, 그럼 물품들을 더 늘려줄 테니까. 그것도 한번 해봐. 아, 그리고 애들에게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하라고 해. 소대장이 구해줄 테니까. 대신에 웃돈······. 알지?”
“네. 소대장님.”
그 이후 이민균은 원하는 상품까지 몰래 받았다. 그러다가 누군가 슬쩍 얘기를 꺼냈다.
“이야, 이렇듯 다 되면 술은 안 되냐?”
“술?”
이민균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술. 소주도 사다주면 좋겠는데.”
다른 소대 고참 한 명이 슬쩍 말했다. 그 얘기를 적어 바로 윤태민 2소대장에게 말했다.
“저기, 소대장님.”
“왜?”
“누가 술도 달라고 하는데······.”
“뭐? 수울? 어떤 미친 새끼가 그딴 걸 달라고 해.”
“그렇죠. 저도 좀······.”
그렇게 술에 대한 것은 넘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난 후 윤태민 2소대장이 소주 2팩을 가져왔다. 처음이라 병은 좀 무리고, 팩 소주를 구해온 것이었다.
“이거 면 되냐?”
“와, 대박! 소대장님 이건 진짜 술 아닙니까.”
“맞아.”
“저, 정말 이래도 됩니까?”
“안 될 건 또 뭐가 있어. 대신에 너희들이 들키지 않으면 되는 거지. 소대장은 이것이 손을 떠나면 모르는 거야. 알겠어.”
“네, 소대장님.”
그런 식으로 점점 대범한 물품들이 중대로 반입이 되었다.
오상진이 모든 얘기를 듣고 물었다.
“그렇게 해서 모든 물건들이 퍼진 거야?”
“네, 중대장님.”
오상진은 어이가 없었다. 솔직히 어쩌다가 이 일이 여기까지 왔나 듣고 싶었다. 그런데 이 모든 비밀을 다 알고 있던 녀석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민균 병장을 초반에 보호를 했던 것이 잘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집단구타 사건이 퍼지고, 바로 의무대로 격리를 시킨 것이 잘한 것 같군.’
만약에 이민균 병장의 말을 무시했다면 이 모든 비밀은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민균 병장이 입을 닫아버리고, 윤태민 2소대장이 모르쇠로 나온다면 그냥 파묻힐 일이었다.
“그래. 이민균. 너 이 사실을 정확하게 진술서로 쓸 수 있어?”
“예, 쓰겠습니다.”
“좋아, 중대장에게 원하는 것은 있어?”
“······.”
이민균이 말없이 오상진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없습니다.”
“없어?”
“네. 저도 잘못한 것이 있으니까······. 저도 처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대신에 잘못된 사람들 전부 처벌받게 해주십시오. 저만 처벌받기에는 억울합니다.”
오상진은 솔직히 거기까지 자신할 수 없었다. 이 일이 어디까지 흘러갈지 몰랐다. 하지만 이민균 병장만 억울하게 희생시킬 생각은 절대 없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것 하나만은 중대장이 약속하마. 절대로 너만 희생하게 만드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것이면 되었습니다.”
이민균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그 시각.
내무실에 있는 황익호 병장은 손톱을 뜯으며 불안해했다.
“하, 시발······. 뭐야. 중대장님이 도대체 뭐냐고. 갑자기 면담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너희들 뭐, 알아낸 것은 없어?”
황익호 병장의 물음에 다들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각 소대장들이 면담을 하면서 철저히 입단속을 시켰다. 이번에 면담을 하면서 절대로 발설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냥 자신만 알고 있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특히 2소대 애들이 물어보면 별일 없었다고만 하라고 미리 얘기를 해둔 상태였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소대 애들에게 물어봤는데, 애들 전부 표정을 굳히며 말 걸지 말라고 하던데 말입니다.”
“뭐? 이 새끼들이······.”
황익호 병장이 인상을 쓰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무실로 뛰어들어왔다.
“대박 사건! 완전 대박 사건!”
“뭐야?”
“지금 이민균 병장 중대장실에 갔다고 합니다.”
“뭐? 이 병장 의무대에서 나왔어?”
“네. 나오자마자 바로 중대장실로 갔다고 합니다.”
“왜? 무슨 일로?”
“그건 모르지 말입니다.”
황익호 병장은 주변 분위기도 달라지고, 다른 소대 애들도 슬슬 피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 이민균 병장까지 중대장실에 가 있었다.
“하아, 진짜 이게 다 뭔 일이지? 서, 설마 그 일을 다시 조사를 하나? 지난번에 그 일을?”
황익호 병장은 점점 더 불안에 떨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이기상 하사가 2소대 내무실에 나타났다.
“황 병장.”
“병장 황익호.”
황익호 병장이 고개를 돌렸다. 이기상 하사가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 지금 당장 면담실로 가 봐야겠다.”
“네?”
“뭐가 네야. 면담실로 가라는데. 빨리 가 봐.”
“저어, 그런데 누가······.”
“가 보면 알아.”
