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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87화 (787/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83)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17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83)

얼굴을 돌리지도 못한 채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내려져 있던 바지를 슬그머니 올렸다.

“동작 그만!”

김태호 상사의 한마디가 내무실에 울려 퍼졌다. 박형욱 병장이 그대로 우뚝 멈췄다. 김호동 하사는 살짝 어이없는 표정으로 다가가 말했다.

“야, 박 병장. 네가 왜 여기 있어?”

“네? 아, 그게······.”

“너, 이씨! 전원 집합인 것 못 들었어?”

“저 내일모레 말년휴가 나가지 말입니다.”

“그래서, 내일모레 말년휴가 나간다는 새끼가 왜 내무실에 지금 있어? 완전 도라이 새끼네. 너 미친놈이지. 그렇지 않고서야 팬티 차림으로 이러고 있지 않지?”

“하하, 하하하······. 그것이 아니라.”

박형욱 병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주섬주섬 바지를 끌어 올렸다. 그 모습을 보며 김태호 상사와 김호동 하사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너, 시발······. 설마 자위하고 있었냐?”

“······.”

박형욱 병장이 살짝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박형욱 뒤에 뭔가 보였다. 박형욱 병장도 시선을 느꼈는지 슬쩍 몸으로 가렸다. 하지만 이미 김호동 하사의 눈에 발각이 된 후였다.

“야, 그거 뭐야.”

“뭘 말입니까?”

“너 뒤에 있는 물건 말이야. 뭐냐고!”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 새끼가! 빨리 갖고 와.”

“한 번만 봐주십시오. 내일모레······.”

“이 새끼가, 가져와! 두 번 말 안한다.”

“진짜 아무것도 아닙니다. 진짜······.”

“일단 확인해 보자고! 아무것도 아닌지. 가져와! 너 내일모레 휴가 말고 영창 갈래?”

김호동 하사가 무서운 눈빛으로 말하자 박형욱 병장이 인상을 썼다.

“아, 진짜······. 이거 걸리면 안 되는데······.”

박형욱 병장이 난처한 얼굴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빨리 내놔라!”

김호동 하사가 손을 까닥까닥거렸다. 박형욱 병장은 어쩔 수 없이 숨겨 놓은 것을 꺼냈다.

그것을 바로 낚아챈 김호동 하사는 맥심 화보집이었다. 그것을 몇 장 확인을 하더니 김호동 하사가 피식 웃었다.

“이야, 너는 재주도 좋다. 말년이라는 놈이 꼬박꼬박 사서 이걸 보는지 말이야.”

“제 것 아닙니다.”

“네 것 아니야? 그럼 누구 건데?”

“그냥 한 번만 넘어가 주시면 안 됩니까?”

“넘어가긴 뭘 넘어가! 바로 현장에서 걸렸는데.”

“아, 진짜······.”

“그래서 누구 거야? 말해! 빨리 말 안 해?”

“하아, 진짜······. 그거······ 익호 겁니다.”

박형욱 병장은 바로 황익호 병장을 팔았다. 만약에 걸리면 윤태민 2소대장에게 욕 한번 들어먹으면 되었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말년 휴가를 나가 있을 때였다. 복귀하면 그냥 제대하면 끝이었다.

‘뭐, 나머지는 익호 그 녀석이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박형욱 병장이 속으로 생각했다.

“오, 이게 익호 거야?”

김호동 하사가 그것을 살펴봤다. 그러곤 관물대를 쭉 훑어보며 물었다.

“익호 관물대가 어디 있냐?”

“네?”

“아, 저기구나.”

황익호 병장 이름이 박힌 관물대를 확인하고 그곳으로 갔다. 박형욱 병장이 당황하며 말했다.

“뭐, 뭐 하시는 겁니까?”

박형욱 병장이 바로 김호동 하사의 앞을 막았다.

“야! 뭐야. 이 새끼 봐라. 지금 뭐 하는 짓이지?”

“이, 익호 관물대는 뭐 하러······.”

“뭐하긴 이거 익호 거라며.”

“네. 그렇습니다.”

“그럼 더 있는지 확인을 해봐야지.”

“김 하사님. 진짜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갑자기 뭐?”

“저희 2소대지 않습니까.”

“2소대가 뭐?”

