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7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11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77)
“이사님이요?”
“그래. 내가 찾아뵙고, 어떻게 된 일인지 사정 설명하고, 용서도 구해야지.”
“이사님,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니야, 이건 내가 해야지. 그동안 너희들을 너무 방치했어. 미안하다.”
이렇듯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는데 오상희가 초를 치는 말을 했다.
“그런데 오빠! 우리 뭐 안 먹어?”
오상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 너는 이 와중에 먹을 거 타령이냐?”
“뭐래. 오랜만에 봐 놓고. 그러면 꼴랑 케익 사 주고 끝내려고 그랬어?”
“아니다, 인마! 가자!”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고, 단체로 근처 피자 가게로 직행했다.
엔젤스 멤버들은 피자를 배불리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다들 실실 웃음이 나왔다.
“우리 정말 이제 데뷔하는 거야?”
“맞아. 정말 다른 곳에 데뷔하는 거야?”
“그렇다니까. 그 말 못 들었어?”
“진짜라잖아.”
그러고 있는데 세나가 바로 앞으로 튀어나와 몸을 돌렸다.
“너희들, 입조심! 숙소에 가서도 입조심 해야 해. 표정 관리도 조심하고. 알았어? 이사님이 말씀하셨지, 준비 기간이 며칠 걸린다고 하니까. 조금 참으라고.”
“알았어요.”
“언니, 저 입 무겁잖아요.”
“퍽이나!”
“야!”
그렇게 웃으며 다들 숙소로 들어갔다. 그런데 거실에 최정아가 앉아 있었다. 최정아를 본 멤버들이 흠칫 놀랐다.
“뭐예요, 다들. 어디 갔다 왔어요?”
“어? 우리?”
다들 당황해서 말을 못하고 있는데 오상희가 앞으로 나섰다.
“우리 오빠가 와서 피자 먹고 왔다. 왜?”
“흥! 되게 치사하다.”
“뭐가?”
“다 같이 밥 먹으러 갔으면 나도 불렀어야지. 나는 왜 안 불렀어요?”
“야, 너는 그때 숙소에 없었잖아. 그리고 우리 빼놓고 너는 혼자 잘 먹고, 잘 놀러 다니더만.”
“내가 놀러 간 것은 놀러 간 거고. 원래 맛있는 것을 먹을 때는 같이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처음에 최정아가 왔을 때 세나가 그런 얘기를 했었다.
‘우리 힘든 일은 같이 이겨내고, 맛있는 거 있으면 같이 챙겨주고.’
하지만 최정아는 자기 편할 때만 그 말을 이용했다. 오상희는 할 말을 잃은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와, 저 뻔뻔한······. 진짜 어이가 없다.”
세나가 앞으로 나섰다.
“응, 그래. 정아야. 미안해. 너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만나서 그렇게 됐어.”
“됐어요. 더럽고 치사해서 안 먹어요.”
그렇게 내뱉고는 자기 방으로 홱 들어가 버렸다. 예전 같았으면 저 모습이 정말 얄미웠을 텐데 그런 최정아를 보며 다들 킥킥거렸다.
“으이구, 쟤는 언제까지 저러고 살까?”
“내버려 둬. 곧 낙동강 오리 알 신세인데.”
세나가 다시 한번 조용히 상기 시켜 줬다.
“쉿! 너희들 입. 다들 조심해.”
“네. 알겠어요.”
“절대 티도 내지 말고.”
“네, 언니.”
그렇게 대답을 한 후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오상희는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언니, 나 화장실.”
“큰 거야. 작은 거야.”
“큰 거!”
“빨리 갔다 와.”
오상희는 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혼자 방으로 들어간 세나는 갑자기 작은 침대에 벌러덩 눕고는 베개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곤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 내지 않고 기쁨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김승호 이사가 엔젤스 멤버를 만나고 돌아가던 그 시각. 빅 스타 엔터테인먼트 황인철 이사는 강남에서 제일 비싼 룸살롱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여자종업원이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오는 황인철 이사를 붙잡았다.
“어서 오세요. 혹시 찾으시는 분 있으세요?”
