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7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10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76)
김승혜가 바로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해. 지금 우리 회사에서 데뷔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게 안 되니까. 김 이사님이 회사를 나가신 거잖아.”
이은영이 입을 열었다.
“그걸 누가 몰라? 그런데 우리는 일단 이 회사에 계약되어 있잖아. 이 상태로 우리가 김 이사님을 만나도 되는 거야?”
박승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우리 대표님께 물어봐야 하는 거예요?”
오상희가 입을 뗐다.
“승미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대표님이 잘도 만나보라고 하겠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오상희가 세나를 바라봤다.
“그래서 김 이사님에게 언니는 뭐라고 했어요?”
“으응, 너희들 데리고 나간다고 했지.”
“언니. 그 얘기를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해요.”
“내가 말실수한 거니?”
세나가 아무리 나이가 많고, 똑 부러진다고 해도 세상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세나는 무척이나 착한 편이었다. 사람들의 말 또한 잘 믿고 말이다.
그래서 김승호 이사는 절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상희는 달랐다. 아니, 김승호 이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최정아 들어오고 나서 김승호 이사가 했던 약속이 있었다.
“최정아는 대표님 조카인데 가수가 꿈이라고 해. 그러니까, 너희들이 잠깐만 받아줘. 어차피 아이돌 생활 아무나 못 해. 너희들도 알잖아. 아이돌 연습생 생활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한두 달 하다가 본인이 지쳐 떨어져 나갈 거야. 그때까지 너무 구박하지 말고, 잘 지내. 알았지? 그럼 우리 투자 받을 수 있으니까.”
그 말을 믿고 오상희는 최정아에게 잘해줬다. 성격까지 죽여가면서 말이다.
그랬는데 오히려 그것 때문에 최정아는 기고만장해지고, 어떻게든 데뷔를 시켜주겠다던 김승호 이사는 회사를 나가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김승호 이사에게 전화가 와서 나오라고 하니, 달가울 리가 없었다.
“언니! 그러지 말고 우리 오빠에게 말해요.”
오상희가 세나를 붙잡고 말했다.
“안 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상진 오빠에게 도움을 청해.”
“뭐, 어때요. 누구라도 도움을 줬으면 좋겠는데 우리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요.”
김승혜가 울먹이며 말했다. 이은영도 입을 열었다.
“맞아. 우리가 해볼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어떻게 상희 오빠에게 도움을 청해.”
박승미가 말했다.
“그럼 일단 김승호 이사님을 만나는 봐요. 여태까지 우리 키워주신 분이 김승호 이사님이잖아요. 우리도 믿고 여기까지 왔고요. 무슨 말씀을 하는지 들어는 봐야죠. 안 그래요?”
세나가 오상희를 바라봤다.
“상희야 어떻게 할까?”
“좋아요. 만나요. 대신에 우리 절대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내가 잘 들어보고, 사기인지 아닌지 들어볼 테니까.”
그러자 김승혜가 눈을 크게 떴다.
“야, 오상희!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그래도 알건 다 알아. 그리고 세나 언니를 몰라? 착해빠져서 김승호 이사님이 사기꾼을 데리고 와도 아마 하자고 하면 할걸.”
세나가 두 손을 흔들었다.
“상희야, 아무리 그래도 언니가 그 정도는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지난번에 편의점에 갔다가 지나가는 할머니가 언니 붙잡고 껌 하나 사 달라고 했을 때. 그때 언니 어떻게 했어요?”
“껌 사드렸잖아.”
“아니, 껌 하나만 사면되는데 한 박스를 다 샀잖아요. 그것도 바가지로 2만 원이나 주고서. 그래서 언니 용돈 다 썼잖아요.”
“얘는······. 그 일이 언제 적 일인데 지금 얘기를 꺼내니.”
“아무튼 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우리가 얘기를 다 들어보고 결정을 같이 해요. 언니 혼자 고개 끄덕이지 말고요. 알았어요?”
