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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92화 (792/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88)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22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88)

이민균 병장은 현재 의무실에서만 생활했다. 물론 화장실이든 밥 먹으러 갈 때 빼고는 바깥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주로 하는 일이라고는 의무병이랑 서로 앉아서 노가리나 까고 그러는 것이 다였다.

“아, 심심해 죽겠네.”

병실 침대에서 나와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의무병이 보며 물었다.

“어? 왜 나옵니까?”

“담배 한 대 피우려고 그럽니다.”

“에이, 환자가 자꾸 담배를 피우면 어떻게 합니까.”

“환자는 무슨 환자입니까. 저 완전 나이롱이잖아요.”

“그 나이롱 환자를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게요? 어서 들어가요.”

“담배 한 대 좀 피울게요.”

“안 돼요! 군의관님께서 통제 잘하라고 했어요. 절대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게 하라고 했단 말이에요. 그러니 어서 들어가요.”

“거참, 아저씨. 여기서 눈에 띌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래요.”

이민균 병장은 군 폭행 문제로 의무대로 실려 와 있었다. 군의관이 처음 이민균 병장을 보고,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온몸에 멍이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계급은 병장인 데다 하필 4중대서 온 사람이었다.

‘이거 뭔가 있다.’

군의관이 바로 생각했다. 그러고 있는데 오상진의 지시를 받은 김태호 상사가 적당히 둘러대려고 했다.

하지만 군의관이 먼저 알아버렸다. 이 사태가 밖으로 나가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이대로 조용히 덮어야 한다는 것 역시 말이다.

“저어, 군의관님······.”

김태호 상사가 얘기를 꺼내려는데 군의관이 바로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내가 알아서 잘 데리고 있겠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이민균 병장이 자꾸만 밖으로 돌아다니니, 짜증이 났다.

“저 자식은 전혀 상황 파악이 안 되는가 보네.”

그래서 의무병에게 지시를 내렸다. 절대 함부로 밖으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말이다.

답답함을 느낀 이민균 병장이 짜증을 냈다.

“이봐요, 아저씨! 아무리 그래도 담배는 피우게 해줘야죠.”

“아니, 밥 먹을 때마다 같이 나가서 피워주잖아요.”

“식후 땡은 당연한 거고요. 중간중간 담배 안 피워요? 아저씨는 중간에 담배 한 피우냐고요.”

“물론 저희는 피우지만······.”

“거봐요.”

“그래도 군의관님의 특별지시예요.”

“아, 진짜······. 이러다가 진짜 여기서 금연하겠네.”

“금연하면 좋죠. 폐도 건강해지고 안 그래요?”

“하아······.”

이민균 병장이 매서운 눈길로 의무병들을 쳐다봤다. 그러고 있는데 김호동 하사가 의무대에 나타났다. 바로 그를 본 이민균 병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김 하사님.”

“어이, 이 병장. 잘 살아 있었네.”

김호동 하사가 실실 웃으며 이민균 병장에게 다가갔다. 이민균 병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답답함을 드러냈다.

“김 하사님. 저 언제 소대 복귀합니까? 답답해 죽겠습니다.”

“야, 조용히 있어. 지금 중대 난리 났는데 말이야. 그런 와중에 넌 의무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꿀 빨고 있으면 좋은 거지.”

이민균 병장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지금 중대 난리 났습니까? 어떻게 말입니까?”

“중대장님께서 다 털었다. 전부다!”

“진짜입니까?”

“그래. 이제 네 차례야.”

이민균 병장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리에 털썩 앉으며 중얼거렸다.

“우리 중대장님 진짜 장난 아니지 말입니다.”

“왜? 네 차례가 되니, 무서워?”

“아뇨. 그건 아니지만······.”

김호동 하사가 이민균 병장의 어깨를 감쌌다.

“민균아.”

“네.”

“내가 널 협박하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야. 대신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

“네, 김 하사님.”

이민균 병장도 나름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이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 그렇지 말입니다.”

“물론 너야. 조용히 제대하고 싶겠지.”