친절한 물음에 황인철 이사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입을 뗐다.
“어, 저기 뭐냐. 유찬석 사장님이라고······.”
“아! 유 사장님을 뵈러 오신 분이구나. 저를 따라오세요.”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늘씬한 여성이 앞장을 서고 그런 뒤태를 바라보며 황인철 이사가 침을 삼켰다. 그리고 구석진 방으로 안내를 했다.
“여깁니다. 들어가세요.”
“아, 네에. 감사합니다.”
황인철이 룸 안으로 들어갔다. 룸 안에는 영인식품 유찬석 사장이 좌우로 여자를 두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황인철 이사가 바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사장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어, 아냐. 아냐. 내가 좀 빨리 왔지. 그리고 강남에 차가 막히는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황인철 이사는 굽실거렸다. 유찬석 사장이 손짓을 했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이쪽으로 와서 앉아.”
“아, 네에.”
황인철 이사가 자리로 가서 앉았다. 유찬석 사장은 양 옆에 있는 아가씨를 보며 말했다.
“얘들아, 그거 준비해라.”
“네?”
“아니야, 아니야.”
유찬석 사장이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아가씨들은 무슨 일인지 자리에서 일어나 얼음이 가득 들어 있던 통을 들었다. 그 안에 들어 있던 얼음을 한쪽으로 다 빼냈다.
그 안에 양주와 맥주를 넣고 폭탄주를 준비했다. 그것을 본 황인철 이사가 침을 꿀꺽 삼켰다.
아가씨들이 폭탄주를 만들고 있는 동안 유찬석 사장은 실실 쪼개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담배 피워도 되지?”
“물론이죠.”
긴장한 얼굴로 술을 말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황인철 이사는 갑자기 유찬석 사장이 담뱃재를 얼음통에 가득 찬 폭탄주 안에 털었다.
“아! 여기 재떨이 아니지 참······.”
유찬석 사장이 멋쩍게 웃고는 담잿재가 들어가 폭탄주를 잔에 따라 내밀었다.
“자, 한 잔 마셔.”
“네?”
“그래도 늦긴 늦었는데 서로 벌주는 마셔야지. 안 그럼 재미가 없잖아. 안 그래?”
“아, 네에.”
잔을 건네받은 황인철 이사는 술잔을 바라봤다. 그 위로 담뱃재가 둥둥 떠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이마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시발, 개새끼······.’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유찬석 사장은 여자에게 돈을 잘 쓰기로 유명했다.
황인철 이사는 눈을 딱 감고 술을 꿀꺽꿀꺽 들이켰다. 마시는 중간중간 몇 번이나 헛구역질이 났지만 겨우 참아냈다.
그 모습을 보던 유찬석 사장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오, 황 이사. 남자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황 이사도 여자 하나 불러야지.”
“네?”
“기다려 봐, 곧 들어올 테니까.”
잠시 후 유찬석 사장 좌우에 있는 아가씨보다는 못하지만 나름 예쁘고, 몸매 좋은 아가씨가 들어왔다. 그녀는 눈치 빠르게 바로 황인철 이사 옆으로 가서 앉았다.
“야, 잘해라.”
“네. 오빠. 걱정 마요.”
황인철 이사가 그 아가씨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부어라 마셔라, 술을 들이켰다.
한참을 마시던 그때 이제 서서히 진지한 얘기를 할 차례가 왔다. 유찬석 사장이 아가씨들을 보며 말했다.
“야, 너희들은 잠깐 나가 있어.”
아가씨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룸을 나갔다. 유찬석 사장은 반쯤 술이 취한 상태로 황인철 이사에게 말했다.
물론 황인철 이사 역시 반쯤 술이 취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세나란 애가 그렇게 괜찮다는 거지?”
“그럼요. 보시면 만족하실 것입니다.”
“그래? 얼굴 한번 보자.”
황인철 이사가 바로 휴대폰을 꺼내 세나를 찾아서 보여줬다. 확실히 세나는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다. 유찬석 사장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래서, 얘는 얼마나 굴렸어?”
“네?”