“알았어.”
솔직히 세나도 오상희가 든든했다. 다른 멤버들은 나이가 많은 세나를 조금 어려워했다.
그러나 오상희는 이래저래 알고 지낸 지도 오래되었고, 오상진의 동생이고, 이렇다 보니 편히 대해주는 것이 없잖아 있었다.
게다가 이렇듯 의견이 분분할 때는 오상희가 앞장서서 의견을 조율해 주는 편이었다.
“야, 빨리 옷 입어! 나가자.”
“아, 알았어.”
애들이 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런데 박승미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진짜 말하지 않아도 될까?”
“야! 박승미. 너 배신 때릴래.”
“무슨 배신이야. 나는 걱정이 되어서 그렇지.”
“혼나도 다 같이 혼나는 거지. 너는 만날 그러더라.”
“알았어.”
옷을 갈아입던 오상희가 세나를 보며 다시 말했다.
“언니! 투자자가 무슨 말을 해도 함부로 말을 하면 안 돼!”
“알았어.”
그렇게 5명의 애들은 집을 나가고 근처 커피숍을 우르르 들어갔다. 저만치 김승호 이사가 앉아 있었다.
“이사님.”
“어어, 그래. 어서들 와라. 이쪽으로 와서 앉아.”
5명의 멤버들이 나란히 일렬로 앉았다. 그 앞에 김승호 이사가 자리했다.
“너희들 뭐 좀 먹었니? 배고프지?”
“아, 저희 먹었어요.”
세나가 바로 말했다. 그러자 오상희가 바로 입을 열었다.
“언니. 뭘 먹어요. 아침에 시리얼 먹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늦은 오후였다. 김승호 이사는 시계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이 시간까지······. 배고프겠다. 뭐 좀 시켜.”
“저희 커피 마셔야 해요?”
“아니야. 먹고 싶은 거 다 시켜도 돼.”
“이사님이 사시는 거죠?”
“그럼! 걱정 말고 시켜.”
“아싸!”
오상희를 비롯해 다른 멤버들이 좋아하며 메뉴판을 쭉 훑었다. 그 모습을 김승호 이사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때 뒤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오상희!”
순간 오상희가 흠칫하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오상진이 턱하니 서 있었다.
“오, 오빠······.”
세나 역시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사, 상진 오빠.”
오상진이 터벅터벅 걸어와 김승호 이사 옆에 앉았다. 오상희는 정말 놀란 눈으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아니, 오빠가 여긴 무슨 일이야?”
다른 멤버들도 눈을 깜빡이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제시카 오빠?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상진이 환한 얼굴로 인사를 받았다.
“아, 그래요. 다들 반가워요. 우리 일전에 먼발치에서 인사 한번 했죠.”
“네네.”
“다들 예뻐졌네요.”
그러자 오상희가 콧방귀를 꼈다.
“흥, 웃겨. 만날 나에게는 못생겼다고 그랬으면서.”
“으응, 너 빼고 다들 예뻐졌다고.”
“아이씨······. 진짜.”
오상희가 눈을 흘겼다. 그 모습을 본 멤버들이 킥킥대며 웃었다. 그러다가 세나가 오상진에게 말했다.
“오빠. 여긴 무슨 일이에요?”
그러자 김승호 이사가 나섰다.
“아, 내가 아까 말했지. 투자자가 될 사람이 네가 아는 사람이라고 말이야.”
“네? 그럼······.”
세나가 놀란 눈으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우리를 투자해 주신다는 분이 바로 제시카 오빠분이야.”
“네?”
“뭐라고?”
“헐······.”
세나를 비롯해 오상희, 다른 멤버들까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김승호 이사는 이런 반응이 나올 것 예상했는지 바로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 너희들 놀라지 마라. 너희들 차밍 엔터테인먼트라고 알지?”
“네. 알아요.”
“우리 잘하면 거기 사옥 쓸 수 있어.”
“네? 정말요?”