“그런 맘이 없잖아 있지 말입니다.”

“너, 이제 한 2달 좀 넘게 남았냐?”

“네.”

“그런데 말이다. 이 일이 조용히 넘어가든 조용히 넘어가지 않든. 떳떳하게 군 생활하고 싶지 않냐. 남은 두 달 동안.”

“······.”

이민균 병장이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자신 밑에 있던 황익호 병장이 하극상을 저지르고 치고 올라가더라도 아무 말도 못 했던 것은 자신이 예전 저질렀던 짓을 그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했던 더럽고 문제 되었던 일이 황익호 병장이 가져가고, 그가 실권이 되었기 때문에 아무 소리도 못 했던 것이다.

최근에 황익호 병장에게 큰소리를 쳤던 것도, 그가 자신처럼 끈 떨어진 신세라 생각해서 그랬던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철저히 밟혔지만······. 지금 그 생각만 하면 왠지 모르게 씁쓸해졌다.

그런데 만약에 이 사건이 흐지부지 덮어져도 문제였다. 별문제 없이 조용히 넘어가도 문제라는 것이다.

이민균 병장이 계속 두 달 동안 눈칫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더 짜증이 나는 일이었다.

차라리 이등병 때나 일병 때 눈칫밥을 먹는다면 그때는 그러려니 하겠다.

하지만 지금은 말년 병장이고, 곧 있음 제대였다. 그런데 밑의 애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 이건 정말 안 될 말이었다. 박형욱 병장도 지금쯤 말년휴가를 갔을 것이고 말이다. 이제 부대에는 황익호 병장을 말린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와, 이런 상태에서 소대 복귀하면 나 완전 X되는 거네. 아니지, 이대로는 절대 안 돼.’

이민균 병장이 진지한 얼굴로 김호동 하사에게 물었다.

“김 하사님. 그럼 전 어떻게 하면 됩니까?”

“네가 잘못한 만큼 벌을 받아야지.”

“네?”

이민균 병장이 눈을 크게 떴다. 그는 곧바로 눈동자가 흔들리며 말했다.

“저어······ 영창 가는 겁니까?”

“영창 다녀오고 맘 편히 군 생활 하는 것이 낫지 않겠니?”

“아이씨······. 영창 다녀오면 저 제대가 더 늦어지지 않습니까.”

“와, 이 새끼. 답 없네. 너 영창 다녀오면 다시 두 달이라도 소대 꽉 잡을 수 있는데. 그동안 군 생활 편안하게 할 것 아니야. 아니면 계속 이대로 꼬인 상태로 지낼 거야. 너 말이야. 밤마다 무서워서 잠잘 수 있겠냐.”

“······.”

“그리고 말이다. 박형욱 병장. 지금 말년휴가 갔다. 지금 분대장 자리도 비었어.”

“어, 그렇습니까? 그럼 다음 분대장은······.”

“넌 아니지. 너도 곧 제대잖아.”

“그럼 황익호 입니까?”

“야야! 황익호에게 주겠냐? 생각을 해봐라.”

“그런데 말입니다. 저희 소대장님은 황익호 밀어줄 것 같지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 일이 중요하다고 하잖아. 문제 있는 애들 다 처벌받으면 문제없는 애에게 분대장이 갈 것 아니야. 그래, 안 그래?”

“아······.”

“너한테는 그게 낫지 않겠어?”

이민균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호동 하사의 말대로 황익호 병장이 분대장을 못 달아도, 오른팔을 자처하는 장태진 병장이라든지, 왼팔을 자처하는 송중규 상병이 달아도 문제가 되었다.

똑같이 지랄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최헌일 상병같이 조용히 군 생활 하는 애는 다를 수도 있었다.

‘차라리 헌일이가 분대장을 달면 괜찮겠네.’

이민균 병장은 머릿속으로 최헌일 상병이 분대장을 달게 만들고 싶었다.

“저는 뭐 하면 됩니까. 알려주십시오.”

“할 것 없어. 그냥 넌 솔직히 있는 그대로 말하면 돼.”

