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8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15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81)
“네에? 또 그런 겁니까?”
“그래!”
“와아······. 그런데 소대장님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야! 내가 너랑 같냐?”
“분명 연애는 제가 더 많이 한 것 같은데 자꾸 소대장님께 지는 기분이네요.”
오상진이 웃으며 혀를 쯧쯧 찼다. 그러자 한쪽에서 눈치만 보고 있던 김승호 이사가 슬쩍 다가왔다.
신소라가 나타나면서 김승호 이사가 일단 부모님들을 먼저 돌려보냈다.
“대표님.”
“네에.”
“신소라 씨가 여긴 어떻게 온 겁니까?”
“아, 아무래도 신소라 씨가 저희 회사와 계약할 것 같습니다.”
오상진의 말에 김승호 이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입니까? 신소라 씨가 저희 회사에 들어옵니까?”
“네.”
오상진의 확답에 김승호 이사의 입이 슬쩍 찢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최강철이 말했다.
“왜요? 좋아요?”
“당연히 좋다마다요. 대한민국에서 신소라 씨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무튼 신소라 씨와 같은 회사라······. 너무 좋은데요?”
김승호 이사는 잔뜩 들뜬 얼굴이었다. 오상진이 슬쩍 말했다.
“다른 것은 상관이 없는데······. 아시죠? 신소라 씨는 스캔들 같은 것들은 조심해야 하는 거.”
“아, 물론입니다. 알고 있죠. 저는 순수 팬으로 응원할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 회사에서 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대표님.”
김승호 이사가 두 손을 모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눈을 반짝이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물론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회사를 차리겠다는 꿈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 그래, 이 정도는 돼야지.’
오상진을 만나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승호 이사의 보는 눈이 확 올라가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 이 회사를 잘 키워서 자기가 크게 한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신소라는 한 명의 아티스트로 바뀌었다.
그때 저쪽에서 한소희가 불렀다.
“상진 씨!”
“네.”
오상진은 대답을 하고 김승호 이사를 봤다.
“김 이사님도 같이 가서 인사하시죠.”
“아, 그래도 될까요?”
“어차피 한 식구가 될 텐데요.”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고, 그 뒤로 김승호 이사가 애써 미소를 참은 채로 따라왔다.
신소라는 구두계약을 하고 먼저 돌아갔다. 김승호 이사는 내심 다 같이 식사라도 했으면 싶었다. 하지만 신소라는 이미 선약이 있다고 했다.
신소라가 떠나고 난 후 오상진, 김승호 이사, 최강철, 한소희, 최지현. 이렇듯 다섯 명이 남았다.
“지금 가장 급한 것이 뭐지?”
오상진이 물어보니 일단은 사업자 등록부터 해야 했다.
“회사 이름도 정하고요.”
최강철이 의견을 제시했다. 오상진의 시선이 한소희에게 향했다.
“소희 씨.”
“네?”
“소희 엔터테인먼트 어때요?”
오상진이 말하자, 슬쩍 부끄러운지 한소희가 얼굴을 붉혔다.
“아잇, 뭐예요. 소중 픽처스에도 내 이름을 넣어놓고.”
“저는 소희 씨 이름이 들어간 것이 좋아서 그렇죠.”
그랬더니 최지현이 부럽다는 듯이 오상진을 보다가 최강철의 옆구리를 툭 찔렀다. 최강철이 냉큼 일어나며 말했다.
“아니, 소대장님. 아무리 그래도 소희 엔터테인먼트는 좀······.”
“왜 인마. 내 기획사인데 내가 마음대로 짓겠다는데 뭐가 불만이야.”
“그러면 상진 엔터테인먼트로 하든지요. 아니면 오 엔터테인먼트로 하시든지요.”
“오 엔터? 오! 좋은데요. 왠지 느낌이······.”
최지현이 바로 호응을 해줬다. 최강철이 표정을 밝게 하며 말했다.
“지현 씨도 그렇게 생각하죠?”
“네. 저는 맘에 들어요.”
둘이 서로를 바라보며 좋아했다. 하지만 오상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 오 엔터······. 너무 없어 보이지 않나?”
