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8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14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80)
“아니, 형은 이런 얘기를 할 거면 전화를 줘야지······.”
“네? 왜 그래요?”
신소라는 최강철의 표정을 살피더니 피식 웃었다.
“왔어요?”
“아, 네에······. 이렇게 왔어요.”
최강철이 신소라에게 문자를 보여줬다. 그 문자를 확인한 신소라가 또 한 번 피식 웃었다.
“본부장님답네요.”
“그렇죠. 형이 그렇죠. 남에게 부탁 잘 못 하는 거, 뭐······ 아시죠?”
최강철이 신소라를 보며 물었다. 신소라도 알고 있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좀 그런 면이 있죠.”
솔직히 최강호 입장에서는 동생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입장은 아니었다. 형으로서 멋있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다.
그래도 이렇듯 자신을 위해 나서주는 최강호의 모습에 신소라는 매운 만족했다.
또각또각.
한소희가 테이블 근처로 다가왔다.
“상진 씨, 뭐예요? 무슨 일로 오셨대요?”
한소희가 나긋한 목소리로 오상진에게 물었다. 신소라가 한소희를 딱 바라봤다. 잠깐 생각을 하더니 표정을 밝게 했다.
“아! 그러니까······ 여자 친구분!”
한소희가 바로 인사를 했다.
“네. 안녕하세요. 한소희에요.”
“오, 본부장님 말씀이 맞았네.”
“네?”
“아, 본부장님이 오 대표님 여자 친구 분이 엄청 예쁘시다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배우해도 될 만큼 예쁘시다고······.”
“아······ 그런데 본부장님은 누구······.”
“아!”
신소라가 깜짝 놀란 듯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아직 전달이 안 되었구나.”
“최강호 본부장님요.”
한소희의 시선이 바로 최강철에게 향했다.
“강철 씨의 형님 되신다는······.”
“맞아요.”
신소라가 환하게 웃었다. 한소희는 잠깐 고민을 하더니 어느 정도 짐작이 되었다.
‘오호라, 강철 씨의 형님과 신소라 씨가······.’
한소희는 자신의 남자 친구인 오상진과는 신소라는 단순히 남녀관계로 갈 수 없다는 것을 바로 이해했다. 그때 한쪽에서 최지현이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럼 얘기들 나누세요.”
한소희가 인사를 하고 최지현에게 갔다. 최지현은 바로 한소희를 붙잡고 물었다.
“언니! 뭐예요?”
“신소라 씨가 왜 여기에 왔는지 알 것 같아.”
“그래요? 뭔데요?”
“아까, 강철 씨가 얘기를 해줬는데 신소라 씨 오 대표님 기획사에 들어 올 것 같아.”
“잉? 언니. 오 대표님 기획사면 우리 기획사잖아요.”
“그러니까······.”
“잉? 그런데 왜 우리 허락도 없이 들어와요?”
“아, 여기 차밍 엔터테인먼트였잖아. 신소라 씨는 차밍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고. 그리고 정확한 것은 모르겠는데 최강호 본부장이랑 신소라 씨를 밀어주고 있는 것 같아.”
“아, 차밍은 망했고. 어디든 들어가야겠고······. 그래서 우리 기획사에 들어오겠다. 이 말인 거죠?”
“그렇지. 그런데 이건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한소희도 신소라는 좀 별로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최강호는 선진그룹 총괄본부장이고, 차기 후계자에 올라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최강호가 어떤 이유로 신소라를 후원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만약에 둘이 잘돼서 결혼이라도 한다면. 당연히 이건 받아야 하는 카드였다.
신생 기획사에 앞으로 성장을 하려면 선진그룹의 도움을 받으면 더 좋기 때문이었다.
“아, 진짜 신소라 씨 맘에 안 드는데.”
한소희가 푸념하자, 최지현도 동조했다.
“나도! 저런 여우 같은 스타일 딱 질색인데. 하지만 엔젤스가 바로 데뷔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하긴 엔젤스가 데뷔를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긴 하죠.”
“엔젤스를 데뷔시킨다고 해도 우리가 뭐, 아티스트가 한 명도 없는데 신소라 씨라도 영입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낫지 않을까?”