세나와 오상희가 바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은 대답 대신에 가볍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러니까, 오빠가 우리를 투자해 주겠다는 거지?”
“그래. 솔직히 널 봐서는 별 기대감은 없는데, 다른 멤버들이 고생을 하니까. 내가 투자를 하게 되었다.”
“와, 진짜 너무해. 내가 예전에 오빠에게 그랬지. 기획사 차려서 우리 데리고 가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귓등으로도 안 듣고 말이야.”
오상희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투덜거렸다. 오상진이 헛기침을 했다.
“크험, 그때는 네가 장난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지.”
“나도 정말 진지했거든.”
세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저희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돼요?”
김승호 이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는 그냥 하던 대로 연습하면 돼. 그리고 너희 프로듀서는 내가 계속 맡기로 했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
그러자 오상희가 손을 들었다.
“저는 반대!”
세나가 오상희의 옆구리를 툭 쳤다.
“상희야······.”
“아니, 왜에! 반대할 수도 있지.”
김승호 이사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어, 상희야.”
“제시카거든요.”
“그래, 제시카. 말해봐. 내가 뭘 잘못했는데?”
“이사님이 저희 배신 때렸잖아요.”
“야! 그렇게 말을 하면 내가 섭하지. 내가 너희 데려오려고 투자자들을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게다가 너희들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정말요?”
“그렇다니까.”
“앞으로 한 번만 더 배신 때리면······.”
“이 녀석이. 배신 아니라니까.”
“그럼 이번 한 번만 봐줄게요.”
그들의 대화를 듣던 오상진은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김승호 이사에게 말했다.
“김 이사님.”
“네.”
“상희 쟤 꼭 필요해요?”
“네?”
“아니, 엔젤스 멤버로 필요하냐고요. 내가 보기에는 딱히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그러자 오상희가 눈을 부릅떴다.
“오빠!”
“왜!”
“무슨 그런 말을 해. 내가 팀에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데.”
“내가 보기에는 앞뒤 분간도 못 하는 말괄량이 애로 보이는데. 김 이사은 진짜 너희들을 데려오려고 자신의 인생까지 저당 잡힐 것도 각오했는데······. 그걸 배신이라니.”
“대, 대표님······.”
김승호 이사는 진짜 당황한 얼굴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세나를 비롯해 오상희도 놀란 눈이었다. 세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이세요?”
“아, 아니야. 때마침 여기 대표님께서 나타나주셔서······.”
김승호 이사가 민망한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세나를 비롯해 다른 멤버들이 눈을 붉혔다.
“저, 저희는 그것도 모르고······.”
“아, 아니라니까.”
“야. 오상희! 너 빨리 이사님께 사과해.”
“내, 내가 뭘······.”
“사과하란 말이야. 우리들 때문에 이사님께서 자기 인생까지 저당 잡으려고 했다잖아.”
“······.”
오상희는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바로 숙였다.
“죄송해요, 이사님.”
“아니야. 아니라니까.”
김승호 이사는 민망한지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어쨌든 다 잘되었으니까 됐잖아. 그럼 된 거야.”
“네.”
그러다가 김승혜가 손을 들었다.
“말해.”
“저희 계약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다들 그 말에 눈빛이 반짝였다. 김승호 이사가 슬쩍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너희를 처음에 맡으면서 계약기간을 조절할 수 있다고 했거든. 그리고 위약금 나와도 내가 다 해결 할 수 있어.”
“정말요?”
“그래. 대신에 내가 너희들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
“부모님께 동의서를 받아야 해.”
“동의서요?”
“응. 동의서 없이 내가 멋대로 움직이면 문제가 생길 수가 있거든. 다들 어떻게······ 부모님들 설득할 수 있지?”
“예, 그건 걱정 없어요.”
“아니다, 기왕 말 나온 김에 내가 너희 부모님들을 한 분 한 분 만나볼 테니까. 너희들은 그냥 전화 한 통화만 해줘.”