“왜요? 뭔가 감탄사 같기도 하고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최지현이 강하게 밀었다. 한소희 역시도 괜찮은 것 같은지 고개를 끄덕였다.
“상진 씨, 저도 괜찮은데요.”
이렇듯 세 사람이 동시에 괜찮다고 하자, 오상진도 더 이상 거부할 수는 없었다.
“알겠어요. 오 엔터로 합시다.”
다들 표정이 밝아졌다. 오상진은 회사 이름을 오 엔터테인먼트로 한다고 적었다.
“자, 회사명은 오 엔터테인먼트입니다. 그다음은 직급은 어떻게 할까요?”
최강철이 바로 정리를 한 후 물었다.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소희 씨가 대표하고, 지현 씨는······.”
오상진이 잠깐 망설였다. 그러자 한소희가 슬쩍 얘기를 꺼냈다.
“지현이 언니는 이사직 줄 거예요.”
“이사요?”
“네.”
오상진이 최지현을 보며 가만히 생각했다. 그러곤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어차피 밑에 팀장들 두고 부리려면 이사 직급은 있어야겠네요.”
오상진도 동조를 했다. 현재 한소희는 이 회사에서 믿을 사람이라고는 최지현밖에 없었다. 최지현도 연예기획사에 있었다.
물론 예전에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게다가 최지현이 다른 기획사에서 일을 해봤기 때문에 상관도 없었다.
“그러면 제가 전에 일했던 기획사에서 괜찮은 친구들 몇몇 데리고 와도 되죠?”
최지현이 불쑥 말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 그렇게 하세요. 그렇지 않아도 당장 사람 뽑는 것도 시일이 걸리니까요.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대신에 페이는 기존에 받았던 것보다는 좀 더 줘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해요. 어차피 신소라 씨도 우리 기획사인데 손가락 빨지는 않겠죠.”
그렇게 얘기하고 있는데 김승호 이사가 헛기침을 했다.
“어험······.”
오상진의 시선이 바로 김승호 이사에게 향했다.
“아, 맞다. 우리 김 이사님도 그냥 이사 직급은 다셔야죠.”
“어후, 제가 이사 직급을 달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김승호 이사가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한소희가 입을 열었다.
“아니요. 그냥 아예 가수 쪽 파트는 김승호 이사님께서 총괄해서 맡았으면 해요.”
“아······.”
김승호 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소희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엔젤스는 곧 데뷔를 해야 하잖아요.”
“네. 대표님.”
김승호 이사도 이제 한소희에게 대표라고 말했다. 한소희가 히죽 웃었다.
“어쨌든 엔젤스 말고도 다른 가수들도 뽑아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오디션도 봐야 하고······. 차라리 본부장으로 하시면 어떨까요?”
“보, 본부장이요?”
김승호 이사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소희는 바로 대답했다.
“네!”
“어후, 제가······ 가능할까요?”
“충분히 가능해요. 잘해주실 거죠?”
“아, 네에. 그렇게 절 높게 봐주시면 감사하죠.”
물론 직위는 이사였다. 하지만 직책은 본부장이었다. 김승호 이사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관리하라는 책임을 준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한소희의 계략이었다. 나중에 최지현도 본부장을 시킬 생각이었다. 물론 한소희가 현재는 모든 것을 맡고 있지만 나중에 최지현에게 모두 맡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지현을 불쑥 본부장으로 올리면 김승호 이사가 서운할 것 같아서 먼저 본부장으로 올린 것이었다.
최지현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올릴 생각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좋아하는 김승호 이사를 보며 한소희와 최지현은 서로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건 그렇고 애들 계약은 바로 파기 가능합니까?”
“네, 물론입니다. 동의서도 받고 했으니까. 별문제 없을 겁니다.”
김승호 이사는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오상진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까지 애들 피만 빨아먹던 사람들이었다. 오상진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최강철을 봤다.
“강철아.”
“네, 소대장님.”
“미안한데 네가 한 번 더 도와주라.”
“에이, 걱정 마세요. 제가 끝까지 책임질게요.”
“아니, 김 이사님이 못 미더워서가 아니라. 그쪽 사람들이 못 미더워서 그래. 괜히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강철이 네가 한 번만 더 도와줘.”