최지현의 말에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래요. 그리고 신소라 씨가 있는 기획사에서 신생 걸 그룹을 만든다고 하면 그것 역시 홍보가 될 거예요.”
“맞아, 생판 모르는 무명보다는 말이야.”
“무슨 얘기인지 알겠어요.”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 대표님께서 회사를 위해서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어요.”
최지현이 뒤늦게 존대를 하며 말했다. 한소희가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요.”
한소희도 고개를 돌려서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은 최강철과 얘기를 하는 중이었다.
“너희 형님이 신소라 씨를 받아달라고 했단 말이지?”
“네.”
“혹시 네가 말한 거야?”
“아뇨. 저는 그 얘기까지 하지는 않았어요.”
“너희 형님이 먼저 얘기를 했단 말이지.”
“네.”
오상진이 슬쩍 최강철에게 얘기를 하긴 했다. 신소라 씨가 기획사에 들어오면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사실 오상진도 땅 파서 장사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동생이 속한 그룹이고, 세나가 있는 곳이라고 해도 땅 파서 장사할 생각은 없었다.
어찌 보면 오상진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신소라라도 초반에 계약을 해서 활동을 해 준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좋아, 그럼 계약에 문제는 없는 거지?”
“아마 없을 거예요. 차밍에서도 이미 다 끝났거든요.”
“그럼 계약 조건을 어떻게 맞춰줘야 하나?”
“보통 신소라 씨 같은 경우는 11 대 0이죠.”
최강철의 말에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11 대 0? 그게 뭐야?”
“신소라 씨가 버는 것은 신소라 씨가 다 가져가고.”
“그리고?”
“매니저라든지, 품위유지비까지 전반적인 것 모두 기획사에서 부담하는 겁니다.”
“야, 그럼 기획사는 뭘 먹고 살아?”
“일단 작품 활동 할 때는 그런데, 광고 계약을 할 때는 나누는 걸로 알고 있어요. 7 대 3인가? 그 정도 일 건데요.”
“아, 그래?”
신소라가 CF 계약을 할 때마다 보통 5억씩 받는데, 그러면 최소 1억5천은 소속사로 들어간다. 물론 1억 5천이 떨어진다고 해도 세금 떼면 얼마 남지도 않겠지만 또 신소라 활동비에 집어넣어야 하고 말이다.
그래서 실직적으로 남는 돈이 많지는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신소라가 광고를 하나만 찍는 것이 아니었다. 서너 개만 찍어도 회사입장에서는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아, 그리고 신소라 씨와 계약을 하면 다른 배우들 키우기도 편하지 않겠어요? 신소라씨 작품 들어갈 때 신인배우들 몇몇 끼워넣어도 될 것 같고.”
“흠······.”
“아, 그리고 참! 소대장님 영화 거기에 투자를 해도 되잖아요.”
그 말에 오상진의 눈이 번쩍 하고 떠졌다. 신소라를 만약에 잘되는 영화에 투자하면 오상진도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오, 그 생각을 못했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형 체면을 봐서 받아주세요.”
“나야 좋지. 신소라 씨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니까.”
“아무튼 하시는 겁니다.”
“그래.”
최강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신소라에게 다가가 말을 하려는데 오상진이 불러세웠다.
“아, 잠깐만······. 강철아, 멈춰 봐.”
“네?”
오상진은 바로 고개를 돌려 한소희를 불렀다.
“소희 씨, 잠깐 이리 와봐요.”
한소희가 달려왔다.
“소희 씨, 아무래도 신소라 씨가 우리 기획사에 들어올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지현이 언니에게 대충 얘기는 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오상진이 한소희에게 묻자,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뭐예요. 결정한 것이 아니었어요?”
“어후, 소희 씨가 회사 대표고, 저는 투자자일 뿐인데요. 아무튼 회사 대표인데 당연히 소희 씨가 결정하는 것이 맞죠.”
“정말 내 의견이 중요해요?”
“네!”
“그럼 받지 마요.”
“그럴까요?”
“네. 저요, 상진 씨 옆에 저렇게 예쁜 여자가 있는 것이 싫어요.”
