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78)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12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78)
그다음 날 아침 한소희는 자고 있는 오상진을 깨웠다.
“상진 씨, 상진 씨!”
“으응······.”
한소희의 목소리에 오상진이 눈을 떴다. 힘겹게 눈을 뜬 오상진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소희를 봤다.
“소희 씨, 왜요?”
“전화 왔는데.”
“전화요? 누군데요?”
“음, 김승호 이사라고 적혀 있는데요.”
“아, 김승호 이사. 잠깐만요.”
오상진이 힘겹게 침대에서 상체를 세웠다. 그리고 한소희가 건네주는 휴대폰을 받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여보세요. 오상진입니다.”
-저, 김승호입니다.
“네네, 김 이사님. 무슨 일로 전화 주셨어요?”
-아, 혹시 쉬시는 데 방해를 한 것은 아닙니까?
“아닙니다. 제가 어제 늦게 자서 이제 일어났습니다.”
어제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한소희가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원래 한소희와 저녁을 함께 먹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저녁은커녕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그 시간에 달리 할 것도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오상진은 한소희를 달래며 심야 데이트를 한 것이었다.
심야 영화도 보고, 드라이브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말이다. 집에 들어와서는 사랑도 나누고 말이다.
그렇게 보내다 보니 새벽 4시쯤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잠에서 깼다. 물론 스스로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어후, 죄송합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아닙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어요?”
-아니, 어제 말이에요. 엔젤스 부모님들 제가 다 만나 뵙고 왔습니다. 위임장까지 다 받긴 했는데······.
“네.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 부모님들이 대표님을 한번 뵙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아, 저를요?”
-네에······. 그리고 가능하면 차밍 엔터가 있었던 건물에서 봤으면 합니다.
“아······. 그래요?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조금 있다가 점심 때 뵙는 걸로 하시죠.”
-아, 예예. 그렇게 해도 괜찮을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승호 이사가 전화를 끊었다. 오상진도 휴대폰을 옆 테이블에 놓았다. 그때 한소희가 시원한 냉수를 가지고 들어왔다.
“왜요? 또 나가야 돼요?”
“네. 어제 김승호 이사를 만났잖아요.”
“네.”
“김승호 이사가 부모님들에게 동의서를 받긴 했는데, 부모님들이 좀 못 미더우신가 봐요.”
“아, 그래서 얼굴 좀 보고 싶대요?”
“네. 아무래도 점심때 얼굴 좀 비춰야 할 것 같아요.”
“치, 그러고 또 한참 있다가 오려고······.”
한소희는 살짝 토라진 얼굴로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오상진의 동생 일이었다. 동생이 좋은 일도 아니고, 기획사가 그렇게 망하게 생겼는데 오빠로서 어떻게 모른 척하겠는가.
한소희는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솔직히 서운한 것은 서운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오상진이 한소희를 보며 번뜩 생각이 났다.
“아, 참! 소희 씨.”
“네?”
“저기 기획사를 차리면 소희 씨가 한번 맡아서 해보지 않겠어요?”
“어? 제가요?”
한소희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렇지 않아도 살짝 관심이 가던 참이었다. 한소희의 눈매가 슬쩍 달라졌다.
“어떻게 알았대요? 내가 관심이 좀 있던 것을요.”
“오, 그래요? 솔직히 저는 믿고 맡길 사람이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흥! 내가 있는데 뭘 고민해요.”
“아니, 소희 씨는 대학원 공부도 하고, 바쁘니까 그렇죠.”
“대학원 공부는 공부고. 어차피 직원 쓸 거잖아요.”
“그거야 그렇죠.”
“그럼,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직원으로 뽑아도 되는 거죠?”
“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괜찮은 사람 있어요?”
“지현 씨 있잖아요. 최지현. 강철 씨 여자 친구.”
“아, 최지현 씨.”
“그렇지 않아도 지현이 언니가 이쪽일을 하고 싶어서 찾고 있다고 하는데. 지현이 언니 팀장 시켜도 되죠?”
“아, 뭐······. 시키는 거야 상관이 없지만.”
“일이야, 금방 배우면 되니까. 어쨌든 당장 데뷔하고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네, 뭐······, 그렇지만.”
오상진이 떨떠름하게 웃었다. 솔직히 한소희는 오상진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소중 픽처스 이사로서 나름 경험을 쌓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지현은 솔직히 잘 몰랐다.
하지만 한소희가 자신 있게 말을 하니, 말릴 수도 없었다.
“그럼 나도 준비해야 되겠네.”
한소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같이 나가게요?”
“그래도 얼굴은 같이 보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그래도 인사는 해야 하고, 자주 얼굴도 볼 텐데 말이에요.”
“그건 그렇긴 한데······.”
오상진이 잠깐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같이 가요.”
한소희는 콧노래를 부르며 곧바로 샤워실로 들어갔다. 오상진은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들어 김승호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오상진은 김승호 이사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아, 사모님 되실 분이 저희 기획사를 운영하실 예정이시란 말이죠?
“안 될까요?”
-전혀 문제없습니다. 그렇게 운영을 해도 말입니다. 하지만 전문 인력은 고용하셔야 합니다.
오상진이 바로 답을 주었다.
“그건 걱정 마세요. 소희 씨가 그 정도로 생각 없는 사람은 아니에요. 게다가 경영학 전공이고, 현재 박사학위 준비 중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네. 그리고 김 이사님의 권한은 충분히 보장해 줄 겁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그리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그래요. 조금 이따가 보죠.”
-네.
오상진이 통화를 마쳤다.