“그것만 하면 됩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이민균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호동 하사가 나직이 다시 불렀다.

“민균아.”

“네, 김 하사님.”

“네가 제대로 말을 해야. 익호를 잡는다.”

순간 이민균 병장의 눈이 번쩍였다.

“익호를······ 말입니까?”

“그래. 네가 앞에서 제대로 말을 해 줘야. 익호가 딴소리를 해도 중대장님께서 제대로 조사를 하지. 만약 네가 앞에서 딴소리를 하면 익호도 빠져나가는 거야. 익호가 그렇게 빠져나간다고 해서 과연 널 고마워할까? 오히려 비웃을지도 몰라. 너도 걸리기 싫어서 거짓말을 했다고 말이야.”

그 말에 이민균 병장이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그날 일이 떠올랐다. 황익호 병장이 자신을 잘근잘근 짓밟고 아무렇지 않아 했던 모습. 김호동 하사가 말했던 것처럼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이었다.

‘나랑 맞짱 떠서 이기지도 못한 새끼가······.’

이민균 병장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래, 다른 놈은 몰라도 내가 너는 꼭 잡는다. 절대로 네가 군 생활 편안하게 지내는 꼴은 못 보지.’

이민균 병장이 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김호동 하사를 보며 물었다.

“제가 영창 가면 익호 그 새끼도 영창 가는 겁니까?”

“그렇게 되지 않겠냐?”

“알겠습니다.”

이민균 병장이 확실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이민균 병장은 김호동 하사와 함께 의무대를 나와 곧장 4중대로 갔다. 2소대 내무실로 가지 않고, 곧장 오상진이 있는 중대장실로 갔다.

똑똑!

“들어와.”

이민균 병장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충성!”

오상진이 고개를 들었다.

“민균이 잘 쉬었냐.”

“네, 중대장님.”

“그래, 얼굴은 좋아 보인다. 멍은 다 사라졌고.”

“네.”

“한번 보자.”

이민균 병장이 슬쩍 상의를 들어 보였다. 약간 멍 자국이 남아 있긴 했지만 그래도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아이고 그래도 멍이 좀 남았네. 말년인데 네가 고생이 많다.”

오상진은 이민균 병장을 위로하듯이 말했다. 이민균 병장이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중대장님.”

“일단 앉아라.”

“네.”

이민균 병장이 자리에 앉고, 오상진은 커피포트가 있는 곳으로 갔다.

“커피 마실래?”

“네, 주십시오.”

오상진은 커피포트를 눌렀고, 커피믹스를 잘라서 종이컵에 담았다. 잠시 후 물을 담은 후 잘 저어서 이민균 병장에게 내밀었다.

“마셔라.”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맞은편에 앉았다. 서로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입을 열었다.

“김 하사에게 얘기는 들었니?”

“네, 어느 정도는 들었습니다.”

“내가 너를 왜 불렀는지는 알겠어?”

“그냥 김 하사 말로는 내 차례라고 했습니다.”

“그래? 그리고 김 하사가 또 뭐라고 했어?”

“사실대로, 있는 그대로 말을 하는 것이 저에게 좋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김호동 하사를 시켜서 이민균 병장을 부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호 상사랑 김호동 하사가 자신을 위해 도와주고 있지만, 확실히 김태호 상사는 걱정이 많은 편이지만, 김호동 하사는 진취적이었다.

다시 말해 김호동 하사는 오상진의 말에 맞춰서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었다.

아무래도 젊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반면, 김태호 상사는 오상진이 일을 크게 벌이는 것에 대해서 약간 말리는 것이 있었다.

그 반대로 김호동 하사는 두말없이 일을 처리했다. 그래서 이번 일에 일부러 김호동 하사를 보냈던 것이다.

‘역시 김 하사를 보낸 것은 잘한 일이네.’

오상진이 속으로 생각을 한 후 이민균 병장을 봤다.

“어차피 자세한 얘기는 네가 진술서를 써야 하지만, 일단 얘기부터 들어보자.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어, 그것이······.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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