한소희가 투정부리듯 말했다. 오상진은 살짝 의외라는 듯 놀랐지만 이내 피식 웃었다.
“으음, 그럼 소희 씨는 소희 씨를 싫어하겠네요?”
“네에?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니, 내 눈에는 소희 씨가 가장 예쁜데······. 소희 씨가 싫어하니까.”
오상진은 말도 안 되는 걸로 한소희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뭐예요. 만날 이럴 때만 그래요.”
“어? 진담인데······.”
“됐어요. 아까는 농담이고, 신소라 씨 받아요. 회사를 위해서라도 신소라 씨가 함께하면 좋죠.”
“알겠어요. 그런데 신소라 씨 계약조건을 잘 맞춰줘야 해요.”
한소희 역시도 최지현에게 어느 정도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계약조건이야 최대한 맞춰봐야죠. 어쨌든 계약금은 많이 못 줘요.”
“신소라 씨가 딱히 계약금을 원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뭐,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오상진과 한소희의 얘기가 얼추 끝나고, 두 사람이 신소라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갔다.
“논의는 다 끝났어요?”
“네.”
한소희가 먼저 앞장서서 대답했다. 그리고 손을 내밀며 밝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한소희라고 해요.”
“네, 반가워요.”
신소라도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그러자 오상진이 나서서 설명을 해줬다.
“아, 제가 기획사를 운영할 수 없는 실정이라, 여기 있는 한소희 씨가 기획사 대표로 전반적인 것을 운영할 겁니다.”
“아, 그럼 대표님 되시는구나.”
신소라가 조금 더 깍듯하게 굴었지만 여배우 포스는 달라지지 않았다. 한소희 역시도 밀리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앞으로 잘해봐요, 신소라 씨.”
“네, 잘 부탁해요. 그런데 제가 데리고 있는 스타일리스트하고, 매니저는 그대로 썼으면 좋겠는데······.”
“물론이죠. 최대한 맞춰드릴게요.”
“오, 우리 대표님 화끈하시다.”
신소라가 웃으며 말했다. 한소희 역시도 한쪽에 서 있는 최지현을 불렀다.
“최 팀장님.”
최지현이 바로 달려왔다. 한소희가 바로 소개를 했다.
“여기는 최지현 씨요. 저희 기획사에서 일할 사람이에요.”
“아, 네에. 반가워요.”
“네, 안녕하세요. 최지현이라고 해요.”
신소라 역시 최지현과 인사를 나눴다. 한소희가 부가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최지현 씨는 다른 연예기획사에서 근무를 했는데 제가 우리 회사로 스카웃해서 데리고 왔어요.”
“오, 그러시구나. 앞으로 잘 부탁해요.”
“네.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네요.”
최지현도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세 여자가 환한 미소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오상진이 뒤로 슬쩍 빠져 있었다. 그 옆으로 최강철이 다가와 속삭였다.
“저 세 여자를 보고 있으니 완전 화보 같지 않아요?”
최강철이 말을 하면서 씨익 웃었다. 예쁜 여자 셋이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말이다. 하지만 오상진은 달랐다.
“너는 저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니?”
“네?”
“저 안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니?”
“와, 소대장님. 군인 아니랄까 봐, 무슨 전쟁터 얘기입니까.”
“어후, 네가 그래서 아직 멀었다는 거야.”
“네?”
“내가 예상하는데 너 오늘 지현 씨에게 많이 시달리겠다.”
“무슨 소리에요? 제가 왜요? 저 딱히 지현이에게 잘못한 거 없는데요.”
최강철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오상진이 한심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 조금 이따가 데이트 하기로 했지?”
“네.”
“그럼 내 말대로 해라. 지현 씨 먹고 싶은 걸로 하고, 선물이라도 하나 사줘. 최대한 기분을 풀어주란 말이야.”
“네에? 갑자기요? 아니, 내가 뭐 잘못했어요?”
“잘못했지. 아주 큰 잘못!”
“그게 뭔데요?”
최강철이 눈을 크게 떴다. 오상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신소라 씨가 여기에 나타난 것이 잘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