“얼마나 굴렸냐고.”
“아, 아닙니다. 처음입니다.”
“뭐? 황 이사······. 나 유찬석이야. 확인하면 바로 견적 나와. 너 이 바닥 내 소문 몰라?”
“정말입니다. 제가 설마 사장님에게 닳고 닳은 여자를 데리고 오겠습니까.”
“뭔데? 진짜 한 번도 안 돌렸다고?”
“그게 정확하게는 얘가 아직 데뷔 전입니다.”
유찬석 사장이 피식 웃었다.
“아하, 그래서? 몸값을 올려보시겠다.”
“어후, 사장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회사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지금 투자금 회수도 못하고 있습니다. 얘네들 데뷔를 해도 잘될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투자금 회수할 수 있게 도움을 달라?”
“사장님께서 그렇게 해주시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황인철 이사가 바로 정자세를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유찬석 사장은 그런 황인철 이사의 행동에 맘이 들었는지 씨익 웃었다.
“너 아까 전에 봤지? 나는 여자 하나로는 만족을 못해.”
“어, 그러면······.”
“다른 애들 있냐?”
황인철 이사가 바로 다른 애들을 보여줬다. 쭉 넘겨보던 유찬석 사장이 마지막 오상희를 손가락으로 찍었다.
“어, 얘 괜찮네.”
“아, 제시카 말입니까?”
“이름이 제시카야?”
“예명입니다.”
“본명은 뭐야?”
“아, 본명은······.”
“아, 됐어.”
유찬석 사장이 바로 손을 흔들며 입을 막았다.
“그게 뭐가 중요해. 그래서 제시카인지 얘도 신삥이야?”
“아, 네에!”
“확실한 거지?”
“그럼요. 연습생 생활을 하면 소속사에서 철저히 관리를 하기 때문에 남자 만나고 그럴 일이 전혀 없습니다.”
“웃기고 있네. 전에 인마. 조신한 걸 그룹 하나 만나 봤는데 말이야. 어떻게 하는 줄 알아? 아주 그냥 내 위에서 지랄 발광을 하더라. 남자 경험이 얼마나 많으면 자지러져. 나, 그렇게 잘하는 애 오랜만에 봤다.”
황인철 이사가 바로 두 손을 흔들었다.
“아이고, 저희 애들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그래서 원하는 것이 얼마야?”
“아, 그건······. 사장님께서 정해주십시오.”
“와, 황 이사. 아주 재미가 있어.”
유찬석 사장이 피식 웃으며 상체를 기울였다.
“황 이사. 이렇게 하자.”
“네?”
“얘네 둘, 1년 묶을 테니까. 3억 어때?”
“3억요?”
3억이라는 돈이 엄청 많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금액이었다. 그 몇 억이 없어서 최대식에게 투자를 받았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바로 좋아할 수는 없었다. 잠깐 망설이든 황인철 이사를 본 유찬석 사장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황 이사 이거, 이거······. 밀당을 할 줄도 알고. 좋아, 5억! 대신에 나 말고 다른 놈들 손때 타면 안 돼.”
“아후, 예! 그럼요. 물론입니다. 언제든지 사장님께서 부르시면 찾아 뵐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시켜 놓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아, 그리고 말이야. 얘네들 데뷔는 하냐?”
“네?”
“데뷔는 하냐 말이야.”
“그건 왜 물으시는지······.”
“솔직히 말해서 난 내 밑에서 뒹굴던 애들이 떴다고 잘난 척하는 거 정말 꼴 보기 싫거든!”
황인철 이사가 피식 웃었다. 막말로 얘네들 꼭 데뷔를 시키라고 말을 했다면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얘기를 하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하이고, 유 사장님. 당연히 심기 불편하게 하지 말아야죠.”
“핫! 재미있네. 좋아, 황 이사. 자, 마시자고.”
유찬석 사장이 다시 술을 따르고, 황인철 이사가 공손하게 두 손으로 술잔을 내밀었다.
“넵, 사장님.”
유찬석 사장이 비싼 양주를 술잔에 따랐고, 황인철 이사가 냉큼 술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