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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90화 (790/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8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20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86)

“됐다. 내가 너에게 뭘 말하겠냐.”

정윤호 하사는 물어보는 것을 멈췄다. 말없이 공터로 나가자 진짜 그곳에 닷지 차량 한 대가 서 있었다.

“너 이 차 타고 중대 복귀해라.”

“네?”

김유경 일병이 눈을 크게 떴다.

“중대 복귀하면 바로 소대장님 찾아가 봐라. 널 찾으신다.”

“알겠습니다.”

김유경 일병은 영문을 몰랐지만 일단 정윤호 하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 닷지 차량에 올라타자 차량은 금방 출발을 했다. 그러곤 멀어지는 차량을 보며 정윤호 하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 뭔 일이 있나?”

그러면서 몸을 돌려 다시 작업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정윤호 하사가 도착을 하자 다들 궁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박용훈 병장이 슬쩍 다가와 물었다.

“유경이 어디 가는 겁니까?”

“내가 심부름시켰다. 신경 쓰지 말고, 작업이나 마무리해.”

“아, 네에······.”

박용훈 병장 역시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유경이에게 심부름을 시켰다고? 뭔 심부름?’

하지만 뭔 일인지 답을 얻지 못했다.

잠시 후 닷지 차량이 중대에 도착을 했다. 차에서 내린 김유경 일병은 행정실로 갔다가 김진수 1소대장이 상담실에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그곳으로 갔다.

똑똑!

“들어와.”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상담실로 들어갔다. 김진수 1소대장을 보며 김유경 일병이 경례를 했다.

“충성!”

김진수 1소대장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여기 앞에 앉아!”

“네.”

김유경 일병이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뭔지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무거웠다. 잔뜩 긴장한 채 김진수 1소대장을 바라봤다.

“김유경.”

“일병 김유경.”

김유경 일병이 관등성명을 대고는 슬쩍 시선이 오른쪽으로 향했다. 그곳 탁자 위에 잔뜩 뭔가가 쌓여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것이었다.

‘어······.’

흠칫 놀란 김유경 일병이 김진수 1소대장을 바라봤다. 그의 손에 더 낯익은 뭔가가 들려 있었다.

‘설마 저건 내 거?’

김진수 1소대장이 손에 들고 있던 잡지를 툭 던지며 물었다.

“김유경.”

“이, 일병 김유경.”

“부대에서 이거 가지고 있어도 된다고 했나?”

“······죄송합니다.”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

“어······ 그것이······ 죄송합니다.”

김유경 일병은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고 연신 죄송하다고만 했다. 사실 김유경 일병은 잡지를 받으면서 철저하게 교육을 받았다.

-야! 잡지 걸리면 이거 무조건 자기 소관이다. 누구에게 받았다는 둥 그런 거 말하면 뒤진다. 알겠냐!

김유경 일병도 사실 자기 것이 아니었다. 위로부터 밀리고, 밀리고 해서 자기가 받은 것이었다.

원래 누군가 잡지를 사 오면 기본적으로 소대원들 전체가 다 돌려서 본다.

그런데 4중대 같은 경우는 윤태민 2소대장이 꾸준하게 잡지를 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잡지 같은 경우, 4중대에서만큼은 하나의 재화가 된 것이었다.

김유경 일병 같은 경우도 웃돈을 주고 구매를 한 것이었다. 그것도 몇 개월이나 지난 것을 말이다. 낡고 손때가 많이 묻은 잡지를 말이다.

“너 이거 어디서 났어?”

“네?”

김유경 일병의 눈이 커졌다.

“이거 어디서 났냐고. 똑바로 말해.”

김진수 1소대장이 말에 힘을 주며 물었다. 김유경 일병이 눈동자를 굴리며 입을 열었다.

“제, 제가 구매했습니다.”

“네가 구매했다고?”

“그렇습니다.”

“너 입대하기 한 달 전에 이 잡지를 사서 왔다고?”

“아, 네에······.”

“이거 어디서 샀어?”

“집 앞 서점에서 구매했습니다.”

“그래? 좋아, 그럼 넌 이걸 가지고 훈련소에 입소를 했다는 거네.”

“······.”