“아니, 김 하사님께서 그러십니까.”

박형욱 병장이 김호동 하사를 막아섰다. 그 모습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김태호 상사가 끼어들었다.

“왜? 관물대 검사하는 데 문제 있어?”

“해, 행보관님······.”

“무슨 문제 있냐고.”

“그, 그건 아니지만 아직 2소대장님께서 안 계시고······. 부소대장님도······.”

박형욱 병장이 이리저리 횡설수설했다. 김태호 상사가 매서운 눈초리로 박형욱 병장을 노려봤다.

“그리고 너! 행보관이 전원 집합하라는 소리 못 들었어?”

“······.”

“왜 네가 여기 남아 있냐 말이야.”

“그게······.”

“고작 자위행위 하려고 남아 있었던 거야?”

“아, 아닙니다. 저는······.”

박형욱 병장이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너 박형욱이. 안 되겠다. 김 하사!”

“네.”

“이 자식, 중대장님께 친히 말씀드릴 테니까. 이 녀석 영창 보낼 준비해.”

“네. 알겠습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박형욱 병장이 바로 입을 열었다.

“아아아, 왜 그러십니까. 하, 한 번만 봐주십시오.”

이대로 영창을 가면 영창 다녀온 만큼 제대 기간이 늘어나며 말년휴가 역시 취소가 될 것이 분명했다. 절대로 그러고 싶지 않다.

심지어 자위행위 하다가 영창을 가는 그런 치욕스러운 일을 소대원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김태호 상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박 병장.”

“병장 박형욱.”

“너, 어떻게 할래?”

“네?”

“남들 다 작업 갔는데 너 혼자 짱박혀서 자위행위 하다가 걸린 놈이 될래? 아니면 공익 제보자가 될래?”

“공익 제보 말입니까?”

“그래. 우리가 지금 뭘 할 것 같냐?”

박형욱 병장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 순간 두 부사관이 뭘 할 것인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공익······. 공익 제보라고 했어.’

박형욱 병장은 바로 눈치를 챘다.

‘모두가 다 작업으로 빠졌어. 4중대 전원 말이야. 원래는 나도 작업을 하러 가야 했지. 게다가 윤태민 2소대장은 교육받으러 가고, 2소대에는 원래 아무도 없어야 했어.’

그런데 두 사람이 나타났다. 이 둘은 아무 의미 없이 관물대를 뒤지려고 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일까?

‘아, 시발······. 완전 X됐네.’

박형욱 병장이 모든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김태호 상사도 그것을 눈치채고 물었다.

“박형욱이. 이제 좀 머리가 돌아가냐. 지금 상황이 어떤지?”

“······네.”

“확실히 알겠어?”

“네,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협조할래? 아니면 너도 다 같이 뒤집어쓸래?”

“협조하면 저는 빼주는 겁니까?”

“너 휴가 언제냐?”

“목요일입니다.”

“글쎄다. 네가 협조를 잘하면 목요일 안으로 안 끝날 것 같지.”

‘엥? 저게 무슨 말이야?’

박형욱 병장은 방금 내뱉은 김태호 상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뭔 말이야. 협조를 잘했는데 목요일 안으로 안 끝난다니?’

박형욱 병장의 눈알이 빠르게 굴러갔다. 그 모습을 보고 김태호 상사가 피식 웃었다.

“네가 협조를 안 하면 아마 넌 영창부터 가게 될 거야. 영창 갔다 왔을 때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아무것도 안 하고 영창을 일주일 동안 갔다 왔는데 그때 모든 것이 다 털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자신에게 전가해 버린다면? 완전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저어······.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박형욱 병장은 바로 태도가 돌변했다.

“박 병장. 여기 뭐 뭐 숨겨 놓은 건지 알지?”

“네네, 알고 있습니다.”

김태호 상사가 시계를 확인했다.

“지금부터 10분 준다. 다 찾아! 하나라도 빠지면 영창이야!”

“알겠습니다.”

박형욱 병장이 재빨리 움직였다. 그리고 관물대 하나를 열 때마다 숨겨뒀던 온갖 것들이 다 침상에 떨어졌다.

그중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은 물건들도 있었다.

“이게 뭡니까? 혹시 여성용 팬티 아닙니까?”

