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783화 (783/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79)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13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79)

다들 눈빛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오상진을 대신해 이번에는 최강철이 나섰다.

“아, 그 얘기는 제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최강철이 입을 열자, 또다시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모두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여기 계신 대표님께서 제 소개를 빼 먹으셨네요. 참······. 일단 제 소개는 명함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최강철은 발 빠르게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부모님 한 분 한 분에게 건넸다. 그중 한 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선진그룹······. 기획실 3팀장?”

김승호 이사가 조용히 부모님들에게 말했다.

“선진그룹 회장님 막내 아드님이십니다.”

“오오오······.”

모두 놀란 눈으로 최강철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감격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부모님들 중 특히 아버지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최강철이 바로 두 손을 흔들었다.

“아, 그러지 마십시오. 저야, 어디까지나 대표님 도와드리려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거지. 인사받으려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선진그룹이라는 한마디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오상진은 그 모습을 보며 살짝 씁쓸하기도 했다. 어쨌든 싫지는 않았다. 덕분에 약간 의심 가득했던 김승혜 어머니의 표정이 확 달라진 것이다.

“어머, 선진그룹에서 우리 애들 봐 주시는 건가요?”

“뭐, 저하고 여기 대표님하고는 형, 동생하는 사이입니다. 또, 마찬가지로 오 대표님 동생인 제시카도 제 친동생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제가 전폭적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얘기를 했더니 다시 한번 분위기가 타올랐다.

“하이고, 그럼 진즉에 말씀을 하시죠.”

“맞아요. 우리는 그런 줄도 모르고······.”

“괜히 의심이 들어서는······.”

“그렇죠. 그래요.”

다들 서로를 보며 한마디씩 했다. 오상진이 살짝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좌우로 눈치를 살피던 김승호 이사가 나섰다.

“자자,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회사 구경하셔야죠.”

“아, 그럴까요?”

“그래요. 그래요.”

최강철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제가 안내해도 되겠습니까?”

“좋아요.”

“어머나, 우리 선진그룹 팀장님께서 직접 안내를 다 해주시네. 이거 영광입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이쪽으로 가시죠.”

최강철이 부모님들을 모시고 이동했다. 오상진과 김승호 이사, 한소희, 최지현만 그 자리에 남았다. 김승호 이사가 오상진의 눈치를 보더니 슬쩍 말했다.

“대표님, 이해해 주십시오. 어머님들 열에 아홉은 다들 저런 식입니다. 사람 못 믿고······.”

“이해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데뷔를 한다, 한다 말을 했는데, 여태까지 미뤄졌지 않습니까. 그 와중에 다른 곳으로 이적을 한다고 하니 내가 부모님이라고 해도 의심을 할 겁니다.”

오상진이 차분하게 말을 했다. 그런데 한소희가 살짝 인상을 썼다.

“그래도 너무하시네. 강철 씨 명함 한 장으로 이렇게 달라지나?”

그러자 이 자리가 슬쩍 불편해진 최지현이 나섰다.

“아니, 왜 또 한 이사님께서 섭섭해하실까. 한 이사님, 우리 강철 씨에게 화나고 그런 거 아니죠?”

“화는요. 강철 씨가 이렇게 나서줘서 일이 잘 풀렸는데요.”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고요. 앞으로 제가 잘할게요.”

최지현이 환한 얼굴로 한소희에게 말했다. 한소희도 괜히 미안한 듯 말했다.

“에이, 언니 또 갑자기 말을 높이고 그래요.”

“앞으로 이제 대표님이 되실 분인데 말을 잘해야죠. 안 그래요?”

“대표님?”

한소희는 대표라는 말에 기분이 좋은지 씨익 웃었다.

“어, 그런가요? 최 이사님?”

“어멋! 저는 그럼 이사인가요?”

“그렇겠죠. 호호호.”

“어머나, 호호호.”

두 사람은 서로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오상진이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고 있는데 최강철이 저만치서 손짓했다.

“대표님 뭐 하세요?”

“어, 가!”

오상진이 최강철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엔젤스 부모님들과 함께 다시 한번 차밍 엔터테인먼트 건물을 둘러봤다.

차밍 빌딩을 확인한 부모님들은 덧없이 표정이 밝았다.

솔직히 그전의 빅 스타 엔터테인먼트 사옥은 말이 좋아 연예기획사이지 작고 허름한 건물에 집기들만 놓은 수준이었다.

애들 연습실도 그냥 콘크리트 바닥에 그냥 장판만 깔아놓고 거울만 비치해 놓은 수준이었다. 그래서 애들 쉬는 모습만 봐도 안쓰럽고 그랬다.

하지만 이곳은 그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최신식 시설에다가 연습실은 물론, 아이들 휴게실과 개인 연습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이런 곳에서 준비를 한다고 하니, 꿈같았다.

김승호 이사가 부모님들을 둘러보며 슬쩍 말했다.

“어떻게, 마음에 드세요?”

“네네, 정말 마음에 듭니다.”

“정말 우리 애들 이곳에서 연습하는 겁니까?”

“정말이에요?”

부모들이 김승호 이사를 보며 물었다. 김승호 이사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이게 다 오 대표님 덕분입니다.”

그때 이은영의 엄마가 입을 열었다.

“저기 그런데 세나네 부모님은 안 오셨나 봐요.”

아무리 그래도 엔젤스의 리더는 세나였다. 그런데 리더의 부모가 오지 않았다는 것에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박승미의 엄마도 살짝 불만을 늘어놨다.