이기상 하사는 끝내 말하지 않고 2소대 내무실을 나가버렸다. 황익호 병장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면담실로 향했다. 면담실 문을 열자 그 안에는 오상진이 앉아 있었다.
“어, 왔냐. 들어와라, 문 닫고!”
“추, 충성.”
황익호 병장이 바로 경례를 하고는 면담실 문을 닫았다.
오상진은 중대장실로 들어온 황익호 병장을 슬쩍 올려다봤다. 그러곤 퉁명스럽게 말했다.
“일단 앉아.”
“네.”
황익호 병장이 자리에 앉았다. 그는 잔뜩 긴장한 채로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그런데 오상진은 그런 황익호 병장을 불러놓고, 대화는 하지 않고, 서류만 살피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황익호 병장의 입안은 바짝 타들어 갔다.
막말로 소대장도 아니고, 이곳 4중대장의 중대장이었다. 나름 각을 잡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시선은 오상진이 보고 있는 서류로 향했다.
‘저게 뭐지? 설마 저것 때문에 날 부른 건가?’
황익호 병장이 살펴보려고 했지만 지금의 자리에서는 뭔지 확인이 되지 않았다.
‘투서? 아니면 진술서 같기도 한데······. 도대체 뭐가 적혀 있는 거야.’
황익호 병장은 저 서류에 대해서 정말 궁금했다. 그런 황익호 병장의 시선을 느낀 오상진이 고개를 들었다.
“황익호.”
“병장 황익호.”
“중대장 손에 들린 것이 뭔지 궁금해?”
“네?”
“이 서류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냐고.”
황익호 병장이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힐끔거려?”
“죄송합니다.”
오상진이 서류로 책상 위를 툭툭 두드렸다. 그 상태로 황익호 병장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황익호, 중대장에게 할 말 없어?”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중대장에게 할 말 없냐 말이야.”
“네, 없습니다.”
“그래? 좋아, 넌 중대장 손에 든 것이 뭘 거 같니?”
“······.”
황익호 병장은 그 서류를 보며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중대장이 다시 한번 묻는다. 이게 뭘 거 같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황익호 병장이 대답은 했지만 속으로는 애가 탔다.
‘저게 뭐지? 분명 나와 관련된 일인 것 같은데······. 설마 이민균 이 새끼가 뭔가 진술을 한 것이 있나? 아, 진짜 선임이라는 새끼가 찌질하게······. 자기도 날 때려놓고선.’
애꿎은 이민균 병장을 탓하고 있을 때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황익호 병장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서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지난 토요일 황익호 병장에게 2만 원을 주고, 잡지를 구매했다.”
황익호 병장이 눈을 번쩍 떴다.
‘지난 토요일? 잡지? 누구지?’
오상진은 당황하는 황익호 병장을 보며 다음 것을 읽었다.
“지난 토요일에 황익호 병장에게 담배 몇 갑과 잡지를 구매했다. 추가로 화장품도 요청을 했지만 황익호 병장이 당분간 유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오상진이 슬쩍 황익호 병장을 봤다. 황익호 병장은 몹시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어어어······. 아, 아닙니다.”
“아니야? 뭐가 아니야?”
“바, 방금 중대장님께서 말씀하신 것 말입니다.”
“그래? 알았어.”
오상진의 시선이 다시 서류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적힌 내용을 다시 얘기했다. 조사받은 모든 애들이 황익호 병장을 언급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최근에 받은 제품 모든 것을 황익호 병장이 줬기 때문이었다.
오상진이 하는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황익호 병장의 얼굴은 새카맣게 변해갔다.
‘시발, 뭐야? 도대체 뭐야!’
황익호 병장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애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1소대부터 4소대까지 황익호 병장으로부터 안 받은 병사가 없었다. 심지어 다른 중대의 병사들 중에서도 가끔 황익호 병장을 통해 물건을 받았다.
‘이것들이 진짜······. 나에게 받을 때는 간이고, 쓸개도 다 빼 줄 것처럼 굽실거리더니. 이제는 아예 등을 돌리겠다는 거네. 이 새끼들이 정말······.’
황익호 병장은 속에서 열불이 치솟았다. 하지만 여기서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중대장님······.”
“왜? 아직 더 남았는데 더 들어봐.”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네가 한 것이 아니라며.”
“그게······.”
“왜? 이제야 중대장에게 할 말이 생긴 거야?”
오상진은 들고 있던 서류를 내리며 황익호 병장을 빤히 바라봤다. 황익호 병장은 그런 오상진에게서 차가운 시선을 느꼈다.
‘이, 이런 젠장······.’
이때 황익호 병장은 느꼈다. 만약 여기서 자신이 입을 다문다면 이 모든 일은 자신이 한 것이 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오상진은 누가 시켰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 나만 X 되는 거야.’
모든 정황과 진술서 등, 이 모든 것이 황익호 병장에게 향해 있었다.
“중대장님. 저는 소대장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소대장 누구?”
“2소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