김호동 하사가 어이없다는 듯 집게 손으로 그것을 들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스타킹도 나왔다.

“와, 이것들 진짜······.”

“완전 미친놈들이구만.”

김태호 상사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박 병장! 설마 이것들 전부 휴가 나가서 사 온 거야?”

그의 물음에 박형욱 병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모든 것이 끝난 상태였다. 그래서 숨길 생각도 없었다.

“아닙니다.”

“그러면?”

“소대장님께서 다 구해주신 겁니다.”

“뭐? 도대체 이걸 왜 다 구해준 거야?”

“그, 그것이. 애들 중에서도 좀 독특한 애들이 있지 않습니까. 소품 필요한 애들 말입니다.”

“그래서 이걸 가지고 그랬단 말이야?”

“아시면서 그러십니다.”

박형욱 병장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 말을 하는 자체가 두 사람에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이 새끼들은 뭐 하는 새끼야!”

“그냥 변태죠. 변태!”

어쨌든 박형욱 병장의 도움으로 2소대가 빠르게 정리가 되었다.

그 시각 2소대원들은 해안 경계초소에 도착을 한 후 초소 근처에서 열심히 작업을 했다. 무너진 곳을 삽으로 흙을 퍼서 정리했다.

팍! 팍! 팍!

삽질을 하고 있는 뒤쪽에 황익호 병장이 담배를 피우며 투덜거렸다.

“아, 제기랄. 박 병장은 부대에서 편히 쉬고 있겠지. 시발······.”

“그런데 말입니다. 박 병장님은 안 걸렸습니다.”

“몰라. 이 하사님이 박 병장 빠진 것을 몰랐나 보지.”

“그럼 큰일이지 않습니까. 이제 말씀드려야 하지 않습니까?”

“이제 와서 뭘 말해! 그래서 지금 꼰질러서 박 병장이 짱박혔다고 하면 우리는 괜찮을 것 같냐!”

“하아, 진짜 박 병장님은 끝까지 도움이 안 됩니다.”

장태진 병장과 얘기를 주고받던 박형욱 병장이 힐끔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이민균 병장은 언제 돌아오냐?”

“그러게 말입니다. 다쳐도 얼마나 다쳤다고 아직도 안 돌아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시발, 완전 아예 의무실에서 꿀을 빨 생각인데.”

그때 이기상 하사가 불쑥 나타났다.

“야, 새끼들아! 누가 잡담하래. 이것들은 하라는 작업은 하지 않고, 만날 담배만 피우고 있네.”

“이 하사님. 방금 피운 겁니다. 방금!”

황익호 병장이 담배를 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좀 봐주십시오. 아니면 담배 떨어졌습니까? 부대 복귀하면 하나 챙겨드립니까?”

황익호 병장은 이기상 하사랑 나름 친하다고 생각을 하고 말했다. 그 말에 이기상 하사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생각을 해보니 황익호 병장이 만약 걸리면 자신도 걸고넘어질 것 같았다.

“야! 황익호.”

“네?”

“너 방금 뭐라고 그랬냐?”

“아니, 담배 떨어졌냐고······.”

황익호 병장은 갑자기 달라진 이기상 하사의 태도에 살짝 의문을 가졌다.

“이 새끼가 지금······. 야! 내가 너에게 담배 얻어 피우는 사람이냐?”

“네?”

“내가 너에게 담배를 얻어 피우는 사람이냐고!”

“그건 아니지만······.”

“이 새끼가 진짜······ 소대장님이 봐주는 것을 못 본 척해줬더니 아예 기고만장이네. 야! 황익호.”

“병장 황익호.”

“엎드려!”

“이 하사님 애들 보는데······.”

“엎드려!”

이기상 하사가 눈을 부릅떴다. 황익호 병장은 표정을 굳힌 채 엎드려뻗쳤다.

주위에 있던 2소대원들이 바짝 긴장했다. 옆에 같이 서 있던 장태진 병장 역시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아니, 속으로 갑자기 왜 저러지?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미친 새끼가 어디······ 야, 황익호! 부소대장이 네 친구야.”

“아닙니다.”

“분대장이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너 새끼야.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거야.”

이기상 하사는 2소대원들이 보는 곳에서 대놓고 갈궜다. 엎드려 있는 황익호 병장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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