김유경 일병은 순간 뇌 정지가 왔다. 도저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너 이 새끼. 진짜 안 되겠네. 훈련소에 이런 성인잡지를 들고 들어갔단 말이야? 그곳에서 들키지도 않았고?”

“······.”

김유경 일병은 입을 꾹 다물었다. 막말로 지금 김유경 일병이 내뱉은 말은 도저히 말이 되지 않았다. 훈련소가 얼마나 철저한데 이걸 숨겼다고?

“야, 김유경!”

“이, 일병 김유경.”

“좋은 말로 할 때 사실대로 말해라. 소대장 화내기 전에.”

“어, 저어······. 일병 휴가 때 나가서 사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그럼 얼마 전이네.”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6개월 전 잡지를 사 왔다고? 당연히 최근에 나온 잡지를 사 오지. 아무리 멍청해도 6개월 전 잡지를 사 오진 않잖아.”

“제가, 그 표지모델을 좋아합니다.”

김유경 일병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이에 더는 참지 못한 김진수 1소대장이 책상을 탕! 하고 내려쳤다.

“김유경!”

“일병 김유경.”

“넌 소대장이 우습냐.”

“네?”

“넌 소대장이 만만하냐고!”

“아닙니다.”

“이 새끼야. 거짓말을 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나랑 장난해. 소대장이 널 왜 불렀을 것 같아? 소대장이 아무것도 모르고 널 여기 부른 것 같아!”

김진수 1소대장이 눈을 부라리며 김유경 일병을 노려봤다. 김유경 일병은 갑자기 눈앞이 깜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유경 일병은 이제 갓 이등병에서 벗어난 일병 1호봉이었다. 아직까지 그의 마인드는 이등병이었다.

거기다가 김진수 1소대장을 겪어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김진수 1소대장이 정확히 어떤 스타일인지 아직 파악도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세 김진수 1소대장이 화를 내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바짝 얼어붙은 김유경 일병은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

“너, 안 되겠다. 일단 영창 갈 준비부터 해.”

“여, 영창 말입니까?”

“그래, 새끼야. 당연히 영창 가야지.”

“소대장님.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

김유경 일병은 바로 고개를 푹 숙였다.

“잘못? 네가 뭘 잘못했는데.”

“부대에 사 오지 말라는 것을 제가 사왔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김유경 일병은 정확한 본질을 못 찾고, 자꾸만 엇나가고 있었다.

“이거 네가 사 왔다고? 끝까지 네가 산 거야?”

“······아, 네에. 그건 제가 사 왔습니다.”

“그래? 네가 사 왔다고 했지.”

“······.”

“소대장이 다 조사를 할 건데, 만에 하나 네 말과 어긋나는 것이 있다면 영창으로 안 끝나!”

“네?”

“그때는 넌 영창으로 안 끝난다고. 소대장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군사재판으로 넘긴다. 알았어?”

원래 거기까지 갈 상황은 아니지만 김진수 1소대장은 좀 과장된 협박을 할 필요가 있었다. 어쨌든 김유경 일병은 이제 갓 일병을 단 초짜였다.

김유경 일병은 눈앞이 깜깜했다. 막말로 지금 김유경 일병은 아무것도 몰랐다. 영창도 깜깜한데 군사재판이라는 말까지 나오자, 잔뜩 겁을 먹었다.

“소, 소대장님······.”

“그, 그것이 말입니다.”

“뭐?”

“실은 말입니다. 선임에게 산 것입니다.”

김유경 일병이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 김진수 1소대장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드디어 걸렸다.’

김진수 1소대장은 무서운 얼굴을 풀지 않은 채 물었다.

“선임? 누구에게!”

“김경호 상병에게 샀습니다.”

“김경호 상병? 언제?”

“저 일병 달고 바로 샀습니다.”

“얼마 주고 샀어.”

김진수 1소대장이 다이어리에 바로 적기 시작했다. 한번 내뱉은 김유경 일병은 술술 불었다.

“3만 원 줬습니다.”

“뭐? 3만 원?”

김진수 1소대장은 살짝 가격표를 확인했다. 딱 봐도 1만5천 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었다.

“이걸 3만 원 주고 샀다고, 6개월 지난 잡지를 정가는 고작 1만5천 원짜리인데?”