“아시잖아요. 세나 어머니, 지방에 계셔서 못 올라오셨을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나가 리더고 기획사까지 옮기는 마당에 얼굴이라도 비춰줘야지.”

그런 말들이 나오자 김승호 이사가 바로 말했다.

“아, 세나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 대표님이 세나의 삼촌이나 다름이 없어요.”

“아······.”

“네에? 그래요?”

방금 전 세나 부모님께 불만을 늘어놓았던 어머님들의 표정이 깜짝 놀랐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불만이 쏙 들어갔다. 어쨌든 오상진은 현재 세나의 보호자 역할도 하고 있긴 했다.

“저어,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라도 세나 얘기는 오 대표님 앞에서는 하지 마세요. 아셨죠?”

김승호 이사가 신신당부를 하자 바로 부모님들이 태도를 달리했다.

“물론이죠. 저희가 앤가요.”

“맞아요. 당연히 세나 부모님이 바쁘면 못 오실수도 있죠.”

“그럼 세나가 리더로서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데요. 안 그래요?”

“맞아요.”

바로 말을 바꾸는 부모님을 보고 김승호 이사가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진짜 진이 빠진다. 진이 빠져.’

연습생 부모님들은 유별난 분들이 많았다. 특히 연예인 부모님들은 내 자식이 잘났고, 최고인 줄 안다. 하물며 내 자식이 잘나가기를 바란다. 아이돌 그룹을 만든다고 해도 그 안에서 서로 질투하고, 시기하고, 음해하고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김승호 이사도 그런 모습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이런 모습들이 익숙했다.

게다가 엔젤스 부모님들은 특별히 어느 한 부모가 잘나가거나 그런 사람이 없었다. 오상진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다 보니 예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주도적으로 나서는 부모님들은 없었다.

그런데 이렇듯 오상진이 전면으로 나선 이상은 다른 부모님들도 현실을 인정하고 따라가야 했다.

오상진이 자신의 사비까지 털어서 이러고 있는데 거기다 대놓고 욕심을 내면 답이 없었다.

이에 김승호 이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부모님들께 감히 말씀을 드리면, 오 대표님과 얘기는 했습니다. 일 년 안에 애들 데뷔를 시킨다고 말입니다. 아니, 최대 1년이고, 짧게 될 수도 있어요. 어차피 곡은 이미 다 나왔고, 그것에 맞춰서 춤만 완성하면 되니까요.”

“정말요? 그럼 우리 애들 정말 데뷔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은 저희 기획사를 선진그룹 최 팀장님께서 지원을 해주시는 건데. 애들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부모님들이 가지고 계신 불만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제 다시 새출발하는 애들인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죠. 다들 그런 부분에서 조금씩만 양보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승호 이사가 프로듀서로서 얘기를 하자, 김승혜 부모, 이은영 부모님, 박승미 엄마와 오빠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래요. 저희도 그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 우리 애들 데뷔만 된다면야······.”

그렇게 한마디씩 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고 있었다.

“응? 누가 또 오나?”

김승호 이사가 고개를 갸웃하며 엘리베이터로 시선이 갔다. 그러곤 뒤에 있는 오상진을 향해 소리쳤다.

“저기 대표님. 누가 올라오는 것 같은데요. 혹시 손님 오시기로 하셨나요?”

사실 이 빌딩은 모두 비워져 있어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관리인이 문을 열어주고 그러는 상태였다. 그래서 허락받지 않은 사람은 올 수 없는 곳이었다. 오상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그런 소리는 못 들었습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땡 하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내렸다.

그녀는 내리고 나서 쭉 주변을 훑어보더니 최강철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걸어갔다.

“최 팀장님.”

“네? 저요?”

최강철은 의문스러운 얼굴로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한쪽 뒤에 서 있던 최지현하고 한소희의 눈에도 그녀가 들어왔다. 어쨌든 그녀는 최강철 앞으로 다가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어멋! 제 목소리 모르세요?”

“어! 설, 설마······ 신소라 씨?”

최강철이 너무 놀란 나머지 목소리 톤이 좀 올라갔다. 그러자 조용하던 공간에 그 울림이 퍼져 나갔다.

“뭐? 신소라?”

“정말 신소라야?”

“어머머머. 어쩜! 진짜네. 진짜야.”

“어험. 내 눈앞에 신소라가 있다니. 커험······.”

그렇게 난리가 났다. 그때 신소라가 선글라스를 쓰윽 벗더니 머리를 찰랑 거렸다.

“아이, 연기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어떻게 날 바로 못 알아보시지.”

신소라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최강철은 물론 부모님, 오상진도 당황한 눈치였다.

신소라는 오상진과 마주 앉아 있었다. 그녀는 환한 미소로 오상진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 대표님. 신소라라고 해요. 저, 아시죠?”

“그럼요. 대한민국에 신소라 씨를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어,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솔직히 저를 못 알아보실까 봐 긴장했어요.”

신소라는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안도를 했다. 그런 신소라의 엄살에 오상진은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저만치서 한소희가 찌릿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느낌에 오상진은 바로 입가의 미소를 지웠다.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아! 얘기 못들으셨구나. 저기, 최 팀장님.”

신소라가 최강철을 따로 불렀다. 최강철이 바로 다가왔다.

“네.”

“혹시 말이에요. 본부장님께 얘기 못 들었어요?”

“본부장님······. 아! 형에게요? 별말 못 들었는데요.”

최강철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서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 안에 최강호에게 온 문자 하나가 딸랑 와 있었다.

-소라, 그 기획사에 넣어줄 수 있다면 넣어줘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