최강철이 가만히 생각을 하더니 한마디 툭 던졌다.
“으음······ 제가 이렇게 신경을 쓰는데 저도 뭐 한자리 시켜줘요.”
“너도?”
“아니, 다른 사람들은 다 한 자리씩 차지하고 그러는데 저는 아무것도 없으면서 나만 부려먹고 그러잖아요. 너무한 거 아니에요?”
그러자 한소희가 나섰다.
“그러 강철 씨도 이사해요. 이사!”
김승호 이사도 나섰다.
“오우, 최 팀장님이 이사를 맡아주시면 고맙죠.”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너 사내 규정에 안 걸려?”
“에이, 뭘 그런 걸 따져요. 막말로 형도 이리저리 한 자리씩 다 차지하고 그러던데. 그리고 저는 솔직히 회사에 별 욕심 없어요. 차라리 그냥 회사 때려치우고 여기 와서 이사나 할까?”
그 말에 최지현이 옆구리를 푹 찔렀다.
“으구, 진짜!”
“알았어, 알았다고.”
최지현에게 꽉 잡혀 사는 최강철을 보며 오상진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소희는 뭐가 그리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운전하던 오상진이 힐끔 봤다.
“소희 씨 그렇게 좋아요?”
“그럼요. 당연히 좋죠. 솔직히 소중 픽처스는 오빠네 회사에 들어간 것 같은데. 여기는 제가 대표잖아요.”
“어후, 우리 소희 씨 대표 안 시켜줬으면 큰일 날 뻔했네.”
한소희가 씨익 웃더니 운전하고 있는 오상진의 손을 꽉 잡았다.
“상진 씨.”
“네?”
“······고마워요.”
“에이, 뭘 고마워요. 제가 다 소희 씨를 믿고 그러는 건데.”
“그래도······. 상진 씨 그러지 말고, 우리 결혼 서두를까요?”
“결혼요?”
한소희의 깜짝 발언에 오상진도 놀랐다.
“아니, 대학원 다닌다고 했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아빠 때문에 그랬거든요.”
“아버님요?”
“아빠가 큰 오빠는 병원을 운영할 성격이 안 되고, 둘째 오빠는 소중 픽처스가 너무 잘되어서 병원에 관심이 없고. 남은 것이 저밖에 없다고, 저보고 병원을 운영해 보라고 하시잖아요. 그것 때문에 대학원 가기로 한 건데······. 그런데 이렇게 되어버리면, 솔직히 아빠 병원은 저도 관심이 없거든요. 막말로 여태까지 아빠 때문에 맞춰서 그렇게 한 것이거든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대학원은 괜히 다닌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드네요.”
“에이, 배움은 좋은 거예요. 배울 수 있을 때 배우는 것이 좋죠.”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아버님이 저 별로 안 좋아하신다고 하지 않았어요?”
오상진의 물음에 한소희가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희 아빠가요? 아니요! 지난번에는 오 서방 언제 오냐고 물어보던걸요.”
“그랬어요?”
“네!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죠. 아니,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오 서방이라고 하냐고. 그랬더니 아빠가요. 너희들 식이야 금방 올리면 될 것이고, 양가 부모가 다 허락을 했으면 결혼한 것이나 마찬가지지, 그런 거로 따지냐며 아빠가 뭐라고 하시던데요.”
“아후. 그랬구나. 그럼 아버님 선물을 또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나.”
“아이, 진짜! 됐어요. 지난번처럼 그 비싼 술 사 오기만 해봐요.”
“아, 그거요. 그 가격 아니에요.”
“그럼 뭐예요? 오빠는 아무라 못 줘도 칠백은 줬을 거라고 하던데······.”
“그 정도는 아니고, 강철이가 싸게 받아 온 겁니다.”
“강철 씨가요?”
“강철이네 회사가 선진그룹이잖아요. 그쪽 네트워크 활용하다 보면 싸게 들여오는 것이 있어요. 그걸 싸게 샀어요. 물론 강철이가 좀 깎아준 것이 없지 않아 있지만요.”
“그럼 강철씨에게 미안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