김진수 1소대장은 도저히 믿기지 않아 물어본 것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너 제정신이냐?”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경호 상병이 사라고 해서 말입니다.”

“하, 진짜 어이가 없구만. 이거 김경호가 사라고 했다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알았어! 너는 지금 즉시 다시 현장으로 가서 작업 마무리해. 오늘 소대장이랑 나눴던 얘기는 절대 하지 말고. 알았어!”

“알겠습니다.”

김유경 일병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힘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상담실을 나갔다.

그 길로 연병장에 있던 닷지 차량에 다시 올라탔다. 차량은 다시 해안 경계초소 작업장으로 향했다.

그사이 김진수 1소대장은 다시 휴대폰을 들어, 정윤호 하사에게 연락했다.

-네, 소대장님.

“박상태 일병도 똑같이 보내줘요.”

-박상태 일병 말입니까?

“그래요.”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후 다이어리에 김유경이라고 적힌 곳에 화살표시를 한 후 ‘김경호 상병’이라고 적었다.

“이 새끼들 진짜······. 내가 아주 이번에 뿌리를 뽑아버리겠어.”

김진수 1소대장이 까득 이를 악물었다.

김유경 일병이 도착을 하고, 곧이어 박상태 일병이 스쳐 지나갔다. 이번엔 박상태 일병이 차량을 타고 중대로 향했다.

정윤호 하사는 작업장으로 가는 길에 김유경 일병을 보며 물었다.

“유경아, 소대장님께서 뭐 때문에 널 부르셨냐?”

“저어······ 그것이 개인 면담이었습니다.”

“개인 면담? 다른 별 얘기는 없고?”

“네.”

“일단······ 알았다.”

정윤호 하사는 뭔가 살짝 의심이 들었지만 그냥 넘기기로 했다. 다시 작업장으로 온 정윤호 하사와 김유경 일병.

소대원들이 힐끔 김유경 일병을 봤다. 그러자 정윤호 하사가 바로 소리쳤다.

“야, 뭘 봐! 다들 작업 안 해? 유경이에게 쓸데없는 질문들 하지 마라. 빨리빨리 마무리 짓고 중대 복귀하자. 알겠냐.”

“네.”

“알겠습니다.”

정윤호 하사가 작업이 되는 것을 확인하고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박용훈 병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김유경 일병에게 다가갔다.

“유경아.”

“일병 김유경.”

“뭐냐.”

“네?”

“무슨 일이냐고.”

“소대장님께서 절 부르셨습니다. 갑자기 개인 면담을 한다고 말입니다.”

“하필 지금? 그것도 해안경계초소에서 초소 보수공사 중인데?”

“······그렇습니다.”

“개인면담이 뭔데?”

박용훈 병장이 잔뜩 의심의 눈초리로 물었다.

“그냥 개인사를 물어보셨습니다.”

“그러니까, 그 개인사가 뭐냐고!”

“군 생활 어떠냐면서, 별문제 없냐고 물어보셨습니다.”

김유경 일병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정말이야? 그게 다야?”

“네.”

박용훈 병장은 약간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김유경 일병이 뭐라고 대답을 하겠는가.

우리 소대 잡지가 다 걸렸습니다. 완전 좆 됐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지 못했다.

물론 말을 해도 된다. 그러나 여기 있는 소대원들이 말을 맞춰서 이상한 말이 나오면 김유경 일병 자신만 완전 이상해지고, 배신자가 될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김유경 일병은 이미 김경호 상병을 팔아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박용훈 병장이 전임 병장으로 돌리자, 그래 버리면 오히려 김유경 일병 본인이 더 이상해지는 꼴이었다.

‘그래, 그때는 진짜 소대장님께서 날 군사재판에 보내버릴지도 몰라.’

김유경 일병은 입을 꾹 다물었다. 절대 뭘 상담했는지 말을 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아니, 모두가 다 소대장님에게 깨지는 것이 베스트였다.

‘절대 나 혼자는 안 죽는다.’

김유경 일병도 1소대 안에서는 어리바리한 모습이지만 밖에서는 제법 양아치 짓을 하고 살았다. 그렇게 어수룩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군대 특성상 계급이 깡패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어리바리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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