점심때쯤 오상진과 한소희가 차밍 빌딩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최강철, 최지현이 빌딩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 강철아. 어떻게 알고 왔어?”
“소대장님 당연히 제가 함께 와야죠. 솔직히 말해서 제 명함 필요하지 않으시겠어요?”
솔직히 오상진도 그런 걱정을 조금 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제시카의 오빠라고 해도 부모님들이 얼마나 믿을까.
김승호 이사 역시도 오상진이 아닌, 최강철의 뒷배경을 보고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그래서 최강철을 다시 부를까 했는데 아무리 소대원이었다고 해도 너무 부려먹는 것 같아서 일부러 전화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또 어떻게 알고 이렇게 찾아와 주니 너무 고마웠다.
“고맙다.”
오상진이 대답을 하고는 슬쩍 옆에 있는 한소희를 봤다. 한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두 손을 흔들었다.
“내가 부른 거 아니에요.”
최강철 옆에 있던 최지현이 손을 들었다.
“제가 불렀어요.”
“아, 소희 씨 전화 받았어요?”
“네. 그런데 저기······. 정말 저 소희랑 같이 일해도 되는 거예요?”
오상진은 오랜만에 최지현을 봤다. 그런데 오랜만에 봐도 연예인 포스를 철철 뿜어내고 있었다.
“저야, 뭐 도와주시면 감사한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제가 연예기획사에서 일 좀 배우고 있었어요. 작은 기획사에서 실장으로요.”
“그래요?”
“네. 워낙에 작은 기획사라 좀 더 큰 곳으로 옮기면 그때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최지현은 살짝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구나.”
오상진은 대답을 하면서 슬쩍 한소희를 바라봤다. 한소희가 어깨를 으쓱했다. 최지현이 입을 열었다.
“아, 소희는 알고 있었어요. 제가 소희에게만 말을 했거든요. 어쨌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열심히 할게요.”
최지현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최강철도 덩달아 말했다.
“저도 감사합니다, 소대장님.”
“감사는 무슨 네 덕분에 이런 좋은 빌딩을 얻었는데.”
“아, 그럼 서로서로 감사한 건가요? 허허허.”
그러고 있다가 오상진이 차밍 빌딩을 가리켰다.
“자, 이제 들어가자!”
“네.”
네 사람이 차밍 빌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로비에 앉아 있던 김승호 이사가 손을 흔들었다.
“대표님, 여기입니다.”
오상진이 그쪽으로 향했다. 이동을 하니 세 쌍의 부모님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김승호 이사가 곧바로 부모님들을 소개했다.
“아, 이쪽이 승혜 부모님이십니다.”
“안녕하세요.”
“네. 처음 뵙겠습니다, 오상진입니다.”
“그 옆에 계신 분은 이은영 부모님 이십니다. 그리고 그 옆에 분은 박승미 어머니하고, 박승미 오빠 되십니다.”
“아, 안녕하세요.”
오상진은 차례대로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김승호 이사가 슬쩍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승미 아버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아, 네네.”
오상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박승미 어머니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안 그래도 상희가 승미하고 친하게 지내던데. 알고 계시죠?”
“네에.”
“사실 저희 상희도 아버지가 안 계시거든요.”
“네네.”
그리고 시선을 오빠에게 뒀다.
“상희도 오빠인 제가 거의 업다키우다시피 했는데······. 오빠분 보니까, 반갑네요.”
박승미의 오빠 박준혁은 22살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머리 모양이나, 풍기는 분위기를 보니 딱 봐도 제대를 한 지 얼마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혹시 전역한 지 얼마 안 되었어요?”
“아, 네에. 두 달 되었습니다.”
“혹시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부대 중대장으로 있습니다.”
“네,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후 돈을 많이 버셨나 봅니다.”
박준혁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네에······.”
오상진도 마주보며 웃었다. 그러다가 오상진이 데리고 온 친구들을 소개할 차례였다.
“아 참. 소개를 해야죠.”
오상진이 한소희를 먼저 가리켰다.
“이 사람은 앞으로 저희 기획사 맡아서 운영할 사람입니다. 한소희 이사입니다.”
한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한소희라고 합니다.”
한소희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부모님들도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특히 박준혁은 한소희의 미모를 보며 감탄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아, 참고로 한소희 이사는 저랑 결혼할 사람인데, 소중 픽처스라고 투자회사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그러자 김승호 이사가 바로 끼어들었다.
“아, 소중 픽처스요! 요즘 영화계에서 유명한 회사잖아요. 손대는 것, 아니, 투자한 것마다 대박을 터뜨렸잖아요.”
“아······.”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한소희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한소희가 다시 한번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와, 너무 예쁘세요.”
“혹시 연예인이세요?”
“아니지, 연예인인 줄 알았지.”
부모님들이 특히 아버지와 오빠가 좋아하며 말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다음 사람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쪽은 한소희 이사를 도와서 함께 일할 최지현 팀장입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최지현입니다.”
“직급은 팀장인데, 나중에 기획사 제대로 갖추고 나면 정확한 직급은 바뀔 수 있으니 그 점은 이해해 주십시오.”
“아, 네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부모님들의 눈빛에서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아니, 한소희도 예쁜데, 그 팀에 팀장이라는 사람도 무척이나 예뻤다. 이런 미녀들이 눈에 있으니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솔직히 오상진이 나만 믿으세요, 그런 식으로 말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소개가 끝이 나고, 먼저 입을 연 쪽은 김승혜 어머니였다.
“저기 실례지만 정말로 소속사 건물이 여기로 들어온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